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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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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최근연재일 :
2020.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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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5.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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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DUMMY

로저는 일이 수틀렸다는것을 직감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는 반셀의 멱살을 틀어쥔채로 그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 상태로 관리소를 나서자 반셀이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미친듯이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자, 잠깐만...!! 어디 가는거야!! 어디가!!”


“네가 지껄인 말들이 진짜인지 확인하러.”


쏴아아아!!!


로저는 관리소와 지하수도 길을 있는 나무 다리 한가운데까지 반셀을 끌고 갔다.


다리 아래쪽으로는 엄청난 양의 폐수가 폭포수처럼 아래로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폐수를 바라본 반셀의 안색이 하얗게 질린 순간, 로저가 대뜸 반셀을 발로 걷어찼다.


콰악!!


“흐하아아아악!!!”


발길질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 반셀이 다리 밑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양손으로 난간을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가 되자, 로저가 쭈그리고 앉아 그와 눈을 맞췄다.


“다시 물어보지. 그 놈들이 누구고,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해내.”


새하얘진 안색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반셀이 소리쳤다.


“저, 정말로 몰라! 아무것도 기억 안난다고!! 으흐흑.... 제발 살려줘!!”


“그놈들이 했던 말이나 특징같은건? 생각나는게 없으면 네 손가락을 짓뭉개버릴거다.”


“진짜야.... 제발, 제발.....”


로저는 흐느끼기만 하는 반셀을 보며 이제 그를 놓아주어야 할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그것밖에 기억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 잘 가라.”


물론 그의 질긴 삶으로부터 말이다.


“잠깐만...제발 잠깐만...”


그리고 그의 살벌한 협박은 반셀이 그 와중에도 다시금 기억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간신히 무언가를 생각해내는데 성공했다.


“무슨 성...을 찾던것 같기는 한데, 그것뿐이야. 애초에 나, 나한테는 죽여버리겠다는 말밖에 안했어...!!”


“성이라고?”


짧은 순간 로저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스쳐지나갔지만, 단어 하나만으로는 단서가 너무 적었다.


“그, 그래. 성이라고 했어. 이제 됐지? 빨리 날 올려줘!! 더는 못버티겠다고...!!”


로저가 몸을 일으키자 반셀이 화색을 띄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두터운 신발 밑창이 강하게 반셀의 양 손가락을 짓밟은 순간, 그의 얼굴에서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이 아래쪽에 네가 던져넣은 관리인들의 시체가 있겠군.”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던 로저가 말햇다.


“네가 내려가서 용서를 구하면 그들도 좋아하지 않겠나?”


드디어 로저가 자신을 살려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반셀이 소리지르면서 발악했다.


“난 아무 죄가 없는데 대체 왜 이러는거냐!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 난 그놈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적어도 입을 닫고 있지는 말았어야지.”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왕도 경비대에 말하기는 커녕, 오히려 여기를 조사하려던 로저까지 죽여 입을 막으려던 반셀의 행동은 선을 넘었다.


후환이 두려워서인지는 모르지만, 로저에게 속내를 숨기고 그를 여기까지 안내한 이상 반셀은 이미 범인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걸 숨기려고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흔적을 모두 지운게 아니었나?”


콰직!


그 순간 로저가 짓밟은 반셀의 양 손뼈가 부러지면서, 난간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그의 두 손가락이 주욱 미끄러졌다.


“덕분에 네가 여기서 죽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됐군.”


“.....저주할테다, 끝까지 널 저주할거다, 이 개같은 새끼가아아아!!”


난간을 놓치는 순간에 와서야 반셀은 죽음을 직감하고 원망에 찬 말을 내뱉었지만, 이내 그 외침마저 거센 물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로저는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몸을 돌렸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지만 가책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반셀이 칼을 겨눈 순간 로저는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어도 그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만약 로저에게 검귀의 직감이 없었다면, 기사의 육체를 가지지 못했다면 저 아래로 떨어져내리는건 로저 본인이 되었을테니까.


“그럼 이제 어떡할까....”


반셀을 처리했지만 여전히 메인스트림의 단서는 오리무중이다.


그가 했던 제안대로 공급구역을 둘러보는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로저는 단서가 아직 남아있다면 반드시 여기일거라고 확신했다.


범인들이 목표로 했던 장소가 처리구역의 관리소라는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관리소로 돌아온 로저는 복층을 쭉 돌면서 남은 곳을 이잡듯이 뒤져보았지만, 반셀이 어찌나 깔끔하게 뒤처리를 했는지 눈에 띄는 흔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남은 것은 유일하게 그의 눈에 띄지 않고 벽장 안에 숨어있던 시체 정도인데.....


“아...!!”


불현듯이 무언가를 떠올린 로저가 곧바로 시체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관리인의 시체는 여전히 두 손을 입안에 넣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처음 시체를 볼때는 비명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이런 자세를 취했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어떨까.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 입안에 넣고 삼키려고 했다면...?”


로저는 곧바로 시체의 입안에서 손을 빼냈다.


“....역시.”


그의 손에는 옷자락처럼 생긴 무언가가 꽉 쥐여져 있었다. 관리인은 죽어가면서도 적의 흔적을 쥐고 몸안에 숨기려고 시도한 것이다.


결국 삼키지도 못한 채 죽고 말았지만 그 시도는 헛된것이 아니었다.


굳은 손가락을 강제로 하나하나 펴내고 그것을 꺼내자 로저는 그제서야 그것의 정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옷자락으로 보이는 그것은 조직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진 휘장의 조각이었다. 휘장 안쪽에는 어두운 휘장에 금빛으로 수놓아진 세장의 날개가 보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로저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순식간에 깨달았다. 반셀이 말했던 ‘성’이 무엇을 가리키는지까지도.


휘장을 강하게 움켜쥔 로저가 작게 중얼거렸다.


“네피로스.... 성가신 시나리오가 걸렸군.”


첫번째 메인스트림의 시나리오는 정해졌다.


암흑제국 네피로스.


지금으로부터 대략 천년 전.


엘라지아 대륙 서부에 군림하던 타락한 고대황조의 이야기.


오랜 시간을 건너 이 세상에 다시 깨어난 첫번째 재앙이었다.



#



지하수도를 나온 로저는 곧바로 경비대로 향했다. 로저가 기사임을 밝히자 경비대는 곧바로 지하수도로 인원을 파견해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다.


단서를 남겨주었던 관리인의 시체가 경비대에게 인도되는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리를 떠난 로저는 왕도 거리를 걸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시나리오를 모를때는 로저 역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지만, 재앙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에는 그가 가진 지식을 단번에 풀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암흑제국 네피로스. 생각했던것보다는 훨씬 까다롭지만, 이 시점에서는 오히려 감당못할 시나리오는 아니야.’


로저는 수백번이 넘는 회차를 플레이하면서 똑같은 시나리오라고 해도 어떤 시점에 등장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초반부에는 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힘이 굳건하기 때문에 메인스트림에 출현한 재앙이 큰 피해를 끼치지 못한다.


하지만 재앙이 연달아 강림하기 시작하는 후반부에서는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개입으로도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만큼 대륙의 정세가 급격하게 나빠진다.


‘암흑제국의 부활’ 시나리오의 경우 시간이 질질 끌리면 이곳저곳에서 대규모 회전이 일어나게 되는데, 각 나라들의 힘이 충만한 초반부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초반에 싹을 밟아놓아야만 일이 쉬워진다.’


암흑제국 시나리오는 게임에서도 적지않은 빈도로 등장하는 만큼, 로저는 메인스트림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일단 지금 왕도의 지하수도에 침입해 관리인들을 학살한것은 몇백년동안 암흑제국의 유지를 이어온 네피로스의 후예들이다.


이들은 과거 암흑제국을 지탱하던 군단들을 부활시키는것이 최우선 목표이며, 그 과정에서 왕국을 비롯한 서부 대륙의 여러 나라들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할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출현을 알리는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게 될텐데, 초반에 이러한 징조들을 지나치면 무조건 후환을 남기게 된다.


‘군단장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황족’이 부활하는건 무조건 막아야 해.’


시간이 지날수록 재앙은 단계적으로 규모가 커지고 강해지며 빠르게 지상을 휩쓸기 시작한다.


메인스트림을 진행할때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후환을 없애고 최악의 가능성을 줄이는것이 가장 중요했다.


어쨌든 왕자에게 보고할만한 성과를 얻었으니 임무는 끝난 셈이다.


남은 시간동안 왕도를 더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로저는 곧바로 왕궁으로 향했다.


왕자의 눈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모르는 이상 지금은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지하수도 아래쪽에서 이 휘장을 발견했다는 말이군.”


왕자는 차분한 눈으로 로저가 가져온 찢어진 휘장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저번과는 다르게 그의 뒤에 서 있던 곱슬머리의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전하. 그후 왕도 경비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남은 처리를.....”


“알고 있네. 경비대가 내게 이미 보고를 올렸으니.”


이미 왕자는 모든 정황을 보고 들은 모양이었다.


“솔직히 자네에게 큰 기대를 한건 아니었네. 내가 눈치채지 못할만큼 치밀하게 움직이는 자들이 쉽게 이런 흔적을 남길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로저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뭔가를 찾아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왕자는 로저를 따로 불러내서 임무에 내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가져온것은 분명히 치하할만한 일이지. 다이레아를 통해 따로 포상을 전달하겠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채 대답하면서 로저는 왕자가 어째서 로저를 혼자 이런 임무에 투입시켰는지 깨달았다.


관리인들이 모두 실종되었다는 정보를 접한 순간, 왕자는 란티스와 비슷한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그가 눈치채지 못할만큼 은밀하게 관리인들을 참살하고 지하수도에 침임했던 이들이라면 이미 지하수도에 남아있을리가 없다.


범인들도 없을테니 지하수도에 내려가서 뒤처리를 하고 남긴 흔적이 있는지 찾아볼 사람은 한명이면 족했다.


거기서 왕자는 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조차 낮게 보고, 아무런 성과가 없을것같은 일에 굳이 로저를 불러서 임무를 쥐어준것이다.


로저가 이렇게 단서를 찾아오면 좋고, 아니면 그걸 구실삼아 로저의 입지를 흔들면 된다.


공무를 빈틈없이 처리하면서도, 그 속에 사적인 감정을 끼워넣어 처리를 하는 왕자의 능력에 로저는 내심 감탄했다.


왕자처럼 머리가 좋고 행동력이 있다면 굳이 공사를 구분하지 않고도 두 방면의 일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런 사적인 감정에 희생당할 당사자가 바로 로저 본인이라는 것이겠지만.


“이런 휘장을 지하수도에서 발견한 것이 마냥 우연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왕자는 작은 상자에 휘장 조각을 담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가 궁을 떠나있는 사이, 왕국 남부 등지에서 정체불명의 습격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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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8 914 14쪽
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8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0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49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7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4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7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7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2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4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8 1,040 11쪽
26 한명 더 +20 20.06.04 33,592 969 13쪽
25 두번째 임무 +14 20.06.03 33,566 970 12쪽
24 협력의 대가 +20 20.06.02 33,785 996 12쪽
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21 확신을 더하다 +30 20.05.30 35,947 993 11쪽
20 대담 +35 20.05.29 36,834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1 1,064 12쪽
»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6 1,083 11쪽
17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50 1,052 12쪽
16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899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1 1,129 13쪽
14 첫번째 임무 (3) +24 20.05.23 40,109 1,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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