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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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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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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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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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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협력의 대가

DUMMY

로저의 사정을 들은 카이나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제가 왕자 전하가 진행하는 작전에 힘을 보태기를 바라는거군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사단이 아니라 제게 협력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기사단과 따로 움직일 생각이니까요.”


“이상하군요. 같은 기사단 소속이 아닌가요?”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는 카이나의 말에 로저는 잠시 머뭇거렸다.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는 너무 복잡한 이야기군요.”


“재밌네요.”


카이나가 피식 웃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대뜸 이런 제안을 하는것도 그렇고, 너무 수상한 것 아닌가요?”


사실이었기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로저가 입을 다문 사이, 카이나가 갑자기 손을 뻗어서 얇은 마력의 벽을 만들었다.


“이건...?”


“아까 거래라고 했잖아요?”


그녀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렇게 대담한 요구를 했으니 당연히 그만큼 날 끌리게 할 만한 대가를 가져오셨겠죠.”


“........”


“지금부터 하는 말이 밖으로 새나갈 일은 없을테니 말해보세요.”


순간 카이나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로 바이어스가 어디 있는지.”


로저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노골적이었군요.”


둘이 마주쳤던 짧은 시간동안 카이나가 말한것이라고는 그녀가 이그니토 마탑 소속이며, 마도서 한권을 찾고 있다는것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로저가 제안할 수 있는 대가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는건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카이나는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어설픈 수작으로 절 속일수는 없을거예요. 어디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런 말도 안돼는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라면 서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을때 헤어지는게 좋겠군요.”


그녀 역시 나름대로 조사를 해온만큼 속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로저는 오히려 그 말에서 그녀의 조사가 지지부진하다는것을 알아차렸다.


정말로 로저가 어떤 수작을 부리든 알아차릴 자신이 있었다면 그런 말을 할 필요도 없었을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핵심적인 정보를 넘겨줄 이유도 없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마친 로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오히려 이쪽에서 협력을 부탁하는 입장인데, 그런 수작을 부릴리는 없죠.”


“좋아요. 뭘 알고 있는지 말해보시죠.”


“황립 아카데미 근처에 위치한 작은 성당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맹인 신부 한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는 마도사 버드웨이의 후손이자, 버드웨이의 무덤이 위치한 장소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죠.”


로저가 쏟아낸 말에 카이나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건가요?”


“계속 조사를 하셨다면 버드웨이가 마지막으로 그 마도서를 소유하고 있었던 마도사라는건 알고 있으실겁니다. 하지만 그가 사망한 뒤에도 마도서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었죠. 오래된 마도서에게는 언제나 주인이 필요한 법인데 말입니다.”


담담하게 이어진 로저의 말에 카이나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죠?”


고대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마도서들은 소유자가 죽으면 반드시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주인을 찾아 세상에 다시 나타난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오래된 마도서들은 아주 강력한 봉인으로 묶여있으며, 그렇게 봉인된 마도서들을 관리하는것 역시 마도사들의 의무였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아주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만큼 일개 기사에 불과한 로저가 알고 있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로저는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제 제 말에 신뢰가 가십니까?”


“확실히....흘려넘길 이야기는 아니군요. 그건 제가 이 연구를 시작한지 한참 지나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버드웨이는 수백년전에 죽은 사람인데도, 로 바이어스는 그동안 단 한번도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죠. 이 경우 두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겁니다. 이미 강력한 마도사가 책을 봉인했거나, 아니면......”


그제서야 로저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깨달은 카이나가 대답했다.


“버드웨이가 죽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건가요?”


로저는 확실하게 대답하는 대신 말을 얼버무렸다.


“글쎄요. 그의 무덤을 찾아가면 모든것을 확인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카이나는 한동안 로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로저는 그 묘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태연하게 웃었다. 이미 그녀가 자신의 말에 설득당했다는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말은 이 자리에서 지어내기에는 너무나도 구체적이었고, 또 마도사가 아니라면 모르는 비밀까지도 언급하고 있었다.


대륙을 횡단하면서까지 마도서를 찾아나선 그녀라면 결코 무시할수는 없을것이다.


고민하던 카이나가 말했다.


“저는 당장 내일 그쪽이 말한 장소로 찾아가 볼수도 있어요. 만약 저를 함정에 빠트리려는 수작이라면....”


“제가 왜 뻔히 들통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마탑의 마법사를 적으로 돌리겠습니까? 기사단에 매여 도망치지도 못하는 몸인데 말이죠.”


능청스럽게 대꾸하는 로저의 말에 카이나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본인이 굉장히 수상하다는건 알고 있겠죠?”


“다시 말하지만 전 마법사의 힘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먼저 가지고 있는 패를 까발릴 이유도 없겠죠.”


내가 더 절실하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먼저 대가를 제시했다.


실제로 그 말이 그녀에게 설득력있게 들린 모양이었다. 결국 카이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새초롬하게 말했다.


“좋아요. 분명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그쪽의 말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들린다는건 인정하죠.”


지금 상황이 너무 뜬금없어서 의심이 갈수는 있겠지만, 머리가 좋은 마법사라면 금세 합리적인 결론이 뭔지 알고 있을것이다.


설령 로저가 정말로 그녀를 속였다거나, 함정에 빠트린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철저히 준비를 하기만 한다면 마법사인 그녀가 쉽게 위험에 빠질일도 없을테니까.


만약 거짓말로 그녀를 부려먹은거라면 곧바로 왕국으로 돌아와 그 대가를 받아내면 될 일이다. 로저의 말대로 그는 기사단 소속으로 어디 도망치지도 못하는 몸이었으니까.


게다가 그가 원하는 협력이라는 것도 기사단 차원에서 단체로 나서는 조사 업무의 일환이었으니, 이정도면 그가 작정하고 카이나를 속이려고 하고 있다기보다는 정말로 마법사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라고 보는게 타당했다.


“다행이군요.”


“며칠간 노동력을 빌려주는것만으로 마도서의 행방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은 거래죠. 설마 기사단원과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로저의 대꾸에 카이나는 피식 웃었지만 그 이상을 캐묻지는 않았다.


일개 기사단원인 로저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수상하기는 하지만, 그 정보가 사실이기만 하다면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은것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요. 전 정말로 그쪽이 말한 장소를 확인해볼 생각이니까. 제가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면 지금 한 이야기는 모두 없던 일이 될거예요.”


“어느정도 시간을 드리면 될까요?”


“제국 아카데미라면, 제가 아는 사람이 있어요.”


실력있는 마법사들은 종종 아카데미에 초빙되어 강연을 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마법사를 카이나가 알고 지내는 것 역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로지스 경이 말한 성당을 찾는데는 얼마 걸리지도 않을거예요. 길어봤자 이틀이면 충분하겠죠.”


“아슬아슬하군요.”


임무가 시작되기까지는 사흘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잘못하다가는 기껏 카이나에게 좋은일만 시켜주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로저의 설명을 들은 카이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마법사가 시간약속에 늦을까봐 걱정하는건가요? 그정도면 충분해요. 그렇게까지 말하는걸보니 아주 단단히 준비를 해야겠군요.”


“공식적으로는 조사 업무를 위한 작전인 만큼 위험하지는 않을겁니다.”


로저가 변명하듯이 한 말에 카이나는 대놓고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내가 그 말을 믿을것 같아요?”


“.......”


사실 그녀의 말이 맞다. 이 임무는 결코 단순 조사같은 심심한 일로 끝날리가 없었으니까.


다만 겁을 먹지 않도록 안심시키려는 생각이었는데, 로저의 생각보다 그녀는 강단이 있어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로저는 사흘 뒤에 만날 장소를 적당히 정하고 그녀를 돌려보냈다.


빈말을 할 성격으로 보이지는 않으니, 당장 그 지인이라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로저가 말한 정보를 확인하려 들것이 뻔했다.


“후우.....”


다소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법사를 고용하는데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 로저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제 남은건 기다리는 일 뿐인가.’


왕자가 지금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재앙은 그가 생각하는것보다는 훨씬 빠르고 위험한 순간에 닥쳐올 것이다.


그가 로저를 어떻게 대하든간에 지금은 여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메인스트림에서 실패하는 순간 모든것이 의미없어질테니.




#



시간이 흐르고, 약속한 날이 되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아침.


기사단 본부 앞에 대략 서른명의 사람들이 제각기 사복을 갖춰입고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공기가 싸늘하게 느껴질만큼 낮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추위에 떠는 사람이 없다.


기사단 정복을 차려입은 기사들은 제각기 사용하는 장비를 등이나 허리에 둘러맨채 조용히 서서 시간을 기다렸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살짝 피곤한 얼굴을 한 다이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자놀이를 주무르면서 주변을 살피던 그녀가 물었다.


“2번대는 어디있지?”


“먼저 출발했습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알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전해달라더군요.”


그 말에 대답한 것은 기사들의 가장 앞에 서 있던 짧은 머리칼의 기사였다.


단정하면서도 절제된 분위기가 온몸에서 묻어나오는 남자다. 무표정한 얼굴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는 신뢰감을 주는 울림이 있었다.


2기사단의 간부중 한명이자, 11번대의 대장. 콘라드 메이언.


“크크.... 그놈도 참 제멋대로 아닙니까? 명령에 제대로 따르는 꼴을 본적이 없는것 같군요.”


그 옆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웃고 있는 것이 8번대의 대장, 마커스 릭우드.


다이레아는 담담하게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인원이 모두 모였다면 출발해도 좋다. 두 사람에게는 사전에 임무 내용을 모두 공유했으니, 단원들과 상의해가면서 부대의 안전에 유의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부대에 포함되지 않은 단원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마커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사들이 모인 한쪽 끝에 로저가 조용하게 서 있었다.


“로지스 부관은 기본적으로 11번대와 같이 움직이며 유사시에는 따로 행동하게 된다.”


“아, 그건 좀 아쉽군요.”


다이레아의 대답에 마커스는 짧은 탄식을 내뱉고는, 곧바로 등을 돌렸다.


“그럼 저희 8번대는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마커스는 떠나가는 순간까지도 로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사라졌다.


크레시에와 있었던 일로 이제는 아예 적대감을 숨길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다이레아는 그저 무심한 얼굴로 부대를 이끌고 떠나는 마커스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로저는 그녀의 내면에서 어떤 결론이 났을지 알것만 같았다.


콘라드는 8번대가 떠나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곧바로 다이레아에게 인사를 마치고 출발했다.


로저도 11번대의 뒤에 붙어서 조용하게 움직였다.


기사단 본부의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다이레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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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7 914 14쪽
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8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0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49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7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3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6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6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2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4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7 1,040 11쪽
26 한명 더 +20 20.06.04 33,591 969 13쪽
25 두번째 임무 +14 20.06.03 33,566 970 12쪽
» 협력의 대가 +20 20.06.02 33,785 996 12쪽
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21 확신을 더하다 +30 20.05.30 35,946 993 11쪽
20 대담 +35 20.05.29 36,833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0 1,064 12쪽
18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5 1,083 11쪽
17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49 1,052 12쪽
16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899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1 1,1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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