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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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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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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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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첫번째 임무 (3)

DUMMY

로저는 곧바로 최근 왕도 지하수도에서 일어난 십여차례의 실종사건과, 그로 인한 조사단에 관련된 이야기를 란티스에게 들려주었다.


가만히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란티스가 표정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하수도 관리자들이 연이어서 실종되었다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보통 사건은 아니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왕도 시민 열명이 없어진거랑은 확실하게 다른 문제인건 분명하지. 목적성을 가진 범죄는 눈먼 살인보다 치명적이니까. 그런데 이런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도 평범한 따까리는 아니라는 의미군.”


거리낌없이 신상을 캐묻는 란티스의 질문에 로저가 쓴웃음을 지었다.


“맞아. 왕자 전하의 명을 받아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었지.”


“흐음..... 왕도 전역에 눈이 닿아있다는 소문은 거짓말이 아니었던건가.”


왕자의 이름을 꺼냈는데도 란티스는 그리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아르윈이 그 말에 흥미가 생긴듯이 로저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마시고 있던 맥주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겨있던 란티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 대충 알겠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겠군.”


“무슨 뜻이지?”


란티스가 히죽 웃었다.


“요컨대 조사에 필요한 인력과 수단을 구해주면 되는 일 아닌가? 지하수도 관리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조사에 필요한 용병들을 고용해주지. 좀 무리하면 지하수도 설계도도 구해서 넘겨줄 수 있다.”


로저가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을 대신 처리해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왕도에 아무런 인맥도 연줄도 없는 로저보다는 훨씬 그 성과도 빼어나겠지.


“그 대신, 날 부려먹는 대가는 톡톡히 받아내야겠어. 도박장에서 멍청한 놈들 상대하는것도 힘든데, 네 부탁까지 무상으로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냐?”


“........”


“그럼 일단 하나씩 계산을 해보자고. 가장 먼저 지하수도의 설계도를 구하는데 아무리 적어도 100실버는 필요해. 용병 셋을 고용한다고 치면 일당 20실버는 필요하겠지.....”


왕자에게 지원 명목으로 받은 자금이 있기는 하지만, 란티스의 음흉한 웃음을 본 순간 로저는 그런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란티스에게 로저는 아무런 연원도 없이 찾아와 도움을 요구하는 귀찮기만한 손님일 뿐이다.


형식적으로 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수고비를 명목으로 로저를 뼛속까지 털어먹어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을것이다.


그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뒤집히지 않는 이상, 지금의 관계가 바뀔 일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로저는 품안에서 브로치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제까지 피곤했던 기색은 어디가고, 신나게 부대비용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란티스는 새 모양의 은빛 브로치를 보자마자 말을 뚝 멈췄다.


번개처럼 브로치를 낚아채서 한참을 들여다보던 란티스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면서 말했다.


“흐흐흐흐.....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정말 시건방진 새끼네 이거. 지금까지 날 시험했던거냐?”


로저는 살의까지 풍기는 란티스의 날카로운 시선을 똑바로 받아치면서 대답했다.


“크레시에 경이 보증한 사람을 굳이 시험할 필요가 있을까? 이걸 보여줄만한 타이밍을 놓쳤을 뿐이야.”


“크크큭!! 기사 나부랭이같다는 느낌이 들었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내 실수군.”


란티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남은 맥주를 모조리 들이켜버렸다.


“가짜인지 의심하지는 않는건가?”


“의심? 멍청한 소리 하지마. 이제까지 날 실컷 놀려먹고는 무슨 말을 듣고 싶은거냐? 설마 그 여자한테서 브로치를 빼앗아왔다는 개소리를 지껄일 생각은 아니겠지?”


짜증스럽게 대꾸한 란티스의 눈동자는 어느새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로저는 그 모습을 보며 내심 고개를 주억거렸다.


힘을 끌어올릴때 눈이 붉게 변하는 타입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란티스가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완전한 인간이라는 가정 하에 답은 한가지뿐이다.


‘혈법사.’


“혈법사였구나?”


로저의 옆에 앉아있던 아르윈이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


“망령군도쪽을 지나칠때 몇명 만난적이 있어. 꽤 까다로운 술식을 쓰던데.... 계속 시간을 끌다보면 알아서 비쩍 말라서 죽어버리더라고.”


“....뭐?”


“생각해보니 좀 궁금하긴 한데, 너도 그렇게 죽을까?”


아르윈의 입가에 이제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냉혹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시선에 사로잡힌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한 란티스가 미미하게 눈가를 일그러뜨리자, 로저가 빠르게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아르윈님. 제 일을 방해하면 곤란합니다.”


“........”


“전 이 친구랑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깐 자리를 비켜주시겠습니까?”


냉랭한 아르윈의 눈동자가 로저를 향했지만, 로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리 막무가내라고 하더라도 로저가 왕도 기사단 소속이며, 왕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건드릴만큼 생각이 없지는 않을테니까.


결국 아르윈이 씩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지. 대신 나도 나중에는 꼭 껴줘야 한다?”


그녀가 술집밖으로 나가자 로저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란티스를 쳐다보았다.


“한번 살려준거다?”


“씨발..... 인정하지.”


아르윈의 힘을 처음부터 알아보았다면 브로치가 아니었어도 란티스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란티스는 자신의 실책을 깔끔하게 인정하고는 곧바로 맥주 두잔을 더시켜서 벌컥벌컥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저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생각대로 난 크레시에 경에게 정식으로 그 브로치를 받아왔다. 네가 이걸 기억하고 있다면 날 도와줄거라고 하시더군.”


“후우, 그 여자는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 모르겠군. 고작 기사 나부랭이에게 내가 했던 일을 모두 까발리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란티스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오해할까봐 말해두지만, 크레시에 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뭐?”


“그녀는 이 브로치랑 네 이름을 알려주면서 네가 날 도와줄수도 있을거라고만 이야기했을 뿐이야. 네게 말했던 것들은 그냥 내 추측일뿐이지. 그녀가 고작 도박사 하나를 추천해줬을리는 없잖아?”


“재밌군. 네가 지껄인 개소리가 전부 네 망상이었다는 증거가 어디있지?”


“크레시에 경은 기사단 내에서도 알고 지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다가, 왕국의 문화에도 익숙하지 않아. 조금만 자세히 관찰하면 그녀가 왕국 출신이 아니라는 생각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 그리고 그런 그녀의 지인이라면, 높은 확률로 그녀의 신분을 바꿔줬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사실은 그녀가 제국 귀족 출신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로저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모든 가정을 스스로 유추해낸것처럼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로저를 쳐다보는 란티스의 눈빛이 살짝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는 안보이는데 안목이 제법 날카로운 모양이군. 그 여자가 그렇게 허술한 사람은 아닐텐데.....”


‘눈치 빠른 자식.’


란티스의 중얼거림에 로저는 내심 뜨끔했지만 표정을 관리했다.


물론 로저는 왕국의 문화가 뭔지도 모르고, 그녀가 평소에 그런 티를 내고 다닐만큼 허술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일체 모르는 란티스는 결과를 가지고 온 로저의 말을 믿을수밖에 없었다.


그는 브로치를 만지작거리면서 로저에게 계속해서 궁시렁거렸다.


“귀찮은 자식같으니. 그냥 처음부터 이걸 보여줬으면 이렇게 시간낭비를 할 일도 없잖아. 네가 쓸데없이 간보기를 해대는 바람에 오늘 오후가 싹 사라져버렸다고.”


“네가 제대로 도와줄 생각이었다면 나도 굳이 크레시에 경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아까 했던 말들은 전부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뻔한 일들 뿐이더군. 난 그런 조언을 들으려고 여기까지 널 찾아온게 아니야.”


로저의 말에 란티스의 안색이 살짝 떨떠름하게 변했다.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다짜고짜 찾아와서 도와달라는 놈을 착실하게 도와주는 멍청이도 있나?”


“물론 그런걸 기대하고 온 건 아니지. 그러니까 이제 좀 더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고.”


“좋아. 기사치고는 머리가 꽤 돌아가는것 같으니 솔직하게 말해주마. 내 생각에는 지금 당장 지하수도로 내려가도 아무런 문제는 없을거다.”


“뭐라고?”


뻔한 대답과는 다른 결론을 기대한건 사실이지만, 아까전까지 장황하게 떠벌리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말이 아닌가.


하지만 란티스는 싸늘한 비웃음을 지으면서 오히려 로저에게 물었다.


“반대로 물어보고 싶은데. 넌 정말 왕자에게 직접 임무를 받은게 맞나? 이런 엉망진창인 임무를 왕자가 하달했다는게 솔직히 잘 믿기지가 않잖냐.”


“.........”


“왕도 지하수도가 어디 구석진곳 아무데나 붙어있는 시설도 아니고, 이 도시 전체의 폐수를 통채로 처리하는 대규모 수처리 시설의 관리자들이 단체로 실종되었는데도 고작 기사 하나만을 보내서 조사단을 꾸린다고? 엿같은 소리도 적당히 해야지.”


란티스는 로저의 말만을 듣고도 이미 이 임무의 헛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건 지하수도라는 시설의 중요성과, 왕도 기사단의 전력, 그리고 그 가치를 모두 가늠하고 있기때문에 가능한 계산의 산물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개소리라고만 생각했으니 나도 대충 대답해준것 뿐이지만, 네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란티스가 어느새 갈색으로 돌아온 눈동자를 차분하게 빛냈다.


“지하수도 관리자들을 납치한 범인은 이미 자리를 떴을거다. 넌 그냥 지하수도를 한바퀴 쭉 돌면서, 이미 죽은 관리자들의 시체를 수습하고, 그 흔적을 왕자에게 보고하면 그만이야. 지도도, 팀원도 돈도 필요없어. 굳이 따지자면 복잡한 하수도 길을 외울만한 패스파인더 정도는 있어도 괜찮겠군.”


“이해가 잘 안되는데. 납치범이 이미 자리를 떴다는건 무슨 의미지?”


“돈을 원하는 인질극이었다면 범죄를 저지른 시점에서 추가적인 움직임이 있었을테고, 단순한 쾌락살인마라면 굳이 저 복잡한 지하수도 아래까지 내려가서 관리인을 죽일 필요는 없어. 심지어 지하수도 관리인의 실종은 관계자가 아니면 쉽게 알아차리기도 힘든만큼 과시욕을 원하는 변태들에게도 적합한 표적이 아니지.”


빠르게 말을 내뱉은 란티스가 맥주를 들이키고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납치범의 목적은 관리인이라는 사람보다는, 그들이 관리하고 있던 지하수도 그 자체에 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관리인의 눈을 피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는데도 납치라는 금세 들킬만한 방법을 사용한걸 보면 지하수도에 오래 머무를 생각은 없을 가능성이 높지. 범인은 이미 진작에 목적을 이루고 사라졌을테고, 실종된 관리인들은 뭐.....”


로저는 곧바로 그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있을 가능성은 낮다는거군.”


“나였다면 쓸데없이 흔적을 남겨놓기 보다는 아예 지하수도에 흘려보내버렸을거다. 생존자를 찾는다기보다는, 시체를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것 같군.”


란티스는 그 가능성을 상당히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듯 했지만, 로저는 지하수도에 그들이 남긴 흔적이 남아있을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이 실종 사건은 ‘메인스트림’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이들이 벌인 일이다. 어떤 시나리오가 출현하든 하나같이 강력한 개성과 특징을 지닌만큼, 수백번이 넘는 회차를 플레이했던 로저는 아주 작은 흔적만 남아있어도 곧바로 알아볼 자신이 있었다.


“좋아. 길잡이 한명 정도만 골라서 곧바로 내려가도 문제 없다는 말이지?”


“물론 놈들이 뒷수습을 위해 성가신걸 남겨놓았을 가능성을 무시할수는 없지만..... 거기서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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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9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1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50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8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4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7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7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3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5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8 1,04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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