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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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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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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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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내부의 적

DUMMY

왕도 남문에는 도시로 들어오려는 사람들과 나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온갖 물건을 실은 마차가 줄줄히 왕도 안쪽으로 들어가는것을 바라보면서 로저가 카이나에게 말했다.


“아지드가 오면 바로 아이바르의 숲으로 향하면 되겠군요. 별다른 일이 없다면 세명이서 계속 움직이게 될텐데, 따로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주세요.”


“팀을 이루는 일에는 익숙해요. 제가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거예요. 그나저나 그 아지드라는 엘프는 무척 젊어보이는데 말하는건 나이든 노인이 따로 없던데요?”


“겉으로 보이는 나이와는 적잖게 차이가 있을겁니다. 엘프들의 시간은 인간의 것과는 다르니까요.”


“전 엘프라는 종족이 있다는것만 알았지, 그들이 아직까지 살아있었는지는 전혀 몰랐어요.”


“따로 흥미를 가지지 않으면 모르는게 당연한 일이죠. 엘프들 끼리도 서로 동족을 마주치는 일이 드물정도니까요.”


로저는 게임에서의 경험으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지만, 정작 카이나는 묘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요. 기사치고는 아는게 너무 많은것 아닌가요?”


“.....예?”


“엘프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이 알고 있는것도 그렇고, 모험가나 용병에 대해서 빠삭한것도 이상하죠. 심지어 마도서에 대해서는 저보다 잘 알고 있고 말이예요.”


굳이 물어보지 않길래 마도서의 정보에 대한 출처를 궁금해하지 않는줄 알았는데, 사실 속에 묻어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로저가 속으로 어떻게 변명할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사이, 카이나가 로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전부 로지스 경이 모험가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죠. 그렇지 않나요?”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로저는 사태가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빠르게 돌파구를 찾아냈다.


“맞....습니다. 제가 너무 숨기는게 서툴렀군요.”


“역시 제 추측이 맞았군요. 분명 대륙 서부 지역을 구석구석 돌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지식들이었어요.”


카이나는 도도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모습에서는 어딘가 의기양양한 기세가 묻어나왔다.


란티스나 로저가 보여주었던 추리에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던것이 분명해보였다.


로저는 대충 맞장구를 쳐주면서 또 이게 아예 말이 안되는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모험가 출신으로 왕실 기사단에 입단한다는것 부터가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지만, 당장 적당한 변명으로 써먹기에는 충분해보였던 것이다.


설령 아이바르의 숲에서 로저가 실수로 지나치게 아는체를 한다 하더라도, 이런 변명이 그가 의심을 사는 일을 막아줄 수 있으리라.


판단이 서자마자 로저는 곧바로 어깨를 쭉 펴고는 씩 웃었다.


“눈치채셨다면 어쩔 수 없군요. 사실 이런 일에는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편입니다.”


이미 로저를 바라보는 카이나의 눈에는 무형의 신뢰가 담겨있었다. 이 상태라면 아마 임무를 끝낼때까지 별다른 불만이 나올 일은 없어보였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아지드의 모습을 확인한 로저가 등에 짊어진 가방을 고쳐매면서 앞으로 걸어나왔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군요.”



#



아이바르로 내려가는 여정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기본적으로 도보를 이용하지만, 거리를 단축시킬수만 있다면 산길을 헤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모여서 출발한 탓에 처음에는 다같이 삐걱거렸지만 사흘이 지나자 그럭저럭 각자 맡은 일을 나누고 순번을 정할 수 있었다.


길지는 않지만, 같은 일행에 대해 알아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카이나는 물론이고 로저 역시 엘프를 직접 보는것은 처음이었기에 두 사람의 관심은 수시로 그에게 향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말이 많지 않았으며, 움직이는 동안에도 하염없이 먼산을 바라보는것을 즐겼다.


호리호리한 체구에 비해 체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며 떠도는 생활을 오래 해본것처럼 노숙과 야영에도 익숙했다.


고기를 마다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채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성격은 굉장히 차분하고 침착해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하는 편으로, 일행에 한명쯤은 필요한 성향임이 틀림없었다.


다만 가진 무력은 그리 강한편이 아니라서, 기껏해야 팔뚝만한 대거 한자루를 다뤄내는게 고작이었다.


로저가 틈틈히 그와 검을 맞대면서 수준을 가늠해본 결과, 이번 임무에서 큰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아지드도 스스로의 힘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것을 아는지, 로저와 검을 몇번 맞대곤 고개를 저었다.


“고향에서도 무기를 다루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았지. 여기저기 떠돌다보니 그래도 호신술을 조금 익히기는 했지만.... 기사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군.”


새로운 재능을 얻은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로저는 그저 말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세 사람은 별다른 무리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로저와 아지드는 물론이고, 마법사인 카이나 역시 걷는 일에 상당히 익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었다.


대륙을 동에서 서로 횡단해본 만큼 그녀는 험한 길에도 불평 한마디 내뱉지 않고 묵묵히 일행을 따라왔다.


다분히 급조한 팀이었지만 생각보다 팀원을 잘 골라낸 듯 했다.


“조금 쉬었다 가겠습니다.”


인근의 마을에서 구입한 지도를 살펴보던 로저가 말하자 카이나는 곧바로 근처의 나무에 등을 기대고 쪼그려 앉았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적잖이 지친 모양이었다.


아지드는 팔짱을 낀 채 서서 조용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로저도 근처에 앉아서 숨을 고르려는데, 아지드가 갑자기 눈을 뜨고 말했다.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네.”


“네?”


그의 말에 로저도 마력을 사용해 감각을 끌어올렸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숫자는 열명을 조금 넘는정도.... 앞으로 5분 이내 이 근처를 지나가겠군.”


“그 거리에 있는 기척을 느낄 수 있단 말입니까?”


믿기 힘들다는 로저의 질문에 아지드는 고개를 들어 한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숲에 가까워지고 있네. 지면을 두드리는 발소리는 내게 천둥처럼 들려.”


“.........”


로저가 같이 지내면서 느꼈던 바로 아지드는 허투루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로저에게 향하자, 로저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제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두분은 쉬고 계시지요.”


“괜찮겠나?”


“여기서 기다리다 무슨일이 생기면 가세해주면 될것 같군요. 우리 중에서 이만한 감지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지드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마법사인 카이나를 보내기도 마음에 걸리니, 로저 본인이 직접 움직이는게 나았다.


등에 지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자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것이 느껴진다.


가방위에 가로로 메어놓았던 검을 끌러쥔 로저는 곧장 아지드가 고개를 돌린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타앗!


달리는 도중에 마력을 끌어올리자 금세 두 다리에 힘이 실리면서 발을 구를때마다 땅이 깊게 패였다.


그와 함께 로저의 몸이 앞으로 빠르게 쏘아져나갔다.


산길을 따라 어느정도 달렸다 싶은 순간, 저 앞쪽에서 강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예전이었다면 찜찜한 기분을 무시하고 말았겠지만, 검귀의 재능을 얻은 뒤로 로저는 이런 종류의 감각을 결코 경시하지 않았다.


즉시 발을 멈추고 쓰러진 나무 뒤에 숨어 마력까지 가라앉힌 순간 저편에서 확연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발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숫자는 아지드가 말했던 것처럼 정확하게 열댓명. 하나같이 걸음걸이가 규칙적이고 안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무리의 가장 앞에서 걷고 있는 마커스의 익숙한 얼굴을 본 순간 로저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설마 이런데서 마주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11번대보다 먼저 출발했으면서 아직까지 여기 머무르고 있다니....’


로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슬쩍 고개를 들어 마커스와 8번대가 향하는 방향을 가늠해봤다.


다행히 그들의 발걸음은 아지드와 카이나가 쉬고 있는 장소와 겹치지는 않는것 같았다.


일부러 그들과 얼굴을 맞댈 생각은 없던 로저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조용하게 숨을 죽였다.


이런 외진 곳에서 8번대와 마주쳤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마커스 역시 엄연한 왕실 기사단 소속이지만, 로저는 그의 인성을 조금도 신뢰하지 않았다.


그 순간, 마커스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시선을 로저쪽으로 돌렸다.


“.....!!!”


“대장님, 왜 그러십니까?”


그런 마커스의 모습을 본 중년의 기사가 그에게 물었다. 다른 기사들에 비해 확연히 다른 기세를 풍기는것을 보니 그가 8번대의 부관인 모양이었다.


“이상해. 누군가 계속 지켜보고 있는것 같단 말이지....”


마커스의 감각 역시 보통은 아니었던 것이다. 로저는 조용히 한손으로 입과 코를 가렸다.


여기서 그가 숨어있는것을 들켰다가는 마커스에게 쓸데없는 명분을 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작 그 말을 들은 8번대의 부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산에 들어올때부터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지겨우니 그만 하죠.”


“이자식이 감히 대장이 말하는데 토를 달아? 내가 그렇다는데 니들이 뭘 알아!”


“아, 예예. 알겠습니다. 뭐 저희가 대신 이 산을 싹 갈아엎어드리면 됩니까?”


부관이 시큰둥하게 대꾸하자 뒤를 따르던 대원들이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마커스는 얼굴을 와락 구겼지만, 의외로 더이상은 말하지 않고 그들을 내버려 두었다.


‘같은 번대원들과는 의외로 사이가 좋은 모양이군.’


하긴 누군가를 괴롭히고 협박하는 일도 쿵짝이 맞아야 같이 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예전의 로지스를 괴롭히면서 대원들간의 친목을 다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잡담은 그만하고 슬슬 집중해라. 이제 아이바르쪽에 거의 다 도착했으니까. 왕자 전하께서 우리에게 직접 내려주신 임무다.”


“그것도 그렇군요. 설마 전하가 저희 번대를 눈여겨보고 계실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부관의 말에 마커스는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어디든지 잘난 놈들은 윗사람의 눈에 띄기 마련이야. 그년은 지 새끼만 감싸고 도느라 그딴것도 모르겠지만.”


“이번 일만 잘 해내면 전하의 눈에 들 수도 있겠군요.”


“그래. 어쩌면 전하가 내려주시는 줄을 잡게 될지도 모르는일이지. 그렇게 된다면 더이상 그년에게 허리를 굽신거릴 필요도 없어.”


그렇게 중얼거린 마커스는 갑자기 몸을 홱 돌려 8번대의 단원을 보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출발하기 전에 말했던것 기억하겠지? 만약, 임무 도중에 언제든지 기회가 생긴다면..... 절대로 망설이지 마라. 알겠냐?”


“물론입니다!”


살기가 번들거리는 마커스의 말에 다른 기사들이 곧바로 대답했다.


“좋아. 이번이 아주 좋은 기회란 말이야. 우리 팔자를 고치고, 지금까지 우릴 엿먹인 그놈도 같이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슬슬 내려가보자고.”


마커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8번대를 이끌고 곧장 길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


로저는 그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사실 그리 놀라운 내용은 아니었다.


8번대와 같이 임무를 나온 이상 뒤통수를 조심해야 한다는 건 로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


적어도 마커스의 말에서 나온 ‘그년’과 ‘그놈’이 누구인지는 분명해보였다.


몸에 달라붙은 나뭇잎을 털어내면서 왔던 길을 돌아오자 두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요?”


그 사이 기운을 차린 카이나의 질문에 로저는 거기서 본것을 이야기해주었다.


마커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찌푸려졌다.


“자기들끼리도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정말 조심해야겠어요.”


“틈을 주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겁니다. 아지드가 방금처럼 해줄수 있다면 애초에 마주칠 상황을 피할수도 있겠죠.”


로저의 말에 아지드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숲과 가까운 곳이라면.”


“아직 제대로 조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뒤에 적을 두고 있는셈이군요.”


카이나는 그렇게 투덜거렸지만 이미 로저에게 설명을 들은적이 있는만큼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로저는 나무 등걸 밑에 놓아두었던 가방을 들쳐메곤 말했다.


“바로 움직이죠. 8번대보다는 빨리 아이바르에 도착해야 먼저 자리를 잡고 조사를 진행하기 수월할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반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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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국면 전환 +30 20.06.13 30,277 995 14쪽
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8 914 14쪽
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9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0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50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7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4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7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7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2 981 12쪽
» 내부의 적 +18 20.06.06 32,825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8 1,040 11쪽
26 한명 더 +20 20.06.04 33,592 969 13쪽
25 두번째 임무 +14 20.06.03 33,566 970 12쪽
24 협력의 대가 +20 20.06.02 33,785 996 12쪽
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21 확신을 더하다 +30 20.05.30 35,947 993 11쪽
20 대담 +35 20.05.29 36,834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1 1,064 12쪽
18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6 1,083 11쪽
17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50 1,052 12쪽
16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899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1 1,1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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