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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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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최근연재일 :
2020.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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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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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두번째 임무

DUMMY

11번대는 왕궁 후문을 통해 궁 밖으로 나왔다.


상당히 이른 시간이라 왕궁 근처를 돌아다니는 시민들도 그리 많지 않아서 시선을 끄는 일은 없었다.


“로지스 부관.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로저가 가만히 부대의 뒤를 따라가고 있자니, 앞장서서 걷고 있던 콘라드가 그를 불렀다.


“말씀하시죠.”


“걸으면서 얘기하지.”


왕도 밖으로 나가는 대로로 향하면서 콘라드가 말했다.


“전하께서 직접 내려주신 임무이니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번 임무는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네.”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상한점을 따지기 시작하면 한두가지가 아니지. 조사업무라는 두루뭉술한 목적에, 통일성없는 부대 차출. 그리고 뜬금없는 자네의 존재까지 말이야.”


“.........”


“나와 11번대의 단원들은 자네에게 큰 악감정이 없네. 물론 자네가 단장님과의 인연으로 부관 직위를 꿰찼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하지만, 자리에 앉는 과정보다는 앉고 나서가 더 중요한 법이지.”


콘라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자네는 단장님에게 직언을 드릴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딱히 억지를 부리거나 불공평한 처사를 한 적이 없네. 그것만으로도 그 자리에서 제몫은 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 기사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있기는 했지만 자네는 평가전에서 직접 증명하지 않았나?”


“그래서 제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십니까?”


콘라드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로저의 표정에는 딱히 변화가 없었다.


맥락이 없고 말이 길다. 과묵한 편에 속하는 그가 이렇게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단지 로저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는 아닐것이 분명했다.


“솔직하게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말이 길었군. 내가 묻고 싶은건 한가지 뿐이네. 지금 이 임무에 나서게 된것이 자네의 의사인가?”


“.......”


“자네를 8번대와 같이 보내지 않은것은 단장님의 배려겠지. 하지만 부관이 이 임무에 차출된 것 자체는 단장님의 의사일것 같지가 않군.”


콘라드는 로저가 지금 이 임무에 참여하게 된 것이 왕자의 뜻인지를 묻고 있는것이다.


‘저돌적이군.’


단장의 부관이 느닷없이 실전 임무에 투입되는 걸 이상하다고 생각할수는 있지만, 대놓고 그 장본인에게 물어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저는 오히려 콘라드 경에게 물어보고 싶군요.”


로저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제가 그걸 대답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글쎄. 자네가 만약 왕자 전하의 의지로 이 임무에 투입된 거라면..... 지금보다 검집을 단단하게 동여맬 필요가 있겠지. 우리의 예상보다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일테니까.”


기사단의 간부직을 꿰차고 있기 때문일까. 콘라드가 그리 생각보다 타성에 젖은 사람이 아니라는것은 로저에게 의외였다.


로저는 걸음을 멈춰세우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에서 말없이 걷고 있던 다른 11번대의 단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중에서 콘라드의 바로 뒤에 서 있던 능글능글한 인상의 청년이 씩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와이즈먼 경. 설마 우리가 둘이 나눈 대화를 어디가서 이야기할거라고 의심하는건 아니지? 우린 생각보다 입이 무거운 친구들이라고.”


자신만만한 말투와 흔들림없는 걸음걸이는 다른 단원들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아마 그가 콘라드를 직접 보좌하는 11번대의 부관이겠지.


로저도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이제부터 저는 따로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양해를 구하려고 합니다.”


“뭐?”


“콘라드 경에게 대답이 될 수 있다면 좋겠군요.”


로저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고개를 숙인 뒤 곧바로 왕도의 거리 한쪽으로 사라졌다.


그 걸음걸이가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콘라드조차도 미처 잡아세우지 못할 정도였다.


콘라드의 부관, 토메르가 기가 차다는 듯이 웃었다.


“선문답이 상당한 녀석인데요?”


“단장님의 눈에 든 사람이니 평범한 기사는 아니었겠지.”


콘라드는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등을 돌렸다.


“적어도 대답은 제대로 해줬으니 충분하다.”


“네? 언제 대답을 해준겁니까?”


기사단의 인원이 조직적으로 차출된 임무에서 로지스 와이즈먼이 혼자 움직여야 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로저는 지금 흘러가는 이 상황이 그의 의사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한 셈이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적어도 이 임무 뒤에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지금 뒤에서 이 상황을 컨트롤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직 신경이 쓰이지만..... 그가 짐작하는 대로라면 콘라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리라.


떠오르는 미혹을 가슴속에 깔끔하게 묻어버린 콘라드가 걸음을 옮겼다.


“2번대를 따라잡으려면 빠르게 움직여야겠군. 왕도를 벗어나는 즉시 마력을 사용한다. 목적지는 남부 아이바르의 숲이다.”



#



로저는 11번대와 헤어지자마자 골목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다시 그 자리로 향했다.


상당히 시간이 끌린탓에 이미 다른 기사들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빨간 머리에 가벼운 차림을 한 날카로운 표정의 여자가 거리 한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로저가 빙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약속한 장소에 나오신걸보니 제가 드린 대가가 마음에 드신 모양이군요.”


“......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건 인정하겠어요.”


카이나는 툴툴거리면서 대꾸했다.


“제가 말씀드린 정보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을텐데요.”


“그 늙은 신부의 입을 열게 만들 방법이 없다는걸 제외하면 말이죠.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때 생각했어야 했는데.”


이미 그녀는 제국 쪽의 지인을 통해 정보를 캐내려는 시도까지 해본 모양이었다.


“어찌나 과묵한지 버드웨이 가문의 징표가 없었으면 그가 정말 마도사의 후손인지도 몰랐을거라더군요.”


“그걸 제가 알고 있었다면 당연히 마도서를 찾아 나서지 않았겠습니까? 저로서는 최선을 다한겁니다.”


물론 로저는 늙은 신부의 눈을 치료해주면 그가 무덤의 위치를 가르쳐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로저의 대답에 그녀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일단 버드웨이의 후손을 찾아낸것만으로 만족해야겠죠.”


지지부진한 연구에 큰 진척을 안겨다주었으니 처음부터 그를 책망할 생각은 없었을 터였다.


예상대로 카이나는 몇번 툴툴거리더니 금세 로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린 이제부터 어떻게 할거죠?”


“임무가 많이 기대되시는 모양이군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난 최소 일주일은 노숙을 할 각오를 하고 나왔다고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겁니다. 이번 임무는 길어도 닷새 이내로 끝나지 않을까 싶군요. 물론 그 사이에 별다른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아이바르의 숲으로 간다면서요? 가는길이 위험하지는 않겠군요.”


아이바르의 숲은 레이포드 왕국 남부 지역에 위치한 거대한 수림으로, 열대우림이라기보다는 굵직굵직한 거목들이 자라난 숲에 가까웠다.


이곳이랑 환경이 그렇게 크게 차이나지 않는데다 외딴 지역이기는 해도 환경 자체가 위험한 장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숲 안쪽에 뭐가 숨어있느냐가 문제겠지.’


“아이바르로 내려가기 전에 잠시 들러야 할 곳이 몇군데 있습니다.”


“뭐, 로지스 경도 준비가 필요하긴 하겠죠. 알겠어요.”


“그럼 일단 도박장부터 가볼까요?”


“........뭐라구요?”


카이나의 표정이 와락 구겨지는것을 보면서 로저가 씩 웃었다.



#




쿵!!


반쯤 비워진 술잔이 테이블 위에 떨어지자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흐흐흐.... 네가 원할때마다 내가 제깍제깍 도와줄거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큰 착각이야.”


란티스는 흐리멍텅하게 풀린 눈으로 로저를 삐딱하게 노려보면서 중얼거렸다.


“심지어 이번에도 여자를 데리고 왔군. 아주 날 죽이려고 작정한 모양이야.”


“한번 설명했는데도 말귀를 못알아듣는군. 날 도와주실 마법사님이라고.”


로저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지만, 그는 대답하는 대신 다시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거나하게 취한 그의 입가로 갈색의 액체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도박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마시는일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로저의 옆에 앉은 카이나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란티스에게 들리지 않게 로저에게 말했다.


“로지스 경. 이런 주정뱅이에게 도대체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예요?”


“저렇게 보여도 머리가 상당히 좋은 사람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조언을 한번 듣는것도 나쁘지 않겠죠.”


“저렇게 취했으면서도 술을 계속 들이붓는다니.... 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군요.”


마탑의 마법사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광경이었나. 어찌됐든 카이나 역시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납득한것처럼 보였다.


란티스는 느닷없이 그 음울한 시선을 카이나에게로 돌리더니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노골적인 시선에 카이나가 미간을 찌푸린 순간,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말했다.


“이그니토의 마법사였군. 여기 온지는 보름 정도 됐나? 엘레바넘, 테라노어, 로호, 켈릭스... 유명한 도서관만 찾아서 멀리도 돌아다녔군.”


카이나의 표정이 변하는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란티스가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마도서를 찾는 모양인데 레이포드에서는 별로 얻을게 없을거다. 차라리 더 서쪽으로 가서 고대 문헌들을 뒤지는게 나을수도 있겠군.”


“.....제가 여러 도서관을 돌아다닌 사실은 어떻게 안거죠?”


란티스는 곧장 그녀의 가방과 신발을 가리켰다.


“신발끈은 엘레바넘에서, 가방에 달린 자물쇠는 로호에서 매달았군. 신발 밑창에 붙은 붉은 모래가 아직 남아있는걸 보니 켈릭스의 사막을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테지. 이 세 도시의 공통점은 오래된 사료와 문헌을 보관하는데 적지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것 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테라노어의 대도서관을 들리지 않았을것같지는 않군.”


그녀가 경악한 눈으로 두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로저는 그녀의 시선을 받고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당신, 무슨 탐정이라도 되는건가요?”


“여러 지역의 특산품을 알아보는 교육을 받았을 뿐이지.”


란티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노골적으로 로저를 쳐다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 슬슬 할말만 하고 꺼져줬으면 좋겠는데.”


로저는 대답하는 대신 씩 웃었다.


란티스가 생각보다 예민하게 굴기는 했지만, 아르윈의 일을 생각하면 그가 로저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정 안되면 저번에 그가 넘겨준 피묻은 은화를 이번에 바로 내놓을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어보였다.


“일단 그 전에 크레시에 경이 했던 말부터 전해줘야 겠군.”


“....그 여자가 또 무슨 말을 했나?”


“아르윈에 관련된 이야기다. 네가 직접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크레시에가 이야기했던 무명의 창사와 가라르 남작가의 이야기를 전해주자 란티스는 피곤한듯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내 목숨과 관련된 일이니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별로 의미는 없을거다.”


로저도 내심 동의했다. 크레시에가 말했던 것처럼 영웅급 창사를 고용할 만큼 강력한 배후의 정체를 알아내기는 쉬운일이 아니었다.


“이제 빨리 네 볼일이나 말해. 난 더 마신 다음에 자러 갈 생각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란티스의 눈동자는 상당히 충혈되어 있었다. 그 성격에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있었을리가 없으니, 아마 밤새 달린 모양이었다.


로저 역시 그렇게 시간이 많은건 아니었기 때문에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좋아. 이번에 내가 맡은 임무는 저번과는 좀 달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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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난입 +19 20.06.13 29,272 935 14쪽
39 국면 전환 +30 20.06.13 30,277 995 14쪽
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8 914 14쪽
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9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1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50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8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4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7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7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2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5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8 1,040 11쪽
26 한명 더 +20 20.06.04 33,592 969 13쪽
» 두번째 임무 +14 20.06.03 33,567 970 12쪽
24 협력의 대가 +20 20.06.02 33,785 996 12쪽
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21 확신을 더하다 +30 20.05.30 35,947 993 11쪽
20 대담 +35 20.05.29 36,834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1 1,064 12쪽
18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6 1,083 11쪽
17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50 1,052 12쪽
16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899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2 1,129 13쪽
14 첫번째 임무 (3) +24 20.05.23 40,109 1,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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