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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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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최근연재일 :
2020.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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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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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이데르타 (2)

DUMMY

아직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관망만 하고 있지만, 그녀가 전장에 개입하기 시작한다면 기사단은 순식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말 터.


네이먼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낸 실력을 생각해볼때 그녀를 막기 위해서는 콘라드나 남부 기사단의 간부급 상위기사들이 나서야겠지만, 그들이 이 전장에서 이탈하는 순간 남부 기사단은 엄청난 열세에 처하고 말 것이다.


‘결국 지금의 전장을 유지시키면서도 네이먼의 전투가 끝날때까지 이데르타의 발을 묶어둘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인데...’


로저는 억지로 생각을 이어나가기는 했지만 사실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다.


기적적으로 균형이 맞춰진 이 상황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가 1인분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로저는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이것을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발버둥을 쳤던게 아닌가.


결심을 굳힌 그가 곧바로 검을 쥐고 다리에 힘을 주려는 찰나, 이변이 일어났다.


파팟!!


누군가 그의 뒤에서 나타나 섬전처럼 빠른 속도로 이데르타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로저를 스쳐지나간 그 인영은 깃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몇번 도약하더니 순식간에 폭포를 거슬러 올라 이데르타의 앞에 내려섰다.


그 범상치 않은 움직임에 로저도 순간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얼굴을 확인하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


“개같은 악마년. 오늘 다시 지옥으로 돌려보내주지.”


아까 그에게 시비를 걸었던 달리야라는 여기사가 씨근거리면서 이데르타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씨발.....”


로저의 입에서 절로 험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없었던게 아니라는건 알겠지만, 하필 저 여자라는게 문제였다.


일전에 한번 붙어봤을때 로저는 이미 달리야의 실력에 대해 결론을 내린 상황. 검귀의 기억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그녀의 기량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구멍투성이에 가까웠다.


“못보던 얼굴인데, 넌 누구야?”


코앞에 칼끝을 들이댔는데도 이데르타는 여전히 검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채 여유로운 모습을 잃지 않았다.


그 태도를 보고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면 좋았겠지만, 달리야는 콧김을 한번 내뿜고는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죽어!!”


짧은 외침과 함께 달리야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공기가 오그라드는 작은 소음을 남기고 가속한 그녀의 작은 몸이 마치 허공을 뛰어넘은 것처럼 이데르타의 뒤쪽에서 나타났다.


인간을 뛰어넘는 동체시력을 가진 로저가 순간 그 움직임을 놓칠만큼 엄청난 속도.


동시에 로저의 내면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검귀의 기억이 그 속도의 근원을 파헤쳤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방향과 판단, 타이밍이 핵심.


상대의 시야 사각을 빼앗고 한발 먼저 움직이면서 온 몸을 한 방향으로 던지듯이 달리기에 가능한 일이다.


육체 능력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움직이는 순간부터 시야의 사각으로 향하는 판단과 호흡을 빼앗는 타이밍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않고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것.


저런 속도와 변칙적인 검술을 결합하니 로저도 쉽사리 반격할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처음에는 계속 막아내기에 바빴던 것이다.


후욱!!


달리야가 짧게 거머쥔 칼날이 허공에서 한차례 꺾이더니 번개같은 속도로 이데르타의 목을 노리고 쏘아졌다.


이데르타의 옆을 스쳐지나가는것과 거의 동시에 검을 휘두르는 그 움직임은 회의적이었던 로저가 보기에도 완벽했다. 이데르타가 달리야의 기척을 놓쳤다면 확실한 유효타를 가하는것이 가능해보일만큼.


하지만 달리야의 칼날이 이데르타의 긴 머리칼을 건드리기 직전, 그녀의 눈동자가 옆으로 데구르르 굴러 정확하게 달리야를 포착했다.


카아앙!!


거짓말처럼 그 사이로 짓쳐들어온 이데르타의 장검이 달리야의 검격을 막아냈다.


“우리 귀여운 기사님이 도대체 뭘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네.”


이데르타가 히죽 웃었다.


이 공격이 막힐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일까. 얼어붙은듯이 멈춰버린 달리야의 모습을 보며 이데르타가 느긋하게 말했다.


“이제 내 차례지?”


우두둑!!


이데르타의 검이 갑자기 풍선처럼 부풀더니 검의 안쪽에서 수백개가 넘은 가시들이 솟아올랐다.


그 흉악한 모습을 본 달리야가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두 팔을 움직였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짐승의 이빨을 박아넣은듯한 기괴한 모양의 검은 그녀의 나약한 방어를 넘어 너무나도 쉽게 그녀의 배를 꿰뚫었다.


콰직!!


“카하악!!”


피도, 비명도 없었다. 짧은 단말마와 함께 달리야의 작은 몸이 그대로 이데르타의 검에 매달려 허공에 치켜올려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으로 배를 꿰뚫은 검을 붙잡은 달리야의 모습을 감상하던 이데르타가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알량한 재능을 믿고 날뛰는 벌거숭이들이 널려있군.”


“카아...! 카하악!!”


“난 주제를 모르는 멍청이들이 너무 싫어.”


그 말과 함께 이데르타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 달리야를 폭포 아래쪽으로 내다 꽃아버렸다.


콰앙!!


“.......”


로저는 그 일방적인 학살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달리야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이데르타의 검에 관통당한 순간 검에 달린 가시가 그녀의 내장을 완전히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렸을테니까.


애시당초 승부가 성립될 수 없는 전투. 저만한 실력차이라면 공격을 허용한 순간 죽음으로 이어지는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녀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살아남지 못했다면 만용에 불과했다.


“로지스 경!”


그때 로저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지드와 키아나가 상기된 얼굴로 그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카이나, 다른 기사들은....”


“모두 전장에 가세했어요.”


하긴 저렇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데 뒤에서 둘을 지킨다고 구경만 하기는 힘들었겠지.


지금도 피로 물든 강 사이에서 난무하는 칼부림을 슬쩍 쳐다본 로저가 곧바로 납득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몸을 숨기고 있는게 좋을것 같군요. 저 여자의 눈에 띄면 우리 모두가 위험해질겁니다.”


이데르타가 지금은 전장에 시선을 주고 있지만 언제 두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려도 이상하지 않다.


초인들의 감지능력은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라 그녀가 정말로 두사람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카이나는 로저의 말을 듣고도 고개를 저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예요.”


“네?”


“기척을 지우는 마도구를 기억하나?”


그때까지 가만히 그녀의 뒤에 서있던 아지드가 입을 열었다.


“검은 메달 말입니까?”


“그때 내가 숲을 감각권에 넣으면서 발생하는 감각의 공백이 있다고 말했었지.”


로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감각의 공백으로 메달을 가진 적들의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던게 아닌가.


엘프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네피로스의 후예들이 가하는 기습에 대처하기 쉽지는 않았을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집중해보니 알 수 있더군. 놈들의 거점을 찾아냈네.”





#





수십 수백이 넘는 사상자를 낳은 끝에 전장은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여전히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고 몸을 부딫히고 있지만 아까만큼의 치열한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것이다.


병장기가 부딫히는 날카로운 금속음 사이로 묘한 적막이 흘렀다.


지금도 저 폭포 위쪽에서 핏물이 떨어져내리는 이상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세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것이다.


아직까지 폭포 상류로 가는 길을 뚫어내지 못한 기사들의 얼굴에 하나둘씩 낭패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사실 남부 기사단의 입장에서 시간이 끌린다고 마냥 불리한건 아니었다.


이곳에는 수십명의 기사들이 모여있을뿐이지만, 왕도 기사단에서 증원한 2번대와 8번대의 경우 이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남부 기사단을 도와주러 올 수만 있다면 전세는 단번에 역전될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격전을 치루고도 아직 상대방이 무엇을 위해 이 숲을 피범벅으로 만들었는지 아직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것 역시 사실.


네피로스의 후예들 하나하나의 전력은 기사단의 기사들보다는 약했지만, 그들 역시 철저한 훈련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살인병기로 만들어진 전사들이었다.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통해서 길을 막고 버티니 기사단이나 11번대의 상위기사들도 이를 뚫어낼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간부급 상위기사들은 마력과 특수한 기술을 사용해서 강한 파괴력을 만들어낼수 있었지만, 저 위에서 이데르타가 지켜보는 이상 대놓고 그런 기술을 사용하는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이 전장을 관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사단을 끊임없이 압박하는것과 동시에, 아직 그들이 적의 전력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챈 로저가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것은 이데르타를 이 전장에 끌어내려서 저쪽이 뭘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는 말이지.’


전투가 벌어지는 격전지를 빙 돌아서 폭포 바로 아래쪽에 다다랐다.


폭포 아래쪽에는 온몸이 비틀린 달리야의 시체가 기괴한 모습으로 쓰러져있었다.


죽어가는 동안 고통에 몸부림친 모양인지 사방으로 피가 난자한데다, 눈을 감지도 못하고 경련한채로 굳은 얼굴은 맨정신으로는 마주하기 힘들만큼 처참했다.


전투에서 패배한 기사의 최후는 가혹하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로저는 차분한 시선으로 달리야의 모습을 온전히 눈에 담았다.


달리야의 만용은 참혹한 결말로 끝났지만 로저는 그녀에게 딱히 연민을 느끼지는 않았다. 상대의 실력도 모르고 섣부르게 검을 들이댄 순간부터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다.


‘극단적이고 변칙성이 강한 스타일의 한계지.’


통한다면 월등히 강한 상대와도 무기를 맞댈 수 있지만, 헛점을 간파당하면 허무할정도로 쉽게 무너져버린다.


꾸준한 실전을 통해 장점을 남기고 단점을 보완하다보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었겠지만....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다.


만약 로저가 어느 순간에라도 실패한다면, 그가 맞이하게 될 결말은 오직 이런 방식뿐이겠지.


그 다음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결말을 피하기 위해 그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달리야의 시체를 지나쳐 폭포 아래쪽에 선 로저는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데르타의 시야에서 벗어나는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상관없다.


중요한것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


“하아아아아아!!!”


마력까지 사용해서 성대를 잔뜩 진동시키자 로저의 목소리가 온 숲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전장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그 순간, 로저는 단번에 마력을 끌어올려 땅을 박찼다.


타앗!!


여지껏 폭포의 위쪽으로 가는 길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네피로스의 후예들은 허무할정도로 쉽게 로저의 움직임을 허용했다.


그가 몸을 날린곳이 물길이 흘러내리는 쪽이 아닌, 이데르타가 서 있던 폭포의 끝자락이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이데르타의 앞에 내려선 로저의 모습을 수백명이 동시에 눈에 담고,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모두가 이해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것은 콘라드였다. 그는 체내에 남아있는 마력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모두 집중해라! 로지스 경이 시선을 끌어주는 사이 이번에야말로 길을 뚫어야한다!!”


적어도 로저가 이데르타를 상대하는동안에는 상위기사들이 ‘검식’을 비롯한 기술을 사용하는데 부담이 없어지게 된다.


콘라드가 쥔 칼날에 녹색의 빛이 번뜩이기 시작하자, 남부 기사단의 다른 간부급 기사들도 곧바로 앞으로 나서면서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네피로스의 후예들 사이에서도 범상치 않은 기세를 지닌 자들이 몇몇 앞으로 나와 마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정상적으로 검을 맞대는것만으로는 막아낼 수 없다는것을 직감한 것이다.


다시 한번 두 세력이 격돌하는것을 내려다본 로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멈춰있던 소강상태를 깨부순것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와 시선을 끈 보람이 있었다.


네이먼과 가면을 쓴 사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기사단의 부단장이 이성을 잃은 상대로 그리 쉽게 당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오롯이 로저 앞에 놓인 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이데르타가 재밌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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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한계 +22 20.06.14 29,292 874 14쪽
41 적이 원하는것 +22 20.06.14 29,343 869 13쪽
40 난입 +19 20.06.13 29,272 935 14쪽
39 국면 전환 +30 20.06.13 30,277 995 14쪽
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8 914 14쪽
»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9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0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50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7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4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7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7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2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4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8 1,040 11쪽
26 한명 더 +20 20.06.04 33,592 969 13쪽
25 두번째 임무 +14 20.06.03 33,566 970 12쪽
24 협력의 대가 +20 20.06.02 33,785 996 12쪽
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21 확신을 더하다 +30 20.05.30 35,947 993 11쪽
20 대담 +35 20.05.29 36,834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1 1,064 12쪽
18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6 1,083 11쪽
17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50 1,052 12쪽
16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899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1 1,129 13쪽
14 첫번째 임무 (3) +24 20.05.23 40,109 1,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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