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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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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최근연재일 :
2020.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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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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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이바르의 숲

DUMMY

“.....과찬이십니다.”


한번 검격을 나누는 사이 마티아는 로저가 어디 소속인지까지 눈치챈 모양이었다. 엄청난 눈썰미였다.


“그 짧은 순간에 제가 누구를 노리는지 알아채고 막아설 정도라면 보통 재능은 아닌셈이죠. 재밌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후후 웃었지만, 여전히 아지드의 코앞에 드리운 장도를 치울생각은 없어보였다.


‘.....골치아픈 일이군.’


로저가 마티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건, 순간 그녀의 시선이 로저와는 묘하게 어긋나고 있다는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마티아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일행의 가장 뒤쪽에서 눈을 감고 있던 아지드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의식이 짓눌리는 느낌이 들어서 올라와본건데.... 예상외의 물건이 잡혔군요.”


아지드가 감각을 넓힌 순간 그것을 눈치채고 검을 뽑은것인가. 가공할 속도뿐만 아니라 판단력까지 겸비한 실력자가 틀림없었다.


로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저희는 왕자 전하의 명을 받고 아이바르를 조사하기 위해 온 사람들입니다. 조사전단의 일에 간섭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마티아는 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저희 레인저들이 그 말을 들어줄거라고 생각하나 보군요.”


“.......”


말이 통하지 않는다. 아니, 굳이 대화를 할 필요도 없는것이다.


승부를 자신할 수 없던 남부 기사단과는 달리, 지금 마티아의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은 너무나 쉬운 먹잇감일테니까.


‘결국 실력행사 뿐인가...’


어영부영 시간을 끌다가 저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레인저들이 가세하면 답도 없어진다.


이 자리에서 빠르게 마티아를 제압하고 도망치는게 최선이겠지만, 그게 가능할지조차 의문이었다.


그때 로저의 옆에서 환한 빛이 피어오르고, 뒤이어 살이 타들어가는듯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힘조절을 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데....”


차가운 표정으로 말한 카이나의 왼손에 거대한 화염의 소용돌이가 떠올라 있었다.


“이제 그만 뒤로 물러나주시겠어요?”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로저는 내심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카이나를 만난지 시간이 좀 지났는데도 마법을 사용하는것을 본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거대한 불의 줄기가 살아움직이듯이 원을 그리며 제자리에서 카이나의 손을 향해 파고들어간다.


어느정도 거리가 있음에도 이 근방을 가득 메운 열기는 그녀가 시전한 마법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마탑의 마법사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실력은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카이나가 손에 쥐고 있는 불꽃은 그 이상이었다.


마티아도 그것을 알아보았는지 그녀를 살펴보고는 희미하게 웃었다.


“이그니토 마탑의 마법사군요. 서부 대륙에는 무슨 볼일이시죠?”


“그쪽이 알 필요는 없을것 같군요.”


“후후. 여기서 기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건 알고 있을텐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손에 쥐고 있던 장도를 돌려서 깔끔하게 납도한 마티아가 웃었다.


“좋아요. 권한을 받지 못한 이상 저희가 여러분에게 간섭할 권리는 없으니까요.”


“......”


로저는 그녀가 먼저 전투태세를 풀었음에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한걸음에 수십미터를 건너뛰어온 그녀의 속도라면 반응하기도 전에 일이 일어날수도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묘한 웃음을 지어보인 마티아는 작게 손을 흔들고는 등을 돌렸다.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를 바래요. 왕국이 흔들리는건 저희로서도 그리 바라는 일은 아니니.”


언덕을 내려간 마티아가 조사전단의 다른 레인저들을 이끌고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로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검을 집어넣은 그는 아직 눈을 감고 있는 아지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지드, 괜찮습니까?”


“덕분에.”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조사전단이 어느쪽으로 향하는지도 알아봐줫으면 좋겠군요.”


마티아는 왕국과 대립할 의사가 없는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황실의 명을 받는 제국 군인들에게 개인의 의사란 그리 중요한것이 아닐테니까.


하지만 아지드는 잠깐 생각하는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숲의 외곽을 따라 빠지고 있군. 정말로 안쪽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는 모양이야.”


“다행이군요.”


지금 이렇게 혼잡한 시국에 제국까지 아이바르의 숲 안쪽에서 난동을 피운다면 정말 힘들어질것이다.


“남부 기사단 쪽은 어떻습니까?”


“이곳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통해 숲으로 들어가고 있네. 미리 생각해놓은 길이 있는 모양이군.”


지금 당장 두 세력과 마주칠 가능성이 낮다는 말에 로저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두 세력중에서 따지자면 남부 기사단의 편을 들어줘야 겠지만, 로저는 애초에 그들과 합류할 생각이 없었다.


1번대처럼 남부 기사단과 힘을 합칠 생각이었다면 카이나와 아지드를 데려오지도 않았을것이다.


일행은 곧바로 언덕에서 내려와 숲 안쪽으로 진입했다.


아이바르의 숲 안쪽에는 사람의 몸통보다도 두꺼운 거목들이 가득했지만, 나무들 사이의 거리는 적당하게 떨어져 있어서 주변 시야를 잡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로저는 어떤 방향을 잡기 보다는 일단 숲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일에 집중했다.


만약 그 혼자뿐이었다면 숲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지형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방향을 정해야 했겠지만, 아지드가 있는 이상 그럴 필요는 없었다.


엘프가 숲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일따위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안쪽으로 들어오니 공기부터 다르네요.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인간에게는 모르지만 우리들에게는 실제로 비슷한 효과를 주지. 오래 달려도 지치지 않고, 숨을 몇번 내쉬면 금세 힘이 솟곤 하네. 성인이라면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한달을 버틸 수 있을 정도지.”


아지드는 담담하게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카이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신기한듯이 보고 물었다.


“아지드, 지금 괜찮은거 맞죠?”


그녀가 그렇게 물어보는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지드는 지금 일행의 맨 앞에서 눈을 감은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희미했던 그의 존재감은, 숲에 들어온 뒤로는 거의 사라진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지드는 무언가에 홀린것처럼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괜찮네. 오히려 그 어느때보다 충만한 기분이 드는군. 너무 오랫동안 잊고 감각이라.... 이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야.”


“마음에 드신 모양이군요.”


“자연이 안겨주는 이 고요함을 우리는 사랑한다네. 왜 이제서야 다시 돌아올 생각을 했는지 후회스러울 만큼.”


그가 하는말에는 절절한 그리움이 담겨있었지만, 로저는 굳이 그 사정을 캐묻지는 않았다.


‘엘프가 어떤 방식으로 멸망했는지는 대충 알고 있기도 했고.’


예전에는 단지 게임의 볼륨을 늘리기 위한 수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허무맹랑한 역사가 실제로 있었던 일일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카이나 역시 본인이 관심이 가는 분야가 아니라면 아예 궁금증조차 생기지 않는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법사다운 태도였다.


“기분이 좋은건 이해하지만 저희가 뭘 해야하는지를 잊어버리시면 곤란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 숲이 잘못될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로저의 말에 아지드가 조용하게 눈을 떴다.


“알고 있네. 세상을 도탄에 빠트리는 이들이 숲을 마음대로 이용하게 둘 수는 없는법이지.”


“쉽게 찾을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만만한 상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죠.”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감각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네.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을거야.”


로저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그렇게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가 아지드에게 원하는것은 이 광활한 숲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정확하게 길을 잡아주는것. 그리고 혹시나 모를 아주 작은 위화감을 놓치지 않는것 정도였다.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생각이지? 일단 가장 쉬운 방법은 숲의 중심으로 향하는 것일세. 자연의 정기가 가장 많이 몰려있으니 그곳에서라면 내 감각도 훨씬 확장될테지.”


아지드는 꽤 고양되었는지 먼저 로저에게 탐색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로저는 고개를 저었다.


“어딘가에 몸을 숨길거라면 숲의 중심을 굳이 선택하지는 않을겁니다. 위치가 너무 특정되어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길을 찾기도 쉽죠.”


“다른 생각이 있는겐가?”


“아이바르의 숲은 왕국 남부와 바이거 공국 사이를 길게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놈들은 왕국에서부터 숲으로 향했으니, 최남단을 집중적으로 뒤져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일단 숲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한다는 말이죠?”


카이나의 말에 로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바이거 공국으로 들어갔을리는 없으니까요.”


“그건..... 일리가 있군.”


로저의 설명을 들은 아지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거 공국령은 왕국의 크기에 비하면 섬에 가까울정도로 작은 영토를 가진 나라이지만, 그보다 밀입국이 힘든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공국의 주인인 바이거 공작이 대륙 전체에 무명을 떨치는 엄청난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공국령 전 지역이 그의 감각권 안에 들어와 있어서 멋모르고 발을 들인 이들은 순식간에 합당한 처벌을 받고 쫓겨나야 했다.


애시당초 공국령 자체가 그의 강력한 힘으로 세워진 것인 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네피로스의 후예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테니, 당연히 그 근처를 뒤져보는것이 타당한 일이었다.


“그래서 자네가 아직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던 거였군. 일단 안쪽으로 들어가야 뭔가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질테니까.”


“저 혼자였다면 숲 안쪽으로 향하는것조차 어려웠을겁니다. 이렇게 넓은 숲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기란 쉬운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엘프가 있다면 길을 잃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남은건 탐색을 마치고 최대한 빠르게 네피로스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것.


거기서부터는 카이나의 힘이 아주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아지드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화염 마법사를 데려온 이유가 있는법이니까.’



#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희미하게 비추던 햇살은 빠르게 사라지고 금세 사방이 어두워졌다.


기사인 로저의 눈으로도 가시거리가 확연하게 줄어들 정도가 되자 일행은 걸음을 멈췄다.


셋이 누울만한 공터를 찾아내 가운데 모닥불을 지피자 그나마 적당한 잠자리가 만들어졌다.


식사를 한 뒤 침낭을 펴고 자리에 눕는다. 불침번을 정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아지드는 숲 안에서라면 불침번이 필요없다고 말했지만 로저는 적당히 둘러대고 거절했다.


숲 안에 적이 있는것을 알면서도 엘프의 감각을 믿고 안전을 내맡기는건 바보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법사인 카이나를 배려해서 불침번 첫타로 세우고 로저는 눈을 붙였다.


“로지스. 일어나게.”


아지드가 어깨를 흔드는 감촉에 로저는 곧바로 눈을 떴다.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차가운 공기가 뺨을 쓸어내리고 있다.


높게 뻗은 나무들 너머로 비춰진 하늘에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별이 가득했다.


로저는 자신을 바라보는 아지드를 보고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눈좀 붙이시죠.”


“무슨 소리를 하는겐가?”


“제 차례가 되서 절 깨운게 아닙니까?”


“누군가 이곳으로 오고있네.”


“.......”


로저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바로 근처에 놓아둔 검을 쥐어들고 물었다.


“어느쪽입니까?”


“남쪽. 방금 전까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다가, 직전에 멈춰섰어. 우릴 기다리고 있는것 같군.”


“.....먼저 가 있겠습니다. 카이나를 깨워서 준비하라고 말해주세요.”


“알겠네.”


아지드는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도 무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로저는 싸늘한 공기를 헤치고 아지드가 가리킨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서서히 걷혀가는 어둠을 뚫고 나무들 사이를 걷던 로저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런 곳에서 목숨걸고 싸우려고 그렇게 게임을 열심히 했던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입김이 나올정도로 추운 새벽에 이 어두운 숲을 헤쳐나가고 있으니 온갖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내렸던 결정을 후회해본적은 없지만, 이 세상에 온 이후 어느것 하나 쉬운일이 없었던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앞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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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난입 +19 20.06.13 29,271 935 14쪽
39 국면 전환 +30 20.06.13 30,277 995 14쪽
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7 914 14쪽
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8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0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49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7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4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7 1,004 14쪽
»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7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2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4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7 1,040 11쪽
26 한명 더 +20 20.06.04 33,592 969 13쪽
25 두번째 임무 +14 20.06.03 33,566 970 12쪽
24 협력의 대가 +20 20.06.02 33,785 996 12쪽
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21 확신을 더하다 +30 20.05.30 35,947 993 11쪽
20 대담 +35 20.05.29 36,833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0 1,064 12쪽
18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5 1,083 11쪽
17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50 1,052 12쪽
16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899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1 1,129 13쪽
14 첫번째 임무 (3) +24 20.05.23 40,109 1,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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