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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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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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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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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한명 더

DUMMY

로저는 지하수도에서 뭘 찾아냈는지, 그리고 그걸 본 왕자가 어떤 결론을 내리고 기사단을 차출했는지 빠르게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정에 대해서는 카이나도 처음 듣는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로저는 빠르게 말하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게끔 공을 들였다.


당연하지만 로저는 설명을 하면서 네피로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설명할 방법도 없고, 괜한 의심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왕국에 대대적인 습격이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사람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래서 일단 네 생각을 들어보고 싶군. 곧바로 아이바르의 숲으로 향하는게 좋을지, 다른 대안이 있는지 알고 싶어.”


이미 일련의 상황은 로저의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왕자의 목적과 의도. 기사단의 움직임과 아이바르에서 일어날 일들. 현지에서 이미 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이들에 대한 정보까지도.


그러나 로저가 란티스에게 기대하는것은 지금 상황을 정리하는 깔끔한 요약이 아니다.


단지 좀 무모하고 가능성이 없어보여도 지금 로저가 생각하는것과는 좀 다른 시각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잠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란티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완전히 로저의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이거 제국이 개입할수도 있겠는데?”


“.....뭐?”


그는 대답하는 대신에 테이블에 턱을 괴고는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또 시답잖은 일거리를 들고 온줄 알았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재밌어보이는군. 레이포드 남부 지역 여러군데가 습격을 당했다는건 보통 소식이 아니야.”


“......”


“왕자가 기사단을 직접 차출했다는 것 역시 가벼운 의미는 아니지. 아이바르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는거나 다름없지 않냐. 이 정도라면 제국에서도 이쪽을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아니면.....”


“아니면?”


“이미 제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흐흐흐....”


란티스가 낮은 웃음을 흘렸지만 로저는 전혀 웃을수가 없었다. 그가 한 말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제국에서 이미 네피로스에 대해서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다면, 지금 레이포드에서 일어나는 일에 개입하려 들것이 분명했다.


딱딱하게 굳은 로저의 표정을 본 란티스가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심각하게 굴지는 마라, 겁쟁아.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니까. 설령 제국에서 정말로 사람을 파견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오지는 않을거다.”


란티스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제국 입장에서도 지금 이 시점에 레이포드와 대립각을 세울 생각은 없을테니까.


하지만 멸망한 암흑 제국의 유산이란, 지금 이 대륙의 패권을 거머쥔 중앙 제국 입장에서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분명했다.


란티스는 로저의 말을 들은 이후 부쩍 흥미가 생겼는지 먼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가정을 제외하고 생각나는건.... 아이바르의 숲을 따로 조사할 생각이라면 한명쯤은 더 필요하겠군. 적당히 눈치가 빠른 놈을 데려가면 그럭저럭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다.”


“모험가 연맹에 가볼 생각은 하고 있었어.”


카이나의 협력을 얻기는 했지만, 두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저번에는 용병 사무소에서 길잡이를 구했으니, 이번에는 모험가 연맹쪽에 가보는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란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험가든 용병이든 범죄자든 내가 알바는 아니고.... 중요한건 능력이지. 숲에 들어갈 생각이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크레시에 경 말고도 네가 아는 사람이 있다고?”


로저가 하는 말이 너무 노골적이었는지, 란티스가 입을 길쭉하게 찢으면서 음울하게 웃었다.


“흐흐..... 건방진 자식. 날 뭘로 보는거냐? 너처럼 특이한 놈들은 대충 기억해두는 편이다. 그래야 날 죽이러 온 게 누구인지 파악하기도 쉬울테니.”


허무맹랑한 소리였지만 실제로 란티스를 죽이려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으니 마냥 거짓말이라 흘려들을수는 없었다.


실제로 란티스가 기억하고 지낼정도라면 그가 소개시켜주려는 사람 역시 보통 인재는 아닐 터.


로저는 약간의 기대감을 담아서 물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군데?”


하지만 란티스는 시큰둥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고개를 저었다.


“이름은 모른다. 얼굴도 잘 몰라.”


“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생각이 난다는 말인가?


로저가 미간을 찌푸리는 사이, 란티스가 씩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는건 알지. 그거면 충분하지 않냐?”


“.........”


“이 정도면 필요한 단서는 준것 같군.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생각해보라고.”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로저에게 손을 내저었다. 더이상 그와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듯 했다.


상당히 찜찜한 문답이었지만 어찌돼었든 제국의 개입 가능성을 생각한것만으로도 괜찮은 소득이다.


그렇게 생각한 로저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옆에 앉아있던 카이나가 느닷없이 란티스에게 물었다.


“당신, 혈법사였군요?”


“....뭐?”


“아까부터 계속 묘한 감각이 느껴져서 신경쓰였는데, 이제야 알겠어요. 저희 마탑에서도 간간히 얼굴을 비추던 이들과 같은 느낌이 나는군요.”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란티스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래서 어쨌다는거지?”


“......”


무표정한 얼굴로 란티스를 쳐다보던 그녀는 결국 고개를 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아요. 제가 괜한 말을 했군요.”


먼저 밖으로 나가는 카이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로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앞으로 피냄새는 잘 숨기고 다니자고.”


스스로의 피와 타인의 고혈로 이적을 일으키는 혈법사는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다. 특히 마법사들의 세력이 강한 대륙 동부에서는 공공히 필요악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레이포드가 위치한 서부에서는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여기저기 알려져봐야 좋을것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어쨌거나 란티스는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어서는 안될 처지였으니.


란티스는 코웃음을 쳤다.


“크크크... 이게 다 누구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지? 아무래도 좋아.... 저 여자가 어디가서 떠벌릴 생각만 아니라면. 슬슬 피곤하니까 꺼져줬으면 좋겠군.”


손을 휘젓는 그를 뒤로 한 로저는 카이나가 도박장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것을 깨달았다.


로저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그가 혈법사라는것이 신경쓰이십니까?”


“아뇨.”


카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동대륙이 아니고, 이 나라에서는 혈법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을테죠. 그렇다면 저 역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아요.”


“합리적이군요.”


상당한 시간을 마탑에서 보냈을텐데도 카이나의 사고는 상당히 유연했다.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연구를 위해서라면 대륙을 횡단하는것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쓸데없는 의무에 매달리지 않는건 마법사들의 특징이죠. 이제 모험가 연맹에 갈 생각인가요?”


“란티스의 말대로 조사를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겠죠. 보통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용병이나 모험가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말입니다.”


“이해해요. 저도 서대륙으로 건너올때 항상 혼자였던건 아니니까요. 손이 많을수록 일은 편해지겠죠. ”


란티스를 만나고 나오자 어느새 거리에는 사람들이 꽤나 보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광장 쪽으로 걸으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굳이 모험가쪽으로 가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용병이나 모험가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용병의 경우에는 돈을 주고 일을 맡기는 만큼 맡은 일에 대해서는 처리하려는 깔끔한 자세를 보입니다. 다만 모험가는 돈을 받고 일을 하기도 하지만, 자기들끼리 뭉쳐서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허술하죠.”


카이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무조건 용병을 고용하는게 좋은것 아닌가요?”


“확실히 사무소가 사람을 가려받기 때문에 용병들의 실력은 확실한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모험가에 비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는데다가 의뢰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인력풀이 제한되어 있죠.”


“모험가 연맹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서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말이군요.”


“맞습니다. 수준낮은 모험가들이 수두룩하지만, 반대로 정말 특색있는 능력자들이 몰리는 곳도 연맹입니다. 각자 장단점이 있는법이죠.”


사실 용병 사무소를 다시 찾아가도 상관은 없겠지만 거기서 고용했던 길잡이, 반셀과는 안좋은 기억이 있었다.


게다가 모험가 연맹은 중반부까지는 쏠쏠하게 도움이 되는 곳이라 언제고 한번 찾아갈 생각이었다.


란티스가 했던 말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는것 말고는 아무런 단서도 없으니 기존의 계획대로 연맹을 먼저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여전히 사람이 가득한 중앙광장. 일전에 찾았던 용병사무소의 맞은편에 위치한 거대한 목재 건물이 있었다.


그럴듯한 간판을 내건 사무소와는 달리, 건물의 입구에는 모험가 연맹을 상징하는 날개달린 신발이 투박하게 새겨져 있을뿐이었다.


두 사람이 안쪽으로 들어간 순간 귀청을 때리는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큼 큰 목소리로 여기저기서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테이블에 앉아있든, 벽에 기대어 서 있든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큼지막한 술잔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용병 사무소도 비슷한 술판이기는 했지만 여기는 사무소보다 곱절은 요란법석하다.


카이나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로저는 모험가 연맹이 대륙 어느곳을 가던 이런 식이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건물 1층을 가득 채울 많큼 수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데도 의외로 곳곳에 널린 테이블은 비어있었다.


다들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다름 사람들과 떠드느라 여념이 없는 탓이다.


로저는 벽에 걸린 큼지막한 게시판 근처에서 낄낄거리고 있는 직원에게 맥주 두잔을 받아 적당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사람들이 가득해서 정신이 없다.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카이나는 금세 피곤해진 얼굴로 로저에게 물었다.


“너무 시끄럽군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을 찾을 생각이죠?”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을겁니다. 원래 괜찮은 사람들은 꼭 티를 내고 다니거든요. 이를테면 저 친구처럼 말이죠.”


로저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 구석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흑발의 청년을 가리켰다.


그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와 이야기를 하면서 비굴한 웃음을 짓고 있었는데, 누가봐도 여자를 꼬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것 같았다.


카이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딜봐서 그렇게 보이는거예요?”


“여러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옆에 쌓인 술잔을 보면 벌써 다섯잔은 마셨는데도 얼굴색은 변함이 없죠. 저렇게 억지로 웃고 있는데도 호흡이 흔들리지 않고, 여자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시선은 계속 주변을 오가고 있어요. 손을 쥐었다폈다하는걸 보면 장병기를 사용하는 쪽이고, 옷에는 이렇다 할 눌린 흔적이 없으니 갑옷을 착용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로저는 고개를 돌린 뒤 술잔을 기울이면서 말했다.


“이러한 조건들로 볼때 저 친구는 속도를 무기로 삼는 편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용하는 무기는 창이나 도끼, 메이스는 아닐테고.... 검이나 도, 혹은 대거 정도로 후보를 좁힐 수 있습니다. 저희가 찾고 있는 인재는 아닌셈이죠.”


“..........”


카이나는 놀란 눈으로 로저를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까 그 란티스라는 남자한테 옮기라도 한건가요?”


“하하....”


사고를 전개할 수 있는 조건만 주어져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여러가지 정보들을 손에 쥐고 있다면 로저는 금세 그럴듯한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란티스처럼 과감하면서도 색다른 시선으로 상황을 살피는것이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식으로 머리를 굴리기 위해서는 타고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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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난입 +19 20.06.13 29,271 935 14쪽
39 국면 전환 +30 20.06.13 30,277 995 14쪽
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7 914 14쪽
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8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0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49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7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4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7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6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2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4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7 1,040 11쪽
» 한명 더 +20 20.06.04 33,592 969 13쪽
25 두번째 임무 +14 20.06.03 33,566 970 12쪽
24 협력의 대가 +20 20.06.02 33,785 996 12쪽
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21 확신을 더하다 +30 20.05.30 35,947 993 11쪽
20 대담 +35 20.05.29 36,833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0 1,064 12쪽
18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5 1,083 11쪽
17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50 1,052 12쪽
16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899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1 1,129 13쪽
14 첫번째 임무 (3) +24 20.05.23 40,109 1,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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