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세린sr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대정령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세린sr
작품등록일 :
2018.10.17 02:37
최근연재일 :
2019.02.22 06: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175,909
추천수 :
28,900
글자수 :
215,275

작성
18.12.14 06:00
조회
7,774
추천
293
글자
12쪽

무공으로 대정령사 - 55

DUMMY


두 삶 모두 사람이 보기엔 그저 피어있는 것으로 보이기만 할뿐이다. 그렇지만 그 속을 느끼고 감지해보면 조용하지만 치열한 생존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무의 뿌리는 조용하지만 강하다. 마른 흙은 물론이고 두꺼운 돌을 뜷어 나가기도 한다. 그 힘은 오로지 생존을 향해서만 존재한다.

멀리에 있는 한 방울의 물을 향해 뻗어나가는 힘!

그 강인함은 그 어떤 맹수보다도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있다.


식물은 고요하다. 소리치지 않는다. 손을 가져다 대었을 때 고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몸 안에는 무엇보다 힘찬 맥박이 존재한다.

뿌리에. 줄기에. 가지에. 그리고 잎사귀와 꽃에.

이윽고 열매를 맺고. 다시 시들기까지의 흐름은 사람과도 비슷하다.


사람의 몸에 혈관이 있고 그 혈관이 핏줄이 되어 손 마디마디 까지 뻗어 피의 순환을 돕는다.

식물 역시 잎에 주맥이 있고 그 말단에는 그물맥이 있다. 측맥과세맥과 같은 여러 맥이 식물의 순환을 돕는다.

그렇다면 식물 역시 사람과 똑같이 맥으로 기운을 품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제 좀 나무의 정령. 드리아드와 더 마음 깊숙하게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다.


시몬은 고요하게 눈을 떴다.

정원엔 큰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의 잎사귀는 정원사가 다듬었는지 인위적인 모양으로 잘려 있었다.


시몬은 나무의 기둥에 손을 가져다댔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할 나무의 맥박이 손에 울렸다.


“드리아드의 말이 맞아······. 너는 이대로도 기분이 좋구나.”


사람의 손에 잘려진 가지가 바람에 흔들렸다.


‘대단해. 시몬. 인간이 이렇게까지 우리를 단숨에 이해하다니.’


시몬은 드리아드의 칭찬에 말했다.


“오행신공 덕분이야. 나무의 기운을······. 몸에 더 잘받아 들일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런 이해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이 대단해. 역시 나의 계약자야.’


드리아드는 뿌듯해 하며 시몬을 향해 웃었다.


드리아드가 기분이 좋아하니 시몬도 기뻤지만···.


‘더 자라진 않네······.’


지금. 확실히 목기(木氣)를 이해하면서 나무의 정령인 드리아드와 한 단계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그 때문에 이전처럼 드리아드가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정령이란거. 그렇게 쉽게 등급이 올라가며 성장하거나 그러지 않아.’

‘알았어. 더 열심히 할게’


드리아드의 지적을 들으며 시몬은 다짐했다.





* * *




그렇게 시몬이 백작의 저택에 묵게 된지도 며칠이 지났다.


“저 정령사. 며칠이나 이 곳에 묵을 생각이지?”

“얘기를 듣자하니······. 백작님께 사례를 바란 모양이던데 아직 구하지 못하셨다고 해.”

“그러면 한동안 더 있겠네.”


백작가문에 속한 기사 몇몇이 쉬는 시간을 틈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다.

그 대화의 주제는 당연하게도 백작가에 묵고 있는 손님이었다.


“왜. 불만인가?”

“베, 베로니카 씨!”


그 기사들 사이로 베로니카가 투구를 든 채 지나갔다. 잡담을 하던 기사 모두가 자세를 바로 하고 섰다. 바싹 군기가 든 모습이다.


“불만은 아닙니다.”

“그저 궁금해서···.”

“호기심이라······.”


베로니카는 투구를 든 채 멀리 창 밖에 있는 시몬을 바라보았다. 시몬은 저택 뒤에 있는 정원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 그는 종종 저렇게 몇시간동안이나 조용히 앉아 있곤 했다.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보는 사람은 알 수 없다.


“나도 궁금하긴 해.”


베로니카 역시 시몬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시몬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사실은 정령사라는 사실 외엔 없다.


‘어디에서 왔는지. 원래는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그리고······. 어째서 그렇게 강한지 말야.’


호기심이라면 베로니카도 충분히 많다.


“역시. 베로니카 씨도 궁금하시죠?”

“응?”

“저렇게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입니다.”

“아아······. 그쪽인가. 글쎄···. 정령사니까 정령과 대화라도 하고 있겠지 싶은데.”


베로니카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집중한 시몬은 몇시간이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지만 물어보고 싶진 않다.


“자자. 다들 오후 훈련이다.”

“에에······. 벌써입니까?”

“아가씨를 노린 놈들이 있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을 이유는 충분하지?”


베로니카는 투구를 쓰면서 말했다.



* * *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노을이 깔린 하늘 저 멀리에 노을이 짙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네.”


시몬은 수련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시몬이 혼자 살고 있는 상황이라면 마음이 내키는 만큼 수련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남에게 신세를 지는 처지이다.

백작가는 귀족답게 매일 일정이 정해져있다. 수많은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니만큼 규칙적으로 계획을 세워 그것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몬의 마음대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그래. 저녁 식사 시간도 있으니까!’


운디네는 시몬의 주변을 빙빙 돌면서 활짝 웃었다.


시몬도 그런 운디네를 바라보며 웃을때였다.


“어이! 너! 정령사라고 했던가?”


시몬을 부른 사람은 마그누스 백작가에 소속된 기사였다. 시몬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만.”

“그렇다만? 하, 역시 소문대로 거만한 놈이구만!”

“······뭐?”


시몬은 돌아온 대답이 곱지 않자 눈을 찌푸렸다.

시몬에게 말을 건 기사 뒤로 동료 기사들이 그를 말렸다.


“야야. 그만 둬.”

“백작님의 손님이라고.”

“놔봐. 내가 틀린 소리 하는 것도 아니잖아? 아가씨를 어쩌다가 구해주었다고 거만해져서 주제를 모르고 있는건 사실이니까!”


시몬은 그 곱지 않은 말에 기분이 상해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터무니없이 거한 사례를 달라고 주장하질 않나. 하는 일도 없으면서 빈둥거리기나 하고.”


아무래도 시몬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백작가에 꽤 퍼진 모양이다. 시몬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렇게 보이고 있었나···?’


최대한 눈에 안뛰고 불편을 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딱히 잘 되진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아가씨를 구한 생명의 은인이시라잖냐.”

“헹. 어쩌다가 우리 동료를 도와서 싸운 정도겠지. 보나마나 아무것도 안한 주제에 발을 낀게 분명해.”


남자는 노골적으로 시몬을 비방했다.


“그······. 그런가?”

“만약에 정말로 대단한 실력이라면 왜 그곳에 갔던 기사 절반이 넘게 사망했겠냐고. 말이 안되지 않냐?”


리첼과 함께 다니던 이곳의 기사는 대다수가 그 습격으로 사망했다. 시몬이 개입 했을땐 이미 살아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보나마나 어쩌다 껴든 주제에, 좋은 껀 수 한건 잡았다고 생각해서 사례를 달라 했겠지. 아가씨께서는 상냥하시니까. 또 그 말에 응하신거고.”

“하긴···. 그럴수도 있어.”

“애초에 정령사라면서. 뭘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고 말이지.”


그 남자의 말에 동료도 점점 옮듯이 의견이 번져갔다.


“그러고보면. 누가 저 정령사가 정령을 쓰는 모습을 본 사람 있어?”

“그때 같이 있던 기사들이야 알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모르지.”


그러자 처음 시비를 건 남자는 당당하게 말했다.


“보나마나 허풍일테라니까. 이런 놈.”

“·········.”


듣자듣자하니까 그냥 넘기에 힘들 정도다.

그렇지만 시몬은 어디까지나 이곳에 신세를 지고 있다. 정령석을 얻을때까지 묵고 있다는 목적도 있다.


‘이곳에서 백작의 기사와 싸워봤자 좋을 건 없겠지.’


시몬은 플로렌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괜한 일로 기사와 트러블을 만드는 건 정말로 사양이다.


‘참자···. 참자······.’


시몬은 숨을 꾹 누르듯이 쉬었다.

남에게 모멸에 찬 험담을 듣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비난을 받아도 직적접인 피해를 받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대장간이나 치료소를 하면서 성격이 이상한 손님은 자주 봤잖아.’


특히 어릴 때 대장간에서 일을 도울 때는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거나 트집을 잡는 손님도 많았다. 그때마다 고르드 아저씨는 화를 내거나 응대하지 않고 오히려 참고 넘어가곤 했다.


‘어차피 이런 놈들따위 며칠 지나면 기억도 안날걸.’


괜히 홧김에 일을 더 늘려봤자 좋을게 없다.

시몬은 못들은척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오히려 앞서 나온건 시몬에게 먼저 시비를 건 기사였다.


“잠시만. 멈춰라!”

“·········.”


시몬은 그 기사를 바라보며 밑입술을 물었다. 참는것에도 한계가 있다.


“어라. 이건 또 무슨 예의지? 나는 이곳 백작님의 초대로 머물고 있는데···. 이렇게 나오면 곤란한건 백작님이 아니신가?”


시몬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느라 볼이 씰룩거렸다.


“하. 역시 본성을 보이는구나. 정령사 시몬! 우리에게 백작님을 앞세워 협박을 하다니!”


정말로 할말이 없다.


“아니. 시비는 그쪽이 먼저 걸었잖아.”


시몬이 그 기사를 노려보았지만 기사는 지지 않고 시몬을 노려보았다.


“내 이름은 아트람! 우리가 섬기는 마그누스 백작님의 명예를 걸고! 기사로서 너에게 결투를 청한다!”

“결투?”


시몬은 어이가 없어졌다. 이 상황에 결투라니.


‘앞뒤가 안맞잖아 이놈.’


어찌되었건 기사도는 지킨다는 뜻인가.

앞뒤 보지 않고 주먹질을 하면서 쌍욕을 하는 불량배와는 격이 다른 시비걸기다.


“결투라······. 한마디로 내가 백작가에 폐를 끼치고 있는 점에 대해서 불만이다. 이 말이지?”

“그래! 아가씨를 구해줬다는 이유로 허풍을 떨고 있다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겠다!”

“그건 그냥 말그대로 시비잖아.”


여기서 말싸움을 길게 하는건 시몬 성격에도 맞지 않았다.


‘여기서 힘을 보여줘서 조용히 시키면 그만이겠지.’


그러면 상대방도 납득하고 떨어져 나갈 것이다.


“대결이라면···. 방법은 뭐가 좋지?”


결투라는 수단은 간단. 그리고 편리하다.

힘과 힘을 써서 지는 쪽의 패배. 이기는 쪽은 승리. 너무나도 간단해서 더 설명할 것도 없다.


“나도 바라는 바라고. 빨리 덤벼.”


시몬은 씩 웃으며 말했다.


‘시몬! 저런 놈 가만히 두지마!’


살라만드라는 화가 났는지 주먹을 쥐고 허공에 잽을 넣듯이 주먹질을 했다.


‘감히 우리 계약자인 시몬을 무시해? 너 이자식! 내가 불에 구워주마!’


살라만드라는 험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화를 냈지만, 작고 귀여운 용모탓에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시몬이 보기엔 마치 어린 남동생이 생긴 기분이 들 뿐이다.


‘진정해. 살라만드라.’


살라만드라보다 옆으로 큰 노움이 살라만드라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둥글둥글한 용모의 노움은 시몬을 보며 여유있게 물었다.


‘여기서 우리가 날뛰어봤자 시몬이 곤란해질 뿐이야. 그렇지?’


시몬은 노움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다.

여기서 정령사의 능력을 쓸 마음은 없다.


“결투라. 그거 좋은 말인데 어떻게 하면 되지? 애초에 난 기사가 아니라서.”


시몬은 비꼬듯이 말했다. 지금 기분이 영 좋지가 않아서 말이 순하게 나오지 않았다.


“결투는 간단하다. 서로 인사를 한 뒤 검을 나눈다.”


아트람은 시몬의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그렇지만 시몬. 너는 정령사라고 했지. 검이 없으니······. 수단은 두지 말고 어느 한쪽이 쓰러지거나 혹은 항복하면 그쪽의 패배로 하지.”

“그런 어설픈 룰로 괜찮아? 나중에 져놓고 울지나 말라고.”

“흥. 엄청난 자신감이라군.”


아트람은 시몬의 앞에 거리를 두고 섰다.


“입회자는 여기 있는 내 동료로 괜찮은가?”

“마음대로 해.”


사람이 많을수록 유리한건 시몬의 쪽이다.

여기서 이겨두면 다른 말을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공으로 대정령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연재중단 공지 +12 19.02.22 3,846 18 1쪽
56 무공으로 대정령사 - 56 +27 18.12.17 7,953 269 13쪽
» 무공으로 대정령사 - 55 +31 18.12.14 7,775 293 12쪽
54 무공으로 대정령사 - 54 +10 18.12.12 8,057 300 11쪽
53 무공으로 대정령사 - 53 +11 18.12.10 8,545 317 12쪽
52 무공으로 대정령사 - 52 +15 18.12.08 9,047 319 12쪽
51 무공으로 대정령사 - 51 +16 18.12.07 9,184 307 11쪽
50 무공으로 대정령사 - 50 +15 18.12.06 9,363 327 11쪽
49 무공으로 대정령사 - 49 +11 18.12.05 9,715 347 11쪽
48 무공으로 대정령사 - 48 +15 18.12.04 9,929 347 12쪽
47 무공으로 대정령사 - 47 +39 18.12.03 10,410 339 12쪽
46 무공으로 대정령사 - 46 +14 18.12.01 11,057 381 12쪽
45 무공으로 대정령사 - 45 +8 18.11.30 10,920 368 12쪽
44 무공으로 대정령사 - 44 +9 18.11.29 11,221 409 11쪽
43 무공으로 대정령사 - 43 +8 18.11.28 11,098 382 11쪽
42 무공으로 대정령사 - 42 +11 18.11.27 11,372 421 11쪽
41 무공으로 대정령사 - 41 +14 18.11.26 11,882 365 12쪽
40 무공으로 대정령사 - 40 +15 18.11.24 12,571 388 7쪽
39 무공으로 대정령사 - 39 +12 18.11.23 12,625 375 7쪽
38 무공으로 대정령사 - 38 +12 18.11.22 13,178 391 8쪽
37 무공으로 대정령사 - 37 +21 18.11.21 13,231 369 8쪽
36 무공으로 대정령사 - 36 +17 18.11.20 13,615 400 7쪽
35 무공으로 대정령사 - 35 +9 18.11.19 14,223 399 8쪽
34 무공으로 대정령사 - 34 +21 18.11.17 15,052 432 7쪽
33 무공으로 대정령사 - 33 +26 18.11.16 15,406 417 8쪽
32 무공으로 대정령사 - 32 +17 18.11.15 16,106 420 8쪽
31 무공으로 대정령사 - 31 +23 18.11.14 16,662 444 7쪽
30 무공으로 대정령사 - 30 +18 18.11.13 17,788 468 7쪽
29 무공으로 대정령사 - 29 +17 18.11.12 18,755 516 7쪽
28 무공으로 대정령사 - 28 +14 18.11.11 19,684 52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