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으로 대정령사 - 39
“그게 무슨 말인지 영문을―.”
그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관리가 일어났던 의자가 바람에 날아갔다.
쿠당탕―!
날아간 의자는 큰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쳤다.
그 소리가 꽤 커서 관청에 있던 다른 사람도 이쪽을 바라볼 정도였다.
“아니 이게 무슨······?”
“부족하셨다면 더.”
이럴 때 당장 눈에 쉽게 보이는 속성은 역시 불꽃이다.
시몬이 허공에 손가락으로 원을 만들자, 허공에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의 고리가 둥실 떠올랐다.
“이······. 이건···!”
관리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당황해서 잠시 말을 잃었다.
물론 시몬의 눈에는 공중을 신나서 빙빙 날아다니는 살라만드라가 보였다.
“이제 좀 보증이 되셨는지요.”
“자네···. 아, 아니지. 당신. 혹시 정령사···?”
“네. 저는 정령사가 맞습니다.”
시몬의 답에 관리는 옆에 다른 의자를 가져오더니 시몬의 앞에 다시 앉았다.
“흠흠! 그······. 그러면 말을 하지···. 아니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미처 몰라 뵈어서 죄송했습니다.”
관리는 당황했는지 헛기침을 했다.
그의 귀 옆에 땀이 맺혀있었다.
‘와아···. 정령사라는 걸 보여줬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대우가 달라지는구나.’
시몬은 조금 쓴 웃음을 억지로 지어보였다.
“자. 그러면 어디까지 말씀 하셨더라······. 딱히 중요하신 조건은 있으십니까?”
“아뇨. 위치라든지는 괜찮습니다. 다만 제가 가진 돈이 그리 많지가 않아서 말이죠.”
“그렇다면 어느 정도 예산을 가지고 계십니까? 최대한 상황에 맞추어 드리도록 하지요. 아니면 정 부족하시면 관청에서 대출을 받으시는 방안을 안내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관리는 좀 전까지는 전혀 달라진 정중해진 대우로 응대해주었다. 시몬은 갑자기 자신이 어른으로 변한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한도는 이정도입니다만.”
“2골드···는 넘고 3골드는 되지 않으시는군요. 그렇다면···.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관리는 시몬이 보여준 금액을 보고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뭔가 종이 꾸러미를 가져왔다.
그 종이는 현재 관청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나 건물을 기록한 토지대장이었다.
“보자······. 이 정도에서 확인해보시면 되실 것 같습니다.”
시몬은 관리가 넘겨준 꾸러미를 살펴보았다.
시몬이 가진 금액은 아주 적지는 않지만, 아주 많지도 않은 금액이다. 땅을 거래하기는 넉넉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아무래도 넓은 토지는 없네.’
가끔 보이는 넓은 면적의 토지도 개간도 되지 않은 돌밭이었다. 쓸 만해 보이는 건물이 있으면 가격이 몇 배로 비쌌다.
“으음······. 아. 이 건물을 자세히 보고 싶은데요.”
시몬은 그 많은 매물 중 한 건물을 골랐다.
‘넓이는 넓지 않지만 그래도 2층이기도 하고. 꽤 괜찮은데?’
건물 외향은 잘 모르겠지만 도면을 봤을 때 아주 좁아보이진 않았다.
“혹시······. 이 건물은 어떻게 되나요?”
“아아. 어디보자······. 이 매물은 빚을 갚지 못한 시민에게 대금으로 받은 건물입니다. 아주 좋은 건물은 아니지만 가지고 계신 돈으로 구매하실 만 하십니다.”
시몬은 토지 증명서를 차분하게 읽어 보았다.
‘확실히 나쁘진 않지만···. 이 집을 사버리고 나면 나에게 남아 있는 돈이 거의 없어지는걸.’
가격은 딱 맞았다. 너무 딱 맞아서 이 집을 사고 나면 며칠분의 생활비만 남을 정도였다.
“한번 직접 방문해 보고 정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지금 가시겠습니까?”
“네. 부탁드립니다.”
시몬의 청에 관리는 관청에 있는 말을 끌고 왔다.
“혹시 승마는 할 줄 아십니까?”
이번 생애에서는 말을 타본 경험이 없었다. 아직 어린 시몬에게는 말을 타고 나갈 정도로 멀리까지 나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생에서는 타보기는 했는데···.’
관리가 끌고 온 말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안장이나 고삐의 형태가 달랐지만 사용법은 비슷할 것 같았다.
“잘은 못하지만 탈 순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리 멀거나 험한 길은 아니니 천천히 오시면 됩니다.”
관리는 먼저 말에 올랐다.
‘···지식으로는 있지만 왜인지 좀 어색한 걸···.’
다시 태어나고서는 말에 앉아본 일이 거의 없다. 어릴 때 짐을 끄는 마차의 말에 장난삼아 앉아본 일 정도일까.
그렇지만 시몬도 그를 따라서 말에 올라 앉아 고삐를 잡았다.
“얼마 정도 가야합니까?”
“말을 타고 간다면 수십 분 정도 소요되는 가까운 길입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그렇게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시몬이 점찍은 집으로 향했다.
* * *
“다 왔습니다. 저쪽에 보이는 집입니다.”
오는 길은 정말로 험하지 않았다. 오히려 행인이 없고 한산해서 말을 타는 연습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조용한 동네로군요.”“네. 근처는 농경지와 주거 지역이 전부입니다.”
관청이 있던 곳은 확실히 번화가였다.
그에 비해 이곳은 주변이 전부 농사를 짓는 밭이었다. 수레가 들어올 수 있게 길은 넓게 닦여있었지만 큰 건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외딴 곳이라서 가격이 저렴했나보네.’
시몬은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이 건물입니다.”
밖에서 본 건물은 허름했다. 시몬은 관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 빈집으로 있었는지 먼지가 자욱했다.
“텅 비었군요.”
시몬은 집을 여기저기 살펴봤다. 우선 건물 자체는 낡았지만 어디 무너진 곳은 없어보였다.
“네. 남은 가구는 쓰셔도 됩니다만···.”
관리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가구라고는 테이블과 옷장과 침대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가구들은 전부 너무 낡아서 더 쓰지 못할 정도다. 시몬은 누가 어떻게 썼는지도 모를 이 가구들을 그대로 쓸 생각이 없었다.
‘당장 며칠간 쓰기도 힘들겠는걸. 어서 빨리 바꿔야겠다.’
시몬은 먼지와 거미줄을 걷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건물은 이층집이었다. 원래 평민이 사용했는지 아담한 크기였다.
일층은 방 하나와 복도 겸 거실이 있었고 이층은 같은 면적에 좁은 복도와 작은 방 두개가 있었다.
방이라곤 하지만 이층의 방은 사람이 하나 누우면 다 찰 정도로 좁았다.
“어때요. 이 집으로 하시겠습니까?”
“네. 마음에 드네요.”
물론 아주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그렇지만 다른 대안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이 돈에 멀쩡한 건물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자, 그러면···. 여기에 증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 이 서류에 사인을 해주시고······.”
관리는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
시몬은 은화 몇 닢을 남겼을 뿐 남은 돈을 모두 관리에게 주고 증명서를 받았다.
관리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을 확인하고 다시 말을 타고 떠났다.
시몬이 타고 온 말도 관리가 다시 관청으로 가져갔기에 주변은 조금 썰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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