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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대정령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세린sr
작품등록일 :
2018.10.17 02:37
최근연재일 :
2019.02.22 06: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175,969
추천수 :
28,900
글자수 :
215,275

작성
18.12.12 06:00
조회
8,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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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글자
11쪽

무공으로 대정령사 - 54

DUMMY


* * *



이른 아침.

시몬은 이 대 저택에 다른 사람보다도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날이 밝아서 보니 이 저택. 정말로 멋지네.”


창문에서 바라보는 저택의 정원은 밤에 봤을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귀족의 정원을 귀족의 집 안에서 볼 수 있다니. 상상도 해본적 없는 일이다.


“흠······. 이런걸 유지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었으려나.”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금액의 돈일 것이다.


시몬이 감탄하고 있자 드리아드도 한마디 했다.


‘응. 멋져. 정말로.’


드리아드는 창문에서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그 정원에는 확실히 정원수와 꽃이 아름답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 답답해 보이기도 하네.’


드리아드는 정원을 보며 중얼거렸다. 정원에 있는 나무는 언제나 정갈하게 보이기 위해 정해진 크기로 가지와 잎사귀가 잘린다.

나무의 정령인 드리아드가 보기엔 인간이 만들어낸 이 정원은 어떻게 보일까.


“마음이 아파?”


시몬의 질문에 드리아드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보기엔 그렇지만······. 저런 삶도 모두 나무가 정했으니까.’


드리아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런 형태로 인간에게 사랑받고 기쁨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저 애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정령은 자연과 가까운 존재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그 자연의 힘을 이용해 여러 가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그런 정령과 계약을 해서인지 시몬도 자연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뭐라고 확실하게 이거다 하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시몬도 화려한 정원을 보자 단순히 아름답다는 생각 말고도 어딘가 쓸쓸한 감정이 드는걸 보면 확실히 정령의 마음이 정해지고 있다.


‘참. 시몬. 숲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나무의 기운을 수련하면 좋을 것 같아.’


시몬은 평소에도 오행신공을 통해 오행의 기운을 채우고 있다. 한동안 숲에 있어서 지금 시몬에겐 목기(木氣)가 제법 충만해진 상태다.


“그건 다행이네.”


시몬은 드리아드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자신의 오행신공을 점검해보았다.

오행신공에 들어가지 않는 바람의 기운은 딱히 오행신공을 수련하지 않더라도 다행스럽게 장소에 상관없이 수련하기 쉬운 속성이다.

그렇지만 다른 오행은 역시 평소에 자주 접하는 쪽이 효율이 좋다.


‘어느 한쪽이 부족하진 않지만······. 그러고보면 최근엔 불을 마주한 적이 별로 없네.’


어릴땐 대장간에서 살아서 오행신공을 연마할 때 금기(金氣)와 화기(火氣)가 부족한 상황이 아예 오질 않았다.


‘불은 어떻게 채우는 것이 좋으려나.’


현재 내공으로 살라만드라를 사용하는 일엔 물론 큰 지장이 없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라는 것도 있고. 더욱 더 정령을 진화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똑똑-


시몬이 생각하는 도중 정중한 노크 소리가 방 밖에서 들렸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노 집사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좋은 아침입니다. 시몬 씨. 백작님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백작님께서요? 지금 말씀이신가요?”

“네. 아침식사를 함께 하고자 하십니다.”

“으음······.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준비가 끝나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시몬은 문을 닫고 몸을 정갈히 한 다음 집사를 따라갔다.


집사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자 많은 사용인과 마주쳤다.

그 사용인 모두는 시몬과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인사를 했다. 옷을 맞춰 입은 메이드. 청소부. 정원사···.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무척 많아서 마치 저택이 아니라 작은 마을 같다.


‘역시 나하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야.’


전생의 흐릿한 기억을 열심히 뒤져봐도 시몬과 이런 화려한 장소가 인연이 있던 적은 없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불편한 기분을 느끼며 시몬은 집사를 따라갔다.


반원형으로 되어있는 문을 지나자 식당이 나왔다. 그 무척 넓은 공간에 테이블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화려한 장식도. 수많은 사람도. 모두 단 하나의 테이블을 위해 존재했다.


그리고 그 테이블 저 멀리에 있는 상석에 중년의 남자가 앉아있었고, 그 옆에는 리첼이 앉아있었다.

리첼은 시몬과 눈이 마주치자 조용히 목 인사를 했다.


“백작님. 정령사 시몬을 불러왔습니다.”


집사가 백작에게 다가가 조용히 설명하자 중년의 남자는 밝은 표정으로 시몬에게 말했다.


“오오. 자네가 정령사로군. 앉게.”

“이쪽으로.”


집사가 시몬이 앉을 의자를 빼주었다. 시몬은 어색하게 의자에 앉았다.


‘이 정도는 시몬도 할 수 있는데! 이 의자. 별로 무겁지도 않아보이고!’


살라만드라가 그 모습을 보며 볼에 바람을 넣고 말했다.


‘바보. 시몬을 무시하는 행동이 아냐. 오히려 인간의 예의라고.’


메탈룸이 한심하다는 듯이 살라만드라에게 말했다.


시몬은 정령끼리의 대화를 보고 살며시 웃었다.


“정령사에겐 지금도 정령이 보이나 보군.”


백작은 시몬의 시선 끝에 아무것도 없자 시몬이 정령을 보고 있다고 추측했다. 시몬은 백작을 바라보았다.


백작은 중년의 나이임에도 풍채가 좋고 기백이 강했다.


‘무공을 배웠을리는 당연히 없고. 오러를 배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의 기운이 강하네.’


그만큼 그는 백작이라는 직위에 맞는 당당함이 있다.


“내 이름은 파올로 마그누스라고 하네.”

“시몬이라고 합니다.”

“딸과 부하의 목숨을 구해주었다지?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는 큰 도움을 받았네.”


백작은 딸인 리첼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택 안에서 보는 리첼은 밖에서 만났을 때보다도 더 기품이 흘렀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듯 더욱 빛이 났다.


“그래. 정령석이 필요하다고 했지? 딸을 통해 들었네.”

“그렇습니다.”

“감사의 표시로는 오히려 약소하다만. 반드시 구해주도록 하겠네. 다만······. 구하는 동안 조금 시일이 걸릴 것 같군.”


정령석이란 물건은 아무리 귀족이라고 해도 평소에 아무 이유 없이 가지고 있을 만한 물건은 아니다. 정령사가 있다면 모를까. 정령사도 없는 곳에서 일부러 가질 필요가 없다.


“괜찮다면 그때까지 이 곳에 머물지 않겠나? 딸의 생명의 은인에게 그리 야박하진 않네. 불편하게 하진 않겠네.”


시몬은 그 말에 자신의 지금 상황을 떠올렸다.


‘플로렌에선 나를 계속 찾고 있을까?’


플로렌의 기사들과 마주치면 또 싸울 수밖에 없고······.

시몬은 더 생각하지 않고 승낙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하하. 그거 다행이로군.”


백작이 손짓을 하자 사용인들이 음식을 들고 왔다.


“그럼 우선 들게.”

“잘 먹겠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은 전부 호화스러울 정도의 요리였다.

시몬은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 노력했지만······.


‘······이 많은 포크 중에 뭘 써서 먹어야 하지?’


처음부터 막히고 말았다.




* * *




그렇게 시몬은 한동안 마그누스 백작 가문에서 지내기로 했다.


백작가문에서 손님용으로 준 방은 정말로 넓고, 내어준 옷 역시 시몬이 평소에 입던 옷보다도 훨씬 좋다.


“본의 아니게 호화로운 도망 생활이 되어버렸네.”


플로렌에서 도망쳐 나올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이 올 줄은 몰랐다.

귀족의 집에서 호의호식 하는 이런 상황 말이다.


‘귀족의 집에 있을 수 있으니 더 잘된 일 아냐?’

‘맞아. 다른 어디보다도 안전하다고.’


시몬과 계약한 정령 중 가장 어른스러운 드리아드와 노움이 시몬에게 말했다.


그 말이 맞다.

무엇보다 마그누스 백작은 자신의 장녀인 리첼을 도와준 것에 대해 시몬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는 시몬을 보호해줄 것이다.


“확실히······. 여기까지 플로렌이나 칸디스의 사람이 나를 찾으러 오긴 힘들겠지.”


이곳은 두 도시 모두에게서 거리가 떨어진 도시. 하센이다.

만약에 시몬을 다른 도시까지 수소문 한다고 해도 귀족의 집까지 들어와 찾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놀고 있기만 할 수는 없잖아.”


시몬은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넓은 편이다. 그렇지만 왠지 이곳에선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화려한 벽지. 아름다운 꽃. 빛이 들어오는 창문. 바람에 나풀거리는 고운 커튼. 그리고 바닥에 포근하게 깔려있는 카펫 까지.

너무나도 호화로운 공간이다.


지금까지 시몬이 실내에서 수련 했던 곳은 시몬의 옛 고향집, 혹은 플로렌에서 샀던 작은 집 정도다.

모두 깔끔하고 심플해서 집중이 잘 되었다.

그렇지만 이 방은 시몬에겐 맞지 않는 화려함이 불편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나가보면 어때?’


메탈룸이 시몬에게 조언을 주었다.

시몬도 공감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저택은 넓으니까. 쉴 만한 공터도 있겠지. 그곳에서 수련을 해보자.”


정 안되면 드리아드의 조언도 있으니 정원 한 구석에라도 가서 들어앉아 있으면 그만이다.


시몬은 그렇게 생각하고 방을 나왔다.




“여기. 좋네.”


이 저택의 정원은 앞에만 있는 것이 아녔다. 정문을 지나서 나오는 정원은 크고 화려한데다가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반대로 저택의 뒤편에 있는 정원은 크지만 정문에 있는 정원보단 소박하고 조용했다.


바람이 시몬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시몬은 팔을 뻗어 손가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다.


“이곳이라면 집중도 잘 될 것 같아.”


지나다니는 사람도 드문 장소다. 가끔 백작가의 사람이 둘러보긴 했지만 시몬에게 말을 걸진 않았다.

물론 외부에서 온 손님이다 보니 시몬을 신경 쓰는 사람도 있지만, 며칠 지나면 아마 그 흥미와 호기심도 식을 것이다.


‘아무래도 여기에서 초식 훈련을 하기엔······. 좀 정도가 지나치지?’


초식 훈련은 어디까지나 훈련. 실전과는 달리 힘을 넣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남의 정원을 망치기엔 충분한 힘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집 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무술을 쌓아 올리는건 정도가 지나치다.


그러면 할 행동은······. 내공 수련 밖에는 남지 않는다.

초식 수련을 하지 못하는 일은 꽤 아쉽지만, 기본이 튼실해야 하니 불만은 없다.


‘다행히 여기는 드리아드의 말처럼 나무의 기운이 많아.’


이 정도라면 목(木)의 기운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바람도 산뜻하네.’


바람은 평소에 많이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시몬은 정원 구석에서 조용히 좌선을 하고 앉아 수련을 시작 했다. 정원은 고요하다. 그렇지만 정원에 핀 꽃과 나무의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나무와 풀의 기운·········. 확실히 사람의 기운과는 달라.’


인간의 몸에 여러 기운이 감돌고 동물의 몸에도 여러 기운이 감돈다. 그렇지만 식물의 몸에 감도는 기운은 또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나무는 흙과 물. 그리고 바람과 빛이 키우지.’


나무는 일반 생물과 달리 오래 살아가는 생물이다. 반대로 풀은 한 계절을 나지 못하고 빨리 시들기도 한다.


두 삶 모두 사람이 보기엔 그저 피어있는 것으로 보이기만 할뿐이다. 그렇지만 그 속을 느끼고 감지해보면 조용하지만 치열한 생존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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