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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대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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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
작품등록일 :
2018.10.17 02:37
최근연재일 :
2019.02.22 06: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175,921
추천수 :
28,900
글자수 :
215,275

작성
18.11.28 06:00
조회
11,098
추천
382
글자
11쪽

무공으로 대정령사 - 43

DUMMY


“다행이다!”

“느낌은 괜찮아? 몸 상태는 좀 어때?”

“어어. 괜찮아.”


동료들의 질문에 남자는 대답했다.


“신기하네. 정령사의 치료라는거 처음 경험해보는데······. 조금 울렁거리는 점을 빼면 아픔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


남자는 자신이 다쳤던 상처를 손으로 쓸어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깊게 베어져있던 상처가 지금은 거짓말처럼 살이 붙어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눌러보아도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안에 있는 내장까지 베였던 게 바로 조금 전인데 말이다.


“흉터는 며칠 지나면 말끔히 사라지실겁니다. 한동안 술은 삼가시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도 멀리해주세요.”


시몬은 남자에게 기본적인 안내사항을 말했다. 이 모두 신전에서 귀동냥으로 들어온 멘트이다.


“혹시라도 속이 어지러우시거나 통증이 다시 시작하게 되면 다시 찾아오십시오.”


시몬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몬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감사합니다. 정령사님. 대단하신 솜씨입니다. 솔직히 좀 못 믿었거든요. 이렇게 말끔하게 고쳐질 줄이야······. 정말로 감사합니다.”

“뭘요.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흠흠······. 그보다···.”


남자가 손을 놓자 시몬은 헛기침을 하면서 벽을 가리켰다.


“저희 치료소의 대금은 저기 쓰인 대로입니다.”

“아. 네. 드려야죠. 저는······. 중상자입니까?”


벽에는 시몬의 글씨로 대략적인 가격표가 적혀 있었다.


[기본 치료 - 25실버 / 중상자 치료 - 최저 50실버부터 시작]


지금 시몬이 치료한 환자는 확실하게 중상을 입은 환자다.


‘그렇지만 또 얼마를 받을지는 내가 정해야하는구나.’


시몬은 머릿속으로 나름의 규정을 정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손님께서 제 첫 손님이니까요. 중상 환자의 치료금중 기본금인 50실버만 받겠습니다.”

“아니. 그 정도로 괜찮습니까? 저에겐 감사한 일입니다만···.”

“네. 괜찮습니다.”

“그러면······. 어디보자······. 하나. 둘···. 여기 있습니다.”


환자는 시몬에게 은화 꾸러미를 주었다. 열 개 묶음 다섯 개였다.


“이렇게 싸게 받아도 되는지······.”

“첫 손님이기도 하셔서요. 제가 이번에 처음 치료소를 개업한지라. 대신에 다른 동료 분들에게 많이 말씀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세요! 저희가 돌아가서 정말로 실력 좋으신 정령사님께서 오셨다고 자랑을 할테니 말입니다.”


환자와 그의 동료들은 결국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치료소를 나갔다.

시몬은 피가 묻은 침대 시트를 접어서 정리하고 새로 다른 천을 깔았다.


그렇게 치료소를 정리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네.’


시몬은 스스로 자신이 한 생각에 감탄했다. 지금까지와 요령을 달리해서 치료하자 무척 효율적으로 정령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전에 운디네를 사용해서 한 치료는 치료의 흉내만 낸 것이라고 봐도 과장이 아닐 차이다.


시몬은 일을 하다 말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손바닥을 한번 쫙 폈다가 반대로 힘을 줘서 주먹을 쥐어보였다. 몸에 깃든 정령의 힘은 아직 여유가 있다.


‘이 치료 방법이라면 중상자를 하루에 이십 명 정도는 치료 할 수 있을 것 같아.’


손님만 많이 찾아온다면 돈 벌이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은 이것으로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좋아. 그리고 손님이 오지 않는 나머지 시간은···.’


남는 시간은 수련에 온통 쏟아 부어도 되겠다.


시몬은 큰 걱정거리가 사라져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 * *



그 뒤로 치료소엔 꾸준히 손님이 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첫 손님으로 용병이 여러 명 온 것이 큰 도움이 된 모양이다.


‘소문을 퍼트려 준다고 했지. 좋은 얘기를 전해 주었나봐.’


시몬은 오늘도 여러 환자를 돌보았다.

지금 시몬이 진찰하고 있는 환자는 젊은 남자였다. 도시에 소속된 기사로 훈련 도중에 말에서 떨어진 다음 말에게 밟혀 어깨와 팔을 크게 다치고 말았다.


시몬은 혈맥을 짚으며 환자의 부상 정도를 살폈다.


‘뼈에 금이 가며 부러진 다음에 그 뼈 조각이 근육을 찢어 들어갔어. 이런 부상은 포션을 부어봤자 빨리 낫지 않았겠지.’


다친 부분이 크게 부풀어 올라있었다. 시몬은 환자의 환부에 정령의 힘을 순환하게 했다.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점차 다친 뼈와 근육이 치유되어갔다.


“자. 다 끝났습니다. 붓기는 이제 빠졌지만 며칠 동안은 뻐근할 수 있어요. 너무 무거운 걸 들진 마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정령사님. 정말로 솜씨가 좋으시네요.”


기사는 의자에서 일어나 팔을 몇 번 돌려보았다. 확실히 불편함은 없는 모양이다.


“정령사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희 집에 단 하나뿐인 아들놈이라······.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마을에 정령사가 왔다더니. 이렇게 어리게 생기신 분일 줄이야.”

“정령사님. 혹시 몇 살 이세요? 아, 실례이려나요.”


환자의 가족들이 시몬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시몬은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다. 키나 체격은 큰 편이라서 무시하거나 깔보는 사람은 없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아직은 어린 외모라고 여겨지는 모양이다.


“저는 올해로 열일곱입니다.”

“열일곱! 저희 아들보다 어렸네요!”

“앞으로 자주 찾아올 것 같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평소대로 자연스럽게 웃으며 시몬은 답했다.


“하하. 그렇게 자주 찾아오실 정도로 다치시면 안되죠. 그렇지만 부상을 입으시면 꼭 찾아와주세요.”


환자와 가족이 돌아가자 시몬은 다시 조용해진 집의 의자에 앉았다.


“휴우······. 지금까지 온 환자는 총 네 팀이던가?”


시몬의 치료소에는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어린 아이. 노인. 여성. 남자······.

용병 길드에 소속된 용병이 주된 손님이지만, 이따금 평범한 사람도 찾아오곤 했다.


‘오늘도 농기구를 사용하다가 오래된 농기구 탓에 다친 노인분께서 찾아오셨지.’


신전에서 파는 포션은 평민이 사용하기에 값이 비싸다.

시몬도 신전의 치료사보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해도 손쉽게 찾아올 정도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대장간에 있을 가족들이 생각 나네···.’


대장간은 작업의 특성상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어린 시몬도 날붙이와 불을 다룰 때는 조심하라고 엄격하게 혼나곤 했다.


‘어디 일하다가 다치시진 않았으려나? 다들 몸 건강하게 계시겠지?’


이 도시에 온지도 이제 며칠이 지났다. 집을 떠났던 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플로렌에 나름 적응해서 정령사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언제 한번 편지라도 보내드려야지.’


애초에 나올 때부터 어디로 갈지 생각도 안했다. 그러다보니 어디로 간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가족들은 자신을 더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 시몬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날.

치료소의 영업이 끝난 시간. 시몬은 간단한 편지를 한 장 썼다.


‘혹시라도 대장간에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까···. 내 이름이나 위치는 쓰지 말아야겠어.’


시몬은 보내는 사람 이름에 가명을 썼다. 누구라도 알고 있을 흔한 이름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보내도 유리 형은 자신이 보냈음을 알아볼 것 이라 생각했다.


“막상 쓰려니까 긴장되네······. 뭐라고 쓸까?”


시몬은 책상 위에서 편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노움에게 물었다.


‘처음은 먼저 인사겠지.’

“그렇지?”


시몬은 차분한 노움의 말에 혼자 웃고는 편지를 써내려갔다.


[아저씨. 그리고 형에게.

모두들 잘 지내세요?

저는 대장간과 무척 떨어진 마을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은 칸디스보다 날씨도 따듯하고 지내기 좋은 곳이에요.

우리 대장간에 비하면 작은 집이지만 그래도 번듯한 집도 하나 구했어요.]


거기까지 쓴 시몬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정도면 나름 번듯한 집이지? 그렇고말고.’


어차피 혼자 살 시몬에게 이정도 이층집이면 오히려 손님이 없을땐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몬은 그 조용한 집을 둘러보다가 다시 편지를 써 내려갔다.


[제 걱정은 하지마세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 부분에서 시몬은 손을 멈추었다.


“나중에 다시 만날 때까지 몸 건강히······. 아냐. 이상한데. 이거. 아니면 뭐라고 할까···. 부디 몸 건강히 오래오래······. 이것도 영 어색해.”


시몬은 고민하면서 종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종이를 바라보면서 드리아드가 한마디 말했다.


‘왜 인간은 이런 일에 고민을 할까?’

“그건···. 인간은 말과 글로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거든.”

‘그렇게 살면 불편하지 않아?’


드리아드는 긴 넝쿨이 머리카락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드리아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몬은 알 수 있었다.


“불편하진 않아. 서로 알아가는 과정도 있으니까.”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된 정령과 달리 인간과 인간은 서로 말을 해야만 하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표현해야했다.


‘지금 내 마음도 그렇지.’


시몬은 가족에 대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접었다.




* * *



시몬이 이 플로렌이란 도시에 온지도 벌써 세 달이 지났다. 그 세 달이라는 시간동안 시몬은 이 도시에서 거주하는 유일한 정령사로서 사람들에게 제법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덕분에 시몬이 개업한 치료소도 이젠 손님이 제법 많이 찾아오게 되었다.


방금 전에도 환자 한분을 치료하고 나서 조금 이제 쉬어볼까, 하는 사이에 또 다시 누군가가 찾아왔다.


“시몬 씨. 지금 좀 시간 괜찮으세요?”

“아~ 네. 방금 전에 환자 분이 돌아가셔서 괜찮습니다만···. 어디 또 안 좋으세요?”

“아뇨. 전에 너무나도 잘 고쳐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서요. 이거···. 약소하지만 저희 농장에서 키우는 과일입니다. 알이 실하게 열린 놈으로 골라왔어요.”


며칠 전에 크게 다쳤던 일로 찾아온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는 광주리 하나 가득 과일을 담아서 시몬에게 주었다.


“뭘 이런 걸 다······. 괜찮아요.”

“어휴~ 아니예요. 정령사께서 우리 마을에 있어주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니 받아주세요.”

“네. 그러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시몬은 광주리를 감사의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시몬. 뭐야? 향긋한 냄새가 나!’


살라만드라가 광주리 위로 바로 올라왔다. 드리아드가 그런 살라만드라의 어깨를 잡았다.


‘포도야. 제법 맛있게 보이네.’

“요새 포도가 날 철이던가?”

‘응. 딱 제철이지.’


드리아드는 나무의 정령답게 싱그러운 과일을 보자 기분이 조금 들뜬 듯 보였다. 그러고 보니 포도의 넝쿨과 드리아드의 머리카락은 닮아있다.


“포도······. 슬슬 여름이 되어가고 있었구나.”


작년 여름에는 한창 무더위 아래에서 공사를 하느라 고생을 했다. 대장간이 다 만들어지고 있다는 보람이 아녔다면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즐거웠지. 그치?’

“응. 네 말이 맞아.”


시몬은 과일 광주리 위에 있는 살라만드라를 손으로 집어 올렸다.

불타오르는 살라만드라를 내려다보며 시몬은 대장간을 떠올렸다.

대장간, 고향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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