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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대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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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
작품등록일 :
2018.10.17 02:37
최근연재일 :
2019.02.22 06: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175,957
추천수 :
28,900
글자수 :
215,275

작성
18.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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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무공으로 대정령사 - 42

DUMMY


오늘은 꽤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신전에······. 용병 길드에······. 이 도시에 와서 이렇게 많이 돌아다닌 일은 처음 같아.’


시몬은 곧장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오는 길에 있는 시장에 들리기로 한 것이다.


‘반찬거리라도 사는거야?’


노움이 토실토실한 얼굴로 시몬에게 물어보았다.


“그것도 좋네. 그리고···. 치료소에 놓을 물건을 사려고.”

‘여분의 돈은 많지 않을텐데. 괜찮겠어?’


어른스러운 노움의 걱정에 시몬은 간편히 말했다.


“최저의 예산으로 최적의 효과를 보는 물건을 살 생각이야.”


시몬은 시장에서 하얗고 큰 천을 몇 묶음 사왔다. 무늬가 있다거나 하지 않는 기본 천이기에 크기에 비해서 가격이 무척 저렴했다.


‘하얀 천이라니. 어디에 쓰려고?’

“치료소에 하얀 천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신전의 치료소가 온통 하얀 천이었던 부분을 기억한 것이다.


‘무조건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기왕에 참고할 부분이니까.’


무엇보다 다른 색에 비해 무척 싼 가격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시몬은 집에 돌아와서 그 하얀 천을 바닥에 깔았다.


집은 그다지 크지 않았기에 문을 열면 바로 생활공간이 보였다. 그 때문에 시몬은 1층을 자신이 사용하지 않고 치료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1층에 딸려 있는 작은 방에 앞으로 장사에 필요한 짐을 두기 위해서 비워두고,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거실에 하얀 천을 깔아 깨끗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자. 여기에는 이 의자를 두면 되겠다.”


의자는 원래 이 집에 있던 가구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막상 앉아보니 너무 삐그덕 거렸다. 이렇게 오래된 의자에 앉자니 영 불안할 지경이다.


“으음···. 이건 좀 수리해야겠다. 이음새를 못을 다시 박으면 될까?”


헐거워진 부분은 못을 박아 붙인다고 해도 나무 자체가 오래되어서 삭은 부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니지. 아예 어찌할 도리가 없진 않아.’


시몬은 나무 의자에 한손을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속으로 나무의 정령, 드리아드를 불렀다.

머릿속에서 푸르른 녹음의 향기가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상쾌한 기운이 온 몸을 가득 채웠을 때, 오래된 나무의자는 마치 새 나무의자처럼 반질반질해져 있었다.


“좋아. 완벽해.”


시몬은 의자를 자세히보았다.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집에 있는 가구를 수선하면 되겠다.”


시몬은 1층에 있던 오래된 침대도 거실로 빼놓았다. 물론 눕자마자 소리가 요란했기에 이 침대 역시 드리아드의 힘으로 고쳐놓았다.


“그리고···. 2층은 나만의 공간으로 하자.”


시몬은 자신의 짐을 2층에 두고, 1층은 치료소로 사용하자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한참을 집 정리를 하고 나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시몬은 마지막으로 침대 위에 하얀 천을 깔아 깨끗하게 한 다음 손을 털었다.


“이렇게 하면 정말 새 것같네. 그렇지?”


뿌듯한 마음으로 의자와 침대를 바라보았다. 바닥에는 쓰지 않은 여분의 하얀 천이 보였다.


“이 천은 기왕 남았으니까. 어디보자. 여기 어딘가에 쓸 만한 것이···.”


시몬은 자신의 짐에서 목탄을 꺼냈다. 그리고 하얀 천에 글씨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정령사 시몬의 치료소’···. 좋아. 완성이다.”

‘너무 흔한 이름 아니니? 촌스러운데···.’


메탈룸은 마음에 안 드는지 바로 지적을 했다. 그렇지만 시몬은 못 들은 척 천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흠흠! 흔한 이름이 가장 외우기도 쉽고 기억도 오래 간다고. 반론은 받지 않겠어.”


그리고는 바람의 정령, 실프를 불렀다.


“실프. 이 천을 현관 밖에 잘 걸어주지 않을래? 눈에 잘 보이는 위치로 부탁해.”

‘······알았어. 현관 밖···. 지붕과 이어지는 곳이면 적당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실프는 자신의 몸보다 한참 큰 천을 들고는 현관 밖으로 날아갔다.

뒤 따라 가보니 문 밖에 있는 지붕과 지붕 사이의 기둥에 하얀 천이 가로로 묶여 있었다. 그 기다란 천에 쓴 글씨는 분명 시몬의 글씨였다.


“오오. 딱 좋아.”


시몬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이것으로 간판도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었다.


“좋아. 내일부터는 정말로 영업 개시다!”

‘와아~~! 운디네도 열심히 할게!’

“응. 부탁해!”


시몬은 정령들과 함께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을 바라보았다.




* * *



다음 날.

시몬은 간편하게 아침을 먹고 청소를 했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영업시간···. 딱히 정하진 않았지만······.”


아무도 오질 않았다.


“뭐, 첫날부터 사람이 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오히려 그렇다면 큰일이었다고.


시몬은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하고 1층 거실에서 좌선을 하고 앉았다.

손님이 오지 않아 남는 시간이 생기면 멀뚱멀뚱 있거나 빈둥거리기보다 기왕이면 알차게 수련을 하기로 했다.


‘오행신공의 내공은 평소에 해두어서 나쁠게 없으니까···.’


시몬은 오행신공의 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정령사로서 활동을 해나간다면 오행신공이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다.

정령사의 치료술은 정령의 힘에 따라 좌우된다. 특히나 치료술에는 물의 정령의 힘이 가장 필요하다.


‘그렇다고 수기(水氣)만 억지로 높게 키울 순 없지.’


오행신공에서 중요한 것은 오행의 균형이다. 어느 한 부분만 높아져서는 의미가 없었다. 가장 좋은 것은 오행이 고루고루 높게 되는 것이다.


‘모든 기운이 사이좋게······. 무엇하나 뒤쳐짐이 없이 말이야.’


시몬은 자신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기운을 느끼려 애썼다. 그러면서 호흡은 흐트러짐이 없이. 언제나 중심을 지켰다.


그렇게 어느 정도 수련을 했을까.


인기척이 느껴졌다.

시몬은 좌선을 하고 앉아있는 상태에서 눈을 떴다.


‘손님···인가?’


시몬이 눈을 뜨자마자 문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들겼다.


“네. 나갑니다~”


시몬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거기엔 피로 옷이 붉게 물든 용병이 한명 있었다.


“여기에 정령사가 치료를 한다고 들어서······.”

“맞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더 묻지 않아도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시몬은 빠르게 그를 부축해 침대로 옮겼다.

눕혀놓고 보니 상처가 더욱 더 눈에 들어왔다.


“많이 다치셨네요.”

“어제······. 밤에 급한 임무가 들어와서······. 신전까지 가기엔 너무 멀기도 하고···.”


남자의 등은 멀쩡했지만, 앞쪽이 어깨부터 가로로 깊게 그어져 배꼽을 지나 허리까지 대각선으로 자상(刺傷)이 있었다.


‘이런 상처는······. 날카로운 무기에 베였군.’


시몬은 전생을 떠올렸다. 무림에 있던 시몬에게 이런 상처는 정말로 흔히 볼 수 있는 부상이다. 시몬 자신도 살면서 몇 번이나 칼에 베였던가.


‘우선 출혈을 막아야겠어.’


부상의 범위가 무척 넓다. 잘못 하다간 출혈의 쇼크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다친 환자를 내려다보자 전생의 기억이 위에 덧씌워졌다. 전생에서도 이렇게 다친 누군가를 내려다본 적이 있었다.


‘어찌되었건···. 전신에 있는 혈도는 다 알아.’


이류 무인이라고 해도 실력이 이류였던 것이지 기본기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전생의 시몬은 재능이 없기야 했지만 수련을 게을리 하거나 지식을 쌓지 않은 쪽은 아녔다. 그 때문에 이론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덕분에 의원 수준은 아니지만 급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의술은 알고 있기도 했지.’


같이 다니던 동료나 혹은 본인인 다친 경우, 기본적으로 응급조치를 할 실력은 되었다.


“잠시만 참으세요.”


시몬은 일단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의 겉옷을 풀어 벗긴 후 혈도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혈도를 막아서 더 이상의 출혈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크윽···.”


남자의 신음이 짧게 있었지만 이내 멈추었다.

시몬이 혈도를 막은 덕에 당장에 급한 출혈은 막았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지.’


치료의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운디네가 만들어주는 정령의 치료수······. 확실히 그 효율은 탁월해.’


하급의 정령인 운디네가 만든 정령수도 보통 시중에서 파는 하급 포션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그 효능은 믿을만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효과가 좋다고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상처에 들이붓기만 해서는 적절한 치료를 했다고 볼 수 없다. 그건 정말로 무식한 치료법이다.


‘지금까지는 상처나 부상이 간단한 상처였으니까 그렇게 해도 되었지만······.’


대장간이 불탄 날을 떠올렸다. 그때 시몬은 가족의 부상을 고치는데 며칠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에 가족이 입은 부상은 화상. 찰과상. 그리고 기관지의 부상이 주를 이루었다. 외상도 심했지만 연기를 마신 탓에 의식도 오래 잃고 있었고 그로 인한 합병도 있었다.


‘그때는 이런 방법을 구상하지를 못했지.’


시몬은 그때 이제 막 전생에 대한 기억을 지식으로 가진 상태였다. 거기에다가 정령과 계약을 한 것도 처음이라, 노하우가 전혀 없었다.

다행히 시몬은 일 년 사이 정령과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이 도시 플로렌으로 오는 동안 몇 명의 용병을 치료하면서 실전을 경험했다.

그 경험이 쌓이자 시몬은 새로운 방법을 생각했다.


‘단순히 물의 정령을 요령 없이 사용하는게 아냐. 혈관과 혈도를 따라서 정령의 힘을 정확하게 흘려보내는 거다.’


작은 컵에 물을 부을 때 대야나 바가지로 위에서 쏟아 붓는다면 어떻게 될까? 물을 컵에 채울 수야 있겠지만, 그보다 컵에 들어가지 못하고 옆으로 쏟아진 물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는 깔때기로 컵에 정확하게 물을 붓는다면···. 전혀 쏟지 않고 물을 옮길 수 있다.


지금 시몬이 하는 과정도 이와 비슷했다. 지금까지는 되는대로 정령의 기운을 쏟아 붓기만 했다면, 지금은 그 사람의 몸의 구조에 따라서 상처를 효율적으로 고칠 수 있게 조절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의 정령력을 소모해서 치료할 수 있어.’


시몬은 환자의 내상을 살펴보았다. 환자의 몸 안은 칼에 베여서 찢어진 내장과, 그 내장에서 쏟아진 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가장 손상이 큰 장기는······. 여기다. 이 장기의 손상을 고친 다음······.’


시몬은 침착하게 가장 필요한 치료만을 집중해서 했다. 작은 바늘귀에 실을 꿰듯이 정밀한 집중력이 소모되는 과정이었다. 어느새 시몬의 이마에도 땀이 맺혔다.

그렇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무너져 내렸던 환자의 장기가 어느새 다시 말끔하게 고쳐졌고, 이리저리 찢겨진 살점은 조금씩 시간을 돌리듯이 서로 붙기 시작했다.

이윽고 환자의 혈색도 점점 원래대로 돌아왔다.


시몬은 제압한 혈도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치료는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한번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보시겠어요? ······자아. 천천히. 서두르지 마시고······.”


환자의 등에 손을 넣어 편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부축해주었다.


“어때. 좀 괜찮아?”


동료의 질문에 환자는 약간 인상을 쓰긴 했지만 침대에 앉아 크게 숨을 내뱉었다.


“아······.”

“좀 어떠세요? 혹시 더 불편하시거나 통증이 있으신 곳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아뇨. 무척 좋습니다.”


환자의 말에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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