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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으로 대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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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
작품등록일 :
2018.10.17 02:37
최근연재일 :
2019.02.22 06:0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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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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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5,275

작성
18.1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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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무공으로 대정령사 - 46

DUMMY

시몬은 한쪽 발을 천천히 앞으로 디뎠다. 한 쪽 손으로 검을 든채, 다른 쪽 팔을 다른 방향으로 뻗었다. 그 자세는 마치 흔들리는 나무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 다음은 다시 다른 방향으로 다른 발을 딛고. 그 움직임에 따라 팔을 휘둘렀다.

모든 동작은 결코 성급하지 않았다. 빠르게 행동하기보다 정확하게 행동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


동작은 이 동작이 맞다.

그렇다면 이제 조금 더 빠른 속도로. 그리고 더 정확하게 초식을 이어나갈 뿐이다.

두 다리의 움직임은 절묘하게 교차하면서도 서로 다른 쪽 다리를 방해하지 않았다. 양팔 역시 정해진 길을 따라 별들이 순회하듯 엇갈리면서도 정확히 정해진 동작만을 했다. 발을 딛는 곳도. 다리를 뻗는 곳도. 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도. 모두 전생에 익힌 초식 그대로다.


그리고 검이 베어내는 곳 역시. 마지막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휘익―!


이건 어디까지나 수련이다. 전력(全力)을 다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몸에 힘을 빼고 했음에도 큰 소리가 울렸다.

검이 지나간 자리에 차가운 바람이 날카롭게 공간을 베었다. 그곳의 공기엔 떨림만이 남았다.


시몬은 그렇게 한참동안 초식을 연마했다.

무딘 쇠에 날을 세우듯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 * *




“어느새 해가 떨어졌네.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둘까.”


시몬은 초식 수련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

그동안 집에 누군가가 찾아온 흔적은 없었다.


“찾아온 환자는 없었네. 그러면······. 쉬어도 되겠지.”


집으로 돌아온 시몬은 몸을 씻었다.


시몬은 단순하게 우물에서 길어온 물로 씻는 것이 아니라, 물의 정령인 운디네의 물로 목욕을 하곤 했다. 그러면 피로가 더 잘 풀렸다. 물이 씻어 내려간 자리에 긴장이 녹아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 개운하다~ 고마워.”


시몬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기지개를 시원하게 했다.


이렇게 하루의 일과가 기분 좋게 저물어갔다. 이제 남은 일은 조금 집 정리를 하고 자는 일 뿐이었다.

시몬이 침대에 자기 위해서 막 누웠는데, 누군가가 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쾅쾅쾅!


그냥 문을 노크하듯이 두들기는 것이 아니다. 쉬지 않고 힘을 세게 주어서 주먹으로 치고 있었다. 꽤나 거친 행동이었다.


“뭐지? 손님? 꽤 급한 환자인가?”


시몬은 침대에서 내려오면서 눈을 찌푸렸다.


치료소를 하다보면 문을 닫은 후에도 찾아오는 손님이 있기도 했다. 급한 환자의 경우는 일각이 급하니 급한 그 마음도 시몬은 충분히 이해한다.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느냐, 아니면 사느냐의 기로에 있으니 간절할 수밖에 없다. 시몬도 그런 일에는 자잘하게 화를 내거나 기분이 나빠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 방문객은 거칠어도 너무 거칠다.


‘얼마나 심한 부상을 입었기에 저렇게 난동을 부리지?’


시몬은 현관이 있는 일층으로 내려가 문을 열어보았다.

문 밖에는 덩치로는 꽤 인상이 험상궂은 남자들이 서 있었다. 덩치도 큰데다가 남에게 위압감을 주기 적당한 외모다. 그뿐만 아니라 뿜어대는 기세도 무척이나 강했다.


‘어디서 한 주먹 하는 놈들인가? 용병? 아니면 그냥 불량배?’


시몬은 그들을 훑어보았다.


‘아니······. 이놈들. 뭔가 이상한데.’


낌새가 꺼림칙한 놈들이었다. 시몬은 문을 열었으나 비켜서진 않고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네가 정령사인가?”

“그렇다만. 뭐지? 환자인가? 어디가 좋지 않아서 왔다면······.”


그 남자 중 한명은 시몬의 어깨를 밀치고 집에 들어서려 했다.

그렇지만 시몬은 물러서지 않았다.


“어이. 이봐. 질문에 대답해.”

“·········.”


시몬은 기분이 나빴다. 치료소의 특성상 용병처럼 몸을 쓰는 사람들이 많이 오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성격도 거친 사람도 자주 찾아오지만···.


‘이놈들은 좀 심한데.’


그렇다고 해서 시몬이 겁을 먹거나 물러설 리도 없다.


“이렇게 나오면 나도 고쳐주기 힘들다.”

“시간이 없어. 우린 중독된 상태라고.”

“중독되었다···?”

“그래. 중독자다. 이정도면 됐지? 자. 빨리 치료해달라고!”


남자들은 시몬을 오히려 윽박지르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시몬은 조금 더 인상을 찌푸렸다.


‘이놈들······. 태도가 영 아닌데.’


시몬이 아무 말 하지 않고 얼굴을 구기자, 남자들은 다급해 졌는지 시몬의 어깨를 잡았다.


“어서! 빨리! 시간이 없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은 목숨이 위험하다고!”


시몬은 입을 열어 뭐라고 화를 내려고 했다.

아무리 급해도 이런 태도로 말한다면 당연히 들어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이 자식들에게 충고를 쏟아주면서 몰아내는 건 일도 아니지.’


힘을 써서 이놈들을 날려버리는 일은 시몬에게 정말로 쉽다. 그리고 나선 문을 닫고 침대로 돌아가 잠을 자면 그만이다. 그들이 죽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지 않고 말이다.


‘그렇지만···.’


죽어가는 사람이 가진 불안함이 시몬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불안함. 초조함. 그리고 공포가 그들의 눈동자에 그대로 보였다.


‘여기서 남을 고쳐주는 치료사로서 살고 있는 내가, 죽어가는 사람을 그대로 무시해도 될까?’


그것은 시몬의 자비나 동정심과는 또 다른 문제다.

시몬이 가진 직업적 윤리관의 문제다.


죽어가는 사람이 악인이라고 해서 고쳐주지 않아도 되는가?

치료사인 시몬을 기분 나쁘게 했다고 해서 죽어가게 내버려둬도 되는가?


시몬의 머릿속에선 자신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물론 여기서 시몬이 그들을 무시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밤이 깊어서 시몬의 집 근처에는 그 누구도 지나가지 않는다. 소문이야 좀 나겠지만 깊은 잠에 빠져서 찾아온 환자를 몰랐다고 하면 다들 믿어줄 것이다.


“······들어와라.”


시몬은 긴 고민에 결론을 내렸다.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지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는 결론이다.


시몬이 몸을 살짝 돌려 문에 공간을 남겨주자, 남자들은 거친 물살처럼 시몬을 지나가서 집안에 들어왔다.

그들은 1층 바닥에 들어오자마자 맨 바닥에 바로 쓰러졌다.


“중독자라고 했지. 어떤 중독이지? 독? 아니면 저주?”


시몬은 어두운 1층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쓰러진 남자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다들 심각한 상황이군.’


다들 혈맥이 뒤틀려서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시몬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순서대로 진찰했다.


“독······. 독에 당했다.”

“독이라······.”


어쩌다가 독에 당했는지까지는 묻지 않았다.


시몬은 그들의 혈맥을 막았다. 그 다음엔 운디네를 불러서 그들의 몸에 독이 흐르는 부분에 치료수를 흘려 보냈다.


‘이것으로 웬만한 병은 다 치료할 수 있지만···. 독이라는 건 좀 껄끄럽군.’


독은 시간이 지날수록 혈관을 통해 몸 이곳저곳에 퍼진다. 피부의 속부터 중독되기 시작한다.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진다.


‘어쩔 수 없네. 여러 명을 동시에 치료해야겠다.’


시몬은 모든 환자의 점혈을 해 더 이상 독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그 다음, 내공을 이용해 독기를 신체 한 부분에 모이게 했다.


‘이 다음은···. 운디네!’

‘응! 맡겨줘.’


운디네는 시몬의 부름에 허공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듯이 돌았다. 옛날에는 시몬의 손가락보다도 작았지만 지금은 한 뼘 크기로 커져서 눈에 잘 들어왔다.


시몬의 내공이 1갑자 늘어나면서 시몬과 계약한 정령들 역시 모두 강해졌다. 모두의 등급도 하나씩 올라가면서 이전과는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달라진다.


‘동시에······. 모든 환자의 몸에 흐르는 독을 모은다. 그 다음, 치료수로 바꾼다!’


예전이라면 동시에 여러 환자를 돌보는 일은 간단한 부상일 때만 가능했다. 단순한 찰과상을 입은 여러 명. 혹은 감기와도 같은 흔한 질병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여러 명의 혈관에 흐르는 독을 정화시키는 일도 가능해졌다.


시몬이 모두의 신체에서 모아둔 독기. 운디네는 그것을 정령의 힘을 통해 모조리 치료수로 바꾸었다.


시몬은 환자를 내려다보았다.


‘안색이 점점 좋아지는 걸······.’


이 집에 올 때까지만 해도 새파랗게 질려 있다 못해 검게 변해있던 안색이 지금은 밝아졌다. 맑은 피가 돌면서 붉게 혈색이 올라온다.


‘수고 많았어. 운디네.’

‘헤헤. 언제나 맡겨줘.’


시몬은 습관처럼 운디네의 머리 쪽으로 손을 뻗어 쓰다듬어 주었다. 옛날에는 크기가 작았는데 지금은 상당히 커져서 인형을 쓰다듬는 기분도 들었다.


“자. 다들 일어나봐. 몸 상태는 좀 괜찮아졌어?”


시몬은 누워있는 환자를 살짝 흔들었다. 남자들은 하나 둘 일어나더니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


“어때.”

“···확실히 말끔해졌다.”

“어이. 고맙다. 정령사.”


그들은 왔을 때 처럼 예의라곤 하나도 없었다. 시몬은 나가려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벽을 두들기며 말했다. 거기엔 치료 금액이 적혀 있다.


“설마 그냥 갈 생각은 아니겠지?”


남자들은 잠시 서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명이 시몬에게 천으로 된 주머니를 던졌다. 꽤 묵직한 주머니다.


“이 정도면 되겠나? 정령사?”


시몬은 그 주머니를 열어서 확인해 보았다. 거기엔 반짝이는 보석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이건······. 보석?”


들고 있자니 꽤 무거울 정도로 많은 개수다. 그렇지만 이렇게 봐도 진품인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진짜 보석인지 아니면 가품인지 모르겠네······. 메탈룸. 좀 감정해줘.’


금속의 정령인 메탈룸이 시몬의 어깨에 앉아서 주머니를 바라본다.


‘걱정 하지마. 전부 진품이니까.’

‘메탈룸이 말한다면 믿을 수 있어.’


시몬은 메탈룸의 말을 듣고 나서 주머니를 닫았다.


“이 정도면 될 것 같다.”

“그럼······.”


남자들은 별 말 없이 돌아갔다.

시몬은 남자들이 돌아가자 주머니 속의 보석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왜 돈이 아니라 보석을 줬지?’


현물 거래라니. 드문 일이다.

시몬은 보석 주머니를 서랍에 집어넣고 자신의 방에 돌아가서 잠들었다.





* * *




낡이 발았다. 다음날이 되었다. 시몬은 아침부터 찾아온 환자를 치료하느라 바빴다.

지금 시몬이 보고 있는 환자는 환자는 창에 어깨를 뚫린 꽤 심한 중상자다. 시몬은 평소처럼 운디네와 함께 상처를 치료했다.


“자. 이제 괜찮아지셨을 겁니다. 한번 팔을 움직여보시죠. 아픈 곳이 있으십니까?”

“아뇨. 말끔하게 좋아졌습니다. 정말 소문대로 대단하시군요. 감사합니다. 정령사님.”


손님이 돌아가고 나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갑자기 문이 쾅하고 열렸다.

시몬이 돌아보자, 거기엔 중무장을 한 여러 명의 기사가 서 있었다.


“단체 손님······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지?”


기사들이 뿜어내는 기백은 엄청난 적의(敵意)였다. 그렇지만 시몬은 여유를 가지고 물었다.


“네가 여기 치료소를 운영하는 정령사. 시몬인가?”

“그렇다. 용건이 뭐지?”

“우리는 플로렌의 치안 경비를 담당하는 치안대이다. 사람을 찾고 있다.”

“사람? 보면 알겠지만 이 집엔 나 혼자 뿐이야.”


기사들은 시몬을 포위하듯이 반원으로 대열을 갖추었다.


“확실히 그래 보인다만···. 어이. 너희들. 이 집에 그놈들이 숨어 있는지 찾아라!”

“네! 알겠습니다!”


기사 몇 명이 시몬의 집을 수색하기 위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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