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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대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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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
작품등록일 :
2018.10.17 02:37
최근연재일 :
2019.02.22 06: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175,91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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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5,275

작성
18.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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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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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
글자
11쪽

무공으로 대정령사 - 44

DUMMY


‘다들 모두 정말 착한 분들 밖에 없었지.’


대장간에 불이 났을 때도 그랬다. 마을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기도 전에 미리 알고 달려와 주었다. 이웃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진심을 다해 걱정하고 도와주었다.

그 따뜻한 온정을 보면서 시몬은 걱정을 떨쳐낼 수 있었다.

칸디스는 사람이 많고 번잡한 대도시였지만 대장간 근처에는 모두가 온정을 가진 인간미 넘치는 이웃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시몬은 고향을 무척 좋아했다.


‘그런 곳에서 계속 살았어도 좋았겠지만······.’


스스로 바란 일은 절대 아니지만 시몬은 그 도시를 떠나야했다.


항아리를 들고 물을 길러 갔던 강.

사람이 많았던 시장.

내공 수련을 하던 공터.

유리 형과 신나게 달렸던 언덕.

그리고 인생의 전부를 살았던 대장간.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고향의 일을 생각하면 좀 걱정이 생기기도 했다.

가족들은 괜찮을까? 자신을 귀족들이 계속 찾고 있으면 어쩔까? 혹시 자신을 숨겨주고 도망가게 한 사실이 들통이 나서 큰 봉변을 당했다면?

···그렇지만 세 달이 지나도 이 도시까진 아무런 소식이 전달되지 않았다. 어쩌면 귀족들이 범인을 찾는 일을 슬슬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내 희망이고······. 만약에 그래도 지금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지금 살고 있는 플로렌이 마음에 차지 않는 건 또 아니다.

플로렌에 있는 이웃들이 다정한 좋은 도시이다. 어쩔 수 없이 등을 떠밀리듯 이곳에 살게 되었지만 어느 정도 만족 하고 있다. 오히려 이 도시에 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시몬은 이웃에게 선물 받은 포도를 바라보았다.

싱싱한 포도가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웠다. 맛있어 보였다.


“자아. 오늘은 이제 더 사람이 오지 않을 것 같으니까. 여기까지 해볼까?”

‘와아~~ 시몬 수고 많았어.’

“응. 운디네도 같이 일해 줘서 고마워.”


시몬이 손을 뻗자 실프가 날아가 커튼을 내렸다. 치료소의 영업이 종료되었단 표시다.


‘시몬. 오늘도 수련할 생각이니?’

“응. 웬만하면 거르기 싫으니까.”

‘언제나 부지런 하구나. 오늘도 힘내.’

“응. 고마워. 노움.”


노움은 시몬을 격려하듯이 말했다.

시몬은 바닥에 천을 깔고 앉아 좌선을 했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찾고 나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내공수련을 하곤 했다. 그 일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거르지 않았다.


다만 무공 초식 수련은 아직은 하지 않고 있었다. 단순히 귀찮아서. 혹은 시간이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초식을 기억하고 있기야 하지만······. 지금 한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될지를 모르겠어.’


전생에서 무공을 익히던 사람으로서 가진 지식을 다시 한 번 더듬어 봤다.

초식을 익힌다는 것은 무엇일까.

초식을 달달 읽고 외웠다고 해서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머리로 이해했다고 해서 그 초식이 완전히 배웠다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초식의 이치를 깨달아야하는 법.’


초식을 제 아무리 완벽하게 외웠다고 해도 만약 초식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서야 그저 다른 이가 한 몸짓을 보고 따라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앵무새가 말은 따라할 수 있어도 사람과 대화는 통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시몬은 초식 수련을 잠시 미루어두었다. 물론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 뿐이지 아예 영영 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다.


시몬의 일과는 지나치게 간단했다. 식사와 청소 같은 가사 노동을 빼고는 치료소에 온 환자들을 치료해 주는 일과 내공 수련이 전부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친구나 지인을 사귀는 일도 아예 없다. 그나마 아는 사람은 치료소를 하면서 알게 된 환자와 그 가족들이 전부다. 이따금 정령들과 얘기를 하는 일을 제외하면 시몬이 먼저 사적으로 말을 거는 일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래도 시몬은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으로 시몬의 옆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있는 기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시몬과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나누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시몬에겐 충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도 정령들이 나와 함께해주고 있어.’


조용히 내공을 수련하고 있는 시몬을 정령이 지켜보고 있다.


지금의 이런 삶을 전생과 비교해보면 전혀 반대의 삶이다.

시몬의 지난 생은 치열한 경쟁뿐이었다. 당장 내일의 아침이 어찌 밝아올지를 자신할 수 없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동료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


‘친한 이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고. 그 동료가 자신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을지 신뢰하기도 힘들었지.’


그 삶은 불안하고 또 초조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더 비급에 의지했던 것은.

운 좋게 얻은 오행신공에 의지하긴 했지만 오히려 초조한 마음 탓에 좁아진 시야는 오행신공을 확실하게 인지하지도 못했다.


‘지금은 오히려···. 안정되고 느긋해서 그럴까······. 전생에 놓친 것이 보여.’


다가올 아침이 주는 신뢰감. 발을 디딘 땅의 포근함.

자신을 둘러싼 정령이 주는 안정감.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받았던 신뢰와 애정.

모두 지금의 시몬을 만들어주는 조각들이었다.


시몬. 지금 자신을 구성하는 요소는 전생의 기억이나 경험이 아니다.

전생의 기억은 수십 년치가 존재하긴 했지만, 현재 시몬에게는 남의 일기장을 억지로 머리에 넣은 것처럼 괴리감이 존재한다.

분명히 자신이 경험 한 일이다. 그렇지만 실감은 나지 않는다.

지식과 정보로서는 존재해도 실질적으로 자신이 생각한 자아가 들어가 있지 않은 경험이다.


‘······아. 그렇구나.’


시몬은 문득. 내공수련을 하다가 무언가를 떠올렸다.

지금의 시몬을 만드는 것은 전생이 아니다.

지금 이 세상에 태어나 얻은 현생의 기억과 경험이다.

그 기억과 경험을 구성하는 사람과 사람간의 인연이다.

전생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것이다.


전생의 자신은 그것을 모르고 살았다.


‘사람이 가진 도(道)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 지난 삶에선 그 말을 그저 그럴듯하게 외워서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전생의 시몬은 그 말을 만물의 법칙과 흐름은 결국 하나로 흐르고, 그 자연에 존재하는 자신 역시 만물의 법칙에 속해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어쩌면 그 이해가 맞는 이해일지도 모른다. 다른 이는 그런 이해로 깨우침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시몬은 그 배움으로 깨우침을 얻지 못했다.

시몬에게는 맞지 않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 바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세상엔 하나만이 있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바다의 푸름이 하늘의 푸름을 반사해서 존재하는 색깔이듯이···. 불과 물이 만나고. 땅과 바람이 만나고. 나무와 쇠가 만난다. 소리가 나듯이 음과 양이 만나야지 계절이 존재한다.


‘손과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지만 사람이 존재한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오롯이 혼자 존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안에 내재된 우주의 진리가 존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시몬에게 존재하는 진리는 뿌리가 넓게 뻗어난 나무와 같았다. 그 뿌리 하나하나에는 시몬이 만나온 사람들이 담겨 있었다. 지금도 시몬의 옆에 있는 여러 명의 정령도 합해서 말이다.


지난생의 시몬은 고뇌와 신음. 그리고 고통 속에서 진리를 찾으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 삶의 시몬은 지난 삶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전혀 달라진 자아. 그 자아가 만들어낸 세상은 모두와 함께 하는 상생(相生)을 바랐다.


“그래. 이런 삶도······. 좋아.”


사람마다 삶은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다.

시몬은 지금. 자신의 삶의 가치를 찾았다.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호흡과 맥박이 서로 통하기 시작했다.

몸속에서 큰 회오리가 생긴 듯이 온 몸이 들썩였다. 온 혈맥에 심장이 달린 듯이 쿵쾅거렸다.

그것은 아무도 알지 못할 큰 변화였다.

시몬의 온 몸에 큰 강처럼 내공이 쉴 새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흐름은 사그라지긴커녕 지치지 모르고 달리는 말처럼 더욱 더 시몬의 몸을 흔들어 놓았다.


‘이것이······!’


시몬은 전생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깨달음의 경지를 느꼈다.


원래 깨달음이란 어느 한 수준에 미쳐야지만 도달한다는 규정이 없다.

전생에서 많은 사람들은 그 경지를 물 한 방울로 넘치는 물 잔에 비유하곤 했다. 잔에 꽉 찬 물을 넘치게 하기 위해서는 단 한 방울이 필요하듯이 사소한 생각 하나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는 얘기였다.

그렇지만 그 생각은 남이 남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오지도 않았고, 남이 남긴 말을 읊는다고 해서 오지 않았다.

사람마다 가진 고유적인 외모만큼이나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다른 길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깨달음······. 그리고···.’


한참을 시몬은 들썩이게 하던 내공의 흐름이 잠시 가라앉았다. 그렇지만 바로 어제와는 전혀 다른 힘이 시몬의 몸에 서리기 시작했다.

시몬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내공이······. 늘었어.”


눈을 꾹 하고 누르듯이 감아보았다. 시몬의 몸 안에 내공이 1갑자로 늘어나 있었다.


‘전생에서도 얻지 못한 깨달음인데······. 하하.’


시몬의 전생은 지금과 달랐다. 그렇게 악착같이 치열하게 살던 지난 생애에서는 이 정도 깨달음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몬은 전생을 떠올리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시몬. 이상해. 몸이······.’

“아아. 놀라지마. 내 내공이 늘어서 그럴거야.”


시몬은 운디네의 말에 운디네를 돌아보며 웃다가 놀라서 눈을 크께 떴다.


“아, 아니. 잠시만. 운디네···. 너 지금 상태가?”


운디네의 모습이 좀 전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원래 운디네는 크기로 따지면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큰 정도의 크기다. 외모도 무척 어린 아이와 닮은 모습이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작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운디네였는데 지금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커졌다.


‘그래봤자 작긴 하지만.’


시몬은 크기를 재보기 위해 운디네 쪽에 손을 가져다 대보았다.


‘크기로 치면 한 뼘 정도일까?’


시몬이 손을 펴봤을 때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 사이의 크기 정도가 되었다. 바로 전에 비해 몇 배나 커진 것이다.

거기에 단순히 크기만 자란 건 아니다.

원래 운디네는 얼굴과 몸의 크기가 비슷한 정도로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세 네 살 정도의 아이랄까?

그런데 지금은 적어도 열 살은 넘은 아이처럼 보였다.


‘시몬. 나 내 팔다리가 이상해. 갑자기 길어졌어.’

“응. 그러게. 너 키가 무척 자랐구나.”


시몬은 당황하는 운디네를 두 손으로 잡아주었다. 운디네는 시몬의 손바닥 위에서 당황해서 자신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다른 정령도 이러려나?’


시몬은 다른 정령들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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