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최근연재일 :
2020.12.20 20:55
연재수 :
284 회
조회수 :
6,952,232
추천수 :
23,721
글자수 :
1,875,669

작성
06.03.08 12:34
조회
37,464
추천
94
글자
17쪽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0>

DUMMY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본 두 선배님들은 불가사의한 인물들이 아닙니까?

정말 무당파와 소림사 출신일까요?“

식사를 다 끝마치자 위현룡이 홍후인에게 물어보았다.

자신은 중도에 기절해버렸지만 동굴 안에서 끝까지 남아있던 홍후인은 뭔가를 알아 내지 않을까 해서 한 물음이었다.


[뭐...나도 잘은 모르겠다...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놈들이라서 말이다. 무공은 한가닥 하는 것 같다만...무림에 허풍이 심한 인사가 한둘이 아니지 않느냐...]

홍후인은 일부러 그들의 정체를 위현룡에게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신 넌지시 이렇게 말했다.

[다 먹었으면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자꾸나!]

“개방 방주가 소림사를 떠날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아직 반시진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괜찮다. 어서 서둘러라!]


이미 개방 방주의 명을 받은 하인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짐을 꾸리고 있었고, 무사들은 의복과 무기들을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런 때에 홍후인이 왜 갑자기 이동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지만, 위현룡은 어젯밤 침입자를 추격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작은 마당으로 움직였다.

이곳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전각을 통해 들어가야 나오는 뒷마당으로써, 현재는 폐쇄되어 있는 곳이기도 했다.

홍후인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으라고 했기에 위현룡은 지체없이 이 곳을 떠올린 것이었다.

만약을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인기척을 살피던 홍후인은 위현룡에게 재빨리 말했다.


[검을 들고 귀혼검법을 시전해 보거라!]

“아! 검법수련을 시키시려고 하신 것이군요”

약간의 짬이라도 나면 여지없이 수련을 하는 위현룡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지체없이 검을 뽑아들고 귀혼검법의 초식을 휘둘러댔다.


[그러니까 말이다...]

홍후인은 약간 망설이는 듯하다가 어젯밤에 원송과 장윤에게 들었던 내용을 마치 자신이 깨달은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말만 무림선배지 귀혼심법이나 검법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기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수련만 해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무(無)와 유(有), 그리고 공(空)과 유(有)에 대한 심오한 뜻풀이가 튀어나오자 위현룡은 내심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기검(氣劍)이라는 생소한 용어와 더불어 귀혼검법과 상응하는 검결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어두운 산속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저 멀리 불빛을 본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선배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진심으로 우러나온 찬사를 받은 홍후인은 왠지 마음이 뿌듯해졌다.


[너도 알다시피...내가 무림을 활보할 때는 나를 스승으로 모시려는 자가 부지기수였지 않느냐! 내가 그 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이유는 네가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네 자질이 부족하니 더 이상은 기다릴 수가 없구나! 이제 귀혼검법의 검결을 풀이했으니 너는 일취월장할 것이다!]


홍후인은 뻔뻔스럽게도 원송과 장윤이 수 십년 간을 힘들게 득도(得道)한 것을 단번에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괴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홍후인은 그 동안 귀혼환령검을 지도해가면서 위현룡에게 받았던 눈치나 부끄러움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렇다면...선배님이 지적하신 대로 귀혼검법을 제대로 쓰려면 단순히 내력을 검에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검을 따라 밖으로 이끌어내는 방식을 써야 한다는 것이군요.“

[그렇지! 그래야만 귀혼검법의 진정한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야 뭔가 실마리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자 위현룡은 연신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리고는 최종적으로 홍후인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내력을 밖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것입니까? 귀혼심법이 중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진지하고도 고대에 찬 위현룡의 얼굴을 본 홍후인은 일시에 말문이 막혔다.

비록 장윤과 원송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기는 했으나 막상 귀혼검법을 움직일 귀혼심법의 운행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다...]

홍후인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괜히 아는 척했다 싶어서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하다가 끝내 나온 말은 조잡했다.


[진정한 고수가 되려면 혼자서 깨달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나에게 모든 것을 얻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무공을 연마하면서 깨우치도록 하거라!]

슬쩍 눈치를 보니 위현룡도 크게 동감하는 표정이었다.

위현룡은 머릿속으로 방금 홍후인이 언급한 귀혼검법의 대검결과 귀혼심법 안에 기술된 심결들을 열심히 꿰어 맞춰보았다.

귀혼검법과 귀혼심법은 분명히 상응하는 작용을 일으키게 되어있었고, 그렇기에 두 개의 무공사이에서 왕래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법도 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귀혼검법과 심법의 구결들을 줄줄 외고 있어도 알쏭달쏭하기만 했던 위현룡이었으나 이번에 홍후인이 새롭게 해석해준 검결을 이해하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복합적인 숙고를 하게 되자 마치 밝은 빛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되었다.


“음....그래서 그렇게 기술을 해놓았던 것이였군...그래..음...”

위현룡이 고개를 숙인 채 주문을 외듯 뭔가를 중얼중얼대자 홍후인은 괜히 불안해졌다.


[저 녀석이 아무렇게나 붙이다가 주화입마에 걸려버리는 것 아닐까...]

무림에서는 기연으로 얻은 비급이나 또는 무가(武家)등에서 가보로 내려져 오는 비급들을 함부로 해석하여 무리하게 익히다가 폐인이 된 자가 부지기수였다.

그런 이유로 여러 문파에서도 제자들의 기량과 자질을 보아가면서 무공의 성취를 이루게 돕는 것이었다.

그러나 홍후인의 이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위현룡은 현재 지금까지 이해못하던 검결과 구결들을 차례로 깨우치는 중이었던 것이다.


“내력에서 내력을 뽑아서 귀혼검법을 운용한다...심법의 운행방식은 이렇게 되니까...”


[현룡아...너무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제 발 저린 홍후인은 한번 시작하면 무섭게 몰입하는 위현룡을 어떻게든 만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주화입마에 걸려들 소지가 다분했던 것이다.

그때 갑자기 위현룡이 벌떡 일어서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크게 외쳤다.


“선배님! 어쩌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되긴 뭐가 된다는 것이냐!! 무리하지 말라니까...]

위현룡은 귀혼심법을 운행하면서 즉각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정신을 집중하면서 전신을 주행하던 귀혼내력을 단전으로 단단하게 뭉쳤다.

(귀혼심법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에 의하면 ‘물이 암반을 뚫듯이...’ 라고 써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는 모아있는 귀혼내력을 조금씩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단전에다가 부딪히면서 거센 충돌을 유도했다.

(이때다!)

순간 위현룡은 있는 힘껏 귀혼검법의 일초식부터 시전을 시작했다.

[쩝..]

홍후인은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 혼자서 미친 듯이 칼춤을 추고 있는 위현룡을 보면서 쓴 입맛만 다셨다.


[저 놈의 고집은....나도 이해를 못할 만큼 심오한 무공을 혼자서 뭘 깨우쳐 보겠다고....]

그러나 열심히 수련한 덕분에 검초만큼은 그런대로 자리가 잡혀있는 것 같자 홍후인은 다시 중얼거렸다.


[귀혼환령검이 대단한 무공인 것은 분명하지만...깨우치기가 이렇게 힘들다면 오히려 하급무공 비급보다 가치가 없는 것이다...차라리 내 무공을 전수해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헉!!]


홍후인은 말을 채 끝마치지도 못한 채 놀란 눈을 번쩍 뜨고는 입을 쩍 벌렸다.


“선배님!! 이제부터 들어갑니다!!”

총 20초식의 귀혼검초를 휘두르고 다시 일초식부터 전개하면서 단전에서 요동치던 귀혼내력은 단전에서 활화산처럼 솟구치며 둑 터지듯이 오른팔을 따라서 검으로 흘러 들어갔다.

위현룡은 매우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는 동시에 들고 있던 검(劍)이 묵직해진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

잠시 바라보고 있던 사이에도 검(劍)은 천근만근 무거워지면서 아래로 처지고 있었다.

더 이상 버티면 검을 움직이기는커녕 아마 땅바닥을 뚫어 버릴 것 같아 얼른 귀혼검법의 일초식을 휘둘러보았다.

-웅!!!!

신기하게도 검이 포효하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빛이 검의 주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면서 무서운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귀혼검법의 각 초식은 다시 다섯 초식으로 이뤄져 있다.

이 다섯초식은 각기 다른 방향을 노리고 있는 터라 끊어짐에 의해 공격초식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검(劍)에서 흘러나오는 귀혼내력은 마치 꿀처럼 끈적끈적하게 검초와 검초 사이의 공간을 부드럽게 이어주고 있었다.

즉 상대가 봤을 때는 도저히 치고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예리한 검기(劍氣)를 형성하면서 다섯 초식간의 간격을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었던 것이다.

위현룡은 허공을 상대로 귀혼검법의 초식들을 끌어올려 전개하기 시작했다.

내력을 주입하여 시전하는 일반 검법과는 다르게 기검(氣劍)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 귀혼검법은 바람을 타고 살랑대는 갈대마냥 유연하기 그지없었다.

귀혼검법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마당에 깔려있던 흙먼지가 공중으로 돌개바람처럼 휘몰아쳐 주위로 분산되면서 시야를 어지럽혔다.

-파파팟!

순간 홍후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보았던 것이다. 위현룡이 휘두르는 귀혼검법에서 다섯 개의 환영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것을...

검(劍)은 더욱 힘차게 허공을 갈랐다.

그는 여섯 번째 귀혼검초를 시전할 무렵 단전에서 다른 새로운 내력이 생성되는 것을 인식했다. 그 내력은 전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게 일주천하면서 온 몸 곳곳에 활력을 더하고 있었다. 위현룡의 귀혼검법은 그에 상응하여 폭발력있는 위력을 발산해냈다.

그리고 그 순간 위현룡의 다섯 손톱에는 검은 줄이 새롭게 그어지고 있었다.

귀혼심법 삼성수준에 머물렀던 상태에서 깨달음 하나로 오성까지 단번에 상승한 것이었다.

[오!! 해냈구나!]

그것을 제일 먼저 보게 된 홍후인이 비명과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귀혼심법은 깨달음으로 얻어지는 독특한 심법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타심법보다 빨리 축기할 수 있는 귀혼심법의 특성으로 인해 위현룡은 이미 귀혼심법의 오성에 해당하는 내력을 모으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었다.

다만 귀혼검법과 혼용하는 법을 깨닫지 못하다가 지금에서야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위현룡은 공격력이 대폭 상승됨을 느끼면서 내친김에 귀혼검법의 마지막 초식까지 전개해 보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열초식까지 전개하고 나서 열한번째 초식을 휘두르려는 순간,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검기(劍氣)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에 홍후인이 소리질러댔다.

[내공이 바닥났지 않느냐!]

그러고 보니 귀혼검법을 전개하는 동안 충만했던 귀혼내력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요?”

위현룡이 당황하면서 귀혼심법을 운행해보았으나 텅 빈 우물처럼 더 이상의 진기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 장시간 격전을 치른 탓에 내력이 고갈된 상태와 같은 것이었다.

그것도 겨우 몇 초식 휘두른 것으로 말이다.


[음...아마도...귀혼심법의 오성의 단계까지 도달한 네가 사용할 수 있는 귀혼검초는 겨우

십초식뿐인가 보구나. 귀혼심법 일성마다 귀혼검법 이초식이 할당되니 말이다.]

홍후인은 기검의 일종인 귀혼검법이 귀혼내력을 기반으로 움직인 다는 것을 상기하고 있었다.

“그럼...내력이 모자라서 귀혼검법을 더 이상 진전시킬 수 없단 말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만약 전투시에 겨우 십 초식만으로만 버텨내야 한다는 말인데....“

위현룡이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대자 홍후인은 방금 전까지의 기쁨도 잊고 꽤나 심각하게 말했다.


“계산상으로는 십초식이지만....아마도 그것마저도 힘들 것이다. 잊었느냐? 전투 시 신법을 사용할 때 역시 내공이 필요하다는 것을...또한 내가 네 다른 팔을 이용하여 검을 휘두를 때도 상당한 귀혼내력이 필요하단 말이다. 이렇게 되면 변수가 너무 많아지는 구나...내가 너를 돕기라도 한다면 내공이 곧바로 소비되니 말이다....]


“아...좋다 말았습니다. 선배님....”

[그러나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 네가 귀혼심법을 달성할수록 사용할 수 있는 검초도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극성까지 익히게 된다면...귀혼검법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그리고 아직 환령심법과 환령검법이 남아있다!]


그의 어투에는 상당한 기대감이 포함되어 있었다.

귀혼검법도 이 정도인데 설마 환령검법은 신(神)의 무공이 아니겠느냐 하는 기대감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주께서는 뭘 그리 혼자 중얼거리고 있으신 거요?”


화들짝 놀란 위현룡과 홍후인이 고개를 돌리니 다 부서진 문짝을 밀고 한 노인이 들어오고 있었다. 비쩍 마른 어깨에는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낡은 가사를 걸쳤으며, 얼굴에는 밭이랑 같은 주름이 가득한, 어느 촌구석의 노인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평범한 인상이었다.

한 손에 들고 있는 빗자루는 흙투성이가 된 짚신 앞에 가지런히 자세를 잡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소림사 내를 청소하는 승려가 분명했지만 홍후인은 절대로 그렇게 만만하게 예측하지 않았다.

우선 지척에 다다를 때까지 전혀 감지할 수 없었던 것도 그랬고, 걸치고 있는 닳아빠진 홍색의 가사 한쪽에는 흐릿한 글씨로 각(覺)이라고 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림사 방장의 이름이 각운이 아니던가. 각은 소림사 일대 항렬을 나타내는 것이니 만큼 앞에 보이는 강시같은 노인도 분명 소림사 원로 중에 한사람이 분명했다.


[저 노인이 설마 네 정체를 파악한 것이 아니냐!!]

그의 불안한 음성을 듣고 있던 위현룡은 약간 경계하는 얼굴로 포권을 취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여기가 워낙 한적한 곳인지라 마음에 끌려 발걸음을 하게 되었는데, 그만 검법수련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소생이 이방인인지라 소림사의 법도를 어겼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그 승려는 호인(好人)의 표정을 지으면서 길게 웃었다.


“이 곳은 외인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지요. 물론 소림사 전각의 지붕을 타고 넘나들었다면 발견하기 쉽겠습니다만...“

마치 그날의 상황을 보기라도 한 듯, 늙은 승려는 예리하게 추리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이방인이 찾기엔 불가능한 곳이었으므로, 위현룡은 어설픈 미소를 지으면서 실토했다.


“대사님 말씀대로 소림사 전각들의 지붕을 타고 활보하다가 발견한 곳이옵니다. 이는 명백히 법도를 어긴 것이니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그 죄를 달게 받겠나이다.“

위현룡이 진심으로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자 연로한 소림승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소승이 시주의 잘못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고...그냥 상황이 그렇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방금 휘두르던 검법은 무슨 검법입니까? 몇 초식만큼은 대단한 위력을 머금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는 정확하게 위현룡이 귀혼내력을 바탕으로 휘둘러댄 몇 초식만을 꼬집어 운운하고 있었다.


[거봐라! 저 대사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현룡아! 사실을 무조건 숨겨라!]

“소생은 강호에 신출내기일 뿐입니다. 그런 저를 대사님께서 높게 평하여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위현룡은 조용한 음성으로 대사의 질문을 피해나갔다.

그러자 대사는 그런 위현룡의 의중을 알아챈 듯 더 이상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다만 위현룡의 얼굴을 관상이라도 보는 것처럼 유심히 살피기만 했다.

상대가 빤히 쳐다보고 있을 때만큼 곤혹스러운 것도 없었다.

눈을 마주치고 있기도 그렇고 노골적으로 피하기도 어색한 것이 아닌가.

괜히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데 대사가 인자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무인이란 사람을 살리는 무공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악을 가지고 무공을 사용한다면 원한이 되어 돌아오게 되고, 선을 가지고 무공을 사용한다면 천하의 인심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위현룡은 뜬금없이 대사가 왜 저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능구렁이 같은 대사가 무슨 횡설수설을 늘어놓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군.]

홍후인도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어차피 절간에 있는 중들이란 검을 잡은 사람들만 보면 늘상 저런 소리를 해대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치부해버렸다.

그러나 이내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기 시작하는 노승(老僧)을 보면서 위현룡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되었다.

“대사님께서는 어떤 의미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신 것입니까?”

약간 답답해진 위현룡이 노승에게 가르침을 청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으로 빗자루질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한쪽에서 어물쩡하게 서있던 위현룡은 떠날 시각이 다가오므로, 뒤도 안돌아보는 대사에게 짧은 만남에 대한 작별을 고하면서 물러 나왔다.

소림사에서 마련해준 숙소 쪽에는 이미 소림사를 떠날 모든 채비가 갖춰져 있었다.

출발하기 바로 직전에서야 어슬렁거리면서 모습을 나타낸 위현룡을 예강공자가 슬쩍 쳐다보다가 근엄하게 명을 내렸다.


“개방으로 돌아간다!!”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혼환령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5> +40 06.08.22 28,612 77 11쪽
8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4> +35 06.08.18 28,589 78 9쪽
8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3> +49 06.08.16 28,817 77 9쪽
8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2> +48 06.08.12 29,619 87 10쪽
8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1> +45 06.08.07 29,201 82 9쪽
8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0> +50 06.08.03 30,148 81 11쪽
8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9> +48 06.07.26 29,122 86 11쪽
8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8> +53 06.07.22 29,072 81 10쪽
8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7> +45 06.07.18 29,440 85 9쪽
7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6> +44 06.07.15 29,147 80 8쪽
7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5> +58 06.07.08 30,084 81 12쪽
7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4> +40 06.07.03 30,837 82 14쪽
7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3> +38 06.06.29 30,013 81 12쪽
7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2> +37 06.06.26 30,802 80 13쪽
7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1> +41 06.06.20 31,773 79 11쪽
7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0> +41 06.06.15 32,944 79 13쪽
7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9> +32 06.06.09 32,020 83 12쪽
7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8> +45 06.06.04 32,508 83 9쪽
7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7> +38 06.05.28 34,513 78 13쪽
6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6> +39 06.05.25 33,079 83 12쪽
6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5> +33 06.05.20 34,323 74 10쪽
6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4> +36 06.05.17 33,919 78 12쪽
6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3> +35 06.05.06 33,840 86 12쪽
6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2> +42 06.05.02 35,037 88 11쪽
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1> +40 06.04.27 38,609 80 9쪽
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7> +46 06.04.21 34,718 80 11쪽
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6> +41 06.04.07 33,660 83 10쪽
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5> +40 06.04.02 34,127 86 11쪽
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4> +56 06.03.30 34,205 93 9쪽
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3> +48 06.03.21 35,067 84 14쪽
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2> +41 06.03.18 35,714 85 14쪽
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1> +48 06.03.14 36,649 82 12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0> +52 06.03.08 37,465 94 17쪽
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9> +51 06.03.01 37,012 92 15쪽
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8> +53 06.02.25 37,581 85 17쪽
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7> +59 06.02.23 38,227 93 16쪽
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6> +44 06.02.21 39,719 85 17쪽
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5> +55 06.02.19 39,814 104 17쪽
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4> +48 06.02.16 39,900 95 13쪽
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3> +57 06.02.13 41,469 88 18쪽
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2> +59 06.02.11 41,216 90 17쪽
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1> +68 06.02.07 42,780 85 16쪽
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5> +68 06.02.03 41,288 84 18쪽
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4> +58 06.02.01 39,466 78 13쪽
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3> +67 06.01.30 40,223 84 17쪽
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2> +75 06.01.27 39,967 86 13쪽
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1> +53 06.01.24 39,845 96 18쪽
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0> +61 06.01.21 40,374 94 16쪽
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9> +52 06.01.19 40,299 91 15쪽
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8> +56 06.01.17 41,781 88 18쪽
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7> +79 06.01.15 44,806 89 26쪽
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6> +64 06.01.12 45,926 104 18쪽
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5> +69 06.01.10 46,724 92 23쪽
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4> +64 06.01.07 46,524 90 22쪽
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3> +77 06.01.05 47,849 98 13쪽
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2> +65 06.01.03 49,661 113 17쪽
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1> +56 05.12.31 50,028 107 14쪽
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7> +62 05.12.28 49,814 119 19쪽
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6> +59 05.12.24 48,399 106 20쪽
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5> +53 05.12.20 47,173 118 15쪽
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4> +55 05.12.17 50,625 118 16쪽
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3> +48 05.12.16 51,076 125 15쪽
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2> +51 05.12.15 49,618 122 12쪽
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1> +47 05.12.13 51,278 124 15쪽
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10> +56 05.12.11 51,732 113 10쪽
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9> +54 05.12.09 50,006 121 18쪽
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8> +44 05.12.07 51,105 124 16쪽
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7> +43 05.12.05 51,368 122 10쪽
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6> +42 05.12.03 51,808 118 17쪽
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5> +51 05.12.01 53,495 128 15쪽
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4> +54 05.11.27 54,058 136 16쪽
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3> +56 05.11.26 54,001 133 13쪽
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2> +52 05.11.24 58,857 127 13쪽
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1> +48 05.11.21 58,810 126 15쪽
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6> +43 05.10.25 57,980 128 16쪽
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5> +42 05.10.24 53,843 126 7쪽
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4> +45 05.10.19 56,494 126 11쪽
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3> +40 05.10.09 31,101 120 16쪽
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2> +41 05.10.05 55,895 131 13쪽
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1> +61 05.09.19 62,111 129 20쪽
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8> +57 05.09.17 59,283 130 19쪽
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7> +52 05.09.16 59,335 127 22쪽
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6> +41 05.09.15 61,967 131 26쪽
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5> +63 05.09.14 63,915 151 17쪽
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4> +45 05.09.13 67,126 143 18쪽
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3> +59 05.09.12 64,408 148 20쪽
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2> +63 05.09.11 72,559 158 21쪽
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1> +76 05.09.10 73,868 151 3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