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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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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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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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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7>

DUMMY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밤새도록 경련을 하고 헛소리를 지껄이던 위현룡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몸은 아직 욱신거려서 거동이 불편했지만 눈빛만은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듯 했다.

[깨어났느냐?]

홍후인이 안도하는 음성으로 물었으나 위현룡은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는지 몸을 잔뜩 웅크리고 덜덜 떨었다.

하긴 병자들은 기온이 내려가는 새벽에 스며드는 한기를 유난히도 느끼는 법이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리는 것이, 정신이 들자마자 지난 일이 먼저 생각났던 모양이었다.

눈사람처럼 냉랭한 홍후인도 이번만큼은 약간 가슴이 쓰렸다.

급한 김에 위현룡을 이용하여 원한을 갚기는 했지만, 저지르고 보니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던 것이다.


[네가 머뭇거리지만 않았어도 무사히 청성파를 빠져 나왔을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위현룡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다.


[염청석인가 하는 놈은 부상을 당해서 제 몸 하나 가누지도 못했었고, 제자들이라고 해봐야 백 명도 모여 있지 않았었다. 네가 그 계집한테 한눈을 팔며 시간을 끌지 않았다면 네 무공으로도 충분히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다!]


홍후인은 시원하게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속으로는 약간의 후회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위현룡을 이용했다는 것이 아닌 시기를 잘 못 택했다는 후회감 말이다.

사실 위현룡을 꼬드겨 원기종에게 갔을 때만 해도 성공의 확신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성공이란, 원기종을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하고 위현룡을 무사히 탈출시키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재수 없게도 그 자리에는 염청석이 차를 마시기 위해 앉아 있었다.

원기종이 혼자 있었다면 일을 처리한 후에 위현룡에게 적당히 둘러대면서 상황판단을 하게 하면 그만이었다. 장문인을 시해한 마당에 도망칠 방도밖에 더 있겠는가.

물론 홍후인이 위현룡의 성격을 감안하지 못한 채 내린 판단이었겠지만, 아무튼 위현룡은 이미 검(劍)을 내보인 상태였고, 원기종은 의혹의 눈초리를 드러냈다.

지체하다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위현룡이 지니고 있는 귀혼환령검법 비급의 안위마저 보장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눈 딱 감고 성급하게 일을 시도해 버렸던 것이었다.


홍후인의 일갈을 듣는지 마는지 위현룡은 그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흐느끼고만 있을 뿐이었다.


[울지마라! 바보같은 놈! 그 계집이 그리 좋더냐? 마비되었던 오른손으로 검을 움켜잡을 만큼 말이냐!!]


위현룡의 오른팔은 마비가 되어 굳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원연홍이 위급하게 되자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한 의식이 잠력을 발휘해 기적적으로 마비를 풀어버렸다.

그때 홍후인은 검을 움켜준 오른손을 사실은 잘라버릴 생각이었다.

손을 잘라내는 한이 있어도 원연홍을 죽이고 얼른 몸을 빼내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위현룡은 오른손은 물론이고 목숨마저 내던지고 있었고, 초반에 약간의 인정을 두어 위현룡을 설득시키려다가 오히려 자신의 힘이 점점 빠져버리게 되어 버렸다.

평생을 정(情)에 흔들리지 않고, 손속에도 사정을 두지 않았던 홍후인이 처음으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 순간이었던 것이다.


[계집애처럼 훌쩍거리지만 말고 뭔가 말을 해보란 말이다. 화가 나면 소리쳐도 좋고 날 원망해도 좋다! 그러나 어차피 난 후회는 없다.]


홍후인이 위현룡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굳은 신념만 앞세웠다.

그러나 위현룡의 정신은 실타래처럼 엉켜서 어떤 이성적 접근도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기에 그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이미 위현룡은 희미한 의식 속으로 까무러쳐 버리고 말았다.

감정이 북받쳐 혼절을 해 버린 것이다.

홍후인은 혀를 끌끌 차면서 중얼거렸다.

[애당초 내 말대로 무공을 배웠다면 이 청성파를 다 쓸어버리고 그 계집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을....]


** **

어슴푸레 먼동이 터 올 무렵.

위현룡이 다시 정신을 차린 때는 시각이 꽤 흘러 사경(四更)이 넘어갈 무렵이었다.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귀뚜라미가 내는 애잔한 울음소리 등이 창문 틈새로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싱그러운 자연의 소리가 오늘따라 위현룡의 마음 한 구석을 사무치게 뒤흔들어댔다.

위현룡은 충격으로 인해 실어증(失語症)이라도 걸렸는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

마치 백골이 진토(塵土)가 될지언정 절대로 입을 떼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기도 했다.

그 모습에 은근히 열불이 난 홍후인은 참다못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래 나를 원망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안다! 그렇지만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만 알아둬라! 무림에서 원한을 갚는 것이 무슨 큰 죄란 말이냐!!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지 않느냐. 만약 네 부모가 원수에게 당했다면 너는 원수를 용서할 수 있겠느냐! 또한 원수를 갚을 기회가 생겼는데도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을 수 있겠느냐!]


홍후인이 아무리 소리쳐 봐도 어차피 창고 안에는 어두운 적막만 감돌고 있을 뿐이었다.

허나 홍후인은 어떻게 하든지 이 놈의 잠자는 이성을 깨우고만 싶었다. 그때 갑자기 위현룡이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묻고 있었다.

“제게 왜 그런 것입니까?”

평소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차갑기 그지없는 어감(語感)이었기에 홍후인은 살짝 몸을 떨었다.

그러나 명색이 무림 선배인데 기죽을 수는 없다 싶어, 마치 대적이라도 하듯이 대꾸했다.


[내가 너를 이용해서 원한을 갚으려고 했다만 후회는 없다. 그때 기회를 놓쳤더라도 기회가 생기면 또 했을 것이다.]


“선배님의 원한을 갚자고 절 끌어들였단 말입니까? 그로 인해 제 인생이 모두 산산조각 나 버렸습니다. 장문인은 허무하게 목숨을 잃으셨고, 전 청성파 제자들 사이에서 배반자에 살인자로 낙인찍혔단 말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까지 남겼습니다!“


위현룡의 목소리는 점차 분노로 변하고 있었다.


[난 어차피 시원하게 원한을 갚으려고 했을 뿐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홍후인이 얼굴을 돌리면서 싸늘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자신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망쳐놓고도, 그의 음성에는 한줄기 자성의 빛조차 없었다.

그의 뻔뻔스러운 대답에 더욱 격분한 위현룡이 분을 억지로 참으며 물었다.


“도대체 장문인과 어떤 원한이 있기에 그런 것입니까? 설마 선배님을 처음 발견했을 시에 박혀있던 검이 장문인의 검이었단 말입니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홍후인이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대답했다.


[그렇다. 원기종 때문에 난 모든 것을 잃었다. 무림을 장악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될 꿈이 물거품 됐단 말이다! 너는 모른다 내가 얼마나 허망하게 죽었는지...]


“그럼 전 무엇입니까!! 왜 제가 희생되어야 하는가 말입니다! 선배님은 복수심에 사로잡혀서 제 인생을 너무나 쉽게 짓밟았습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말입니다!! 장문인은 좋은 분이셨으나 선배님은 악인이 분명합니다!! 아...정말...내가 정말 미련했구나. 내가 검을 들고 가지만 않았던들....”


홍후인을 몰아세우며 공격하던 위현룡이 자책과 동시에 잠시 멈추었던 눈물을 쏟아냈다.

머리카락을 쥐어뜯듯이 쥐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보기에도 처량하기 그지없을 지경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홍후인이 입술을 실룩이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네가 검을 가지고 가지 않았더라도 원기종은 언젠가는 염청석의 손에 죽었겠지.]


순간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던 위현룡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뇌리에는 염청식이 원기종의 심장을 가르던 모습이 극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살육을 즐기는 살인마처럼 태연하게 움직였던 염청석. 찰나의 망설임도 없었다.


“염청석...이놈....반드시...원한을 갚을 것이다!!”


끓어오르는 분노로 인해 위현룡의 핏발 선 눈에선 피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상황파악이나 제대로 해라! 이 밤이 지나가면 넌 처형될 것이다. 아까 근처를 지키던 녀석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네가 원한을 갚겠다는 염청석에게 되려 죽음을 당하게 되었단 말이다!!]


홍후인의 말은 위현룡을 다시 실의에 빠트리는 동시에 현실을 인식하게 만들어 버렸다.

창고는 단단히 잠겨져 있고 밖에는 청성파 제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또한 몸마저 상태가 좋지 않았으니 탈출을 모색하려 해도 여의치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더 안전할 때 원기종을 노릴 것을 내가 너무 서둘렀다. 그러나 원기종이 그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을 알고 나니...]


홍후인의 머릿속에는 황보세가에서 원기종이 지하밀성의 무공을 사용했던 일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그는 확실하게 깨달았던 것이다.

원기종이 지하밀성의 무공을 완성하고, 위현룡마저 원연홍과 혼례를 치르게 되면 영원히 원한을 갚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만 하십시오! 더 이상은 당신의 말을 듣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위현룡이 분기충천하여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까부터 말투가 그게 뭐냐! 이제 막 나가자는 것이냐!]

한참 연배가 높은 홍후인이 그의 무례함에 맞고함을 쳤다.


“제발 그만 하란 말입니다! 선배님이 살아있는 자였다면 어떻게든 원한을 갚고 싶겠지만, 그러치 못해서 더욱 답답하고 미치겠습니다! 아...도대체...어떻게 해야 당신을 없애버릴 수 있단 말인가!!“


울분을 토하며 위현룡이 “당신을 없애버린다”는 말을 입에 올리자 홍후인은 다소 큰 충격을 받았다.

혼령이 되어서 외로운 처지에 놓인 그는 위현룡을 만나면서 성정이 많이 여려져버렸다.

무림공적으로 몰려 도피를 할 때도 거침없이 무림을 활보했던 그였고, 수많은 격전을 치르면서 앞을 가로막는 자는 누구도 살려두지 않는 악명도 떨쳤다. 그러나 그렇게 차갑고 메마른 성품 탓에 곁에 따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헌데 가족이나 친구등은 동행하는데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그가 위현룡과 함께 하면서 정이란 것을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특히 위현룡이 속가제자들을 가족처럼 위하는 심성에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뭉클한 무엇까지 느껴보지 않았던가.


“아...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원사저를 그렇게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다. 염청석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어쩐단 말인가...“


위현룡이 괴로운 심경으로 한숨을 토하고 있자 홍후인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염청석에 대해서 네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또 무슨 헛소리를 늘어놓으려고 하는 것입니까!“


위현룡은 더는 듣고 싶지 않는 듯 두 귀를 막고 고개를 수그렸다.

상대가 살아있는 존재였다면 분이라도 풀어보겠거늘...보이지도 않는 혼령 따위에게 아무리 고함을 쳐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허공에 메아리치는 분노뿐이었다.

홍후인은 위현룡의 말과 행동이 매우 괘씸했지만 꾹 참았다.


[내가 원기종을 죽이려고 시도는 했다만 정작 그의 숨통을 끊은 것은 염청석이었다.]


“그만 하십시오. 그 얘기를 또 뭐 하러 꺼내는 것입니까!”


생각할수록 분노만 치밀어 오르는 지라 위현룡은 아예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홍후인은 꼭 일러주고 싶었던지 끝까지 말을 계속 했다.


[그때 내실에서...원기종이 언젠가는 염청석에게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염청석이 있는 상황에서도 원기종을 공격했던 것이다. 그 놈이 방해 안 할 것을 알았기에 말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젠 사람의 속마음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말로 저를 또 속이려는 것입니까!!”

위현룡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음성으로 되받아 쳤다.

그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홍후인은 욱하는 무언가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꾹 참았다.


[그건 아니다. 단지... 원기종이 마시던 차(茶)에서 독향이 났기에...왜...네 놈이 계집과 종종 마시던 청성차의 향이 아니었단 말이다. 혹시나 하고 염청석의 품속을 들여다봤더니 산공독(散功毒)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폐공분(閉功粉)이 들어있는 약병을 가지고 있었다. 난 의술을 공부했고, 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분별이 가능했던 것이지.]


혼백이 향(香)을 맡는다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으나, 얼마 전 수면에서 깨어나고 부터 홍후인은 향을 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어쩌면 홍후인도 조금씩 진화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럼 염청석이 장문인을 독살하려 했단 말입니까?”

뜻밖의 사실에 위현룡은 홍후인에 대한 분노도 잠시 잊은 채 긴 놀란 음성을 터트렸다.


[넌 산공독이 뭔지 알고는 있는 것이냐?]


“모릅니다.”


[산공독을 복용하게 되면 내공이 점차 소멸되고 육신에 병이 들게 된다. 염청석은 그것을 소량으로 차(茶)에 몰래 탄 후 장기간동안 원기종에게 마시게 한 것이다. 황보세가에서 제갈무가 독공을 사용했을 때 원기종이 많이 당황한 것으로 보아 원기종은 독(毒)에 대해 문외한(門外漢)이 분명했다. 물론 독이라는 것은 중원에서 거의 쓰지도 않고 다루는 이도 없다. 독은 새외에서 쓰는 이가 많으니.... 아무튼 염청석이 용케 폐공분을 구했나 본데, 그래도 두려웠는지 매우 극소량을 꾸준하게 사용했더구나. 어차피 많이 사용해도 원기종은 독이 뭔지도 모르고 다 마셨을 텐데 말이다.]


“그럴 수가....”


염청석이 매우 지능적으로 암살을 시도하고 있었음을 알게된 위현룡은 피가 거꾸로 치솟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청성파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속이 시커먼 사내를 대사형으로 앉혀 놓은 것이 아닌가. 염청석이 이런 인물이었다면 청성파는 큰 위기를 맞은 것이나 진배없었다. 만약 그가 장문인이 되기라도 한다면 청성파의 미래는 끝장날 것이 명약관화했던 것이다.

위현룡은 괜한 조바심이 들었다.

안절부절못하는 그를 슬쩍 쳐다보던 홍후인이 계속 말했다.


[미련한 원기종은 그 동안 독에 중독되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지. 하긴 폐공분은 향기가 진한 청성차속에서 쉽게 발각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때 원기종의 단전을 들여다보니 내력도 매우 혼탁해 있었다. 독을 모르는 원기종은 단순한 병치레거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력이 쇠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 나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폐공분은 독의 전문가도 식별하기 힘들만큼 조용히 내력의 힘을 소멸시키며, 내력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것까지 방해하게 된다. 아무리 근접한 거리였다고는 하나 네 일검(一劒)을 원기종이 못 피할 리가 없지 않느냐. 원기종은 이미 폐공독 때문에 몸이 둔해있었던 것이고...그러나 염청석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산공독류의 효과는 다량으로 복용했을 때 절정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소량으로 넣어봤자 나중에 몸에 이상을 느낀 원기종이 의원이라도 불러 약 한 첩 지어먹는 다면 공염불이 된다. 그런 이유로 내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직인 것이고...물론 너를 함정에 빠트린 염청석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나의 최대 실수였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위현룡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되자 쉽게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염청석이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일을 실행하고 있었는지 실감했다.

문득 일전에 원기종을 배알하고 나왔을 때 염청석이 손수 차를 준비해서 들어가는 장면이 뇌리에 떠올랐다.

“그랬었군...”

위현룡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나 염청석이 왜 원기종을 죽이려 했는지는 알 길이 없구나.]


“그건 나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염청석은 어릴 때부터 원사저와 친하게 지낸 사이고...”

나름대로 추리를 한 것이었으나 홍후인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아니! 그건 절대 아니다!]

홍후인이 중간에 말을 끊고 장담하듯 설명했다.


[염청석이 독을 쓴 것을 보고 내심 느낀 점이 많다. 그 놈은 그런 이유로 원기종을 죽일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 놈은 상상외로 음흉한 놈이란 말이다.]


“그럼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 네가 원기종의 딸과 혼례를 올린다고는 하지만 야망이 큰 염청석에게는 장문인의 자리도 중요한 것이다. 원기종은 너도 알다시피 장문인 자리를 염청석에게 맡긴다고 했었지. 만약 원기종이 염청석을 장문인으로 내정하겠다는 공포도 안 한 상태에서 죽어버린다면 염청석은 절대 장문인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청성파 원로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문인이 서거하고 나면 차기 장문인을 내정할 때까지 원로들이 청성파를 맡게 되어 있다. 이는 구대문파라면 모두 적용되는 관례인 것이다.]


“그럼...어째서 염청석이....”


[낸들 그 자식의 시커먼 속을 알 수 있겠느냐....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네가 나를 원망하고는 있다해도 원기종을 죽인 흉수는 분명 염청석이라는 것, 그리고 염청석이 장문인으로 내정된 후에 원기종이 죽게 된다면 그 다음 목표는 너라는 것이다.]


위현룡은 갑자기 심장이 급격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다음 목표는 너“라는 그의 말 때문이 아니라, 내가 제거되면 다음 목표는 원연홍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염청석은 장문인자리도 모자라서 분명 원연홍마저 차지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기 위해 또 어떤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럼 염청석이 장문인을 시해하는 것을 제가 목도했으니 저를 어떤 수를 써서든 죽이려 하겠군요.“


[그렇다.]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그때 내실에서...살수(殺手)를 운운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살수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정작 살수는 바로 선배님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네가 귀혼심법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죽는 마당에 다 말해주마. 황보세가에서 네가 제갈무의 공격으로 죽을 위기에 놓여있을 때, 나는 급한 김에 혼령이라는 것도 잊고 네 검을 잡아 막으려고 했었다. 완전히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지. 그런데 벅차긴 했지만 그 검이 움직여지더구나.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럼 그때 선배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거란 말입니까?”

크게 놀란 위현룡이 날을 세웠던 음성을 약간 낮추면서 황급히 물었다.


[그런 셈이다.]


당시 위현룡은 위급한 상황에 처하자 필사적으로 귀혼심법을 운용하려고 안간힘을 썼었다.

그런데 장력이 안면까지 쳐들어올 즈음에 검이 스스로 움직인 것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였다. 그 답을 한동안 염두에 두지 않았다가 홍후인이 원연홍을 공격하려고 검을 움직였을 때 우선적으로 황보세가에서의 일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

위현룡이 낸 탄식은 그의 복잡한 심정을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었다.

자신을 끌어들여서 복수를 한 것은 절대로 용서 못할 짓이었지만, 그 전에 자신의 목숨을 구한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인 것이다.

하지만 원연홍의 아버지인 원기종을 간접적으로 죽게 했다는 사실을 묵과하기도 쉽지 않았다.

언젠가는 염청석에 의해 장문인이 암살을 당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위현룡의 마음속은 온갖 불길한 상상과 처절한 분노로 인해 뒤죽박죽되어 가기만 했다.

그의 고뇌에 찬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홍후인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 후에 네가 귀혼심법의 2성에 도달하고 내가 수면에 깨어났을 때.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어서 네 검을 한번 움직여보았다. 왜 네가 솔방울을 상대로 신학검법 일초식을 취할 때 말이다. 내가 움직임을 도운 것이었다. 그때 깨달은 것은 귀혼심법의 10성에 도달할 경우에는 내가 너의 손을 흔들어 검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난단 말입니까...”


[일어났지 않느냐. 네가 2성의 귀혼심법을 습득했기에 몇 초식만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내가 사력을 다해서 말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내가 너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움직이려 해도 네가 적응되어 있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유치한 신학검법이 아닌 나의 무공을 사용해보려고 네 팔을 흔들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뜻이다. 무조건 네 손으로 먼저 익히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었던 게다. 그렇기에 원기종을 공격할 때 네가 쓰는 검초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설명을 끝까지 차분하게 들은 위현룡은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리는 듯했다.

현재 홍후인을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고 있었긴 하지만 황보세가에서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홍후인이었다는 사실을 덮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원기종을 노린 것은 사실이었지만 정작 살인자는 염청석이 아닌가.

하지만 홍후인의 원한 때문에 자신이 희생되었다는 사실도 묵과할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치미는 일이었다.


위현룡은 도대체 선배라 자칭하는 이 혼령에게 어떻게 분풀이를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은 흉수로 지목되어 사랑하는 원연홍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남겨준 셈이다. 할 수만 있다면 혼백이라도 끌고 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위현룡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후인은 변명 비슷한 어투로 말했다.


[솔직히 혼백이 되어 버리고, 억울하지만 원기종과의 일을 깨끗하게 잊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원한을 갚을 방도가 생기고 나니 이성이 마비가 되더구나. 난 성인(聖人)이 아니다. 그저 목숨을 걸고 피 튀기는 싸움판인 무림에서 활동하는 무림인이고, 무림인의 생리에 맞게 행동했을 뿐이다.]


홍후인의 말은 왠지 고해성사처럼 들렸지만 그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초반에 당당했던 모습이 위현룡과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을 멈춘 채 그대로 있었다.

어색하고 무거운 공기가 둘 사이를 점점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홍후인이 침을 한번 삼키더니 또 다시 말문을 열었다.


[내가 원기종의 딸을 공격했을 때 네가 막아냈지 않았느냐. 마비된 오른손으로...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냐?]


그것이 궁금했었던 홍후인이 조심스럽게 묻자 위현룡은 문득 오른손을 흔들어 보았다.

약간 굳어진 곳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연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위현룡은 슬픈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오른팔의 마비가 풀렸나 봅니다. 딱딱하게 굳었던 근육들이 점차 부드러워지고 있습니다. 검을 움켜쥐었을 때 통증이 느껴진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겠습니까...”


위현룡의 어투가 아까 와는 달리 약간 부드러워져 있었지만 찬바람이 부는 것은 여전했다.

홍후인이 원기종을 시해할 시도를 하고 그로 인해 모든 누명을 뒤집어썼으며, 목숨을 잃을 상황에 처해있는 그가 혼령인 홍후인에게 할 수 있는 복수는 이게 전부인지도 몰랐다.


[죽을 마당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위현룡의 그런 기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홍후인이 코웃음을 쳤다.

“그렇군요...”

위현룡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오른손에 봉합되어 가는 검상(劒傷)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모든 이들의 아픔이...세월이 흐르면 이것처럼 엷어질 수가 있을까...)


잠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던 위현룡은 결심이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황보세가에서 선배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장문인의 암살에 간접적이나마 염청석을 도와준 격이고 원소저를 해하려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만은 용서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죽는 마당에 증오를 담고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군요.“


위현룡은 잠시 목이 메인 듯 숨을 고르다가 한탄스러운 어조로 이렇게 내뱉었다.


“원사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아픔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 한(恨)일 뿐입니다.“


위현룡은 뒤로 쓰러지듯 누우면서 피곤한 눈을 위로 향하고 있었다.

달빛에 반짝거리는 거미줄위로 한 마리의 거미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이 평탄했다면 원사저와 혼인하여 저런 집에서 오순도순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공상만 해도 행복했는지 따뜻한 미소가 위현룡의 입가에 만들어졌다.


“오른팔이 마비되는 대신에 원사저와 가깝게 되어서 매우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오른팔이 회복되고 나니 이번엔 원사저와 멀어져 버렸군요.“


비통함에 잠긴 위현룡이 자조적인 투로 이렇게 한탄을 하고 있었다.

묵묵히 바라보던 홍후인이 무뚝뚝하나 진심 어린 어조로 짧게 말했다.


[미안하다.]


** **


“다 모인 것인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커다란 방에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한 자루의 초가 희미한 빛을 발하고, 그 주위로 불나방들이 날아다녔다.

꽤 넓은 이 방에 빽빽하게 들어선 이들은 갑자기 나타날 인기척을 두려워하고, 목소리를 낮추는 등의 세심한 행동들을 보였다.

마치 역모를 꾀하기 위해 은밀하게 모인 사람들처럼 말이다.


“오늘밤 파옥(破獄)이라도 하지 않으면 위형님은 돌아가시고 만다.”

그들 중앙에서는 곽유가 여론을 조성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의 입에서 파옥이란 극단적인 말이 튀어나오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형님은 장문인을 시해한 범인으로 갇힌 것인데 우리가 파옥을 해도 될지...”


한 사람이 말끝을 흐리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곽유가 벌컥 화를 냈다.


“넌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는 거냐! 위형님이 그럴 분이 아님은 너희들도 잘 알지 않아? 또한 원사저와 혼약까지 오고간 마당에 이유 없이 원장문인을 시해할 이유가 없잖아!!“


그의 열성적인 반격에 속가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장구를 쳤다.


“그건 그렇지...나도 참 그게 이해가 안 간단 말야.”

“그러게...장문인을 시해해서 형님이 뭔가 얻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 것도 없단 말이지...“

“그리고 염대협까지 있었는데 똑똑하신 형님이 미치지 않고서 암살을 기도할 리가 없잖아?”


한동안 속가제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며 소란이 일어났다.


“형님은 함정에 걸려드신 거야.”

곽유가 그들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다시 불을 지폈다.

“함정이라고?”

“그래...나도 자세한 연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것이야. 그 정황을 밝혀내려면 형님이 끝까지 살아 계셔야 한다. 죽고 나면 다 헛일이란 말이다!“


좌중을 조금씩 휘어잡으면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인도하는 곽유의 언변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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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5> +40 06.08.22 28,612 77 11쪽
8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4> +35 06.08.18 28,588 78 9쪽
8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3> +49 06.08.16 28,817 77 9쪽
8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2> +48 06.08.12 29,618 87 10쪽
8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1> +45 06.08.07 29,200 82 9쪽
8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0> +50 06.08.03 30,148 81 11쪽
8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9> +48 06.07.26 29,122 86 11쪽
8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8> +53 06.07.22 29,072 81 10쪽
8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7> +45 06.07.18 29,440 85 9쪽
7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6> +44 06.07.15 29,147 80 8쪽
7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5> +58 06.07.08 30,084 81 12쪽
7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4> +40 06.07.03 30,837 82 14쪽
7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3> +38 06.06.29 30,013 81 12쪽
7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2> +37 06.06.26 30,802 80 13쪽
7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1> +41 06.06.20 31,773 79 11쪽
7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0> +41 06.06.15 32,944 79 13쪽
7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9> +32 06.06.09 32,019 83 12쪽
7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8> +45 06.06.04 32,507 83 9쪽
7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7> +38 06.05.28 34,512 78 13쪽
6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6> +39 06.05.25 33,079 83 12쪽
6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5> +33 06.05.20 34,323 74 10쪽
6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4> +36 06.05.17 33,918 78 12쪽
6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3> +35 06.05.06 33,839 86 12쪽
6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2> +42 06.05.02 35,036 88 11쪽
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1> +40 06.04.27 38,609 80 9쪽
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7> +46 06.04.21 34,718 80 11쪽
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6> +41 06.04.07 33,660 83 10쪽
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5> +40 06.04.02 34,127 86 11쪽
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4> +56 06.03.30 34,205 93 9쪽
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3> +48 06.03.21 35,067 84 14쪽
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2> +41 06.03.18 35,714 85 14쪽
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1> +48 06.03.14 36,649 82 12쪽
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0> +52 06.03.08 37,464 94 17쪽
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9> +51 06.03.01 37,012 92 15쪽
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8> +53 06.02.25 37,581 85 17쪽
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7> +59 06.02.23 38,226 93 16쪽
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6> +44 06.02.21 39,719 85 17쪽
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5> +55 06.02.19 39,814 104 17쪽
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4> +48 06.02.16 39,900 95 13쪽
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3> +57 06.02.13 41,469 88 18쪽
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2> +59 06.02.11 41,215 90 17쪽
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1> +68 06.02.07 42,780 85 16쪽
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5> +68 06.02.03 41,288 84 18쪽
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4> +58 06.02.01 39,466 7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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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7> +79 06.01.15 44,806 89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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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3> +77 06.01.05 47,849 98 13쪽
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2> +65 06.01.03 49,661 113 17쪽
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1> +56 05.12.31 50,028 107 14쪽
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7> +62 05.12.28 49,814 119 19쪽
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6> +59 05.12.24 48,399 106 20쪽
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5> +53 05.12.20 47,173 118 15쪽
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4> +55 05.12.17 50,625 118 16쪽
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3> +48 05.12.16 51,075 125 15쪽
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2> +51 05.12.15 49,618 122 12쪽
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1> +47 05.12.13 51,278 124 15쪽
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10> +56 05.12.11 51,732 113 10쪽
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9> +54 05.12.09 50,006 121 18쪽
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8> +44 05.12.07 51,105 124 16쪽
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7> +43 05.12.05 51,368 122 10쪽
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6> +42 05.12.03 51,808 118 17쪽
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5> +51 05.12.01 53,495 128 15쪽
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4> +54 05.11.27 54,057 136 16쪽
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3> +56 05.11.26 54,000 133 13쪽
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2> +52 05.11.24 58,857 127 13쪽
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1> +48 05.11.21 58,810 126 15쪽
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6> +43 05.10.25 57,980 128 16쪽
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5> +42 05.10.24 53,843 126 7쪽
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4> +45 05.10.19 56,494 126 11쪽
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3> +40 05.10.09 31,101 120 16쪽
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2> +41 05.10.05 55,895 131 13쪽
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1> +61 05.09.19 62,110 129 20쪽
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8> +57 05.09.17 59,283 130 19쪽
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7> +52 05.09.16 59,335 127 22쪽
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6> +41 05.09.15 61,967 131 26쪽
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5> +63 05.09.14 63,915 151 17쪽
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4> +45 05.09.13 67,125 143 18쪽
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3> +59 05.09.12 64,408 148 20쪽
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2> +63 05.09.11 72,559 158 21쪽
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1> +76 05.09.10 73,868 151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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