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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최근연재일 :
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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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6.01.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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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8>

DUMMY

그 덕분에 초반에 엇갈린 의견들이 한자리를 찾아가고, 이제는 방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창고에는 청성파 제자들이 지키고 있어.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한 속가제자가 창고 근처를 지나다가 본 광경을 소상하게 말해 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없는걸...내일 형님을 처형한다니 기회는 오늘뿐이잖아.”

또 다른 속가제자가 다급한 음성으로 재촉을 하자 곽유가 잠시 생각하는 얼굴을 보였다.


“무조건 오늘 구해내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암습(暗襲)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암습? 그들과 싸움이라도 벌이자는 거야? 그들은 청성파 제자들이고 우린 청성파 속가제자들이야!! 어찌 보면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속가제자들은 지키고 있는 청성파 제자들의 이목을 돌리고 다가가 문을 딴다거나, 아니면 땅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거나 하는 따위의 상상만 하고 있었다.

즉 가능하면 서로 안면(顔面)이 있고 무공마저 월등한 그들과 전면전을 펼치지 않으면서 은근슬쩍 일을 도모하는 생각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곽유는 그런 행위들 이야말로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가장 위험부담이 큰 일이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사냥개가 들이닥친 토끼소굴처럼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므로 곽유가 보다못해 장내를 안심시키는 발언을 했다.


“내 뜻은 그들과 일전을 벌이자는 게 아니야! 일전을 벌이게 되면 우린 뼈도 못 추릴 테니...난 형님이 그렇게 되신 당일에 아랫마을로 내려갔지. 거기서 의원을 만났는데 말야...왜 너희들도 알지? 형님을 엉터리로 진찰했던 그 돌팔이 의원 말야...소문을 확대시키지 않는 다는 조건으로 적당한 타협을 이끌어냈지...그 결과물이 바로 이것이고...“


곽유가 품속에서 작은 대나무 통을 꺼내 보이고 있었다.

의혹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데 곽유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미혼산(迷魂散)이라는 것이지...”


“미혼산? 그게 뭔데 그러는 거야?”

단 한 명도 미혼산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자 곽유가 약간 잘난 척을 해 보이면서 설명했다.


“이건 무림에서 금기시하는 약제이지. 의원들도 극소수만 지니고 있다고 하더군. 뭐...그 돌팔이 말로는 대수술할 때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쓰는 것으로, 명의(名醫) 아니면 소지하지도 않는다는 소릴 하던데...다 쓸데없는 소리고!! 아무튼 이 약제는 사람을 잠시동안 실신시킬 수 있는 효능이 있어. 그렇기에 내가 이것을 물에 적당히 타서 창고를 지키는 제자들에게 먹인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냐?“


씨익 웃어 보이면서 대나무 통을 흔들어 보이는 곽유에게 속가제자들이 박장(拍掌)하며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의외로 손쉽고도 안전하게 대업(大業)을 이룰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었다.


“정말 넌 천재다! 그렇게 된다면 일은 훨씬 수월하겠구나!”

“그러게...정말 제갈공명이 따로 없구나!”

“대단한 곽유!!”


속가제자들이 내지르는 정신없는 감탄사를 한 몸에 느끼면서, 뿌듯하게 있던 곽유가 지도자 같은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형님이 초죽음이 되어 있어 도망치지 못한다라는 생각에 지키는 녀석들은 그리 많지도 않고 방심도 하고 있을 것이니 분명히 우리 뜻대로 될 것이야...“


“그런데...이봐 곽유! 정식제자로 있는 동료들에게도 연락을 넣어서 도와달라고 해야 하지 않아? 그렇게 되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텐데...”


그의 말을 들은 곽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돼!”


“왜?”


“같은 속가제자였기는 하지만 그들은 엄연히 정식제자야. 괜히 일이 누설되기라도 하면 모든 게 틀어진단 말이지. 우리끼리 우선 일을 도모하고 나서 형님을 다른 곳으로 피신시킬 때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된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시게 되면, 고된 일과 불확실한 모험은 걸지 않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임을 곽유는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정식제자가 된 그들이 거절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만약에 하나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위현룡의 구출은 물 건너 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은 곽유가 주동자였기에 속가제자들은 왠지 아쉬운 표정들이었지만, 더 이상 억지는 부리지 않았다. 그때 한 속가제자가 갑자기 이런 제안을 했다.


“그럼 천형님은? 천형님이라도 계시면 낫지 않을까?”


확실히 그의 말대로 이런 상황에서는 천승비처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긴 했다. 곽유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는 있었지만 왠지 천승비를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이 서지 않았다. 왜일까...

사람이란 정에 흔들리게 마련이고 마음의 동요도 일어날 수 있으며 실수도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딱 한 명. 바로 천승비였던 것이다. 그것이 곽유가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였다.

언젠가 청성산 수련에서 낙오된 속가제자들을 버리고 제일 먼저 염청석에게 붙었던 일이 떠올랐다.


“천형님에게는 알리지 말자. 지금 천형님은 위형님에게 많이 실망하고 있기 때문에 거절할지도 몰라.“


“설마 천형님이 거절하실라고.?”

모두들 손사래를 치면서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보였다.

그러면서 몇 몇 이들은 곽유에게 가족 같은 동료끼리 척을 지게하고, 이간질이라도 시킬 셈이냐는 눈초리마저 보내고 있었다.


“뭐 거절은 아니겠지만 너무 많은 수가 움직여서 좋을 게 없잖아. 은밀하고 빠르게 처리해야하니까 일단은 우리끼리 움직이자.“

곽유가 슬쩍 꽁무니를 내리면서 재빨리 화제를 돌려나갔다.


“정말 우리끼리 괜찮을까? 그러다 잘 못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괜한 일을 하는 게 아닌지...”


“임마! 너는 형님이 속가제자들을 위해서 한 일을 모르는 거냐? 형님은 정식제자가 되고도 너희들을 위해서 장문인께 많은 청을 드렸어. 그리고 그 이유로 정식제자들의 노골적인 반발까지 사고 있단 말이다!!“


성정이 불같은 곽유가 분노가 치밀어 오른 듯 고함을 꽥하고 질렀다.

위현룡이 정식제자로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속가제자들을 위하여 원기종에게 각별한 청을 넣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원연홍의 사위감이라는 이유로 원기종이 유연하게 행동한 것을 두고 청성파 정식제자들은 입방아를 찧으며 은근히 빈정거려댔고, 위현룡은 그들 사이에서 소위 따돌림마저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속가제자들을 위한 방패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건 그래. 형님 덕분에 힘든 노동이 줄고 검법 연마시간은 늘어났지.”


약간 반성하는 기미와 함께 모두들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치밀어 오른 분노로 인해 한소리 하긴 했지만, 같은 동료끼리 얼굴을 붉히는 것이 부끄러웠던 곽유는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좀 위험하긴 하지만...쥐도 새도 모르게 형님을 구출해서 어디 안전한 곳에 숨겨놓고 우리들이 시치미를 떼고 있으면 누가 알겠어?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는데 안 그래? 이거야말로 완전범죄가 될 조짐이지...“


“그래 곽유의 말이 맞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복면이라도 좀 하는 것이 좋을 듯 한데...”

평소에 소심하고 신중한 속가제자가 그럴듯한 의견을 내세우자 곽유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좋은 방법이라고 찬성해주었다.


“그럼 시간 되면 움직이자! 얼굴에 복면을 하는 거 잊지 말아라!”

행동방침이 정해지자 곽유는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

“알았어. 걱정 말라고!”


** **


그 시각 장삼백은 청성파에서 온갖 잡일을 모두 끝마치고 투덜대면서 숙소로 오고 있었다.

속가제자들이 단체로 묵고 있는 곳은 청성산 중턱 즈음에 자리잡고 있었고, 청성파는 그보다 더 위쪽 지점에 터를 잡았다.

숙소로 쓰고 있는 수십 채의 오두막과 한 채의 작은 건물은 그들 스스로 지은 것들이며, 특히 그 작은 건물은 속가제자들에게는 꽤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건물 정면에는 등문각(登門閣)이라는 현판을 달아두었는데, 이는 정식제자가 되는 염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녀석들이 모두 어디를 간 거야.”

장삼백이 말하는 이 녀석들이란 속가제자들을 지칭하는 것이겠으나, 엄밀하게 따지자면 예전부터 알고 지낸 속가제자들을 칭하는 것이다.

현재 청성파에는 속가제자가 되기위해 청하는 자가 많았다.

저번 청성파 비무에서 많은 속가제자들이 정식제자로 올라갔기에, 새로운 속가제자들을 꾸준하게 받아들인 것이었다.

여기저기 시끄럽게 지껄여대는 놈들부터 검법연습 한답시고 검을 휘두르는 놈 등, 가지각색의 얼굴들이 보였지만 장삼백이 익숙하게 보았던 놈들은 절대 아니었다.

갑자기 낯익은 얼굴들이 사라져있자 장삼백은 여기가 다른 문파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일어났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져 있긴 했지만 잠자리에 들만큼 깊은 시각도 아니고...분명 단체로 어디론가 사라진 것으로 봐야했다.

괜한 호기심에 여러 숙소들을 기웃대던 장삼백은 등문각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우연하게 목격하게 되었다.

“등문각에서 웬 불빛이지?”

등문각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흔히들 속가제자들은 서열도 없고 오합지졸로 보는 경향이 있겠으나 의외로 속가제자들 사이에서 서열은 확고하고 엄격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서열은 무공이나 지위가 아닌 청성파에 오래 기거한 순서나 연배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등문각은 가끔 회의실로 쓸 수 있을 만큼 크고 넓은 곳이나, 출입이 가능한 사람은 속가제자들 중에서도 높은 서열에 있는 자들만 가능했다.

그렇기에 이 늦은 시각에 간간이 새어나오는 불빛은 장삼백에게 묘한 불안감을 심어주고도 남았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던 장삼백이 코를 벌렁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또냐....”

언젠가 원기종의 내실에서 나오는 불빛을 보고 들어갔다가 큰일을 치를 뻔한 그였다.

염청석의 그 살벌한 눈빛과 만년설처럼 귓가에 오래 남아있던 음성들...그러고 보니 장삼백은 재수 없게 꿈에서 염청석과 가끔 회동을 하곤 했음을 상기했다.


잠시 망설여졌지만 분명 저 안에 동료들이 몰려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두운 적막과 이상하리 만큼 절제된 공기가 피부를 자극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란 자신도 모르게 숨소리를 낮추게 되는 모양인가 보다.

장삼백은 몸을 잔뜩 움츠리면서 살금살금 엿보는 행색을 취하게 되었다.

고개를 빠끔 내밀어 방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이 참에 우리끼리 모여서 위형님을 구출하자 이거지...”

곽유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어찌 잊겠는가...하루종일 닦달하면서 부려먹는 빌어먹을 놈의 목소리를...

오늘도 곽유 놈 때문에 혼자서 개고생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자 장삼백은 귀를 더욱 가까이 붙여서 엿듣게 되어버렸다.

비록 곽유를 비롯한 속가제자들이 음성을 낮추고 있었으나, 장삼백은 똑똑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이 파옥(破屋)을 하고 장문인을 시해한 위현룡을 구출하자는 데 집중되고 있음을 알자 소름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녀석들이 무슨 짓거리를...속가제자들을 다 죽이려고 작정을 했나!!)

경악하던 장삼백이 순간 눈빛을 번쩍였다.


(그렇지...이 사실을 염대협에게 알리면 난 큰 칭찬을 받을 것이다! 어쩌면 장문인을 시해한 범인의 탈출을 알린 공로로 정식제자에 올라설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에도 셈에 그리 밝지는 않은 그였으나 이번만큼은 정확한 계산을 했다고 장담하고 있었다. 한번 결정을 했으면 깨끗하게 실행하는 것이 그의 성미였다.

장삼백은 망설이지 않고 등문각에서 나와 청성파쪽으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마음속으로 뜻밖의 행운을 던져준 하늘에 감사하면서...

그때 거품물고 뛰는 장삼백의 앞을 막아선 자가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어 상대를 알아본 장삼백은 기절초풍을 했다.


“처...천...대협!!”


속가제자들의 숙소로 오던 천승비는 등문각에서 허겁지겁 튀어나오는 장삼백을 이미 목격한 상태였다.

속가제자시절 때 위현룡과 같이 속가제자들에게 법도를 가르치고 단결심을 고취시킨 장소가 등문각이며, 그곳에서는 늘 중대한 회의를 했다는 것을 아는 천승비였다.

장삼백이 근래에 염청석의 곁에서 간살거리는 것을 비위상한 채 바라보던 천승비가 등문각에서 나오는 그를 수상쩍게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앞을 가로막은 천승비가 검에 손을 가져다대고는 묻고 있었다.


“무엇을 들었느냐?”


장삼백의 행동에서 이미 뭔가 중요한 것을 들었다고 그는 직감했기에 물어본 것이었다.“

“저...저...저....는....그....그...냥...”

장삼백의 겁에 질린 눈동자는 천승비의 손이 검병을 꽉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여차하면 일검을 날려 목이라도 벨 기세였다.

장삼백은 천승비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다.

염청석보다 더욱 냉정하고 무서운 사람이 바로 천승비라는 것을 말이다.


“다시 한번 묻겠다. 무엇을 들었느냐!”

얼음장 같은 어투에서 최후의 통첩이 묻어 나왔다.

버텨봐야 개죽음만 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장삼백은 즉시 입을 열고 실토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을 들은 천승비의 얼굴이 기괴하게 변했다.


“그게 사실이냐?”


“천..대협...저...저...는...그게...고자질을 하려는...것이...아니고....절대...아닙니다!! 그...냥...”


장삼백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겁에 질린 어투로 변명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천승비의 냉혹한 마음을 돌려야 놔야 수명이 연장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와중에 장삼백의 머릿속은 위급함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살기 번뜩이는 눈빛을 보내는 천승비 앞에서 그렇게 원활하게 돌지는 않았다.

장삼백은 천승비가 입막음을 하기 위해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만이 상책이었고, 천승비는 늘 상책만 취하는 인물이 아니던가.

(아이고...난 이제 정말 죽었다!)

장삼백은 천승비가 검을 뽑을 찰나에 도망칠 시도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몸을 굴려서라도 피한 후에 비명이라도 질러대면 근처에 속가제자들이 듣고 몰려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마지막에 내린 결론이었던 것이다.

숨을 겨우 가다듬은 장삼백의 두 눈은 천승비의 검으로 고정되었다.

(약간의 미동만 있으면 곧바로 뒤로 달려 도망쳐야 한다...)

차가운 땀방울이 등줄기를 섬뜩하게 만들며 흘러내렸고, 심장마저 요동치고 있었지만 살아야한다는 신념을 무너트리지는 못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나 장삼백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다!!)


팽팽한 긴장감이 두 사람 주위에 휘몰아치는 와중에 반각정도의 시간이 지루하게 흘러갔다.

그때 갑자기 천승비가 검에서 손을 떼더니 차가운 음성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늦은 시각이다. 돌아다니지 말고 숙소로 돌아가라.”

순간 장삼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천승비의 쾌검(快劒)에 의해 이미 목이 잘린 것이 아닌지 착각을 한 장삼백은 자신의 머리를 세차게 한번 흔들어보았다.

순간 천승비가 방향을 돌리고는 등짝을 보이며 사라지는 모습이 눈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살았구나!!)

후들거리는 두 다리는 힘이 풀어지며 앞으로 꺾여 쓰러졌고, 긴장이 풀린 그의 상체가 뒤를 따르며 무너지고 있었다.


** **


교교(皎皎)한 달빛을 검은 구름이 살포시 가려주고 있을 무렵, 어둠을 헤치고 약 육십 여명의 인영이 가볍게 움직이고 있다.

차가운 대기를 데우는 뜨겁게 거친 숨소리와 빠른 발놀림은 이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대변해주고 있었다.

시각은 인시(寅時)(새벽3-5시정도)에 이르러, 조금 있으면 먼동이 터 올 때였다.

가끔씩 야간작업을 해왔던 이들은 이 시각이 가장 피로를 느끼고 방심할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위현룡이 갇혀있는 근처까지 접근했다.

복면을 뚫고 나온 그들의 두 눈은 전방에 세워져 있는 몇 개의 낡은 창고에 모아졌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면서 들고 있는 검을 꽉 쥐었다.


“이봐!! 잠도 못 자고 피곤들 하겠어!”


곽유가 실실 웃으면서 창고를 지키던 몇 명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인기척소리에 공세를 취하던 그들은 상대가 같은 정식제자인 곽유임을 알자 이내 긴장을 풀고 맥 빠지는 소리로 물었다.


“어이! 곽유구만. 여기는 어쩐 일이야?”


“뭐...난 원래 이 시각 즈음엔 일어나는 체질이라서....”


“팔자 좋은 소리하는군. 우린 지금 졸려 미칠 지경이야!”

그 중 한 명이 잠을 못 자서 뚱한 얼굴로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교대로 지키면 토막잠이라도 붙일 수 있으련만, 대사형은 인정도 없이 우리들에게 밤새도록 지키라고 명하셨다니까....“

“더군다나....저녁밥도 변변치 않게 먹었다고!!“

불만이 극에 다다랐는지 이런저런 불만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들어가서 자면 되잖아...”

곽유가 이들이 지쳐있음을 알고 속으로 웃음을 지으면서 슬쩍 떠보았다.


“무슨 소리! 대사형이 알면 우린 죽은 목숨이라니깐! 더군다나 가끔씩 사형(師兄)들이 불침번(不寢番) 상태를 확인하러 들이닥친단 말야!“


“사형들이 언제 마지막으로 왔었는데?”






---퀴즈(wnlsm)----^^

현재 제 소설에 구대문파가 으뜸이고 그 뒤를 개방이 ...

그 뒤를 삼(三)세가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제 소설에 등장한(언급한) 3개의 세가는 어디어디 일까요?

(맞추시는 분은...정독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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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6> +41 06.04.07 33,660 83 10쪽
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5> +40 06.04.02 34,127 86 11쪽
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4> +56 06.03.30 34,205 93 9쪽
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3> +48 06.03.21 35,067 84 14쪽
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2> +41 06.03.18 35,714 85 14쪽
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1> +48 06.03.14 36,649 82 12쪽
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0> +52 06.03.08 37,464 94 17쪽
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9> +51 06.03.01 37,012 92 15쪽
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8> +53 06.02.25 37,581 85 17쪽
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7> +59 06.02.23 38,227 93 16쪽
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6> +44 06.02.21 39,719 85 17쪽
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5> +55 06.02.19 39,814 104 17쪽
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4> +48 06.02.16 39,900 95 13쪽
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3> +57 06.02.13 41,469 88 18쪽
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2> +59 06.02.11 41,215 90 17쪽
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1> +68 06.02.07 42,780 85 16쪽
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5> +68 06.02.03 41,288 84 18쪽
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4> +58 06.02.01 39,466 78 13쪽
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3> +67 06.01.30 40,222 84 17쪽
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2> +75 06.01.27 39,967 86 13쪽
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1> +53 06.01.24 39,845 96 18쪽
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0> +61 06.01.21 40,374 94 16쪽
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9> +52 06.01.19 40,299 91 15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8> +56 06.01.17 41,781 88 18쪽
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7> +79 06.01.15 44,806 89 26쪽
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6> +64 06.01.12 45,926 104 18쪽
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5> +69 06.01.10 46,724 92 23쪽
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4> +64 06.01.07 46,524 90 22쪽
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3> +77 06.01.05 47,849 98 13쪽
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2> +65 06.01.03 49,661 113 17쪽
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1> +56 05.12.31 50,028 107 14쪽
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7> +62 05.12.28 49,814 119 19쪽
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6> +59 05.12.24 48,399 106 20쪽
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5> +53 05.12.20 47,173 118 15쪽
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4> +55 05.12.17 50,625 118 16쪽
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3> +48 05.12.16 51,075 125 15쪽
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2> +51 05.12.15 49,618 122 12쪽
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1> +47 05.12.13 51,278 124 15쪽
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10> +56 05.12.11 51,732 113 10쪽
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9> +54 05.12.09 50,006 121 18쪽
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8> +44 05.12.07 51,105 124 16쪽
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7> +43 05.12.05 51,368 122 10쪽
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6> +42 05.12.03 51,808 118 17쪽
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5> +51 05.12.01 53,495 128 15쪽
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4> +54 05.11.27 54,057 136 16쪽
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3> +56 05.11.26 54,000 133 13쪽
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2> +52 05.11.24 58,857 127 13쪽
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1> +48 05.11.21 58,810 126 15쪽
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6> +43 05.10.25 57,980 128 16쪽
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5> +42 05.10.24 53,843 126 7쪽
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4> +45 05.10.19 56,494 126 11쪽
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3> +40 05.10.09 31,101 120 16쪽
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2> +41 05.10.05 55,895 131 13쪽
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1> +61 05.09.19 62,110 129 20쪽
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8> +57 05.09.17 59,283 130 19쪽
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7> +52 05.09.16 59,335 127 22쪽
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6> +41 05.09.15 61,967 131 26쪽
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5> +63 05.09.14 63,915 151 17쪽
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4> +45 05.09.13 67,125 143 18쪽
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3> +59 05.09.12 64,408 148 20쪽
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2> +63 05.09.11 72,559 158 21쪽
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1> +76 05.09.10 73,868 151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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