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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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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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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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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6.01.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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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6>

DUMMY

[이놈아!! 어서 놔라!!]

홍후인의 다급한 음성이 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검(劍)은 원연홍의 하얀 목덜미에 붉은 점을 찍은 채 정지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아니, 검이 전진하고 싶어도 위현룡이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원연홍은 뿌연 눈동자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위현룡의 오른손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오른손.

딱딱하게 마비되었던 그의 오른손이 어느새 꿰뚫으려던 검을 움켜쥐고 저지를 하고 있지 않은가.

검병 바로 위에 위치한 검날을 꽉 쥐고 있던 손아귀에서는 검붉은 선혈이 꾸역꾸역 새어나왔고, 손가락의 뼈마디가 부러지듯 하는 소리마저 들려왔다.


[어서 그 손을 놓으라니까!!]


검을 미처 끝까지 뻗지 못했기에, 홍후인이 바둥거리며 아쉬운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정말이지 조금만 더 전진했어도 원연홍의 목숨은 끊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위현룡은 성난 이리처럼 핏발이 선 눈을 부릅뜨고 마비되었던 오른손을 통해서 전해져오는 통증을 점차 크게 맛보고 있었다.

위현룡은 검날을 더욱 억세게 움켜쥐었다.

손이 잘리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검을 놔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이 뇌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천장에서 새는 빗방울처럼 뚝뚝 떨어지던 핏방울은 어느새 샘이 되고, 바다가 되어 검을 타고 주르르 흘러 내려왔다.


[젠장...다 틀렸다!!]


손아귀에 잡힌 검이 조금씩 힘을 잃어버리면서 홍후인이 체념하듯 한탄을 내뱉었다.

피를 너무 흘려서인지 위현룡은 조금씩 정신이 몽롱해져왔다.

그때 검이 원연홍의 목덜미에 근접해있기에 감히 경거망동을 못하고 있던 제자들은 위현룡이 어지러움으로 약간 휘청하는 틈을 타고 일제히 덤벼들었다.

한 제자가 몸을 날려 위현룡을 덮치며 쓰러졌고 ,그 뒤를 검을 든 제자들이 무섭게 다가오고 있었다.

“죽이지는 말아라!”

제자들이 검을 휘두르려 하자 무슨 이유인지 염청석이 급히 명을 내렸다.

“이런 죽일 놈!!!”

“배은망덕한 놈!!”

수 백 차례의 발길질이 연이어 위현룡에게 쏟아졌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원연홍은 기력이 다한 듯 힘없이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원사저!!”

“원사매!”

청성파 제자들은 물론 깊은 검상을 입은 염청석까지 부랴부랴 다가와 부축을 했다.

원연홍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은 위현룡은 쉴새없이 들이닥치는 발들의 움직임 사이로 창백하게 쓰러져있는 그녀에게 젖은 시선을 고정시켰다.

온 몸에 극심한 고통이 멈추지 않았지만 위현룡은 그보다 슬픔이 더 밀려들어왔다.

지금 원연홍의 심정이 얼마나 찢어질까 하는 그런 생각만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 하라!”

염청석이 뜻밖의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

그러나 성난 제자들의 구타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맨 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짓밟힌 위현룡의 가는 숨결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냉랭한 시선으로 바닥에 퍼져있는 위현룡을 노려보던 염청석이 고개를 홱 돌리면서 명했다.

“일단 가둬라! 처결은 추후에 할 것이니!”

염청석의 모든 상황이 종결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위현룡의 귓가로 흐릿하게 들려왔다.

“벌레 보다 못한 놈!! 곧 뒈져 버려라!”

제자들이 침을 퉤 뱉으면서 저주를 퍼붓더니 위현룡을 개처럼 질질 끌고 갔다.

돌부리에 채이고 흙먼지와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뒤범벅이 되었지만, 그 누구도 연민의 정을 보내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허름한 창고 안으로 거칠게 던져졌다.

만신창이가 된 몸이 창고 바닥과 충돌하면서, 위현룡은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그날 저녁.

연무대에는 무슨 회의라도 소집된 듯 청성파제자와 속가제자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염청석은 단상에 올라가 비분강개하여 부르짖고 있었다.

그는 위현룡이 얼마나 잔인하게 원기종을 시해했는가를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더니 마지막에 힘주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위현룡은 장문인을 시해한 죄로 이틀 후에 처형될 것이다!”


그때 장소에 있지 않았던 청성파 제자들은 뜻밖에 일어난 일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살수(殺手)에 의해 저질러 진 일이라면 모르되 범인이 일대제자인 위현룡이라니...허나 큰 충격에 휩싸여서 그런지 더 이상의 심한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속가제자출신 정식제자들과 속가제자들이 숨이 막힐 듯한 호흡을 겨우 내쉬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염청석이 할 말을 다 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주위에 대고 해산하라는 명을 내리고 있었다.

곽유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으면서 더듬거렸다.


“왜...왜...위형님이...왜...장문인을...시해했답니까?”

그의 의문은 곧 천승비의 의문이나 다름없었다.


“나도 이해가 안가는구나. 그러나 많은 제자들이 목격을 했다고 하니 안 믿을 수도 없고...“

심한 정신착란증세를 보이는 곽유와는 달리 천승비는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몸짓과는 정반대로 얼굴에는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형님은 원사저와 곧 혼례를 치를 참이었습니다. 뭐하러 장문인을 죽이려고 했겠습니까!!”


“그게...정말 이상한 일이구나.”


곽유의 억울하다는 어투에 천승비는 갑자기 답답해져서 아무런 확신도 내릴 수가 없었다.


“이건 뭐가 있습니다! 장문인이 있는 내실에 염사형도 같이 있었지 않습니까!”

무엇인가 번쩍 떠오른 곽유가 나직한 음성으로 천승비의 귀에 슬쩍 말을 흘렸다.

속가제자 시절부터 염청석이 위현룡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원연홍과 서먹서먹해진 이후엔 노골적으로 증오를 드러냈음을 기억해달라는 소리였다.

순간 멈칫한 천승비가 잠시 심사숙고를 하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위사제가 염사형의 옆구리에 검을 꽂는 것을 몇 명의 일대제자들이 목도를 했다고 한다. 이는 명백한 증거가 되기에 변명이 될 수가 없구나.“


“아...진짜 미치겠네!! 하지만 염사형이 위형님보다 무공이 높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쉽게 당할 리가 있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원장문인의 무공도 높은데 염사형에게 쉽게 당하겠느냐? 더군다나 염사형이 위사제까지 있는 앞에서 장문인을 시해를 한다는 것은 더욱 무리다.“


“그건...”

곽유는 순간 할말을 잃어버렸지만 다시 강변했다.


“그럼 위형님에게 당하신 장문인의 무공이 약한 것은 더더욱 아니지 않습니까? 위형님과 염사형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염사형의 무공이 더 강하기에, 장문인의 흉수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평소에 괄괄하고 성질 급한 곽유의 입에서는 그런대로 조리있는 언변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위현룡과 염청석 둘 중에 흉수가 있다면 염청석 쪽으로 혐의가 짙어 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천승비는 이미 생각했던 부분이라서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을 했다.


“난 염사형이 부상을 입지 않았더라면 염사형을 의심했을 것이다. 또한 그가 위사제를 흉수로 지목해 장문인의 방에서 곧바로 죽였더라도 염사형을 의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제자들이 위사제가 칼을 휘둘러 부상당한 염사형을 공격하는 것을 보았지. 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염사형이 장문인을 죽여서 위형님이 그를 공격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곽유는 지지않고 반박을 하면서 위현룡을 변호했다.

그러나 그 다음 떨어진 천승비의 말에 곧바로 낙담을 해버렸다.


“그럼 마지막에 원사저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어찌 설명하겠느냐.”


“...”


“비록 위사제가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원사저를 검으로 찌르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나, 그 행동만으로도 장문인을 살해했음이 명백해 지는 것이다.“


“그...그건...”


이즈음 되자 곽유는 더 이상 반박을 펼칠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위현룡이 원연홍마저 죽일 시도를 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기에...


“아무튼 이번은 어쩔 도리가 없구나. 나도 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천승비는 가슴한쪽에 무거운 납덩이를 가득 매단 채 발길을 돌려 사라져 버렸다.

멍하니 그의 사라져 가는 뒷모습을 보던 곽유의 눈에서는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이를 어찌하나...어찌하나...”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를 실감한 곽유가 울부짖으며 한탄을 해댔다.

그렇게 한참동안 눈시울을 붉히던 그는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이건 음모가 있어...위형님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내가 더 잘 알고 있다고...”

곽유가 주먹을 불끈 쥐고는 마음속에서 어떤 결심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 **


“뜻하지 않게 나를 도와주었군...이 정도면 완벽하게 해치운 것인가...”

염청석이 허리에 입은 검상에 분약(粉藥)을 바르고, 붕대로 칭칭 감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런데...그 녀석이 왜 장문인을 공격한 것이지?”


상처를 치료하던 염청석의 머릿속에는 이내 강한 의문이 제기 되었다.

앞뒤정황을 따지고, 미래의 위현룡의 위치까지 상상해가면서 살인동기를 추리해보았으나, 도무지 그럴만한 찌꺼기조차 걸러 나오지 않았다.

아무튼 위현룡의 도움으로 얼떨결에 해치우긴 했지만, 그만하면 꽤 성공적이라는 자부심을 그는 느끼고 있었다.

단단하게 감긴 붕대가 벌어진 상처를 강제로 봉합시키면서 곧바로 지혈이 되었다.

약간 아픔이 느껴져 왔지만 몸을 움직일 수는 있다고 판단되자 염청석은 곧바로 원연홍을 찾아가기로 했다.

위현룡을 제거했다고는 하나 원연홍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시(適時)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방문해보니 원연홍의 방은 깨끗하게 비어있었고, 행방을 찾을 길이 없었는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그녀가 원기종의 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스산한 밤 저 멀리서 까마귀소리가 구슬프게 울렸다.

원기종의 내실 안은 초 한 자루도 켜있지 않은 암흑 그 자체였고, 청성파의 현재였다.

염청석이 방문 앞으로 다가가자 나직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오열을 억지로 억제하는 그런 울음소리였다.

잠시 기다렸던 염청석이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사매! 거기 있는 거지?”

그의 음성을 들었는지 흐느끼던 소리가 뚝 그치고 연이어 목 쉰 소리가 들려왔다.

“대사형...저 여기 있어요. 무슨 일이에요?”

애써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한 목소리였으나 슬픔을 완벽하게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사매가 걱정이 돼서 잠을 이룰 수가 있어야 말이지...많이 슬프지?”

아버지가 죽었는데 많이 슬프냐고 묻는 자체가 우문(愚問)이었다.

아무튼 염청석의 이 물음은 원연홍이 북받쳐 올라오는 울음을 다시 터트리게 만들었다.


“사매, 잠깐 들어가도 되겠어?”


“들어오지 마세요! 제발 절 혼자 놔두세요....”

심하게 울먹이던 원연홍이 소리쳐 접근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이미 결심한 염청석은 곧바로 방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답답한 공기를 잠시 들이쉬던 그는 화섭자(火攝子)를 들어 몇 개의 촛대에 불을 붙였다.

일렁이는 촛불의 춤사위 속으로 원연홍이 침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사매는 우리 사이가 얼마나 가까웠는지 알고 있을 거야.. 장문인의 죽음은 나도 안타깝게 생각해.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더군. 원한다면 내가 사매의 슬픔을 같이 하고 싶은데...“


이렇게 운을 떼면서 슬쩍 그녀의 반응을 살폈으나 원연홍은 그저 울고만 있을 뿐이었다.

염청석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위현룡이란 놈이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를지 정말 뜻밖이야. 장문인께서 그 녀석을 얼마나 아껴주었는지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위현룡이란 이름이 언급되자 원연홍은 귀를 막고 울부짖었다.

“대사형...제발 그만하고 나가주세요...”

그러나 염청석은 무슨 작심이라도 한 것처럼 훈계하듯 언성을 높였다.


“사매가 그 놈과 정을 나누고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 그 놈이 한 짓을 보라고! 장문인이 얼마나 허망하게 피살되셨는지를!“

일부러 그는 피살이라는 단어에 힘을 꾹 주고 있었다.


“또한 장문인을 보호하려던 나까지 이렇게 상처를 입혀버렸지. 물론 내가 상처 입는 것은 상관없어. 그 당시 내가 목숨을 던져서라도 장문인을 구했어야 했는데....”

염청석이 원연홍에게 어떤 동정이라도 구하고 싶은 눈치를 보였으나, 그녀는 너무 괴로워서 몸부림치고 있을 뿐이었다.

“난 대사형으로써 그 놈의 목을 베어 장문인의 영정에 바칠 생각이야. 그리고 사매의 원한도 풀어주고 말겠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야.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어. 난 대사형으로서 응당 해야할 일을 하는 것뿐이니까.“


이것이 염청석이 위현룡을 즉결처형하지 않았던 큰 이유였다.

원연홍이 두 눈 똑바로 쳐다보는 앞에서 처형을 시키므로 해서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위현룡을 깨끗하게 지워지게 하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처형 전에 위현룡이 원기종을 얼마나 악독하게 살인하였는가를 재(再)언급해가면서 말이다.

원하던 말을 모조리 쏟아낸 염청석은 측은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엉클어진 머릿결 사이로 핏기 없는 핼쑥해진 얼굴이 드러나 보였다.

시선은 생기를 잃어 슬퍼 보였고, 연약한 몸은 시들어진 꽃송이처럼 늘어져 있었다.


“사매...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아무런 신경 쓰지 말고 푹 쉬도록 해. 사매마저 이러면 장문인께서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실 것이니...“

염청석은 조용히 당부를 한 후에 원기종의 방에서 나왔다.

방문이 스르르 닫히자마자 원연홍의 울음이 더욱 구슬피 들려 나왔다.

염청석이 밖으로 모습을 보이자 제자들이 모두 모여서 심각한 기색을 띄고 있었다.


“대사형. 이 사실을 청성파 원로님들께 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대제자 한 명이 나서서 묻고 있었다.

청성파가 청성산에 뿌리를 내린 이래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기에 올린 말이었다.

그러자 순간 눈꼬리가 치켜세우며 염청석이 얼음장같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원사매가 지금 슬픔에 잠겨있는데 원로님들을 모셔와 청성파를 들쑤시게 되면 어쩌자는 것이냐! 당분간은 조용히 넘어가자!“

염청석은 청성산에 기거하고 있는 원로들이 들이닥치게 되면 분명 위현룡을 심문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이 복잡하게 꼬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단 혐의를 뒤집어 씌워 죽여 놓고 나서 원로들을 부를 셈이었다.


“하지만...이 중대한 일을...”


“시끄럽다!! 장문인께서 서거(逝去)하시면 대사형인 내가 그 분 대신 일을 처리해야 함을 모르는 것이냐? 일단 원사매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해야 하니 알리더라도 며칠 있다가 알리도록 하겠다. 그러니 너희들은 그저 내 명에 따르기만 하여라!“


“넵...대사형...송구합니다.”


대사형의 위엄으로 일대제자의 기를 꺾은 염청석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며 우렁차게 외쳤다.


“잘 듣거라! 살인자 위현룡은 내일 모레 처형을 할 것이다. 그때까지 그 놈을 잘 지키도록 하라.”

그러자 한수광이 어느새 끼어 들어 간살거리기 시작했다.


“대사형! 어차피 죽도록 얻어맞아서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어쩌면 처형일까지도 혼절해 있을지도 모르죠. 그 놈이 신선도 아니고...몸을 가눌 기력이나 있겠습니까. 걱정일랑 꽉 붙들어 매두십시오.“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흘리던 염청석은 한수광을 무시하고는 일대제자들에게 다시 신신당부하고 나섰다.


“혹시 모르니 너희들이 주축이 되어서 확실히 지키도록 하라!!”

“넵! 대사형!!”


** **


차가운 달빛이 가는 창살사이로 새어 들어와 피범벅이 되어있는 한 사내를 비추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황홀한 빛과 같았지만, 그 축복을 받는 사내의 살은 터져서 흉측스럽게 변해 있었고 육신은 불에 그을린 산짐승 마냥 웅크린 채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단지 간헐적으로 미미한 경련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아 숨은 붙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위현룡이 갇혀 있는 창고는 잡동사니를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것으로 연무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천장에 그물처럼 쳐진 거미줄과 사방에 쌓여있는 먼지 등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음을 대변해 주었다.


홍후인은 그의 곁에 걸터앉아서 깊은 한숨만 들이키고 있었다.

[너무 심하게 맞았군. 며칠은 몸져 누워야 어느 정도 회복이 될 터인데...]

꼭 그의 의학적 소견이 아니더라도 위현룡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복(福)인지 벌(罰)인지 알 수는 없으나, 잘못하면 처형을 당하기도 전에 창고에서 숨을 거둘 판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 위현룡이 신음을 하면서 고개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앗! 현룡아! 눈을 떠라!! 정신 좀 차려 봐라!!]

예상을 여지없이 뒤엎는 광경에 홍후인이 창고가 무너져라 고함쳐댔다.

그의 염원에 찬 목소리를 들었는지 위현룡의 눈이 실눈이 되어 천천히 떠졌다.

잠시 몽롱한 눈빛을 보이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원...사저....”


[원사저고 뭐고 간에, 넌 지금 갇혀있는 몸이다. 내일쯤 너를 처형시키려는 모양인데...]

홍후인이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설명해 주려했다.

그러나 위현룡은 기력이 갑자기 떨어졌는지 다시 눈을 감고 사지를 늘어트려 버렸다.

거칠게 요동치는 위현룡의 숨소리가 순간 규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음...체력이 비정상적으로 회복된다더니...정말 놀랍군. 보통사람 같았으면 벌써 숨이 끊어졌을 것인데...]


홍후인이 신음하듯 감탄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흐르던 피가 모조리 멎어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대단히 불가사의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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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3> +35 06.05.06 33,840 86 12쪽
6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2> +42 06.05.02 35,037 88 11쪽
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1> +40 06.04.27 38,610 80 9쪽
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7> +46 06.04.21 34,718 80 11쪽
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6> +41 06.04.07 33,661 83 10쪽
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5> +40 06.04.02 34,128 86 11쪽
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4> +56 06.03.30 34,205 93 9쪽
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3> +48 06.03.21 35,068 84 14쪽
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2> +41 06.03.18 35,714 85 14쪽
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1> +48 06.03.14 36,650 82 12쪽
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0> +52 06.03.08 37,465 94 17쪽
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9> +51 06.03.01 37,012 92 15쪽
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8> +53 06.02.25 37,581 85 17쪽
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7> +59 06.02.23 38,227 93 16쪽
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6> +44 06.02.21 39,719 85 17쪽
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5> +55 06.02.19 39,814 104 17쪽
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4> +48 06.02.16 39,900 95 13쪽
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3> +57 06.02.13 41,469 88 18쪽
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2> +59 06.02.11 41,216 90 17쪽
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1> +68 06.02.07 42,781 85 16쪽
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5> +68 06.02.03 41,288 84 18쪽
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4> +58 06.02.01 39,466 78 13쪽
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3> +67 06.01.30 40,223 84 17쪽
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2> +75 06.01.27 39,967 86 13쪽
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1> +53 06.01.24 39,846 96 18쪽
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0> +61 06.01.21 40,374 94 16쪽
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9> +52 06.01.19 40,299 91 15쪽
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8> +56 06.01.17 41,781 88 18쪽
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7> +79 06.01.15 44,806 89 26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6> +64 06.01.12 45,927 104 18쪽
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5> +69 06.01.10 46,724 92 23쪽
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4> +64 06.01.07 46,524 90 22쪽
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3> +77 06.01.05 47,849 98 13쪽
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2> +65 06.01.03 49,662 113 17쪽
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1> +56 05.12.31 50,028 107 14쪽
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7> +62 05.12.28 49,814 119 19쪽
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6> +59 05.12.24 48,399 106 20쪽
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5> +53 05.12.20 47,173 118 15쪽
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4> +55 05.12.17 50,625 118 16쪽
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3> +48 05.12.16 51,076 125 15쪽
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2> +51 05.12.15 49,618 122 12쪽
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1> +47 05.12.13 51,278 124 15쪽
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10> +56 05.12.11 51,732 113 10쪽
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9> +54 05.12.09 50,006 121 18쪽
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8> +44 05.12.07 51,105 124 16쪽
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7> +43 05.12.05 51,368 122 10쪽
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6> +42 05.12.03 51,808 118 17쪽
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5> +51 05.12.01 53,495 128 15쪽
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4> +54 05.11.27 54,058 136 16쪽
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3> +56 05.11.26 54,001 133 13쪽
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2> +52 05.11.24 58,858 127 13쪽
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1> +48 05.11.21 58,810 126 15쪽
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6> +43 05.10.25 57,980 128 16쪽
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5> +42 05.10.24 53,843 126 7쪽
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4> +45 05.10.19 56,494 126 11쪽
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3> +40 05.10.09 31,101 120 16쪽
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2> +41 05.10.05 55,895 131 13쪽
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1> +61 05.09.19 62,111 129 20쪽
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8> +57 05.09.17 59,283 130 19쪽
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7> +52 05.09.16 59,335 127 22쪽
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6> +41 05.09.15 61,968 131 26쪽
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5> +63 05.09.14 63,915 151 17쪽
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4> +45 05.09.13 67,126 143 18쪽
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3> +59 05.09.12 64,408 148 20쪽
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2> +63 05.09.11 72,560 158 21쪽
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1> +76 05.09.10 73,868 151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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