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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최근연재일 :
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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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5.09.1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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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4>

DUMMY

그러나.

닷새가 지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차도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오른팔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듯이 경직되고 있었다.

그제야 모든 사람들은 희망을 버렸다.

위현룡은 매우 낙담하여 방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형님...이게..어떻게...뭐라고 위로를 해야할지...”

곽유가 시무룩한 얼굴로 겨우겨우 말을 끄집어냈다.


“....”


“형님이 이렇게 되신건 순전히 내 탓이오...좀 더 지켜보다가 차도가 없으면 제가 형님을 모시고 강호를 주유하면서 의원을 찾아다니겠소.“


청성산 수행에서 무기력하게 쓰러진 자신을 돕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 곽유는 마음속으로 커다란 죄책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조용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위현룡이 몸을 일으켰다.

“바람 좀 쐬고 오마”

차가운 한마디를 남기고 휙 나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곽유는 눈에 눈물이 맺혔다.

밖으로 나온 위현룡은 묵묵히 아무 곳으로나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여기저기 헤매다가 당도한 곳은 매화(梅花)가 만발한 곳이었다.

미풍을 타고 흩어 떨어지는 매화를 보면서 그는 깊은 한탄을 했다.


“정말 복도 없는 인생이구나...모든 희망과 미래를 다 잃고 이제 남은 것은 검법 하나였건만... 그마저도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으니...이것이 내 종착지인 것인가...무림 최고의 고수가 되겠다는 십여 년간의 꿈의 말로(末路)인 것인가...왜 하필 나란 말인가...어째서...“


굳은 진흙처럼 붙어있는 오른 팔을 내려 보면서 위현룡은 더욱 가슴이 찢어졌다.

눈가에 이슬이 맺혔으나 위현룡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

다가온 시련에 이렇게 무기력하게 굴복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 자신이 싫었던 것이다.

그때 귓가로 들려오는 인기척이 있었다.

“저기...”

낯익은 음성이 들려오자 슬픔에 잠겨있던 위현룡은 순간 당황했다.

원연홍이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원소저가 어찌 이곳을...”

“지나가다가...우연히 봤어요...”

“...”


잠시 무거운 침묵이 두 사람 사이로 지나갔다.

“오른...팔이 마비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원연홍이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미 청성파 내에는 위현룡의 오른팔이 못쓰게 되었다는 소문이 쫙 퍼져있었다.

예전 같으면 속가제자 한 명쯤 어찌돼도 상관없겠으나 저번 수행에서 한수광을 물리친 사건으로 인해 위현룡은 정식제자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원소저께서 염려하실 일이 아닙니다”

마음속으로는 신경 써주는 원연홍에게 감사함까지 느끼고 있었으나 입에서는 반대로 냉랭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어쩌면 일대제자인 원연홍이 속가제자를 챙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도 했기에 위현룡이 알아서 거리를 둔 것일지도 몰랐다..

원연홍은 나직히 한숨을 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아버지께 말씀 드려서 명의를 모셔달라고 부탁해 보겠어요. 벌써부터 모든 것을 포기하시면 안돼요“


그녀의 말에 위현룡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포기가 아니고...이게 제 인생일 것입니다.”


“....”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공평치 못하지요. 그렇기에 하늘에 대고 공평함을 요구하는 것은 미련한 짓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청성파에 속가제자로 들어오면서부터 희망 있는 삶을 다시 찾았지요. 그러나 제게는 분에 넘치는 일이었나 봅니다. 그렇기에...이렇게...“


슬픈 어조로 자학을 하는 그를 보자 원연홍은 자신도 모르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불쌍한 사람...)


“그럼...대협은 어떻게 하실 의향이세요?”

원연홍은 위현룡에게 대협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속가제자에게 청성파 일대 제자가 대협이라고 칭한다는 것이 과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위현룡이었지만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저는 곧 청성파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정말 떠나세요?”

원연홍이 못내 서운한 듯이 되묻자 위현룡은 가슴이 떨려왔다.

처음으로 마음속에 담아둔 여자였고 뜬구름의 존재라고 스스로 거부했던 여인이었다.

원연홍이 자신에게 왜 이리 살갑게 대하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어차피 떠나는 마당에 마지막 복(福)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때가 되니 그녀가 더 가깝게 다가온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저는 대협이 비무를 통해서 정식제자가 될 것이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서로 사저 사제라고 부르면서 돈독하게 지내고 싶었는데...정말 아쉽게 되었어요...“


그녀는 약간 얼굴을 붉히면서 속내를 내비쳤다.

청성산 수행에서 보았던 위현룡의 강렬한 행동이 그녀를 충격에 빠지게 해버렸다.

그날 이후 그녀의 머리속에는 가끔씩 위현룡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에게 안 좋은 일이 닥치자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에 달려온 터였다. 이것은 그녀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답을 구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위현룡은 문득 굳어진 채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한쪽 팔을 보았다.


(하나를 잃은 대신 원소저의 마음 한 조각을 얻은 것인가...)


“원소저...이제 저는 무공을 익힐 수 없습니다. 검객이 오른팔을 잃었다면 이미 수명이 다한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잠시 말을 멈춘 위현룡은 결심한 듯 말을 다시 이었다.


“그 동안 제가 청성파에 속가제자로 들어와서 행복했던 일을 말하라면 원소저가 제게 호의를 베푸는 지금일 것입니다.“


그는 더 구체적으로 그녀를 사모한다고 고백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원연홍은 청성파 장문인의 여식이었고, 염청석과 혼인을 할지도 모를 여인이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팔병신된 속가제자일 뿐이다. 순백한 사랑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야 늘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작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불구가 된 마당에 그녀에게 구차하게 굴고 싶지 않았고, 이별을 앞두고 슬픈 여운을 남겨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디로부터 흘러왔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깨끗하게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면서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랄까...

원연홍은 순간 위현룡의 속뜻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필연적 이별과 그 뒤에 감춰진 강렬한 연정(戀情)을 말이다.

순간 그녀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전혀 갖지 못한 감정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원연홍은 내심 장문인인 아버지와 염청석 사형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염청석과 혼인을 하겠다고 공포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동안 자신도 염청석이 미래의 정인(情人)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고 문파 내에서도 공공연하게 인정한 사실이 아니던가.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남자에게 정을 품고 있다는 것은 이미 도덕적 선을 넘은 것이나 진배없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위현룡도 알고 있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잠시 그를 쳐다보던 원연홍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더 이상 말이 없었으나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인식하고 있었다.

위현룡이 잠시 하늘을 보면서 무거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무공도 익히지 못할 몸이면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날까 합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를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뜻 그럴 수가 없었다. 떠나는 마지막까지 비참하게 만들 수는 없었기에...


그때 뒤쪽에서 돌연 무뚝뚝한 음성이 들려왔다.


“검은 오른팔로만 휘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네. 왼팔도 연마하면 꽤 쓸만하지...”


두 사람이 뒤를 돌아보자 천승비가 팔짱을 낀 채 우뚝 서 있었다.

뜻밖의 출현에 두 사람은 잠시 당황했으나 원연홍이 갑자기 기쁜 빛을 내면서 소리쳤다.

“정말 그러네요!! 왼팔로 검법을 수련하면 되잖아요!”

그러나 위현룡은 이미 체념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오른팔로도 몇 년간 검법을 수련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번도 검을 잡지 않은 왼팔로 대신한단 말입니까...“


“꼭 그런 건 아니지...자네는 청성산 아랫마을에 있는 대장간 주인을 본적 없는가?”


천승비의 말에 위현룡은 언젠가 보았던 대장간 주인이 떠올랐다.

그 당시 곽유와 같이 검을 손보러 들린 적이 있었는데 대장간주인은 특이하게 오른팔이 없는 외팔이였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런 불편 없이 왼팔로 망치를 잡아 벌겋게 달군 쇳덩이를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힘과 속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그 자리를 때려 찍기에 신기해한 곽유가 물었었다.


“주인께서는 왼팔로 어떻게 힘 있게 망치를 잡아 사용하는 것입니까?”

대장간 주인이 곁에 있는 술병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걸걸한 음성으로 말했다.

“처음엔 이 무거운 망치 잡을 힘도 없었는데 세월이 가다보니 이제는 예전에 오른손보다 더 자유자재로 쓰게 되었네 그려, 하하하“


순간 위현룡은 아직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 변화가 오자 원연홍이 설득하듯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도 자포자기하기엔 이른 것 같아요. 최소한 어느 정도 노력이라도 해보고 나서 포기하셔도 늦은 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원소저의 말씀에 나도 동의하오”


천승비도 같이 맞장구를 치면서 위현룡이 한가닥 희망을 품게 해주었다.

-왼손으로 검법을 연마한다.

분명 쉬운 길은 아니었다. 그러나 위현룡은 자신과 속가제자들을 위해서 이렇게 쉽게 뜻을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원연홍을 위해 남은 생을 바치겠다고 까지 다짐했었기에 무조건 청성파 정식제자로 들어가야만 했던 것이다.

그녀가 염청석과 혼인을 하는 것에도 개의치 않았다. 평생을 그녀의 그림자가 되어 살아도 상관없었기에...

위현룡은 결심을 하였다.


“그럼 포기하지 않고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위현룡이 강력한 어조로 다짐을 하자 원연홍은 얼굴에 화색을 드리우면서 매우 기뻐했다.


“정말 잘 생각하셨어요! 제가 위대협이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드릴게요. 원하신다면 검법수련을 지도해 줄 의향도 있어요“

그녀의 말에 놀란 것은 곁에 있던 천승비었다.

원연홍이 누구인가.

장문의 여식이고 청성파 일대 제자였다.

속가제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하늘같은 존재이거늘 그녀가 위현룡을 위하는 마음이 보통수준이 넘어 보였다. 또한 대협이라는 칭호까지 붙이다니...

다른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경악을 금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이를 안 천승비가 공손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당부했다.


“원소저, 저희들은 속가제자들이며 원소저는 청성파 일대 제자이십니다. 위형에게 지나친 관심을 두시면 오히려 해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분과 위명을 생각하여 자중하라는 은근한 경고였다.

그러나 원연홍은 전혀 상관없는 듯 깊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걱정 말아요. 청성파 내에서는 조심할테니...호호호”

전혀 뜻밖의 반응이 나오자 천승비는 약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왜 연소저가 위현룡에게 저리 잘 대해 주는 것인가...)

그때 위현룡이 깊이 읍을 하면서 말했다.


“천형의 말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원소저께서 제게 호의를 베푸시는 점은 깊이 감사드리나 서열을 뛰어넘는 호의는 제게 과중한 부담이 됩니다. 그러니 장문인과 염대협을 생각하셔서 주의를 하셨으면 합니다.“


위현룡은 마음에도 없는 장문인과 염청석을 일부러 입에 올리고 있었다.

이쯤 되자 원연홍은 약간 서운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위현룡은 미안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지만 그녀를 위해서 꾹 참았다.


(어차피 염대협과 혼인할 사람이다...괜히 나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면 차후에 좋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때 천승비가 갑자기 생각난 듯 아뢰었다.

“아참, 원소저...염대협이 지금 찾고 계십니다.”

“대사형이요?”

“네. 어서 가보시기 바랍니다. 원소저를 멀리서 보게되어 알려주려고 했는데, 대화하다 보니 잠시 잊고 말았습니다.”

“알았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이어 원연홍은 위현룡에게 엄한 얼굴을 하고 타이르듯이 말했다.


“기회를 봐서 제가 검법수련을 도울 테니까 서열 따지면서 거절하지 말아요!”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천승비가 걱정스런 투로 말했다.


“어쩌려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소. 원소저가 위형에게 호의를 보이는 것이 참 의외이긴 하지만, 아무튼 청성파내에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다치는 사람은 위형뿐만이 아니란 말이오. 속가제자들 전체에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음이오.“


“천형...”

위현룡은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후에 입을 열었다.


“나도 천형과 같은 생각이오. 그러나 이제 약간은 그녀를 위해 마음을 열어두고 싶습니다. 내 처지를 생각한다면 원소저는 나에게는 꿈같은 존재인 것을 아실 것이오. 시일이 조금만 지나면 이제 그녀와 가깝게 대화할 기회도 없게 될 것이니, 그 동안만이라도 원소저가 베푸는 호의를 받아 드리고 싶단 뜻입니다“


(거참...염대협이 알면 곤란할 것인데...)

이미 결심을 한 듯한 위현룡을 보면서 천승비는 나오는 말을 속으로 애써 삭혔다.

위현룡이 청성파 장문인 여식인 원연홍을 마음속으로 사모한다는 것을 예전부터 들어 알고는 있었다. 속가제자들 중에 이 사실을 아는 자가 무척 많을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에 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이 밖으로 돌지 않았던 것은 절대 이룰 수 없는 얼토당토않은 얘깃거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원연홍이 위현룡에게 깊은 호의를 베풀고 위현룡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받아 드린다는 것을 속가제자들이 알게 된다면 어떤 검은 구름같은 소문이 부풀어 오를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조용하게 잘 지내고 있는 속가제자들에게 불똥이 떨어질 공산이 컸고 속가제자들에게 기회를 열어두려는 장문인의 마음이 굳게 닫힐 수도 있는 일이다.

천승비는 이것을 걱정하였다. 위현룡이 천승비의 그런 마음을 아는 듯 약간 망설이듯 말했다.


“속가제자들에게 불이익이 안 가도록 조심해서 행동할 터이니 너무 염려 마시구려”


“난 위형보다 원소저의 행동이 더 염려됩니다.”


“원소저도 방금 전 천형의 충고에 느낀 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 난 대장간 주인 좀 만나고 오겠소.“


“그렇게 하시오. 좋은 결과 가지고 오길 바라겠소”


“고맙소. 그리고 아까 왼손에 대해 언급해준 점 깊이 감사하오”

위현룡은 다시 정중하게 포권을 취해 감사를 나타내자 천승비로 같이 포권을 취했다.


“별말을...”


청성산 아랫마을에는 대장간이 하나 있었다.

대장간 주인은 대략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진평(陳平)이라는 사람인데 그 출신과 내력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범죄를 짓고 도피하는 자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만큼 이 사람의 평판은 좋았다.

이 지역에만 대장간이 몇 개는 되었으나 이 대장간이 실력이 제일 나았다.

검의 제조도 그렇지만 수선 또한 흠잡을 때 없이 완벽하게 손보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청성파 제자들을 비롯하여 속가제자들까지 이 대장간에 검을 맡겼다.

위현룡이 대장간에 도착했을 때는 진평이 얼굴이 벌개져서 힘차게 풀무질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것도 왼손으로 말이다.


풀무질이라는 것이 마냥 쉬워 보여도 여간 완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장시간동안 그 짓을 해야 하니 얼마나 팔이 아프겠는가.

위현룡은 그제야 그가 마냥 위대해 보였다.

왼팔하나로도 저렇게 꿋꿋한 삶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데 자신은 너무 쉽게 좌절과 절망을 가졌다는 생각에 부끄럽기까지 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풀무질하던 진평이 위현룡임을 알아보고 누런 이를 드러내면서 씩 웃어주었다.

위현룡도 같이 웃어주면서 그의 단단해진 왼쪽 팔뚝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오른팔을 못 쓰게 되었다지?”

돌연 무심한 표정으로 풀무질을 하던 진평이 입을 열었다.


“네. 그렇습니다”


“웬일인지는 몰라도 근래에 오는 녀석들마다 자네 얘기만 꺼내더군. 정식제자들까지 자네이름을 입에 담던데...거 참 특이한 일이야“


“청성파에 팔병신이 있으니 입에 담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기까지 말한 위현룡은 진평도 팔 하나를 못 쓴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속으로 아차 했다.

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진평은 풀무질을 끝내고 불구덩이 속에서 쇳덩어리 하나를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러더니 쇠판에다 올려놓고 왼손으로 망치를 들고 힘차게 내리치기 시작했다.

불덩이가 된 쇠를 단련시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한 손에 집게를 한 손엔 망치를 들고 쇠를 집게로 집은 채 망치로 내려치는 것이 정상이겠으나 진평은 집게로 집는 것을 생략하고 곧바로 망치로만 후려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망치에 얻어맞은 쇳덩이가 이리저리 튀고 날아가고 할 텐데 이상하게 쇳덩이는 얌전히 얻어맞기만 했다.

위현룡이 신기하게 쳐다보는데 진평이 쉬지 않고 두드리면서 말했다.


“이런 놈은 초반엔 시련이 닥치지만 그 시기를 잘 보내고 나면 비로소 훌륭한 명검으로 탄생하게 되지. 간혹 가다가 망치질을 피하려는 놈들도 있는데...그런 놈은 후에 값싼 철검밖에는 안 되는 거야. 안 그런가?“


그의 말뜻을 알아들은 위현룡은 심히 부끄러워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제자들에게 자신이 팔 하나를 못 쓰게 된데 자책하여 방황하고 있음을 들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신체는 말야...쇠와 같아서 단련하면 할수록 강해진다네. 자네도 그러기 위해서 나를 찾아 온 것이 아니었나?“

날카로운 눈빛을 드러내면서 바라보는 진평이 위현룡은 새삼 다르게 보였다.


“맞습니다. 제 나이가 서른을 넘어갔지만 앞으로 살날이 더 많기에 이렇게 주저앉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주인장께서는 저를 단련시켜주실 수 있다고 믿었기에 이렇게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하하하, 자네는 삼고초려라고 들어봤나?”


“네, 들어봤습니다.”


“그 유비가 제갈공명을 맞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아갔다는 것인데...난 말야 세 번 찾아오길 기다리다가는 열불 터져서 미치는 성격이란 말야...하하하“


위현룡은 그 말을 듣고 진평의 성격이 호탕하고 격이 없다는 것을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나에게 가르침을 청했으니 시간 끌지 말고 후딱 해치우자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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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2> +42 06.05.02 35,037 88 11쪽
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1> +40 06.04.27 38,609 80 9쪽
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7> +46 06.04.21 34,718 80 11쪽
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6> +41 06.04.07 33,660 83 10쪽
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5> +40 06.04.02 34,127 86 11쪽
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4> +56 06.03.30 34,205 93 9쪽
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3> +48 06.03.21 35,067 84 14쪽
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2> +41 06.03.18 35,714 85 14쪽
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1> +48 06.03.14 36,649 82 12쪽
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0> +52 06.03.08 37,464 94 17쪽
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9> +51 06.03.01 37,012 92 15쪽
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8> +53 06.02.25 37,581 85 17쪽
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7> +59 06.02.23 38,227 93 16쪽
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6> +44 06.02.21 39,719 85 17쪽
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5> +55 06.02.19 39,814 104 17쪽
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4> +48 06.02.16 39,900 95 13쪽
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3> +57 06.02.13 41,469 88 18쪽
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2> +59 06.02.11 41,215 90 17쪽
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1> +68 06.02.07 42,780 85 16쪽
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5> +68 06.02.03 41,288 84 18쪽
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4> +58 06.02.01 39,466 78 13쪽
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3> +67 06.01.30 40,222 84 17쪽
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2> +75 06.01.27 39,967 86 13쪽
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1> +53 06.01.24 39,845 96 18쪽
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0> +61 06.01.21 40,374 94 16쪽
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9> +52 06.01.19 40,299 91 15쪽
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8> +56 06.01.17 41,781 88 18쪽
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7> +79 06.01.15 44,806 89 26쪽
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6> +64 06.01.12 45,926 104 18쪽
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5> +69 06.01.10 46,724 92 23쪽
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4> +64 06.01.07 46,524 90 22쪽
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3> +77 06.01.05 47,849 98 13쪽
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2> +65 06.01.03 49,661 113 17쪽
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1> +56 05.12.31 50,028 107 14쪽
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7> +62 05.12.28 49,814 119 19쪽
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6> +59 05.12.24 48,399 106 20쪽
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5> +53 05.12.20 47,173 118 15쪽
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4> +55 05.12.17 50,625 118 16쪽
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3> +48 05.12.16 51,075 125 15쪽
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2> +51 05.12.15 49,618 122 12쪽
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1> +47 05.12.13 51,278 124 15쪽
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10> +56 05.12.11 51,732 113 10쪽
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9> +54 05.12.09 50,006 121 18쪽
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8> +44 05.12.07 51,105 124 16쪽
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7> +43 05.12.05 51,368 122 10쪽
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6> +42 05.12.03 51,808 118 17쪽
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5> +51 05.12.01 53,495 128 15쪽
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4> +54 05.11.27 54,058 136 16쪽
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3> +56 05.11.26 54,000 133 13쪽
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2> +52 05.11.24 58,857 127 13쪽
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1> +48 05.11.21 58,810 126 15쪽
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6> +43 05.10.25 57,980 128 16쪽
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5> +42 05.10.24 53,843 126 7쪽
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4> +45 05.10.19 56,494 126 11쪽
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3> +40 05.10.09 31,101 120 16쪽
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2> +41 05.10.05 55,895 131 13쪽
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1> +61 05.09.19 62,110 129 20쪽
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8> +57 05.09.17 59,283 130 19쪽
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7> +52 05.09.16 59,335 127 22쪽
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6> +41 05.09.15 61,967 131 26쪽
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5> +63 05.09.14 63,915 151 17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4> +45 05.09.13 67,126 143 18쪽
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3> +59 05.09.12 64,408 148 20쪽
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2> +63 05.09.11 72,559 158 21쪽
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1> +76 05.09.10 73,868 151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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