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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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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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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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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7>

DUMMY

원기종의 쌍장이 기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삼대요혈을 공격해 들어왔다.

인당과 전중 그리고 단전을 노리며 세 갈래로 쳐들어오는 장공은 매우 부담이 되었다.

정신이 번쩍 든 제갈무는 쌍장을 수십 번이나 휘둘러 가면서 천지일기공에 대항했다.

흔히 장력을 몇 갈래로 격출시킬 수도 있는 것이지만, 내력이 분산된 그런 공격방법이란 호신강기가 어느 정도 형성된 자에게는 큰 타격을 줄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역습의 빌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원기종의 장력은 그 원천을 알 수 없으나, 똑 같은 힘으로 장력이 갈라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협공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이라면 방향이 한 방향이었다.

원기종의 환환미종보는 움직임이 괴이했지만 제갈무의 무영보보다 빠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제갈무는 무영보의 이점을 이용하여 원기종의 세 줄기 장력을 모조리 막아냈다.

그러나 그 대신 제갈무는 선제공격도 변변히 못해 본 채 연신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천지일기공으로 한번도 실전을 치른 적이 없던 원기종은 제갈무와의 접전으로 인해 점점 손에 익숙해지고 한층 더 심오한 무공의 요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지하밀성에서 몰래 얻어낸 비급이기에 청성파 내에서는 공공연하게 실전을 내세워 연마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간혹 폐관을 하면서 조금씩 익히고는 있었지만 누가 뭐래도 역시 상승무공은 실전을 해봐야 뭔가가 남는 법이었다.

한층 여유 있어진 그는 제갈무를 상대하면서도 간간이 주위에 있는 제갈세가 제자들을 잡초 뽑듯 살상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되자 밀리던 싸움의 양상이 마치 평형을 이룬 저울처럼 일정해져 버렸다.

“빌어먹을...”

제갈무는 초반부터 가졌던 자신감이 점차 상실되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형성되었다.

그는 이를 악 물면서 밑바닥에 있던 내력마저 모조리 끌어올렸다.

“진짜 해보자는 건가!!”

어투로 보아 무엇인가 감춰 둔 비기(秘技)가 있음이 분명했다. 붉은 기운이 손목에 이어서 팔뚝까지 번져 나갔다.

그것을 보는 제갈무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무리하게 신공을 이끌어 내는 모습이었다.

그가 무영보를 발동하면서 양손을 휘둘러 대자 독으로 똘똘 뭉친 장력이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원기종의 안면으로 폭사되어 갔다.

원기종은 천지일기공과 엇비슷한 공격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흥!”

원기종은 나직한 콧웃음 소리와 함께 좌수(左手)를 대각선으로 뻗다가 둥글게 휘둘렀다.

순간 반투명한 막이 퍼지면서 독장을 모조리 막아내는 동시에, 우수(右手)가 그 장막(掌膜)을 헤치고 곧장 제갈무의 하체를 향해 뻗어갔다.

기묘한 반격에 급급히 공격에서 방어로 전환한 제갈무는 허둥대다가 허벅지에 일장을 스치듯 맞고 말았다.

“으윽.”

고통으로 신음을 했지만 제갈무는 신형을 풀지 않고 원기종에게 돌진을 감행했다.

“죽어라!”

동귀어진이라도 하겠다는 듯한 공격법에 당황한 원기종은 불안감에 떠밀려, 끝장내려던 내력을 방어로 전환시켜 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붉은 기운이 제갈무의 상체를 빙빙 휘감다가 그의 두 주먹에 응집되는 것이 보였다.

보아하니 장력을 날리려는 것이 아닌 접근하여 권풍공격을 시도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방어를 취했을 때 기선을 빼앗기는 물론이거니와 잘못하면 패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천지일기공이 비록 위력적이긴 했지만 제갈무가 운행하고 있는 무영보를 기초로한 권풍은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쉽게 당할 줄 아느냐!!”

원기종은 마침내 공격을 방어로, 다시 공격으로 자세를 수시로 변환시켰다.

쌍장을 짧게 펼친 원기종은 지지 않고 총력을 다한 장력을 앞으로 격발시켰다.

엄청난 충돌음이 사방에 진동하면서 쌍장을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를 밀듯이 몸을 버텼다.

제갈무는 입술을 실룩이면서 미간을 찡그렸고, 원기종의 눈동자는 혈색이 되고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나부꼈다.

두 사람의 몸을 따라서 알 수 없는 기운이 퍼졌고 곧 몸을 심하게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예기치 않게 내공싸움과 같이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내공을 내세워 하는 이런 류의 싸움은 웬만해서는 하지 않았다.

무공이란 내공만이 전부가 아니었으므로 도검(刀劍)에 일가견이 있는 무인들이 꺼렸던 것이다.

또한 장법을 쓰는 고수들 역시 그 동안 연마한 무공을 실전에서 사용해보지도 않고 내력의 우위만을 통해 승패를 가리는 모험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양측을 대표하는 두 우두머리가 이 지경에 놓이자 싸움은 대치만 한 채 멈춰 있었다.

여기서 이기는 쪽이 기세등등하게 밀고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두 패들은 무기를 꽉 움켜쥐고 출발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각이 지나가면서 원기종과 제갈무가 동시에 비틀대다가 뒤로 벌렁 자빠졌다.

어떻게든지 승패가 드러날 줄 알았던 제자들은 일시에 멍해지면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젠장...겨우 오성까지만 익힌 것이 화근이었다..”

빈 통처럼 텅 비어있는 내력을 느끼면서 제갈무가 장탄식을 하고 있었다.

한편 원기종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초반에 제갈무에게 입었던 타격 때문에 아무리 천지일기공을 익혔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내공을 모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는 이 무공을 사성가량만 익힌 상태였다.

그렇기에 제갈무처럼 속으로 조금만 더 연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삼키고 있었다.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선 것으로 보였으나 바닥에 쓰러진 제갈무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명을 내리게 되자 다시 속개되었다.

“뭐하느냐!! 어서 쳐라!!”

제갈무는 비록 움직이기조차 괴로웠지만 원기종 역시 큰 부상을 입었기에 이대로 밀고 나간다면 이길 수 있다는데 한가닥 희망을 걸었다.

약간 머뭇거린 제갈세가 제자들은 명에 따라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황보세가쪽은 겨우 몇 십여명 남짓의 사람들과 부상당한 황보영 전 가주만 살아 있을 뿐이고, 청성파는 삼대제자가 모두 죽고 이대제자도 위현룡 빼고 몰살당했으며, 일대제자들는 약 절반 가량만 겨우 버티고 있을 따름이었다.

대사형 염청석은 큰 부상을 입었고 다른 제자들 역시 경미한 부상들을 잔뜩 입고 있어서 더 이상의 접전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제갈세가 제자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비록 제갈무의 명령에 공격을 하기는 했지만 이미 전력의 7할 이상을 잃었고 부상자들도 부지기수였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패 중에서 우열을 점치기는 어렵다.

설사 어느 패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전멸에 가까운, 결코 기뻐할 수만은 없는 승리일 것이다.


“안되겠다! 퇴각하도록 하자!”

원기종은 무리하게 버티다간 전멸할 것을 우려하여 퇴각을 명했다.

비록 끝까지 하다 보면 승산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쓸데없는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갈세가 제자들은 상대가 꽁지를 보이자 더욱 열을 올리면서 공격해 왔다.

“제가 우선 막겠습니다! 이 틈에 어서 퇴로를 찾으십시오!!”

천승비가 다가오는 적들을 단신으로 막아내면서 외쳤다.

그는 눈앞까지 쳐들어오는 한 놈을 단칼에 쓰러트리더니 곧장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좌충우돌하며 닥치는 대로 적들을 살상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청성파 제자들과는 다르게 그는 작은 검상조차 입지 않은 상태였다.

천승비는 전투가 장기전으로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고 내력을 아끼면서 철저하게 조직을 이뤄서 공방(攻防)만 행했던 것이다.

가능하면 일선을 피하고 이선에서만 부지런히 움직였던 천승비. 그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투를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떻게 보면 비겁한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천승비는 전투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처럼 냉정하게 행동했다.

전투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적들의 기력이 쇠(衰)하고 내력이 고갈되어 갔다.

끝까지 내력을 아끼면서 싸우고 있었던 천승비는 지금이야 말로 전력을 다할 때라고 생각했다.

살기를 앞세우고 몰려오던 제갈세가 제자들이 범과 같은 천승비 때문에 주춤거렸다.

힘 빠진 그들을 상대로 천승비의 검(劍)은 약간의 자비조차 보이지 않고 닥치는 대로 쳐 넘겼다.

비명이 난무하면서 그의 검(劍) 아래 무수한 인명이 혼백이 되어 갔다.


[멋진 놈이야...더군다나 냉정하기까지 하고...저 녀석이야말로 딱 내가 원하는 녀석인데 말야.]


홍후인은 한심하게 피투성이가 된 위현룡을 흘낏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그는 보았던 것이다. 천승비가 원기종의 위급을 목도하고도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천승비가 용맹을 보이자 남은 일대제자들의 마음속에서는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겠다는 용기가 불붙기 시작했다.

“맞서 싸우자!!”

천승비를 포함한 일대제자들이 정면을 막으며 시간을 벌고 있는 상황에서 황보세가 식솔들이 원기종과 염청석을 비롯한 부상당한 제자들을 부축하여 황보세가의 뒷출구로 빠져나갔다.

제갈세가 제자들은 목숨을 내놓고 버티는 청성파 제자들에게 질린 듯 주춤거리기만 했다.

단 일각 만에 제갈세가 제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제갈세가 제자들은 후반전투에서 남은 전력의 절반을 또 잃어버린 것이다.


“젠장! 후퇴하라!!”

뒤에서 관망하던 제갈무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외쳤다.

어차피 몰살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제갈무가 의미없는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 내린 결단이었다.

(과연 원기종은 강한 존재로군.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내가 극성으로 무영권풍을 익히는 그날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아직은 조금 더 참아야 한다.)

제갈무는 고통스럽게 가슴을 움켜 주면서 심하게 기침을 해댔다.

그리고는 붉은 색에서 하얗게 변해 가는 두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젠장...무리하게 무영권풍의 상승무공을 행하는 바람에 주화입마에 걸려 버린 것 같군. 하지만 이렇게라도 안 했다면 원기종에게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천승비는 적들이 대열만 유지한 채 슬슬 물러날 기미를 보이자 쓰러져 있는 위현룡을 들쳐 업고 미친 듯이 내달렸다.

아주 가늘지만 새어나오는 숨소리가 어깨를 뜨겁게 적시고 있었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천승비는 한줄기 희망을 느끼면서 속으로 마구 소리 질렀다.


“위사제! 절대 죽지 마시오!! 절대로!!”


** **


거친 바람과 짙은 어둠이 깔린 하늘아래.

그리고 높이 솟아 오른 마지막 벼랑 끝에서.

그는 보았다. 자신과 천승비가 묵묵히 마주 서 있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서로가 흘러가는 것을...


위현룡은 안개 같은 꿈속을 헤매다가 비로소 힘없이 눈을 떴다.

흐릿한 영상이 사라지면서 이내 낯익은 자들의 얼굴이 눈 안에 들어온다.

“으음...”

몸을 살짝 움직였을 때 느껴지는 불쾌한 고통 속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위사제! 괜찮은 것이오?”

천승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짝 다가앉아 있었다.

“형님!! 아직 움직이지 마시오. 지금 치료중이니까.”

곽유가 그의 손을 꽉 잡고 떨리는 음성을 진정시킨 채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란 말이오! 이번엔 삼일간이나 혼수상태로 있었습니다!!”

답답한 심정에 자신에게 성이라도 내듯 곽유는 부르짖었다.

곽유는 살만하면 꼭 한번씩 큰일을 당하는 위현룡이 한없이 불쌍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위해 주는 이는 곽유뿐일 것이다.)

잠시 엷은 미소를 지어주던 위현룡은 편안하게 눈을 감아 버렸다.


“어디보자...정말 지독하게 상처를 입었어.

얼굴을 비롯하여 전신에 약 십 여 개의 깊은 상처가 보이는군. 그러나 문제는...오장육부란말야...겉은 그렇다고 해도 내부는 완전히 골병이 들어 버렸으니...“

인상은 찡그리던 의원은 익숙한 손놀림을 움직이면서 촉진을 시작했다.

“째지거나 터진 곳은 봉합을 해야 하겠지만 뼈마디가 많이 상한 듯하고, 심맥도 많이 다친 것 같군....”

의원은 계속 뭐라 중얼대면서 바삐 손을 움직였다.

“병세는 어떻습니까?”

한참 있다가 의원의 손놀림이 완화되자 천승비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나 원....내가 의원생활만 삼십 년이 넘네만...이렇게 지독한 중상은 본 적이 없단 말야.”

치를 떨면서 하는 의원의 말에 방안은 한동안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이 즈음이면 한 녀석이 울고불고 하면서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해야 정상이었다.

슬쩍 눈치를 보는 의원에게 곽유가 젖은 눈을 꿈뻑이면서 입을 열었다.

“저기...그 말은 예전에도 한번 하시지 않았습니까?”

오래 전 염청석에게 부상당했을 때에도 이런 진단을 내렸다는 것을 생각해낸 곽유가 영 미덥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순간 의원은 많이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 당시 했던 오진(誤診)은 뒷마을, 옆마을 할 것 없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었다.

물론 그 소문의 진원지는 곽유였다.

속가제자들을 모조리 이끌고 마을로 내려가 의원이 오진했다는 것을 안주 삼아 열심히 주둥이를 나불거렸던 것이다.

그 덕택에 의원은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을 들어야 했고, 돌팔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소문이 잠재워지기까지 의원은 생활고를 떠안으며, 흙만 파먹고 살아야 하는 암울한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난 의원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곽유를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상황파악 못하고 미련한 얼굴로 쳐다보는 곽유의 시선을 슬쩍 피하면서 말했다.

“음...그때는 나도 좀 실수를 했다만... 이번은 확실하게 중상이 맞아.

최소한 삼개월은 요양해야 하고 일 년간은 무공같은 거친 움직임을 피해야 할걸세.“


“확실합니까?”

곽유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놈이!! 내가 돌팔이인줄 알아!! 만약 내 말대로 안 된다면 당장 의원 일을 때려치우겠다.”

의원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는지 크게 역정을 냈다.

보고 있던 천승비가 슬쩍 눈치를 보내더니 의원에게 정중히 말했다.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저 녀석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어서 말입니다.”


“저번에도 의원님이 엉터리로 진맥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그런 것인데..”

곽유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할 말을 다하자 의원이 얼굴이 홍시처럼 벌게졌다.

“야 이놈아! 그때는 어쩌다 실수한거고! 이번엔 정말이라니까!!”

의원은 성질을 벌컥 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를 질렀다.

“여기 약 놓고 갈테니!! 앞으로 한달 간은 꼬박꼬박 달여 먹이게!!”

의원이 찬바람을 일으키며 휑하니 나가 버리자 곽유가 쀼루퉁해서 중얼거렸다.


“이 약 이거 가짜 아닌가?”


밖에는 원기종과 원연홍을 비롯한 청성파 제자들이 쭉 몰려 서 있었다.

“어떻습니까?”

원기종이 밖으로 나오는 의원을 보자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살짝 고개를 숙인 의원이 정중하게 소견을 말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워낙 신체가 단련된 사람이라서요. 하지만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요양만 잘한다면 일 년 후에는 다시 건강해 질 것입니다.“

“정말입니까?”

기쁜 기색을 띄우며 되묻는 원기종의 말에 의원은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그렇기에 이런 말을 덧붙이기에 이르렀다.

“어떤 자가 제 위명을 더럽히기 위해 돌팔이라는 소문을 퍼트리고는 있는 모양이지만 저는 지금까지 꿋꿋하게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의원이 얼굴에 결연한 빛을 띄우면서 이상한 소리를 해대자 언뜻 이해를 못한 원기종이 머뭇거리다가 부자연스럽게 감사의 표시를 내보였다.

“아..네...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어험...그럼 전 이만...”

의원은 바라던 목적이 성사되었다는 듯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의원이 사라져 가자 원연홍이 한숨 덜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죽는 줄 알았잖아요.”

“나 역시 기적이라고 생각되는구나.”

원기종도 그늘진 얼굴을 풀고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위사제는 늘 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한다니까요!”

마음속은 기쁨으로 가득 찬 그녀였으나 겉으로는 많이 토라진 듯한 표정을 드러내 보였다.


“들어가 봐도 되겠어요?”

원연홍이 꾹 참고 있던 말을 내뱉자 천승비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은 안정이 필요합니다. 곽유가 옆에서 보살피고 있으니 원사저께서는 며칠 후에나 다시 오시지요.“

“꼭 저번처럼 말하는군요.”

서운해진 원연홍이 투덜대듯 톡 쏘는데 원기종이 천승비의 말을 옳게 여기고는 타일렀다.

“그렇게 하거라. 아직 중상인 상태인데 네가 붙어서 산란하게 만들 것 없다.”

아버지인 원기종의 말에 원연홍은 고집을 꺾으며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의원의 말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걱정되어서 그랬어요.”

원연홍 역시 곽유와 마찬가지로 그 의원을 신임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었다.


** **


며칠 후.

원기를 회복한 청성파 장문인 원기종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일대제자들을 모조리 이끌고 제갈세가로 물밀 듯 쳐들어갔다.

황보세가를 지키기는커녕 멸문을 시켜놨으니 체면은 구겨지고 청성파 위신은 바닥을 쳐버렸다.

그렇기에 이번에 제갈세가를 무림에서 완전히 소멸시켜 자존심을 만회할 작심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란을 떨면서 도착했을 때는 제갈세가는 텅 비어있었고 제갈세가의 식솔들은 연기처럼 사라진 이후였다.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여 제갈세가의 흔적을 쫓으려 했지만 어떤 단서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치밀어 오는 분노를 겨우 참아낸 원기종은 제갈세가에서 철수 해버렸고, 그 후로도 끊임없이 제갈세가를 염탐했으나 그 아무도 제갈세가로 돌아오지 않았다.

미안해진 원기종은 반드시 제갈세가를 찾아내 복수를 해주겠다고 몇 번씩이나 황보영에게 강조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만 감돌뿐이었다.

황보세가 황보영을 비롯한 그의 식솔들은 잠시 청성파에서 몸조리를 하다가 황보세가로 쓸쓸히 돌아가 봉문을 하는 결단을 내렸고, 이 일은 전 무림에 회자가 됐다.


그리고 위현룡이 원기종의 목숨을 구했다는 소문이 청성파 내에 쫙 퍼졌다.

원기종은 보답으로 그를 일대제자로 올려주는 특혜를 베풀었으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없었다.

또한 청성파 제자들 사이에서는 원기종의 펼친 천지일기공과 환환미종보라는 무공이 구설수에 올랐다. 신(新)무공의 내력에 대해서 많은 억측들이 난무했지만 청성파의 숨겨둔 비기(秘技)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였다.

그 때문에 검(劍)을 던지고 장법을 배우겠다는 제자들의 염원은 극에 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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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8> +45 06.06.04 32,510 83 9쪽
7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7> +38 06.05.28 34,515 78 13쪽
6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6> +39 06.05.25 33,079 83 12쪽
6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5> +33 06.05.20 34,324 74 10쪽
6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4> +36 06.05.17 33,920 78 12쪽
6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3> +35 06.05.06 33,841 86 12쪽
6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2> +42 06.05.02 35,039 88 11쪽
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1> +40 06.04.27 38,611 80 9쪽
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7> +46 06.04.21 34,720 80 11쪽
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6> +41 06.04.07 33,663 83 10쪽
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5> +40 06.04.02 34,129 86 11쪽
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4> +56 06.03.30 34,206 93 9쪽
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3> +48 06.03.21 35,071 84 14쪽
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2> +41 06.03.18 35,716 85 14쪽
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1> +48 06.03.14 36,651 82 12쪽
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0> +52 06.03.08 37,468 94 17쪽
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9> +51 06.03.01 37,014 92 15쪽
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8> +53 06.02.25 37,582 85 17쪽
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7> +59 06.02.23 38,229 93 16쪽
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6> +44 06.02.21 39,723 85 17쪽
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5> +55 06.02.19 39,815 104 17쪽
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4> +48 06.02.16 39,902 95 13쪽
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3> +57 06.02.13 41,470 88 18쪽
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2> +59 06.02.11 41,220 90 17쪽
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1> +68 06.02.07 42,782 85 16쪽
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5> +68 06.02.03 41,288 84 18쪽
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4> +58 06.02.01 39,466 78 13쪽
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3> +67 06.01.30 40,225 84 17쪽
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2> +75 06.01.27 39,969 86 13쪽
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1> +53 06.01.24 39,846 96 18쪽
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0> +61 06.01.21 40,375 94 16쪽
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9> +52 06.01.19 40,299 91 15쪽
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8> +56 06.01.17 41,783 88 18쪽
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7> +79 06.01.15 44,806 89 26쪽
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6> +64 06.01.12 45,928 104 18쪽
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5> +69 06.01.10 46,724 92 23쪽
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4> +64 06.01.07 46,524 90 22쪽
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3> +77 06.01.05 47,851 98 13쪽
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2> +65 06.01.03 49,662 113 17쪽
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1> +56 05.12.31 50,028 107 14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7> +62 05.12.28 49,815 119 19쪽
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6> +59 05.12.24 48,399 106 20쪽
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5> +53 05.12.20 47,175 118 15쪽
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4> +55 05.12.17 50,625 118 16쪽
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3> +48 05.12.16 51,078 125 15쪽
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2> +51 05.12.15 49,618 122 12쪽
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1> +47 05.12.13 51,279 124 15쪽
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10> +56 05.12.11 51,733 113 10쪽
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9> +54 05.12.09 50,006 121 18쪽
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8> +44 05.12.07 51,105 124 16쪽
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7> +43 05.12.05 51,368 122 10쪽
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6> +42 05.12.03 51,808 118 17쪽
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5> +51 05.12.01 53,495 128 15쪽
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4> +54 05.11.27 54,060 136 16쪽
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3> +56 05.11.26 54,002 133 13쪽
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2> +52 05.11.24 58,862 127 13쪽
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1> +48 05.11.21 58,810 126 15쪽
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6> +43 05.10.25 57,980 128 16쪽
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5> +42 05.10.24 53,845 126 7쪽
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4> +45 05.10.19 56,494 126 11쪽
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3> +40 05.10.09 31,101 120 16쪽
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2> +41 05.10.05 55,895 131 13쪽
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1> +61 05.09.19 62,113 129 20쪽
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8> +57 05.09.17 59,283 130 19쪽
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7> +52 05.09.16 59,335 127 22쪽
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6> +41 05.09.15 61,968 131 26쪽
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5> +63 05.09.14 63,915 151 17쪽
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4> +45 05.09.13 67,127 143 18쪽
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3> +59 05.09.12 64,410 148 20쪽
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2> +63 05.09.11 72,561 158 21쪽
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1> +76 05.09.10 73,868 151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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