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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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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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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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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8>

DUMMY

속가제자들이 머무르는 방안.

곽유가 물수건으로 위현룡의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내는 동안 의원은 익숙한 손놀림을 움직여댔다.

“서른 여섯 개의 검상에 오장육부가 많이 손상이 되었군. 째진 곳은 봉합을 해야하겠고...”

의원이 계속 중얼대면서 바삐 손을 움직였다.

“어떻습니까?”

한참 있다가 의원의 손놀림이 완화되자 천승비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나 원....내가 의원생활만 삼십년이 넘네 만...이렇게 지독한 중상은 본 적이 없단 말야”

“그럼 우리 형님이 돌아가시는 겁니까?”

곽유가 불안한 기색으로 의원의 팔을 잡고 매달리자 천승비가 자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죽긴 왜 죽어!! 죽는 놈한테 내가 미쳤다고 지혈을 하고 상처를 봉합한단 말인가!”

의원이 오두방정 떨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듯 역정을 냈다.

찔끔한 곽유는 일단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뜻으로 알고 입을 얼른 다물었다.

“언제쯤 상처가 다 낫겠습니까?”

천승비가 다시 물었다.


“일단 상처가 아물려면 적어도 한 달간은 거동을 말아야 하네. 그리고 반년간 무공수련 같은 과격한 움직임은 피하는 것이 좋아“


“조금 있으면 비무(比武)가 있어서 그럼 안 되는데...”

곽유가 안타까운 듯이 중얼대자 의원이 또 한번 화를 벌컥 냈다.

“지금 죽음 문턱까지 갔다 온 사람에게 비무는 무슨!!! 산 것만 해도 하늘이 도와준 거야!!”

“저도 압니다...다만 이번 비무는 형님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그만...”

곽유가 풀이 죽은 것을 본 의원은 좀 과했다 싶은지 목소리를 누그러트렸다.

“아무튼...몸조리 잘 시켜야해. 그럼 난 가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천승비가 얼른 배웅을 했다.

집밖에는 속가제자들을 비롯하여 원연홍까지 걱정스런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어떠시죠?”

원연홍이 먼저 재빨리 위현룡의 상태를 물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아...정말 다행이네요”

밖에서 불안에 떨던 그녀는 겨우 한숨을 놓은 듯 했다.

“그러나 약 반 년간 요양을 해야 한답니다. 안 그러면 상처가 재발하여 위험할 수도 있다니...”

“반년이나요?”

원연홍의 뇌리에는 곽유처럼 비무가 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녀에게는 비무보다는 위현룡이 살아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위대협이 기다렸던 비무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기회는 많을 테니 괜찮을꺼에요.”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천승비가 곧 이어 말했다.

“아무튼 원소저께서 이렇게 마음을 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희 속가제자들 모두 감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원소저가 아니었으면 저희 목숨이 매우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모여있던 속가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제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면 위대협의 몸조리에 각별히 신경 써 주세요”

“네, 걱정 마십시오!”

다시 한번 속가제자들이 입을 맞추었다.


“지금 위형이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는 있으나 큰 고비를 이미 벗어나 조금만 쉬면 내일쯤 정신이 돌아올 것입니다. 거동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원소저를 알아 볼 수는 있을 것이니 내일쯤 다시 오시지요. 지금은 시각이 너무 늦었습니다.“


이미 해는 떨어지고 주위가 어둑어둑해진 상황이었다.

천승비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원연홍은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래요 그럼. 대사형 일은 내가 경솔해서 일어난 일이니 제가 마무리 짓겠어요. 당신들은 너무 염려하지 말도록 해요“

원연홍의 마음속에는 이미 위현룡이 들어가 있었고 위현룡을 따르는 속가제자들은 더 이상 남 같지가 않았다.

그러기에 속가제자들에게 어떤 불이익이라도 돌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원소저의 잘못이겠습니까. 원소저 덕분에 저희들의 무공실력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설사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원소저와는 무관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그럼 내일 올게요”

천승비를 비롯하여 속가제자들이 일제히 읍을 올렸다.

그녀가 떠나자 곽유가 뜬금없이 한마디했다.


“천형님. 이러다가 원소저와 우리 위형님이 혼례라도 치르는거 아니오?”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지은 천승비가 나무라듯이 말했다.


“쓸데없이 위형에게 환상을 심어주지 말거라. 원소저는 감히 올려다 볼 수 없는 존재니.”

“그래도 생각해보십시오. 아까 원소저와 염대협이 한판 붙은걸 봐서는 두 분의 혼례는 이미 물 건너 간 것 아니겠습니까?“

곽유가 분명한 어조로 정황을 꿰어 맞추자 천승비가 나직하게 경고해주었다.


“너는 입조심을 해야 할 것이다. 괜히 구설수를 만들면 위형에게나 원소저에게나 그리고 속가제자들에게나 득이 없단 말이다.“


“쩝... 알았소. 그나저나 내가 염대협이 형님을 협박하는 것을 목도하고 급히 알리지 않았으면 우리 형님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을 것이니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합니다.“


위현룡을 위해서 음식물을 가지고 가던 곽유는 염청석과 위현룡이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자 얼른 달려가 사실을 전했던 것이다.


“그래...그 일 하나는 재빠르게 움직여주었다. 잘했다”

천승비가 웃으면서 정확한 판단을 한 것을 칭찬해주자 곽유는 기분이 좋아졌다.


“위형님이 내 생명을 한번 구해주었고, 이젠 내가 한번 보은(報恩)을 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겠소? 하하하“


** **


속가제자들이 기거하는 곳에서 나온 원연홍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아버지인 원기종에게 찾아갔다.

염청석이 대사형이라는 직분을 이용하여 권력남용을 한 것을 아뢰기 위해서였고, 또한 속가제자들에게 더 폭넓은 기회를 주기를 간청하기 위함도 있었다.

그녀가 야심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뵙기를 청하자 원기종은 매우 의아해했다.

날이 밝은 후에 찾아와도 될 것을 굳이 밤 시간에 뵙기를 청하는 것이 괴이했던 것이다.

“네가 이 시각에 웬일이냐?”

무슨 급한 일이 일어났나 싶어 원기종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있었다.

“아버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그 앞에 단정하게 마주 앉은 원연홍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결심한 듯 아까 있었던 일을 소상하게 고했다.

듣고 있는 원기종의 얼굴은 점점 심각하게 변하고 있었다.

더구나 염청석이 검을 휘둘러 속가제자들을 상처 입혔다는 부분에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지루하게 흘렀다.

“연홍아...”

“네, 아버님”

“이번 일은 그냥 넘어 가자구나.”

원기종은 문파 내에 괜한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염청석은 대사형의 직분을 맡고 있었기에 속가제자들과 얽혀서 청성파를 시끄럽게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사형이 저지른 일은 너무 심해요. 지금 속가제자들도 동요하고 있단 말이에요”

원연홍은 자신도 모르게 발끈하고 있었다.

잠시 그녀를 쳐다보던 원기종이 타이르듯이 말했다.


“지금 청석이는 미래의 청성파 장문인감이니라. 그의 능력은 청성파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사람이란 발전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청석이에게도 그런 단계는 필요하단다. 한번 실수에 벌을 내리고 내친다면 세상에 남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야. 그도 깊이 반성하고 후회할 테니 이번은 그냥 넘어가 주자“


원기종은 장문이었고 청성파의 미래를 위해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결정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는 염청석이라는 인재를 잃어버림으로써 생기는 손실을 염려하고 있었다.

분노로 인해 어느 정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찾아온 터였지만 이성을 찾고 난 원연홍은 아버지의 말이 백 번 옳다고 생각되어 더 이상 토를 달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번민을 안겨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다

수긍하고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원기종이 입을 열었다.


“연홍아. 네가 청석이와 많이 멀어진 모양이구나. 한번도 하지 않던 언쟁을 다하고...”

“그건...대사형이 심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에요”

“그래...하나만 물어보자꾸나. 혹시 네가 말한 위현룡이란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느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원연홍은 그만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

“역시...내 생각이 맞구나. 네가 그 사람을 언급할 때마다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것을 보고 대충 짐작은 했다.“

원기종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혼례를 치르고 싶어요. 대사형은 좋은 사람이지만, 저와는 오누이 같은 사이기에 연정은 품고 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신분 차가 있는데 그런 속가제자와 혼례를 치를 수는 없는 것이다.”


원기종은 아내와 사별(死別)하고 나서 원연홍을 끔찍하게 아끼면서 키웠다.

그렇기에 그녀가 부탁하는 것이면 모두 들어주었고 잘못이 있어도 모른 척 눈감아 주곤 했다.

이미 몇몇 정식제자가 원연홍이 법도를 무시하고 속가제자들에게 상승검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알려왔지만 모른 척하고 넘어간 상황이었다.

원연홍이 속가제자들에게 상승검법을 가르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그는 굳게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원연홍의 장래가 걸린 일이기에 그녀의 고집을 꺾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기종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청석이와 혼례는 네가 싫다면 거론하지 않겠다. 그러나 대신 위현룡이라는 자도 깨끗하게 잊거라. 속가제자를 사위로 받아들이기라도 하면 무림에서 우리 청성파는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단다“

원기종은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분명히 울상을 하고 고집을 피울 것을 예상하고 행한 행동이었으나 의외로 원연홍은 살짝 웃고 있었다.


“아버님! 만약 그 사람이 일대제자반열에 올라선다면 그때는 제 뜻대로 할 수 있겠지요?”

뜻밖의 물음이었고 불가능한 소리였다.


“음...그거야 그럴 수도 있다만...속가제자가 어떻게 일대제자 반열에 오른단 말이냐?”

“그 사람은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음...그럼 이번 비무에 그 사람이 출전하는 것이냐?”

“아뇨...대사형 때문에 크게 다쳐서 이번은 힘들어요. 다음 비무에 출전하게 될 거예요”

“그래...”


원기종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단시일 안에 속가제자가 일대제자에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이였기에 원연홍이 제풀에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속가제자가 일대제자의 반열에 오르려면 몇 십 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만약 일대제자에 올라선다면 그 또한 기재이기에 염청석을 키워냈던 것처럼 후기지수로 키워내면 될 일이다.

이래저래 실이 없기에 그는 원연홍의 뜻에 전적으로 동의해 주었다.

그런데 원기종이 염두에 두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그것은 바로 염청석의 존재였다.

이 결정은 후에 염청석에게 엄청난 충격이 될 소지가 다분했다.

아무튼 원연홍은 혼례에 대해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아버지인 원기종이 쉽게 넘어가 주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번 청석이가 저지른 일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네가 속가제자들에게 송풍검법까지 전수해 주도록 하라. 그럼 누구도 불평을 달지 않을 것이다.“

속가제자들이 분란을 일으키면 청성파 위신이 떨어지기에, 용의주도한 원기종은 훗날까지 다 계산에 넣고 있었다.

“네 아버님. 잘 결정하신 일이에요”

이제야 떳떳하게 검법을 수련시킬 수 있자 원연홍은 안심이 되었다.

“그래...그럼 야심한 시각이니 어서 물러가 쉬어라”

“네, 편히 쉬세요.”

원연홍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 **


그로부터 나흘 뒤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

평소처럼 속가제자들과 같이 검법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던 곽유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하였다.

“형님!!”

숙소 앞에는 위현룡이 검을 차고 서서 하늘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의원 말로는 한 달은 움직이지도 못 할 것이며 반년이상을 요양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위현룡은 멀쩡했다. 몸 군데군데 났던 상처들도 거의 다 아물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웬 조화요!!!”

“내가 알겠냐...이상하게 상처가 빨리 아무는구나..”

자신도 알 길이 없다는 듯이 말하는 위현룡을 보며 속가제자들은 일시에 말문이 막혔다.

전에 번개를 맞고 쓰러져 있을 때도 회복이 빠르긴 했지만 이번 상처는 꽤 위중한 편이였다.

그런데 단 나흘 만에 몸을 가누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상처까지 거의 사라져가면서 말이다.

“정말 괜찮은 거요?? 이래도?”

곽유가 온 몸을 꾹꾹 찔러대면서 물었지만 위현룡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맙소사....”

그때 소식을 전해들은 천승비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리고 위현룡을 봤을 때 그 역시 다른 속가제자처럼 경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천승비가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원연홍까지 소식을 듣고 도착했다.

“어머...어떻게 이런 일이...”

입까지 벌리고 물끄러미 쏘아보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위현룡은 왠지 쑥스러워 한마디했다.

“의원이 돌팔이였나 보군.”

“돌팔이는 아니오. 그 의원은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한 신의입니다”

천승비가 강하게 부인하면서 의원을 옹호했다.

“거참...형님은 정말 태어나면서부터 축복을 받은 거요. 그렇게 건강체질이니 부럽습니다.”

곽유가 탄복하듯이 말하자 천승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군.”

“아무려면 어때요! 위대협의 몸이 거의 다 나았으니 곧 있을 비무대회를 치를 수 있잖아요”

원연홍은 그가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비무 대회에서 정식제자가 된 그와 사저 사제를 부르며 가깝게 지낼 생각만 꽉 차있었다.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신학검법을 배우도록 하세요. 어차피 저녁시간이 되어가니...”

“전 오늘부터 수련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다 상처가 덧나면 어쩌려구요?”

“거의 다 나았습니다.”

위현룡이 검을 뽑아들고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나 팔 등에 있었던 상처가 많이 사라져 있었다.

큰 상처는 작은 상처가 되어 있었고 작은 상처는 이미 엷어져서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참 괴이하군...”

천승비가 혼자 계속 중얼대고 있는 동안 위현룡은 이미 원연홍과 수련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위형! 같이 가십시다!”

허겁지겁 따라가는 천승비 뒤로 곽유가 속가제자들에게 신이나 소리쳤다.

“우리도 또 수련을 하자!!”


** **


일렁거리는 수면위로 왼손에 검을 쥔 자가 하염없이 서 있었다.

위현룡은 상념에 젖어든 채 그렇게 고목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서 매우 심각한 기색이 떠올랐다.


(이상한 일이다...몇 시진 째 검을 휘둘렀건만 지치질 않는구나. 이건 필시 정상이 아닐 것이다. 이미 지쳐 쓰러져야 하는데 어째서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것일까. 더구나 이 빠른 회복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쳐다보던 오른쪽 팔뚝에는 길고 가는 선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얼마 전 천승비와 대련하다가 실수로 맞은 검상이었는데 지혈을 시키고 최소한 이틀은 움직이지 말아야 할 정도로 깊은 상처였다.

그러나 금방 지혈이 되면서 반나절만에 검흔까지 지워져 가고 있다.

어느 때 같으면 속가제자들에게 내보였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이 사실을 감추고 있었다.

게다가 밤만 되면 머리가 터질 듯한 고통마저 찾아왔다.

인생을 살면서 늘 겪게되는 두통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강도가 심하고 빈번했다.

그 덕에 고통을 잊기 위해 새벽까지 검을 휘두르는 날은 계속 되었지만 말이다.

나직한 한숨을 쉬면서 수면 위를 쳐다보던 위현룡은 순간 멈칫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전신의 솜털이 쫙 곤두서면서 눈앞이 캄캄해져왔는데, 그 안으로 갑자기 이상한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청색 도포를 입은 사람이 좁은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 내려가고 있었고, 커다란 용의 형상이 있는 벽 속으로 섬뜩한 살기가 보였다.

위현룡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데 영상은 계속 되었다.

그 사람이 불안한 듯 서 있는 등 뒤에는 12지신이 새겨진 벽면이 보였는데 그중 축(丑)이 새겨진 벽면이 발광(發光)하고 있었다.


(이건...또 무엇이란 말인가...왜 이런 영상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인가...)

순간 또 다시 머리가 빠개질 듯 아파 왔다.

“으읔...”

이를 악 물고 고통을 참고 있는데 원연홍이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대협! 왜 그러고 있어요?”

한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신음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그녀가 걱정스럽게 묻고 있었다.

“아...원소저...”

환한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위현룡의 두통은 씻은 듯이 사라져갔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기에 자신도 모르게 원소저를 보니 고통이 싹 가셨다고 말해 버렸다.

그러자 원연홍은 깔깔대며 웃었다.

“그럼 두통이 날 때마다 저를 봐야 하는 것이네요? 호호호”

“그...그런 뜻이 아니라...”


멋쩍어하는 위현룡 앞에서 한참을 웃던 원연홍의 얼굴이 봉선화 물들인 것처럼 발개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방금 한 말에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던 것이다.

두통이 날 때마다 본다는 것은 여러 번 보자는 뜻이고, 여러 번 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뜻이었다.

혹시 혼례라도 치러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 아닐까 추측한 위현룡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쿵쿵 뛰었다.

원연홍도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위현룡이 돌연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이번에 비무에서 정식제자가 되고 후에 일대제자가 된다면 원소저 곁에 항상 있겠습니다.”

“...”

“항상...영원히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장하여 말을 약간 더듬기는 했지만 원연홍은 듣고 싶었던 말을 들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살짝 다가간 그녀는 그의 품에 몸을 기댔다.

“위대협...”

향기로운 분냄새와 함께 그녀의 가녀린 육체가 가슴깊이 느껴져 왔다.

자신도 모르게 원연홍을 힘줘 안고는 굳게 말했다.


“원소저를 위해서라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원소저를 위해서 강해질 것이고, 목숨 바쳐 원소저를 보호해 줄 것입니다.”

원연홍은 아무 말 없이 더욱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 순간 멀리서 북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위현룡이 의아한 듯 물어보자 원연홍이 몸을 빼내고는 말했다.


“아참, 오늘 마교에서 손님이 오시기로 되어있어요.”

“아...청성파는 마교와 친분이 깊지요?”

“네. 중요한 분이 오시는가봐요. 제자들 모두 모이라는 북소리예요”

“아...그렇다면 어서 가보십시오.”

그러나 원연홍은 몇 발자국 딛다가 뒤를 보면서 말했다.

“위대협도 같이 가요”

“제가 왜...저는 속가제자입니다. 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아야 할 때는 잘 알고 있습니다.”

“상관없어요! 저랑 같이 있으면 되잖아요.

“하지만...”

“어서요.”

난색을 보이는 위현룡을 원연홍은 억지로 잡아끌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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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8> +45 06.06.04 32,510 83 9쪽
7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7> +38 06.05.28 34,515 78 13쪽
6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6> +39 06.05.25 33,079 83 12쪽
6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5> +33 06.05.20 34,324 74 10쪽
6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4> +36 06.05.17 33,921 78 12쪽
6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3> +35 06.05.06 33,842 86 12쪽
6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2> +42 06.05.02 35,040 88 11쪽
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1> +40 06.04.27 38,611 80 9쪽
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7> +46 06.04.21 34,720 80 11쪽
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6> +41 06.04.07 33,663 83 10쪽
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5> +40 06.04.02 34,129 86 11쪽
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4> +56 06.03.30 34,207 93 9쪽
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3> +48 06.03.21 35,071 84 14쪽
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2> +41 06.03.18 35,716 85 14쪽
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1> +48 06.03.14 36,651 82 12쪽
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0> +52 06.03.08 37,468 94 17쪽
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9> +51 06.03.01 37,014 92 15쪽
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8> +53 06.02.25 37,582 85 17쪽
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7> +59 06.02.23 38,229 93 16쪽
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6> +44 06.02.21 39,723 85 17쪽
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5> +55 06.02.19 39,815 104 17쪽
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4> +48 06.02.16 39,902 95 13쪽
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3> +57 06.02.13 41,470 88 18쪽
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2> +59 06.02.11 41,220 90 17쪽
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1> +68 06.02.07 42,783 85 16쪽
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5> +68 06.02.03 41,288 84 18쪽
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4> +58 06.02.01 39,466 78 13쪽
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3> +67 06.01.30 40,225 84 17쪽
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2> +75 06.01.27 39,969 86 13쪽
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1> +53 06.01.24 39,846 96 18쪽
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0> +61 06.01.21 40,375 94 16쪽
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9> +52 06.01.19 40,299 91 15쪽
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8> +56 06.01.17 41,783 88 18쪽
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7> +79 06.01.15 44,807 89 26쪽
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6> +64 06.01.12 45,928 104 18쪽
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5> +69 06.01.10 46,724 92 23쪽
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4> +64 06.01.07 46,524 90 22쪽
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3> +77 06.01.05 47,851 98 13쪽
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2> +65 06.01.03 49,662 113 17쪽
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1> +56 05.12.31 50,028 107 14쪽
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7> +62 05.12.28 49,815 119 19쪽
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6> +59 05.12.24 48,399 106 20쪽
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5> +53 05.12.20 47,175 118 15쪽
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4> +55 05.12.17 50,625 118 16쪽
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3> +48 05.12.16 51,078 125 15쪽
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2> +51 05.12.15 49,619 122 12쪽
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1> +47 05.12.13 51,279 124 15쪽
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10> +56 05.12.11 51,733 113 10쪽
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9> +54 05.12.09 50,006 121 18쪽
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8> +44 05.12.07 51,105 124 16쪽
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7> +43 05.12.05 51,368 122 10쪽
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6> +42 05.12.03 51,808 118 17쪽
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5> +51 05.12.01 53,495 128 15쪽
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4> +54 05.11.27 54,060 136 16쪽
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3> +56 05.11.26 54,003 133 13쪽
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2> +52 05.11.24 58,862 127 13쪽
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1> +48 05.11.21 58,810 126 15쪽
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6> +43 05.10.25 57,980 128 16쪽
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5> +42 05.10.24 53,845 126 7쪽
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4> +45 05.10.19 56,494 126 11쪽
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3> +40 05.10.09 31,101 120 16쪽
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2> +41 05.10.05 55,895 131 13쪽
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1> +61 05.09.19 62,113 129 20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8> +57 05.09.17 59,284 130 19쪽
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7> +52 05.09.16 59,335 127 22쪽
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6> +41 05.09.15 61,968 131 26쪽
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5> +63 05.09.14 63,915 151 17쪽
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4> +45 05.09.13 67,127 143 18쪽
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3> +59 05.09.12 64,410 148 20쪽
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2> +63 05.09.11 72,561 158 21쪽
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1> +76 05.09.10 73,868 151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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