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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시우(時雨)
작품등록일 :
2012.12.15 05:44
최근연재일 :
2014.05.0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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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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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0)

DUMMY

“어서 오십시오. 그간 별고없으셨습니까?”


카잔이 일어나 묘향을 반갑게 맞았다. 이베르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베르는 엉거주춤 예를 올리고 어디에 앉아야 할지, 혹은 그냥 서 있어야 하는지 고민하며 눈동자를 굴렸다. 이런 자리에 비교적 익숙한 묘향이 미소를 지으며 한 발 앞으로 나서 답례를 올렸다. 지하드와 가란자를 잘 모르는 이베르는 물론이고, 묘향 또한 그곳에 있는 낯선 두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가란자는 입을 떼기는커녕 눈도 깜빡일 수 없었다.


- ‘그래. 저렇게 아름다웠었지……’


화란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고, 그녀가 죽은 다음에는 서희를 만났지만 그들은 손에 닿지 않는 뭔가 이질적인 존재였다. 밤하늘의 별이 제아무리 아름답게 반짝인다 한들 날이 새도록 별빛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잘하면 손에 넣을 수도 있는 보석 따위가 훨씬 더 세인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 두는 법이다. 가란자의 눈에는 손을 뻗으면 닿을 수도 있는 묘향이 화란이나 서희보다 훨씬 더 매혹적이었다.

멀리 보는 것 이상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붉은 눈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데야 아무 느낌이 없을 수가 없다. 묘향으로서는 그리 드문 일도 아니어서, 이번엔 또 어떤 녀석인가 하고 별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가란자 이상으로 넋을 놓아 버렸다. 이베르도 묘향의 태도가 어딘지 이상하다 느끼고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르강과 함께 오렌부르크 성을 오가며 잠깐동안 보았을 뿐이고, 그때의 소년은 간 곳 없고 어엿한 청년이 되어있었지만 그 붉은 눈만은 잊을 수가 없었다.

카잔이 먼저 자리에 앉자 모두 기계적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이베르만이 묘향 뒤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묘향과 가란자는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블린이 묘한 침묵을 깼다.


“장군은 어찌 그리 서 계십니까? 아, 바이올린을 가져 오셨군요. 마침 잘됐습니다. 이런 자리에 음악이 빠져서야 말이 되나요? 공주님께서 한 곡 청하시지요.”


신하들이 숨을 죽였다. 노련한 몰리에르는 청성왕을 포함한 이 젊은이들이 얼굴 가죽 아래로 짓고 있는 표정을 읽고 쓴 입맛을 다셨다.


- ‘내가 쓸데없이 말이 많았구나. 여기서 무리하게 만회하려 하면 쓸데없이 말이 더 많아질 뿐이다. 지금은 자중하는 게 좋겠다.’


남중서 또한 작은 일이 가장 큰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나, 이런 일에 섣불리 끼어들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 파블로만이 주군의 영혼을 소모적으로 갉아먹는 악연의 고리를 끊어낼 기회를 맞았다 여기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이블린의 말을 듣고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묘향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음악…… 글쎄요…… 언뜻 떠오르는 것이 없네요. 장군께서 하나 골라 주세요. 그보다……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고생이 많으셨지요?”


초점 없는 묘향의 눈에 언뜻 이슬이 맺히는 듯했다. 사심 없는 반가움과 알 수 없는 서러움, 그리고 거의 잊고 있던 화란 공주가 생각나 자기도 모르게 맺힌 눈물이었다.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실타래는 잠시 잊혀져 버렸다.

입을 열던 가란자는 아랫입술이 파르르 떨려 다시 굳게 다물고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다음에야 대답하기 시작했다.


“두 분 공주님 덕분에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왔습니다. 공주님께서도 별고 없으시지요?”


묘향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쁘게 숨을 두 번 내쉬었다.


“저야 폐하의 보살핌으로 이렇게 편히 지내고 있었는걸요. 공주님…… 화란 공주님께서는 무고하신가요?”


가란자는 일순 말문이 막혔다.

묘향에게만은 화란 공주가 이미 죽었다고,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서희를 언급하여 쓸데없는 희망을 심어 주어야 하는가? 함께 서희도로 돌아오라는 이븐의 명을 서희, 즉 화란 공주의 뜻인 것처럼 전하여 그녀를 데리고 돌아갈 것인가? 그건 너무 비열한 행동이 아닌가? 화란이 없는 이상 묘향이 이 혼사를 받아들일지도 확실치 않았다.

묘향은 화란 공주의 안부를 물으며 목소리가 더욱 심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고 소스라쳤다. 자신이 지금 화란이 무사하다는 대답이 돌아올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화란이 어딘가에서 기반을 닦고 가란자에게 그녀를 데려오라 명했다면 그 말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가란자의 아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묘향은 말이 없는 가란자의 표정을 살피며 가슴을 졸였다. 당혹스럽고 참담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으로 끝내 입을 열지 않자 묘향은 화란에게 뭔가 변고가 있음을 눈치챘다. 안도와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어느 쪽이 더 강한 감정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둘 다 고인 눈물을 쏟아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묘향은 두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호흡을 삼키며 눈물을 흘렸다. 시선은 가란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때 묘향의 등 뒤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선율이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이베르가 연주를 시작한 것이다. 묘향과 가란자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질투에 사로잡힌 이베르가 떠올린 옹졸하기 이를 데 없는 선곡이었다. 꿈에 그리던 이가 나타났으니 참 좋으시겠소,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바이올린만으로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이블린과 묘향, 그리고 남중서 뿐이었다.

묘향은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화란 공주가 죽었다는데 공주가 잠을 못 이룬다니, 이게 대체 무슨 행동이란 말인가? 이베르가 자신과 가란자 사이를 질투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으나, 자기 마음도 몰라주고 이렇게 속을 뒤집어 놓고 있으니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한편 이블린의 사고에는 화란 공주가 없었다. 그러나 이베르의 연주를 듣자 묘향 이상으로 심기가 불편했다. 이베르의 질투심을 불러 일으켜 고통을 줄 생각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감정을 표출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강렬한 질투라는 뜻이었다. 다른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묘향에 대한 마음이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결코 확인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두 여인만큼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으나, 굳이 그 마음을 감출 필요가 없는 남중서는 소리 내어 혀를 찼다. 어떻게 해석해도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곡의 의미를 모르는 왕을 능멸하는 중죄이기도 했다.

남중서가 혀를 차는 소리를 들은 이베르는 그제서야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며 연주를 멈췄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왜 그러시오? 듣기 좋은데 계속하지 않고.”


카잔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남중서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려 하자 이블린이 재빨리 가로챘다.


“승상께서 이 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는가 봅니다. 아름다운 곡이지만 취향을 많이 가리는가 보더군요.”


음악을 잘 모르는 카잔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상이 음악에 일가견이 있지. 어디 이번엔 승상이 한 번 청해 보시오.”


남중서는 이블린이 아직 이베르에 대한 마음을 다 떨쳐내지 못해 그를 보호하려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 이블린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다. 그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을 찾으려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 ‘쉽지 않은 일이구나. 두 남녀의 만남을 말할 수도 없고, 화란 공주의 죽음을 애도할 수도 없으니. 두 사람만 남게 되면 화란 공주에 대한 오해는 풀리겠지만 지금은 어떤 소리도 모두 우스울 뿐이다.’


남중서가 고개를 들었다.


“장군은 ‘영웅’을 아는가?”

“예?”

“베토벤의 푸가 말일세.”

“아, 예.”


남중서가 영웅과 거리가 먼 자신의 행동을 질책한다 여기고 잔뜩 오그라들었던 이베르가 다소 마음을 놓으며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실제로 남중서가 질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러 주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푸가는 바이올린 한 대로 연주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베르가 실력이 부족하지는 않으나 혼자서 곡의 진가를 드러낼 수 있을 정도의 대가는 되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베토벤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다. 베토벤의 남성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여자는 많지 않기에 그가 연주할 일이 별로 없었다.

이베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했으나,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결코 아름다운 소리는 되지 못했다. 묘향이 얼굴을 붉혔다. 이블린도 콧바람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남중서가 고개를 저으며 연주를 중지시켰다.


“폐하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 곡입니다. ‘영웅’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지요. 그러나 제가 생각이 짧아 혼자서는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습니다.”


이베르가 망신을 당하자 기분이 좋아진 카잔은 흔쾌히 그 말을 받아들였다. 이블린이 끼어들어 한 마디 보탰다.


“일군을 거느리지 못한 장수를 영웅이라 칭할 수 있나요? 오늘 좋은 기회를 놓치신 것은 다분히 폐하 탓이랍니다.”


언뜻 이베르를 천거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으나, 그가 영웅과 거리가 먼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말이었다.

카잔이 껄껄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내가 아르다시오스 장군이 영웅을 이해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말이오? 듣고 보니 내게도 책임이 있었군. 군영에 영웅이 많을수록 좋은데 내가 스스로 그 길을 막는대서야 안 될 말이지. 그대들이 보기엔 어떻소? 아르다시오스 장군에게 맡길만한 일이 있겠소?”


파블로와 남중서가 각기 다른 이유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남중서는 전장 하나를 억지로 만들어낼 계획을 품고 있었는데 그 명분이 생겨서 기뻤고, 파블로는 이베르에게 일군을 맡겨 멀리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보내버릴 수 있게 되어 기뻤다. 둘이 이해가 맞물리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몰리에르에게도 나쁠 게 없는 일이었다.

파블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천하의 인재가 폐하의 위명에 이끌려 몰려들고 있다 하나 뛰어난 장수 한 사람을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휘하의 장수가 그 재주를 갈고 닦을 기회를 주는 일에 어찌 망설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농담처럼 꺼낸 말에 파블로가 정색을 하며 찬성하고 나서자 카잔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어떤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렇군. 그대 말이 맞소. 그래, 어디 마땅한 자리가 있겠소?”


파블로는 송연국 국경의 치안 상태를 떠올렸으나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삼켰다. 가뜩이나 어지러운 곳에 왕실에서 직접 파견한다는 자가 이베르라면 엎친 데 덮친 격일 터였다. 그러자 남중서가 나섰다.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카잔이 고개를 돌렸다.


“무엇이오? 일단 들어나 봅시다.”

“중요한 일입니다.”


남중서가 신중하게 주위를 살폈다.


“주위를 물리란 말이오? 그렇다면 나중에 합시다. 손님을 모셔놓고 예의가 아니지.”


카잔이 말하자 남중서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힘주어 말했다.


“아닙니다. 알아야 할 것과 알지 못해야 할 것을 구별해야 할 분은 이 자리에 안 계신 줄로 압니다.”


이블린이야 어차피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이베르는 당사자이므로 그렇다 치더라도 지하드와 가란자, 그리고 묘향은 얘기가 다르다. 카잔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파블로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카잔 마음을 대변했다.


“그 말씀은 여기 계신 지하드 공과 가란자 공과도 관련이 있는 계책이라는 뜻인지요?”

“관련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분들이 아니면 애초에 성립할 수도 없는 계책입니다.”


남중서는 말을 마치며 지하드와 가란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지하드와 가란자는 잠시 눈빛을 교환하고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본 카잔이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후 자세를 바로잡았다.


“좋소. 어서 말해 보시오.”

“그럼 말씀 올리겠습니다.”


남중서는 카잔에게 새삼 예를 올리고는 좌중을 한 바퀴 들러보았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카자흐 연맹은 서쪽으로는 시즈란과 유로피아, 동쪽으로는 송연국의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거기에 남쪽의 오한까지 이빨을 드러내니, 적은 많으나 친구는 적어 외롭기 그지없는 상황입니다.”


파블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보탰다.


“손님들 계신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오나, 아직 기반을 다졌다고 볼 수 없는 서희도는 지금으로서는 든든한 우방이라고 할 수 없지요.”


가란자와 지하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남중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허나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 그 세(勢)를 먼저 생각한다면 군자라 할 수 없지요. 서희도를 도와 서로에게 이와 잇몸이 된다면 남쪽으로 큰 짐을 덜게 될 것입니다.”


가란자가 낮게 신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그러나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노련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지금 그는 매우 영민한 한 사람의 사신으로서 판세를 읽고 있었다.


- ‘승상은 세가 약한 서희도와 손을 잡는 것을 군자의 도리를 들먹이며 크게 생색내고 있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미 피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니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테지. 게다가 이쪽에는 명분이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저렇게 나오는 것은 단순히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가란자는 남중서의 말이 더 이어지지 않자 고개를 들었다. 모두가 자기를 보고 있었다.


“이런! 죄송합니다. 말씀을 듣고 깊이 생각하다 보니 그만 부지불식 간에 실례를 범한 모양이군요.”


가란자가 웃으며 말했다. 여유 있는 태도였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건 이쪽에 저쪽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태도를 본 카잔 이하 모든 사람들은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린 나이에 일국의 사신으로서 손색이 없는 위엄을 보이자 새삼 그가 달리 보였다. 지하드의 얼굴에는 감탄에 흐뭇함이 더해져 있었고, 묘향은 그보다 더 복잡한 표정으로 가란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연주를 중단당한 채 멀뚱히 서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을 듣고만 있던 이베르는 그 모습을 보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남중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실례라니요.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고견을 듣고 뭐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참이었습니다. 제가 불민하여 길이 보이지 않으니, 부디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가르침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럼 짧은 소견이나마 마저 올리겠습니다.”


남중서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카잔을 향했다.


“오한이 당장 이빨을 드러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동으로는 초나라가 있고 서로는 부족 국가들의 침입에 골치를 썩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서희도가 있습니다. 그런 오한이 우리에게 창끝을 돌린다면 그것은 그들이 송연국과 손을 잡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남중서가 가란자를 바라보았다. 가란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렇습니다. 이번 변고 또한 송연국이 여목희의 칙서를 들어 사주한 것입니다.”


카잔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중서가 다시 말을 이었다.


“송연국이 의를 잊고 대륙 전체에 마수를 뻗치고 있으나 그 행보를 보아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즈란과 손을 잡은 것 또한 우리를 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를 이곳에 묶어 두기 위함입니다.”

“그건 어찌 그렇소?”


카잔이 묻자 남중서가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는 유로피아와 손을 잡고 우리 카자흐 연맹을 먼저 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송연국의 야망은 그보다 훨씬 더 큽니다. 여목희를 등에 업고 있으니 휘 제국 영토를 모두 수복하려고 들겠지요. 그런데 유로피아와 손을 잡고 우리를 먼저 쳐버리면 그때부터는 유로피아를 신경 써야 합니다. 서쪽으로 전선을 하나 더 만들고 어찌 강맹한 초나라를 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송연국에 있어 카자흐 연맹은 창이 아니라 커다란 방패입니다. 시즈란은 이 방패가 창으로 돌변하는 것을 막기위한 방편일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파블로조차 그 말을 듣자 송연국보다 유로피아가 더 급한 불이라는 남중서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되었다.

반면 가란자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졌다.


- ‘골치 아프게 됐다. 카자흐 연맹이 송연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재주는 서희도가 넘고 오한은 송연국이 차지할 수도 있겠구나.’


가란자가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허나, 송연국을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들이 여목희를 등에 업고 저지르는 만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화란 공주님과 임초서 장군을 역적으로 몰아 핍박한 자들입니다. 오한도 그에 굴복하여 송연국의 신하를 자처하며 폐하의 왕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한이 공식적으로 송연국의 신하를 자처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크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남중서가 기다린 말이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나라의 중대사는 백 년을 두고 생각해야 합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송연국이 큰 위협이 되지 않으나, 오한과 시즈란이 왕국을 견제하는 동안 송연이 초나라를 집어삼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미 송연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오한까지 뒤를 걱정하지 않고 창끝을 돌릴테니 그때는 손을 쓸 수도 없을 것입니다. 송연국이 이대로 마음놓고 야심을 드러내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카잔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옳은 말씀이오. 선왕 폐하께서 이루신 기업을 그리 간단히 역적의 손에 넘겨줄 수는 없지. 그래, 승상이 심중에 품은 계책은 무엇이오? 어디 한 번 들어봅시다.”


남중서가 찻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모두의 시선의 그의 입술에 닿아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송연국에도 서희도를 하나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카잔은 그 뜻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파블로와 몰리에르도 미간을 찌푸리며 남중서의 사고를 따라잡으려 애쓰고 있었다. 오직 가란자만이 눈을 붉게 빛내고 있었다.


- ‘내게 원하는 것이 그것이었구나!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중서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공이 신분을 감추고 있으나 사실은 몽골족의 왕자라 들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몽골족은 지금 여목희의 손바닥 위에 놓여 처지가 말이 아니지요.”


가란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 돌려 말씀하실 것 없습니다. 몽골족은 여목희가 던져주는 먹이나 받아먹으며 짐승만도 못한 짓거리를 일삼고 있지요. 고원에 희망이 있다면 제가 어찌 고향을 떠났겠습니까?”


가란자가 몽골족의 왕자임은 사실이나 그 의미를 사전적으로 이해할 바는 아니었다. 열세 부족 중 가장 세가 약한 달란자다 부족장의 사생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신분을 표현하는 어휘는 묘향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내로라하는 인물들 틈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란자의 늠름한 모습은, 등 뒤에 서서 앉을 자리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베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베르의 열등감은 묘향의 마음속에서 잔잔하게 일고 있는 파문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오렌부르크 성을 오가며 아르강이 가란자를 입이 마르게 칭찬하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내세울 것이라고는 음악밖에 없는데 그 음악으로도 이미 크게 망신을 당했으니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가란자와 남중서는 그런 사소한 일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남중서가 카잔을 돌아보았다.


“제 계책은 이렇습니다. 대륙 전체로 보아도 몽골족의 해방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여기 가란자 공이 몽골의 왕자이니 거리낄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가란자 공이 몽골로 가서 은밀히 세를 규합한다면 송연국은 머리 위에 오한이 지고있는 것보다 더 무거운 서희도를 머리에 이게 되고, 폐하께서는 누구보다 든든한 친구를 하나 더 얻게 되니 돌 하나를 던져 사방의 적을 모두 떨어뜨리는 계책이 될 것이옵니다.”


파블로가 무릎을 치며 거들고 나섰다.


“몽골의 맹주 온도르한은 여목희의 지원을 받아 다른 부족들을 힘으로 억누르고 있을 뿐입니다. 근본이 다른 곳에 있는 힘이다 보니 그리 두려워할 것이 못됩니다. 가란자 공에게 병사를 주어 고향에서 세를 규합하게 하시면 몽골 전체를 장악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몰리에르가 듣기에도 실로 절묘한 계책이었다. 몽골에서 소요가 일어난다 하여 송연국이 군사를 들어 그 불모의 땅에 발을 들일 염려도 없다. 혹여 그리한다 해도 또 그것대로 카자흐 연맹에 나쁠 것이 없었다. 몽골에 먹을 게 없으니 그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위협적인 세력을 형성할 염려는 적으나, 그 땅에 발을 들여 정벌하려 한다면 크게 낭패를 볼 수밖에 없는 강력한 부족이다.

이제 여목희가 주던 먹이를 카자흐 연맹이 주게 된다면 가만히 앉아서 송연국의 숨통을 죌 수 있다. 여목희는 먹이를 주지 않으면 주인을 물까 두려워 소득 없이 지출을 감수하고 있었지만, 카자흐 연맹은 도둑놈을 물어뜯으라고 맹견을 키우는 셈이니 아까울 게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리되면 실질적인 전선이 서쪽으로 한정되어 그의 기업을 지키기에 그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승상의 신묘한 계책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자방(子房)과 공명(孔明)이 살아 돌아온다 한들 승상께 미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남중서가 안을 내고 파블로와 몰리에르가 입을 모아 찬성하는데 카잔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가 듣기에도 실로 절묘한 계책이었다. 카잔은 가란자를 찬찬히 바라보며 아르강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 ‘선왕께서 저 소년을 보시며 지금 죽이지 못하겠다면 친하게 지내두는 게 좋을 거라 하셨지.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하나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저 나이 때는 무엇 하나 가진 게 없지 않았던가!’


아르강의 말은 죽여야 한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도 그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 모두 그와 친하게 지내두어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또한 지금 가란자가 짓고 있는 표정은 천하의 기재를 알아보는 선왕의 안목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만들고 있었다. 야심에 차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으려는 얼굴도 아니고, 왕으로 만들어 주겠다니 기뻐서 밑이라도 핥겠다는 얼굴도 아니었다.

활활 타오르는 붉은 눈은 분명 냉철하게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자의 것이었다. 일방적으로 은혜를 입는 것이 아니라, 그가 무엇을 얻고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그의 모습은 이미 한 사람의 왕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병사 몇이면 되겠는가?”


카잔이 입을 열어 양국 간의 정상회담을 재개했다. 남중서가 대답을 가로챘다.


“몽골족이 수가 많다 하나 그들이 하나로 묶여 있지 않으니 많은 수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2만이면 한 부족씩 제압해 나가는 데 충분하리라 사료됩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가란자는 여전히 생각에 잠겨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이들의 속셈을 모두 꿰뚫고 있었다.


- ‘내가 주인이 된다 한들 몽골 전체로 보면 먹이를 주는 손이 바뀔 뿐이다. 덩치가 커져 얻어먹을 것도 많겠지. 그만큼 목줄이 더 세게 죄이는 것이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카잔이 재차 물었다.


“어떤가? 2만으로는 부족한가?”


비로소 가란자가 고개를 들었다.


“과합니다.”

“과하다고?”

“보급선이 짧지 않으니 송연국이 눈치를 챌 것입니다. 이 일의 성패는 얼마나 은밀하게 진행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할 것입니다.”


파블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끼어들었다.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카자흐 연맹이 개입했다는 것을 송연국이 알아서 좋을 게 없기는 하지요.”


몰리에르와 남중서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란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금적금왕(擒敵擒王)이라 하지요.”

“삼십육계의 열여덟 번째 계책 아닙니까? 적을 칠 때는 우두머리를 먼저 쳐야 한다는 의미지요.”


남중서가 대답하자 가란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허나, 몽골에서는 통하지 않는 계책입니다.”

“어찌 그렇습니까?”

“지금 당장 온도르한을 치려면 병사 2만으로도 부족합니다. 또한 5만을 들어 온도르한을 친다 한들 모든 부족을 승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몽골에서는 작은 부족부터 하나씩 제압해 한 덩어리로 묶고, 그 덩어리로 다른 덩어리를 쳐 더 큰 덩어리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남중서가 크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전인옥(抛전引玉)이로군요.”

“그렇습니다. 폐하께서는 첫 번째 구슬을 얻을 작은 돌 하나만 빌려 주시면 되겠습니다.”


아무도 둘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남중서가 카잔에게 그 뜻을 풀이해주었다.


“포전인옥이란 삼십육계의 열일곱 번째 계책으로, 돌을 던져 구슬을 얻는다는 의미입니다. 가란자 공의 말은 일단 작은 부족 하나를 칠 병사만 빌려 주시면 그 부족을 수하에 두어 다른 부족을 제압하고, 또 그들을 수하에 두어 다른 부족을 수하에 둘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몽골에서는 그렇게 해야만 하고 말입니다.”


가란자가 한 마디 보탰다.

병사 2만을 빌려주겠다는데 그보다 훨씬 적은 수로 똑같은 효과를 내겠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카잔이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그래. 그 돌은 얼마나 크면 되겠는가?”


가란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3천이면 되겠습니다. 세를 규합해 승상께서 말씀하셨던 2만을 헤아리기 전에 돌려드리겠습니다.”


가란자의 의도는 몽골에 카자흐 연맹 군의 병력이 주둔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지만, 누구도 이 어린 소년이 아직 얻지도 못한 떡에 꿀부터 바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불과 3천으로 동쪽의 큰 근심을 덜어주겠다니, 그게 근거 없는 호언장담이라도 혹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물며 왕국의 3대 재상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계책일진대 그 누가 의심하겠는가?


“좋다! 이 일은 쿠비세프 그대가 맡아 처리하라. 소수이니만큼 정예 중의 정예를 추려야 할 것이다.”


파블로가 명을 받자 가란자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직 쓸만한 병사로 골라서 빌려준다는 데만 감사하는 것 같았다. 마치 이 일이 가란자와 몽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카자흐 연맹에 더 좋은 일이라는 웅변과도 같았다.

카자흐 연맹 측으로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을 수도 있는 태도였으나 카잔은 가란자의 태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지금 그는 어떤 치명적인 유혹과 맹렬히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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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4) <3권 끝> +2 14.05.02 508 5 33쪽
74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3) 14.05.02 433 5 16쪽
73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2) +2 14.05.02 448 4 25쪽
72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1) 14.05.02 434 4 20쪽
»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0) 14.05.02 337 5 27쪽
70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9) 14.05.01 453 4 26쪽
69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8) 14.05.01 421 5 35쪽
68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7) 14.05.01 428 4 13쪽
67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6) 14.05.01 405 6 25쪽
66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5) 14.05.01 417 4 13쪽
65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4) 14.05.01 484 8 14쪽
64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3) 14.05.01 464 6 24쪽
63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2) 14.05.01 447 5 13쪽
62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 14.05.01 611 7 20쪽
61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6) +2 14.05.01 506 4 20쪽
60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5) 14.05.01 463 8 24쪽
59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4) 14.05.01 503 5 14쪽
58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3) 14.05.01 373 5 17쪽
57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2) 14.05.01 434 4 15쪽
56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1) 14.05.01 434 7 11쪽
55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7) 14.05.01 343 6 25쪽
54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6) 14.05.01 264 6 19쪽
53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5) 14.05.01 450 7 18쪽
52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4) 14.04.30 364 6 17쪽
51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3) 14.04.30 461 4 18쪽
50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2) 14.04.30 307 6 18쪽
49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1) 14.04.30 665 3 17쪽
48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6) 14.04.30 332 5 19쪽
47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5) 14.04.30 504 5 20쪽
46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4) 14.04.30 437 4 19쪽
45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3) 14.04.30 424 5 15쪽
44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2) 14.04.30 263 7 12쪽
43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1) 14.04.30 472 7 24쪽
42 [2권-희대의 사기극] 3. 신의 검 (2) 14.04.30 394 8 14쪽
41 [2권-희대의 사기극] 3. 신의 검 (1) 14.04.30 246 6 11쪽
40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5) 14.04.30 422 5 24쪽
39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4) 14.04.30 366 6 14쪽
38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3) 14.04.30 308 6 16쪽
37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2) 14.04.30 320 6 23쪽
36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1) 14.04.30 305 4 21쪽
35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4) 14.04.30 356 6 7쪽
34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3) 14.04.30 342 4 14쪽
33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2) 14.04.30 455 5 21쪽
32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1) 14.04.30 469 7 13쪽
31 [1권-안강의 난] 5. 산 물고기 (2) 14.04.30 433 5 15쪽
30 [1권-안강의 난] 5. 산 물고기 (1) 14.04.30 307 9 21쪽
29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9) 14.04.30 468 7 14쪽
28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8) 14.04.30 341 7 24쪽
27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7) 14.04.30 419 7 12쪽
26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6) 14.04.30 309 6 11쪽
25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5) 14.04.30 407 6 15쪽
24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4) 14.04.30 448 6 11쪽
23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3) 14.04.30 374 5 16쪽
22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2) 14.04.29 402 7 15쪽
21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1) +1 14.04.29 538 7 20쪽
20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4) 14.04.29 570 4 18쪽
19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3) 14.04.29 550 6 22쪽
18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2) 14.04.29 406 9 15쪽
17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1) 14.04.29 535 8 13쪽
16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7) 14.04.29 370 9 16쪽
15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6) 14.04.29 513 7 14쪽
14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5) 14.04.29 346 6 25쪽
13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4) 14.04.29 516 8 18쪽
12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3) 14.04.29 559 9 17쪽
11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2) 14.04.29 570 12 10쪽
10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1) +2 14.04.29 691 12 10쪽
9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9) 14.04.29 495 11 8쪽
8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8) 14.04.29 607 13 9쪽
7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7) 14.04.29 653 13 9쪽
6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6) +2 14.04.29 548 13 8쪽
5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5) 14.04.29 682 11 8쪽
4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4) 14.04.29 598 11 8쪽
3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3) 14.04.29 849 14 10쪽
2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2) 14.04.29 1,246 14 8쪽
1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1) 14.04.29 2,224 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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