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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時雨)
작품등록일 :
2012.12.15 05:44
최근연재일 :
2014.05.0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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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0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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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5)

DUMMY

김태용은 둘인 줄 알았던 적이 곧 하나로 줄거나, 어쩌면 둘 다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운은 신도문과 원한은 고사하고 안면도 없으니 그가 이긴다면 굳이 검을 뽑을 일도 없을 터였다.

반면 지하드와 이븐의 대결을 직접 목격했던 마충천의 머릿속에는 이 자리를 빨리 떠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하드와 지운은 신도문 일행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바람조차 숨을 죽이고 그 둘을 비켜 부는데 마충천 따위가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말에 오를 준비를 끝내고 마충천의 신호만 기다리던 제자도 스승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지하드가 이븐과 서희를 차례로 상대할 때 현장에 있었다. 지하드라면 이 승부에서 팔이 하나 잘린다 해도 그들 셋이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여유 있게 승부를 관망하고 있는 사람은 김태용뿐이었다. 그 순간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지하드는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 객점에서 지운의 속도를 보지 못했다 해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 당장 느껴지는 기운만 보아도 상대는 최소한 이븐, 혹은 그 이상이었다. 겉모습만 보고 우습게 생각했다가 가냘픈 소녀에게 참패를 당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 척 보기에도 이븐보다 결코 부족하지 않은 상대를 만나 방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거기에 맹점이 있었다.

만일 지하드가 서희를 상대로 방심하지 않았다 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그 자신도 방심이 패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패인은 상대가 칼리의 현신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인간이 어찌해볼 수 없는 한계였다.

지하드가 그 싸움에서 얻은 것이라고는 어떤 상대를 만나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충격적인 교훈뿐이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도 방심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형태의 자만이었다.

승부에 임하며 방심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만, 그 자체로 승리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방심이 빌미가 된 것도 아닌 패배에서, 지하드는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만을 이끌어냈다. 자신의 검을 한 단계 도약시킬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는 자신의 검이 이미 자신의 한계에 닿았다는 사실을 인정해버린 셈이다.

지운은 눈앞의 적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는 상대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검에 실었던 무게를 한 아름 덜어내는 광경을 목격했다. 객점에서 어린 제자와 나누는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들어 버린 것이다.

검 한 자루에 모든 것을 건 지운은 지하드의 말을 들으며 심경이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더 이상 검에 집착하지 않는 경지에 오른 무인을 만난 줄 알고 자신은 아직 멀었다 여기며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가만히 보니 그는 세속의 것을 초월하기는커녕 오히려 한층 더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신의 경지에 오르는 것의 무상(無常)함을 깨달은 자가 아니라 그냥 포기해 버린 자였다.

지운은 더 들을 것도 없겠다 여기고 쓴웃음을 지으며 객점을 나섰다. 그러다가 장석과 시비가 붙었다. 조용히 자리를 떠도 좋았을 것을 괜한 호승심이 일어 지하드에게 한 수 보여주려다가 일이 이렇게 꼬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전화위복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나 되는 무인이 어찌 그 재주를 해적질 따위에 낭비하는가?’


지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상대에게 존경심이 일었다. 도무지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정진을 거듭하여,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 상대와 승부를 겨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것이 지운의 검세(檢勢)에 작은 균열이 되었다. 누가 더 나은가를 겨루는 승부가 아니라, 균열이 더 크게 갈라지기 전에 마음을 다잡는 자가 승리하는 양상이 되었다.

그리고 한쪽이 미세하게 빨랐다.


- ‘만일 저자가 꾸준히 한 길을 갔다면 오늘 내 목숨도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악행도 멈추지 않았겠지.’


지운이 몸을 날리려는 찰라, 지하드는 지운의 검에서 검 이외의 것이 모두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직 뽑지도 않은 검이 벌써 서늘하게 목 줄기에 와 닿는 느낌이었다. 그러자 그 짧은 순간에 참으로 태평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임초서 장군의 검도 명검이라 할만 하다. 그러나 나이는 속일 수 없으니, 그 무게는 오히려 더 하다 해도 예리함은 예전만 못하다. 예리하기로는 이븐을 따를 자가 없지. 며칠 전 그 승부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였다. 그 악마가 조금만 더 부지런한 종자였어도 나는 검으로 그를 응징할 마음을 예전에 버려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놈은 부지런한 이븐이구나. 나보다는 게으른 이븐과 한 번 붙여보고 싶을 정도다.’


경탄이 가득한 지하드의 눈에서 지운이 사라졌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바람에 초점이 흐려져 마치 사라진 것처럼 보인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지하드는 아직도 천하태평이었다.


- ‘아니, 이븐은 무슨. 이 녀석은 서희 아가씨랑 한 판 붙어봐야 한다.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완전히 망가져 버릴 가능성이 더 크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이 녀석의 그릇이겠지.’


그러나 지하드도 역시 지하드였다. 정신은 엉뚱한 곳에서 노닐고 있었지만 몸은 피하거나 막기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수도 없이 이븐을 상대하며 속도에는 이골이 난 데다가, 서희와 일전을 벌였던 경험으로 생각 없이 목숨을 건지는 방법을 은연중에 터득해버린 것이다.

지하드는 지운의 간격을 가늠하며 그와 똑같은 궤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지운과 지하드가 서로 왼쪽으로 스쳐 지나가더니 꼼짝도 않고 멈춰 섰다.

지운의 오른손에 들린 검은 비스듬히 하늘을 향해 있었다. 마충천은 시퍼런 검 날이 달빛에 반사되는 것을 본 다음에야 검이 칼집에서 빠져나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놀라운 발도술이었다.

김태용이 속삭였다.


“흥. 어줍잖은 발도술 하나 믿고 설친 거였나? 범계가 팔이 기니 승부는 이미 난 셈이군. 걱정마라. 제 아무리 범계라 해도 우리는 셋이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 저 삿갓이 쓰러지면 동시에 달려드는 거다. 알아들었느냐?”


마충천은 김태용의 말을 듣고 아연해져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범계한테 그렇게 당했다는 사람 입에서 나올 이야기도 아니거니와, 저런 광경을 눈앞에서 보고도 아직도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제자도 김태용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두덩이 안에 들어있는 게 눈알이 맞기나 한 건지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김태용의 말은 영 틀린 말만도 아니었다. 마충천과 제자도 두 사람이 빠르다는 것만 알았지 누가 더 빨랐는지는 보지 못했다. 듣고 보니 속도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면 팔도 길고 검도 더 긴 지하드가 이겼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운은 도무지 쓰러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김태용 등과 같은 생각으로 발도술 대결에 응했던 지하드는 어이가 없었다.


- ‘검이 길어지다니? 잔재주에 의지하는 자였나? 이런 것까지 이븐을 닮은 거냐?’


지하드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지운도 자세를 바로 하며 검을 고쳐 쥐었다. 지하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아아, 검이 아니라 손이구나. 잔재주가 아니다.’


지운의 발도술은 자루의 끝만 살짝 쥐고 검을 뽑아 간격을 늘리는 비기(秘技)였다. 그 속도에 더하여 생각보다 한 호흡 빨리 급소를 파고드는 필살의 일격이었다. 이 기술 앞에서 쓰러지지 않은 자는 지하드가 처음이었다. 심장을 베이고 속도가 늦춰졌어야 할 지하드의 검이 궤적만 바뀌어 끝까지 파고드는 바람에 지운의 왼쪽 상박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왜국의 검이군.”


그렇게 말하는 지하드의 숨소리도 고르지 않았다. 지하드는 검이 명치 끝에 닿는 순간 서희의 검을 피하던 요령으로 몸을 돌려 치명상을 피했으나 상처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명치에서 왼쪽 어깨까지 길게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선혈을 내뿜고 있었다. 지운이 그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태용과 마충천은 그제야 지하드가 패했다는 것을 알았다. 어두워서 부상의 경중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지하드의 말을 듣고 그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류는 마법의 시대를 거치며 여러 문화의 장점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검의 시대다. 다른 건 몰라도 검의 강도와 살상력만은 열도의 가타나를 따를 것이 없었다.

대륙의 얇고 가는 검(檢)은 현란한 기술로 상대의 혼을 빼놓을 수는 있지만 너무 쉽게 부러지고 날이 빠져 실전에서 쓸 게 못 된다. 도(刀) 역시 검보다는 강도면에서 나으나 쇠를 일곱 번 접어 만드는 가타나의 살상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유럽의 양날 검 또한 크고 무거워 속도가 느리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데다가 밀도 또한 가타나만 못하다. 양날 검을 고유의 문화로 고집하는 것은 카잔의 마그니토 밖에 없었다. 그 외에 아라비아 연합이 자신들의 독특한 반월도를 고집할 뿐, 사실상 이 시대 전 대륙에서 검이란 곧 왜국의 가타나를 의미했다.

그래서 김태용과 마충천은 지하드가 죽음을 앞두고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운은 지하드의 안목에 깊이 감탄하고 있었다. 그의 무이류는 단칼에 승부를 내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극단적인 사무라이 정신에 기반한다. 어설프게 방어하려 하지 않고 상대보다 먼저 베어버리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다. 열도가 3분의 2 이상 가라앉은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전통이어서 알아보는 이가 많지 않았다.

지운은 갈등에 빠졌다.

비록 사악한 해적을 처단하기 위해 시작한 싸움이었으나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살생이 아니라 승부다. 승부가 갈린 이상 무의미한 싸움으로 아까운 무인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설픈 승부가 오히려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의 의중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런데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패배를 시원하게 인정하며 더 이상 목숨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나 즐거워하며 끝까지 승부를 겨루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 지운은 곧 그 혼란이 상대에게서 전혀 살기를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듣던 악명 높은 해적과는 너무나 달랐다.

지운이 검을 집어넣고 포권의 예를 갖췄다.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다던데, 오늘 범계 님을 만나 뵙고 저는 아직 우물 벽 하나 타 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지하드는 지운과 별 원한도 없는 데다가 그의 재주를 아끼는 마음이 들어 이쯤에서 오해를 풀고 싸움을 그만둘 생각이었으나 범계라는 이름을 듣자 다시 화가 치밀었다. 게다가 지운이 이 승부에서 이미 이겼다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 운운하자 무인으로서의 호승심도 고개를 들었다. 지운의 말은 지하드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면 더 이상 살수를 쓰지 않겠다는 은근한 협박으로만 들렸다.

지운은 지하드가 별안간 살기를 띠자 실수를 깨달았다. 지하드의 무예에 감탄하여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요령이 없어 오해를 사고만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변명을 늘어놓는 것 또한 그의 성격과 거리가 있었다.

지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하자 지하드가 입을 열었다.


“그대의 눈을 가리는 것은 우물 벽이 아니라 가득 낀 눈곱인 듯하오. 나를 우물에서 건져주었으니 이번에는 내가 한 꺼풀 벗겨드리는 것이 도리일 테지요.”


지하드가 검을 뽑아든 채로 다시 자세를 잡았다. 지운은 부상이 가볍지 않은 몸으로 오히려 전보다 더 살기등등한 검기를 내뿜는 지하드를 보며 놀라는 한편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싸움을 피하려다가 오히려 둘 중 하나가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양상으로 몰고 가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 ‘상대는 해적이다. 단지 재주가 뛰어나다고 아끼는 마음이 들다니 나도 아직 멀었구나. 저 재주로 더 많은 사람을 해치지 못하도록 여기서 끝을 내야 할 일이었다.’


지운이 한숨을 쉬며 오른쪽 어깨를 지하드에게로 향했다. 아까와 같은 자세였다. 지하드는 그를 보며 더욱 화가 치밀었다.


- ‘또 발도술이냐? 한 번 써먹은 기술을 다시 쓰겠다고? 이 나를 상대로 말이냐? 저 표정은 또 무엇이냐?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니 여기서 끝장을 내주겠다는 얼굴이구나. 내 여기서 너를 죽여 없앨 생각이었으나 이렇게 된 거 반드시 너를 꺾고 오해를 풀어야겠다. 하늘 밖에 또 하늘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해주마!’


지하드가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갔다. 일격을 노리는 지운이 호흡을 조절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하드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운은 지하드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그를 상당히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다시 같은 기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를 상대로 어설픈 잔재주를 부리는 것보다 자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훨씬 더 승산이 높다고 여긴 것이다. 그도 이제는 단칼에 승부를 가릴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지하드의 검 끝이 돌연 지운의 얼굴을 노렸다.

지운은 지하드의 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검 자루 끄트머리를 잡고 뽑는 신속(迅速)의 발도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미 피한 줄 알았던 검이 여전히 얼굴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라 몸을 비틀었으나 검 끝은 여전히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지운은 검을 고쳐 쥐며 간신히 사검(蛇檢)의 네 번째 변화를 쳐내 진로를 바꿨다.

지운은 서너 걸음이나 물러나며 자세를 바로 했다. 삿갓 한 귀퉁이가 잘려나가며 얼굴이 달빛 아래 드러났다. 여인들이 마음을 빼앗기기 전에 시샘부터 할 만큼 하얗고 매끈한 피부 위로 한 줄기 검흔이 남아 있었다. 그 끝에 맺힌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운은 그게 식은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하드의 공격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지하드의 어깨너머에서 화살 한 대가 빠르게 날아왔다. 지운은 화살을 검으로 가볍게 쳐낸 다음 가란자를 발견하고는 또 한 번 감탄했다. 그 거리에서 동료를 피해 정확히 표적을 노릴 수 있는 궁수가 있다는 것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것 같았다.

지운은 연이어 화살 두 대를 더 쳐냈다. 지하드는 부상이 깊은 몸으로 다소 무리를 해서인지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했다. 첫 번째 화살이 날아올 때부터 나무 뒤로 숨어 눈빛을 교환하던 신도문 3인은 가란자가 활이 소용없음을 깨닫고 칼을 뽑아들고 달려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에 올라 전속력으로 달렸다. 지하드는 그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운도 멀리서 달려오는 가란자를 조용히 응시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신도문 잔당들이군요. 왜 그냥 보내셨습니까? 아니!”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가란자가 지운을 경계하면서 두서없이 묻다가 지하드의 상처가 가볍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 입을 다물었다. 지하드가 쓴웃음을 지었다.


“무이류 지운이라는 분이 큰 가르침을 내려주셨다. 수업료치고는 싼 편이지. 너는 어떠냐? 화적들은 다 처리했느냐?”


가란자는 세상에 지하드와 일대 일로 싸워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에 놀라 입을 열지 못했다. 객점에서 지운이 화적 둘의 손목을 자르는 것을 보았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지하드는 가란자가 자기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지운을 경탄하는 눈으로 바라보자 껄껄 웃어버렸다.


“그 녀석 참 솔직하구나. 무이류에 입문하고 싶어진 게냐? 검 한 자루에 온전히 뜻을 싣고 싶거든 그것도 좋을 것이다. 서희 아가씨의 검을 배울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가란자는 지운에게 한 수 배우고 싶은 욕심이 없다 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분명히 적이었고, 또 검 한 자루에 목을 맬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또 마 아무개가 있기에 이 자도 신도문 잔당이라고만 생각했지요. 설마 제가 지하드 님의 승부에 방해가 될 줄이야 알았겠습니까?”


가란자는 지하드의 사검이 지운을 사정없이 몰아붙이고 있을 때 도착했다. 활을 쏜 것도 지하드가 위태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이 싸움 자체를 승부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한 행동이었다. 그는 지하드가 방심하다가 상처를 입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이 정체 모를 자도 결국 무릎을 꿇을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지하드는 가란자가 나타나자 검에 실었던 무게가 다시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일시적인 호승심에 승부를 내려 했으나, 제자나 다름없는 가란자에게 했던 말에 스스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지하드가 유쾌하게 웃었다.


“글쎄다. 네가 날 구해준 건지도 모르겠다. 상처가 가볍지 않으니 승부가 길어지면 위험했을 게야.”


지운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제 검을 간파하셨으니 승부가 길어지면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남게 되겠죠. 저는 범계 님의 상대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운은 가란자가 ‘지하드 님의 승부’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도 그게 진짜 본명인지 반신반의했다. 지하드는 지운이 자신을 떠보는 것을 알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신 가란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범계라니요? 아까 객점에서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가란자는 지운을 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두 사람이 서로 예를 갖추자 자기도 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의를 감추지는 못했다. 지운은 그 태도를 보고 그가 싸움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지운은 검을 집어넣더니 검 집 채로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고개 숙여 사죄했다.


“제가 경솔하여 큰 죄를 지었습니다. 여기 계시던 분들 말씀만 듣고 그만……”


가란자는 일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대충 짐작이 갔다. 마충천이 지하드를 범계로 알고 있으니 그들도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보낸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가 분통을 터뜨렸다.


“말 엉덩이에 화살을 한 대씩 쏘아 붙잡아둘 것을 그랬습니다.”


지하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일이다. 가서 짐이나 챙겨 오거라. 도둑놈들을 베었을 뿐이지만 관군이 들이닥치면 괜한 일로 피곤해진다.”


가란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운의 눈치를 살폈다. 부상당한 지하드를 혼자 두고 가기가 영 껄끄러운 모습이었다. 그 마음을 읽은 지운이 검을 주워들더니 가란자에게 내밀었다.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저 때문에 부상을 입으셨으니 목적지까지 동행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그 부상이 여정에 큰 짐이 될까 두렵습니다.”


화적을 베었을 뿐인데 관군을 꺼리는 모습을 본 지운은 도저히 그들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지하드는 부상이 가볍지 않았지만 관군 몇을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정이 길고 지운에게 흥미도 있어서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서희에게 당하고 서하손에게 치료를 맡겼던 상처도 마음에 걸렸다. 이틀이면 나을 줄 알았는데 요즘 회복력이 예전같이 않은지 점점 더 덧나기만 하니, 이번 상처는 얼마나 갈지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가란자는 지하드가 허락하자 지운의 검을 받아 들지 않고 몸을 돌려 달려갔다. 지하드도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이었다. 지운은 이들이 자기를 더 의심하지 않고 체면까지 세워주자 자신의 경솔함을 더욱 깊이 질책했다. 지하드가 털썩 주저앉으며 물었다.


“그런데 해영과 범계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게요?”


지운이 쓴웃음을 지었다.


“악인을 벌하는데 사사로운 원한이 필요하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 범계라는 놈은 악인이랄 것도 없습니다. 좀 모자란 녀석이라 해영이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죠.”

“그렇군요. 해영이란 자를 잘 아시나 봅니다.”


지하드는 해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을 동시에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세(勢)가 부족하여 이 손으로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일 뿐이요.”

지운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드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번에 또 엄청난 사고를 치려 하는데…… 뭐, 그놈이라면 골치 아픈 일에서 슬그머니 손을 떼고 반도로 갈지도 모르겠군.”


지운이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반도라고요? 거긴 무슨 일로 간답니까?”


지하드는 여전히 생각에 잠겨 그의 반응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글쎄요. 무슨 도서관 학파라나? 거기 볼 일이 있는 것 같던데, 어찌 되었건 좋은 의도는 아닐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지운은 아주 사색이 되었다.


“도서관 학파가 비록 황명을 거스르고 고대 마법의 책을 탐독한다고 하나 그것도 일부일 뿐입니다. 평화를 사랑하고 약자를 보호하고자 옳은 길을 가는 분들인데 한갓 해적 따위가 그들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는 겁니까?”


지하드는 그가 도서관 학파와 어떤 관계인지 궁금했지만 지금 캐물어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지금 지운이 해영에게 살의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하드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마법을 좋아하는 놈이니 아마 책을 빼앗고 도서관 학파를 모두 죽여 비밀을 지키려 들 거요.”


지운의 눈이 무섭게 살기를 발하기 시작했다. 지하드의 머리가 더욱 빠르게 회전했다.


- ‘내 부상도 가볍지 않지만 지금 이대로 이 자를 오한에 머물게 하면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알게 되겠지. 이븐이 되었건 해영이 되었건 백 번을 죽여 마땅한 놈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된다.’


지운은 당장에라도 지하드를 떠나 해영을 치러 가고 싶은 것을 간신히 눌러 참는 모습이었다. 지하드가 그의 고민을 하나 덜어주었다.


“며칠 전 큰 싸움이 있었습니다. 해적에 화적에 신도문에 관군까지, 도적놈들 네 패가 뒤엉킨 싸움이었지요. 해영도 당장은 움직일 수 없을 겁니다. 또 내가 도서관 학파에 관한 음모를 알고 있다는 것도 놈이 알고 있으니 섣불리 움직일 리도 없소. 최소한 반년은 꼼짝도 못할 거요.”


지운은 적잖이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초조함은 감추지 못했다.


“목적지가 어디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청성왕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지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랄산맥은 반도와 너무나 멀었다.

지하드가 말을 이었다.


“해영의 세가 너무 강하여 청성왕께 힘을 빌릴 생각이오. 비록 멀다 하나, 가까운 초나라와 오한, 송연국이 모두 썩을 대로 썩은 마당이니 도적을 치겠다고 더 큰 도적을 모실 수는없는 일 아니오.”


지운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가 석연치가 않았다.


“청성왕이 머나먼 적국의 일개 해적을 치는 일에 힘을 빌려줄까요?”

“원한이 있습니다.”

“청성왕이 말입니까? 해영에게요?”

“선왕 폐하의 죽음에 책임이 있지요. 그리고……”


지하드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감히 범접해서는 안 되는 분께 큰 죄를 지었으니까요.”


지하드는 화란과 해영, 그리고 서희와 이븐을 모두 떠올리고 있었다. 사실 그에게는 이 점에서도 해영보다 이븐의 죄가 더 크다고 느꼈다. 감히 칼리의 현신을 노예라 칭하다니.

지운은 지하드의 눈빛이 너무나 진지하게 불타오르는 바람에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타인의 개인적인 원한에 관심을 두는 성격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청성왕이 지하드를 도울 가능성이 있다면 지운으로서도 만사 제쳐두고 그를 안전하게 마그니토까지 호위할 이유는 충분했다. 지하드의 예상대로 해영이 반년 후에나 움직인다면 그다음에 반도로 달려가도 늦지는 않을 터였다.

지운이 마음을 굳혔다. 둘은 그제서야 서로의 부상을 살피며 응급처치를 하고 가란자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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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4) <3권 끝> +2 14.05.02 507 5 33쪽
74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3) 14.05.02 433 5 16쪽
73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2) +2 14.05.02 448 4 25쪽
72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1) 14.05.02 434 4 20쪽
71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0) 14.05.02 336 5 27쪽
70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9) 14.05.01 453 4 26쪽
69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8) 14.05.01 420 5 35쪽
68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7) 14.05.01 428 4 13쪽
67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6) 14.05.01 405 6 25쪽
66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5) 14.05.01 417 4 13쪽
65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4) 14.05.01 483 8 14쪽
64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3) 14.05.01 464 6 24쪽
63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2) 14.05.01 447 5 13쪽
62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 14.05.01 610 7 20쪽
61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6) +2 14.05.01 506 4 20쪽
»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5) 14.05.01 463 8 24쪽
59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4) 14.05.01 503 5 14쪽
58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3) 14.05.01 372 5 17쪽
57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2) 14.05.01 434 4 15쪽
56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1) 14.05.01 433 7 11쪽
55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7) 14.05.01 343 6 25쪽
54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6) 14.05.01 263 6 19쪽
53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5) 14.05.01 450 7 18쪽
52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4) 14.04.30 363 6 17쪽
51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3) 14.04.30 461 4 18쪽
50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2) 14.04.30 307 6 18쪽
49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1) 14.04.30 665 3 17쪽
48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6) 14.04.30 332 5 19쪽
47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5) 14.04.30 504 5 20쪽
46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4) 14.04.30 436 4 19쪽
45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3) 14.04.30 424 5 15쪽
44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2) 14.04.30 263 7 12쪽
43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1) 14.04.30 472 7 24쪽
42 [2권-희대의 사기극] 3. 신의 검 (2) 14.04.30 394 8 14쪽
41 [2권-희대의 사기극] 3. 신의 검 (1) 14.04.30 246 6 11쪽
40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5) 14.04.30 421 5 24쪽
39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4) 14.04.30 366 6 14쪽
38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3) 14.04.30 307 6 16쪽
37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2) 14.04.30 320 6 23쪽
36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1) 14.04.30 304 4 21쪽
35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4) 14.04.30 356 6 7쪽
34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3) 14.04.30 341 4 14쪽
33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2) 14.04.30 455 5 21쪽
32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1) 14.04.30 469 7 13쪽
31 [1권-안강의 난] 5. 산 물고기 (2) 14.04.30 432 5 15쪽
30 [1권-안강의 난] 5. 산 물고기 (1) 14.04.30 307 9 21쪽
29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9) 14.04.30 467 7 14쪽
28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8) 14.04.30 341 7 24쪽
27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7) 14.04.30 418 7 12쪽
26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6) 14.04.30 308 6 11쪽
25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5) 14.04.30 407 6 15쪽
24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4) 14.04.30 448 6 11쪽
23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3) 14.04.30 374 5 16쪽
22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2) 14.04.29 402 7 15쪽
21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1) +1 14.04.29 538 7 20쪽
20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4) 14.04.29 570 4 18쪽
19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3) 14.04.29 550 6 22쪽
18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2) 14.04.29 406 9 15쪽
17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1) 14.04.29 535 8 13쪽
16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7) 14.04.29 370 9 16쪽
15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6) 14.04.29 513 7 14쪽
14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5) 14.04.29 345 6 25쪽
13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4) 14.04.29 515 8 18쪽
12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3) 14.04.29 559 9 17쪽
11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2) 14.04.29 569 12 10쪽
10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1) +2 14.04.29 690 12 10쪽
9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9) 14.04.29 495 11 8쪽
8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8) 14.04.29 606 13 9쪽
7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7) 14.04.29 653 13 9쪽
6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6) +2 14.04.29 547 13 8쪽
5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5) 14.04.29 682 11 8쪽
4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4) 14.04.29 598 11 8쪽
3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3) 14.04.29 849 14 10쪽
2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2) 14.04.29 1,246 14 8쪽
1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1) 14.04.29 2,223 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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