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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시우(時雨)
작품등록일 :
2012.12.15 05:44
최근연재일 :
2014.05.0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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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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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1)

DUMMY

마침내 여신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서희는 마지막 힘을 짜내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지하드는 검 끝이 목젖에 닿는 걸 느끼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서희의 검이 멀리 날아가 버렸다. 지하드는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저도 모르게 손을 목에 가져갔다. 따끔했다. 거죽만 살짝 찢어져 있었다.

서희가 무릎을 꺾으며 앞으로 쓰러졌다. 지하드는 고운 얼굴이 바닥에 닿아 상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서희를 안아 든 지하드가 천천히 이븐에게로 발걸음을 옮기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내가 졌다. 저 사기꾼조차 이런 승부라면 패배를 인정할 것이다."


그 말을 듣지 못한 이븐은 끝내 서희를 구할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을 강구해내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다가오는 지하드에게 수단이랄 것도 없는 제안을 했다.


"내 목을 주겠다. 그러나 너도 지금 저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열흘만 시간을 다오. 저 아이가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되면 내가 너를 찾아 가 목을 내밀 것이다."


지하드가 보니 이븐의 눈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비록 사기꾼 중의 사기꾼이지만 이븐 역시 한 사람의 무인이다. 이 승부를 더럽힐 것 같지 않았다.

지하드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자신은 이미 패배를 인정했지만 도저히 뿌리치기 힘든 제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내려다보니 서희가 간절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저 사기꾼조차 이 승부를 인정한다. 내가 더럽힐 수야 없지 않겠는가!’


지하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서희를 이븐의 품에 내려놓았다.


"내가 이겼다고? 나는 너한테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약속대로 백일 동안 네게 손을 대지 않겠다. 어디 한 번 도망쳐봐라. 어디로 숨건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임초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븐은 온통 피투성이인 지하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 품 속에서 끊어질 듯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네 제자도 고집이 보통은 넘는구나. 잘 가르쳤다. 덕분에 살았구나."


이븐은 입술을 깨물고 안타까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은혜를 갚았다고 도망칠 생각은 말아라. 너를 떠나지도, 떠나 보내지도 않을 것이다."

"그 제자에 그 스승이다……"


서희는 아직 갚아야 할 빚이 하나 남아있다고 생각했지만 긴 이야기를 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말을 끝으로 이븐의 품 속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잠든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븐은 서희의 맥을 짚고 상태를 살피느라 저 멀리서 한 떼의 인마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임초서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신의 검을 목격하고, 그 검에서 살아남은 지하드가 터벅터벅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 순간만큼은 화란의 안부조차 속세의 하찮은 일로만 여겨졌다.

지하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의 무의식은 임초서에게 가서 화란의 일을 논의하라고 지시하고 있었지만, 텅 빈 눈동자는 아직 그의 의식이 꿈속을 헤매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둘은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지는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멍하니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가란자가 그들의 의식을 흔들어 깨웠다.


"신도문이 다섯, 그 한참 뒤로 웬 오합지졸이 백여 기 정도 달려오고 있습니다. 화적 떼인 것 같군요."


마충천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지하드와 임초서의 눈에 다시 초점이 잡혔다. 마충천은 슬그머니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아군이 도착하기 전에 둘 중 하나라도 공격해 온다면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냅다 달아날 생각이었다. 달리 살 길이 없었다.

임초서의 입장은 조금 더 미묘했다. 적의 응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낫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싸움을 피할 도리가 없어진다. 아무리 천하제일의 고수들만 모여 있다 해도 이미 체력을 상당히 소모한 상태에서 백 명이 넘는 적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었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은 병법의 완성인 동시에 기본 중의 기본이다. 명장 임초서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화란은 등 뒤가 아니라 저들 너머에 있다. 하찮은 화적 떼라면 백 명이라는 수가 고스란히 전력이 되지는 않는다. 자신과 지하드의 무예라면 우두머리 몇을 베고 나머지 오합지졸을 백방으로 흩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지하드는 임초서의 눈빛에서 그의 갈등을 읽을 수 있었다. 지하드에게 화란을 구할 의리는 없지만, 무신(武神)이라 불리는 임초서의 무(武)와 의기는 늘 존경하고 있던 그다. 임초서를 이븐으로부터 떼어낼 생각만으로 화란이 제 발로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고만 있었던 지하드지만 이제는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비록 백 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복수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지하드는 또 다른 유형의 무인이었다.

지하드가 입을 열었다.


"아직 도둑놈 백 정도는 벨 힘이 남아 있습니다만."


임초서가 지하드를 돌아보았다. 지하드의 눈빛은 단순한 자신감 이상의 단호한 결의를 발하고 있었다. 이븐과 승부를 낸 다음 임초서를 돕겠다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미였다. 지하드가 성의를 다해 힘을 보탠다면 백만대군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임초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이븐, 서희와의 승부에 경의를 표했다.


"절경(絶景)이었네. 천금으로도 값을 치르지 못할 것이야. 허나 노부(老夫) 또한 검에 뜻을 실은 사람으로서 구경만 하고 시치미를 뗄 수야 없겠지. 이제 이 늙은이가 일생의 공부를 꺼내 보이려 하나, 재주가 부족하니 곁에서 보고 비웃지나 마시게."


지하드와 임초서가 서로 예를 표하고 검을 고쳐 잡았다.

가란자는 지하드가 손을 빌려주겠다 하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벌써 화란을 구한 것만 같았다. 그는 활과 화살을 주워들고 맨 앞에 달려오는 신도문 우두머리를 꿰뚫어버릴 작정으로 가만히 화살을 재었다.

마충천은 아무도 자기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자 천만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혼전 중에 저 애송이만은 반드시 자기 손으로 끝장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제자들도 모두 가란자를 노리고 있었다. 화풀이라는 게 원래 약자한테 해야 제 맛이다.


"화적 떼 선두에 외눈박이가 있느냐?"


이븐의 침통한 목소리가 각자의 꿍꿍이에 제동을 걸었다. 가란자에게 묻는 말이었지만 한 떼의 인마는 이미 마충천도 장석을 알아볼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래도 대답은 가란자가 했다.


"말씀대로입니다. 안대 밑에 붉은 눈을 숨기고 있지 않다면요."


이븐이 힘없이 웃었다.


"붉기야 하겠지. 아직 핏기가 가시지 않았을 테니."


임초서는 이븐이 적장을 아는 것을 보고 그가 뭔가 수를 낼 것이라 여겼다. 지하드도 눈빛으로 같은 생각을 전하고 있었다. 임초서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이븐의 지혜와 지하드의 무예에 가란자의 눈이라니. 일군을 이끄는 장수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적장이 운이 없구나.’


가란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백 기가 넘는 적이 닥쳐오는데도 도무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븐이 비록 부상을 입었다고 하나 다행히 입은 다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지하드의 검보다 이븐의 세 치 혀가 더 믿음직스러웠다. 지하드도 이븐이 어떻게 나올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신도문 넷째 장로 김태용이 수하 다섯을 이끌고 먼저 도착했다. 김태용은 신도문 열 명 중 멀쩡히 서 있는 것은 셋뿐인데, 적 다섯 중 둘밖에 쓰러뜨리지 못한 것을 보니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남아있는 적 세 명의 표정이었다. 척 보기에도 한가락하게 생기긴 했지만, 열 명을 상대로 전력의 반 가까이를 잃은 자들이 무려 백 여기가 몰려오는 걸 보고도 여유만만이니 이상할 법도 했다.

김태용이 마충천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눈으로 묻는데, 그의 등 뒤에서 한 선비가 말에서 뛰어내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서희야! 서희 맞지? 무사했구나!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그를 잡으려는 김태용의 손을 뿌리치고 서희에게 달려가려던 선비는 지하드의 기백에 막혀 멈춰섰다. 깜짝 놀라며 잠시 숨을 고른 선비가 예를 갖추며 지하드에게 말했다.


"신도문의 서하손입니다. 사문의 아이가 화를 입은 듯하여 살펴보고자 하니 길을 열어 주십시오."


지하드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어 나뒹구는 신도문 제자가 여럿인데 굳이 저 아이를 살피겠다 함은 아직 숨이 붙어있을까 염려함인가?"


서하손이 침통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어떤 오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미 죽은 목숨은 되돌릴 수 없으니 우선 산 사람을 보살피는 것이 순서 아니겠습니까? 보아하니 어느 한 쪽의 잘못이 아닌 듯하니 그 일은 차후에 논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의술을 조금 아니 먼저 저 아이를 살펴보도록 길을 열어주시지요."


지하드가 제법 영리하게 행동한다 싶어 가만두고 보려던 이븐은 서하손의 태도를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서희의 귓가에 속삭였다.


"서하손이라는 자가 너를 살리려 한다. 믿을 수 있는 자냐?"


서희는 눈을 감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븐이 냉소를 지으며 한마디 하려는데 서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 마디 보탰다.


"여섯째 장로가 심지는 곧으나, 사흘이면 나을 상처에 굳이 손을 대 한 달씩 고생시키곤 한다. 어찌 믿고 몸을 맡기겠느냐?"


이븐은 잠시 할 말을 잊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서하손은 신도문 장로 중 유일하게 이해(利害)가 아니라 선악(善惡)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이었다. 정도 많고, 무예보다 학문을 사랑해 서희의 재능을 시기하지도 않았다. 만일 그가 검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그녀의 재주를 아끼면 아꼈지 결코 시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사형들의 악행에 괴로워하면서도 규율에 매여 신도문 전체의 살림을 홀로 도맡아 책임지고 있는 수완가이기도 했다.

이븐은 서하손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그의 태도와 서희의 반응, 그리고 김태용과 마충천의 난처한 표정으로 미루어 서하손은 서희를 해치려는 계획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븐은 일부러 서하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김태용에게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마 장로보다 아랫사람인 듯한데 어찌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추지 않으시오? 신도문은 무(武)와 예(禮)를 한 사람이 가르치는가 봅니다."


이븐은 김태용이 누군지도 몰랐다. 따라서 마충천과의 서열도 알 리가 없었다. 그저 다수로도 소수를 꺾지 못하고 오히려 곤경에 처한 신도문의 무를 깎아내리며 둘의 관계를 알아내려는 의도로 한 말이었다.

김태용은 이븐의 의도를 다 깨닫지도 못하고, 마충천이 제때 예를 표하지 않아 자기가 아랫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데만 분통을 터뜨렸다.


"마 사제는 맡은 일 하나 제대로 처리못하고 이렇게 사문을 웃음거리로 만드는가?"


마충천이 당황하여 급히 예를 갖추었다. 김태용은 답례도 하지 않고 더욱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깟 계집 하나 처리못하고 쩔쩔매며 엉뚱한 해적 놈들하고까지 문제를 만들다니 자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때마침 도착한 장석은 김태용의 말을 듣고도 내막을 깨닫지 못했다. 그에게는 김태용이 서희를 자신에게 제대로 인도하지 못한 마충천을 질책하는 말로만 들렸다. 그러나 서하손은 뭔가 불안한 예감에 휩싸였다.

서하손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두 분 사형께 여쭙겠습니다. 전에는 서희가 괴한들에게 납치당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서희를 ‘처리’하다니요?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김태용과 마충천이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자 장석이 불쑥 끼어들었다.


"서 장로께서 아직 잘 모르시나 봅니다. 마 장로께서 서로의 우의를 돈독히 하자는 의미에서 저 아이를 제게 시집보내셨답니다. 물론 저도 마땅한 답례를 해드렸고요."


장석은 노예를 사고팔았다는 이야기를 꽤나 그럴듯하게 포장한 자신이 대견스러워 큰 소리로 웃었다. 이렇게 문무를 겸비한 인재를 서희가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지만, 괜한 무게를 잡느라고 그쪽으로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서하손은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서희가 그런 혼사를 받아들였을 리 만무하다. 아무리 격의 없이 지냈다고 하지만 사질이 사숙을 도둑놈에게 억지로 시집을 보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장석의 말로 미루어볼 때 시집을 보낸 게 아니라 노예로 팔아 치운 게 분명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한마디 하려는데 마충천이 재빨리 가로막았다.


"대 사형께서 결정하신 일이니 여러 말 말아라."


서하손의 창백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대 사형이 왜, 그리고 무슨 권한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물으려는데 김태용은 다른 게 궁금한 모양이었다.


"뭐라고? 대 사형께서 저년을 살려두라 하셨단 말인가?"


마충천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옥상정이 왔으면 좋았을 것을, 하필 머리 나쁘고 성질만 급한 김태용이 와서는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김태용은 검술도 책상물림 서하손보다 간신히 조금 나은 정도였다. 장석이 백여 기를 이끌고 왔기에 망정이지, 만일 김태용과 서하손만 나타났다면 신도문 시체만 더 늘어날 뻔한 상황이었다.

마충천이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난처해 하고 있자 이븐이 대신 대답했다.


"서 장로라 하셨습니까? 속지 마십시오. 마 장로가 독단으로 한 일이라는 건 진작에 눈치 채고 있었으니까요."


서하손의 얼굴에 약간이나마 핏기가 돌아왔다. 탐욕스런 다섯째 사형의 독단이었다면 넷째 사형 김태용도 온이상 서희를 무사히 데리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븐은 그의 희망을 무참히 깨버렸다.


"어쨌건 그건 그쪽 사정이고, 이제 이 아이는 나 해영이 사들였으니 신도문이 신경 쓰실 일이 아닙니다."

"예?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그 아이는……"

"감히 누군가의 노예가 될 수 없는 신분이겠지요?"


이븐이 서하손의 말을 자르며 그를 노려 보았다. 서하손은 호흡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븐이 말을 이었다.


"이 아이를 해치지 않고 한 번 더 기회를 준 마 장로에게는 저기 있는 폭열단 부두목도 감사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나?"


이븐이 묻자 장석이 껄껄 웃으며 주저리주저리 마충천의 덕을 치하했다. 이븐은 그가 떠들거나 말거나 계속 자기 할 말만 이어갔다. 모두들 시끄러운 장석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이븐의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서 장로의 대 사형이라는 분은 이 아이를 팔아 버리기로 한 게 아니라 죽이기로 결정했던 겁니다. 그런데도 억지로 데려가시겠다는 겁니까?"


서하손이 놀란 눈으로 김태용과 마충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김태용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대 사형께서 결정한 일이라 하지 않았느냐? 너는 그냥 따르면 될 일이다!"


그 말에 서하손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이번엔 마충천이 거품을 물었다.


"뭐라? “하시오?” 네가 정녕 사문을 배반하겠다는 게냐?"

"사조님의 의지와 사숙의 안전을 어찌 무도(無道)한 사형들의 명과 바꾼단 말인가! 배반은 지금 그대들이 하고 있다!"

"오냐, 네가 아주 막 나가는구나! 장강(長江)의 물도 흘러 뒷물이 옛 물을 대신하거늘, 신도문이라고 언제까지 과거에 취해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 있을 것이냐! 네가 저 요망한 계집의 미색에 홀려 사리를 잊은 게지. 허나 이것만 알아둬라. 지금 네가 하려는 일은 네 사숙이라는 년을 해적 따위의 노리개로 던져주려는 것이다."


이븐이 끼어들어 서하손에게 말했다.


"마 장로 말씀은 서희가 해적이 아니라 화적의 노리개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신도문은 화적과 화의를 맺었거든요."


그 말을 들은 장석이 기뻐하며 마 장로에게 다시 호들갑스럽게 사례했다.

서하손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븐에게 말했다.


"어떤 거래가 있었던지 제가 열 배로 물어드릴 테니 부디 그 아이를 제게 넘겨주십시오."


이븐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문제일까요?"

"물론 신도문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아이는 제가 목숨을 다해 지킬 것입니다."

"목숨을 다한다는 말씀은 진정으로 들립니다. 허나 헛되이 목숨만 다할 뿐 이 아이를 지키기지는 못하실 겝니다. 그게 과연 이 아이를 위하는 길일까요?"

"그리 되면 그 아이와 함께 죽으면 그만입니다. 그 아이도 욕된 생을 구차하게 이으려 할 아이가 아닙니다."


이븐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서희에게 말했다.


"자, 네가 결정할 문제인 것 같구나. 서 장로를 따라 나를 떠나겠느냐?"

"뭘 새삼스럽게……"


서희가 힘없이 코웃음 치며 간신히 입을 떼자 이븐이 틈을 주지 않고 재차 물었다.


"애써 말할 것 없다. 버릇없다 탓하지 않을 테니 고개만 살짝 끄덕이거나 저어도 된다. 자, 그럼 묻겠다. 네가 신도문이나 폭열단의 것이냐?"


서희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네 주인이다. 그렇지?"


물론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하손이 깜짝 놀라 서희에게 달려갔다. 지하드도 굳이 막지 않았다.


"얘야, 서희야! 지금 뭐라 했느냐? 네가 정녕 이분을 주인으로 모신단 말이냐?"


서희 성격에 “모신다”는 표현을 긍정할 리가 없다고 여긴 이븐이 서희의 머리를 감싸며 재빨리 끼어들었다.


"어제오늘 도대체 몇 번이나 같은 말을 하게 하시는지 모르겠소. 이 아이는 지금 마 장로 덕분에 몸이 성치 않으니 잘난 당신 사형한테나 물어보시오."


서하손이 마충천을 노려보았다. 마충천은 서희가 자기 때문에 다쳤다는 말이 억울하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꼭 틀린 말도 아닌데다가 막내 사제에게 구차하게 변명하기 싫어서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년이 아주 화냥년이 다 됐더구나. 철썩 달라붙어서 아주 그냥…… 백주대로에서 낯뜨거운 춘화첩을 보는 듯했다."


서하손은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서희가 선택한 미래에 자기가 간섭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이븐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인께서 저 아이를 거두어 주셨으니 어떤 말로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헌데 제가 비록 외람되이 일컫고 있으나, 저 아이가 실은 제게 사숙이 됩니다. 제가 이미 이 아이를 위해 사문을 버렸으니 부디 두 분을 따르며 이 아이를 돌보게 해주십시오. 험한 일을 시키시려거든 이 아이가 아니라 제게 시키시고, 혹여 이 아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면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간청합니다."


임초서, 가란자, 그리고 지하드는 서하손의 진실한 태도에 크게 감동하여 저절로 그를 아끼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이븐의 몸속에는 차가운 피가 흐르는지, 귀찮다는 표정으로 선뜻 대답하지 않고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보다 못한 임초서가 나서서 한마디 하려 하자 그제서야 한숨을 쉬며 마지못한 듯 입을 열었다.


"그대가 이 아이를 아끼는 마음을 굳이 막지는 않겠소. 헌데 아까 듣자 하니 의술을 조금 아신다 하더군요."


서하손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미천한 재주지만 전혀 문외한은 아닙니다."

"나 또한 어깨너머로 의술을 약간 익혔는데, 어디 보자, 이봐! 부두목! 네 오른팔은 잘 붙어 있느냐?"

"보면 모르냐?"


묘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느라 안간힘을 쓰던 장석이 얼결에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이븐이 실소를 흘리며 다시 물었다.


"네 오른팔 격이라던 부하 말이다. 등에 깊은 자상을 입고 죽어가던 것을 내가 치료해 주지 않았더냐?"


장석이 얼굴을 붉히며 우물거리자 객점에서 묘비를 읽었던 사내가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제독의 은혜는 죽어서도 다 갚지 못할 것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어 실로 유감입니다."

"은혜랄 것도 없으니 괘념치 마시게."


이븐은 큰부상을 입은 장석의 참모를 치료해 폭열단의 신임을 얻었었다. 그러나 폭열단에 접근할 빌미를 만들기 위해 이븐이 복면을 쓰고 그 참모를 습격했다는 사실은 하늘과 이븐만 아는 사실이었다. 이븐의 호탕한 말을 들은 참모는 더욱 더 지금의 상황이 난처해졌다.

이븐이 서하손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환자의 상태를 보니 제 의술도 돌팔이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닌가 봅니다. 이 아이는 제가 치료하겠으니 서 장로께서는 저기 저 시커먼 친구나 치료해 주시지요. 저 친구도 마 장로 덕분에 저 꼴이 났답니다."

실제로는 거의 멀쩡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지하드의 부상이 가장 심각해 보였다. 온몸에 자잘한 자상을 입어 온통 피투성이였던 것이다. 이븐이 지하드에게 말했다.


"네가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그냥 놔두는 것보다는 치료하는 게 낫겠지? 허나 네가 내 손을 빌릴 리는 없으니 이분께 한 번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너라면 사흘이면 낫겠지만 이분이 사흘에 낫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서하손에게 호의를 품은 지하드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서하손이 상처를 살피려고 다가서자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저어 막았다.


"나중에 합시다.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이븐이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서희에게 속삭였다.


"사흘이면 나을 상처로 한 달을 고생시킨다 했지?"


서희는 웃을 힘도 없었다.


"네 제자가 너를 죽이려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뭘 그러느냐? 이번에도 거짓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븐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자, 그건 그렇고. 장석 이 어리석은 녀석아! 아직도 진짜 적이 누군지 모르겠느냐? 이놈들은 네가 이 아이를 품을 그릇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고도 너에게 팔았다. 돈만 챙기고는 이제 이 아이를 죽이려고 이렇게 몰려든 것이다. 자, 봐라!"


이븐이 서희의 몸을 덮고 있던 겉옷을 걷었다. 온통 피투성이였다. 서희의 피는 한 방울도 없었고, 이븐과 지하드의 피가 묻었을 뿐이지만 장석이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장석이 놀라 눈을 부릅뜨는데 이븐이 쐐기를 박았다.


"이게 다 저 마 아무개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모르긴 해도 저놈들은 화적과 해적이 한 판 제대로 붙어 둘 다 크게 상하기만을 기대하고 있을 게다. 저놈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테냐? 그 머리로 답을 못 찾겠거든 똑똑한 네 오른팔에게 한 번 물어봐라."


이미 신도문에 대한 분노로 몸을 떨고 있던 장석은 이븐의 말대로 참모를 돌아보았다. 도둑놈도 사람은 사람인지라, 가뜩이나 은혜를 입은 이븐에게 칼을 들이대야 하는 상황이 난처해 죽을 지경이었던 참모는 신이 나서 이븐을 거들었다.


"저 음흉한 신도문 놈들을 믿은 게 잘못입니다. 일단 저놈들을 도륙을 내고 그 연후에……"


참모는 차마 말을 맺지 못하고 서희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연후에 서희를 탈환하든 말든 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게다가 저렇게 큰부상을 입었다면 치료할 수 있는 건 이븐밖에 없다. 지금 억지로 빼앗아 갈 일이 아니었다.

마침내 장석이 결심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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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4) <3권 끝> +2 14.05.02 507 5 33쪽
74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3) 14.05.02 433 5 16쪽
73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2) +2 14.05.02 447 4 25쪽
72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1) 14.05.02 434 4 20쪽
71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0) 14.05.02 336 5 27쪽
70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9) 14.05.01 453 4 26쪽
69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8) 14.05.01 420 5 35쪽
68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7) 14.05.01 428 4 13쪽
67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6) 14.05.01 405 6 25쪽
66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5) 14.05.01 416 4 13쪽
65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4) 14.05.01 483 8 14쪽
64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3) 14.05.01 464 6 24쪽
63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2) 14.05.01 447 5 13쪽
62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 14.05.01 610 7 20쪽
61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6) +2 14.05.01 506 4 20쪽
60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5) 14.05.01 462 8 24쪽
59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4) 14.05.01 503 5 14쪽
58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3) 14.05.01 372 5 17쪽
57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2) 14.05.01 434 4 15쪽
56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1) 14.05.01 433 7 11쪽
55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7) 14.05.01 343 6 25쪽
54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6) 14.05.01 263 6 19쪽
53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5) 14.05.01 450 7 18쪽
52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4) 14.04.30 363 6 17쪽
51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3) 14.04.30 461 4 18쪽
50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2) 14.04.30 307 6 18쪽
49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1) 14.04.30 665 3 17쪽
48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6) 14.04.30 332 5 19쪽
47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5) 14.04.30 504 5 20쪽
46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4) 14.04.30 436 4 19쪽
45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3) 14.04.30 424 5 15쪽
44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2) 14.04.30 263 7 12쪽
»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1) 14.04.30 472 7 24쪽
42 [2권-희대의 사기극] 3. 신의 검 (2) 14.04.30 394 8 14쪽
41 [2권-희대의 사기극] 3. 신의 검 (1) 14.04.30 246 6 11쪽
40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5) 14.04.30 421 5 24쪽
39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4) 14.04.30 366 6 14쪽
38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3) 14.04.30 307 6 16쪽
37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2) 14.04.30 320 6 23쪽
36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1) 14.04.30 304 4 21쪽
35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4) 14.04.30 356 6 7쪽
34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3) 14.04.30 341 4 14쪽
33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2) 14.04.30 455 5 21쪽
32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1) 14.04.30 469 7 13쪽
31 [1권-안강의 난] 5. 산 물고기 (2) 14.04.30 432 5 15쪽
30 [1권-안강의 난] 5. 산 물고기 (1) 14.04.30 307 9 21쪽
29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9) 14.04.30 467 7 14쪽
28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8) 14.04.30 341 7 24쪽
27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7) 14.04.30 418 7 12쪽
26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6) 14.04.30 308 6 11쪽
25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5) 14.04.30 407 6 15쪽
24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4) 14.04.30 448 6 11쪽
23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3) 14.04.30 374 5 16쪽
22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2) 14.04.29 402 7 15쪽
21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1) +1 14.04.29 538 7 20쪽
20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4) 14.04.29 570 4 18쪽
19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3) 14.04.29 550 6 22쪽
18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2) 14.04.29 406 9 15쪽
17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1) 14.04.29 535 8 13쪽
16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7) 14.04.29 370 9 16쪽
15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6) 14.04.29 513 7 14쪽
14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5) 14.04.29 345 6 25쪽
13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4) 14.04.29 515 8 18쪽
12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3) 14.04.29 559 9 17쪽
11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2) 14.04.29 569 12 10쪽
10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1) +2 14.04.29 690 12 10쪽
9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9) 14.04.29 495 11 8쪽
8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8) 14.04.29 606 13 9쪽
7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7) 14.04.29 653 13 9쪽
6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6) +2 14.04.29 547 13 8쪽
5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5) 14.04.29 682 11 8쪽
4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4) 14.04.29 598 11 8쪽
3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3) 14.04.29 849 14 10쪽
2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2) 14.04.29 1,246 14 8쪽
1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1) 14.04.29 2,223 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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