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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시우(時雨)
작품등록일 :
2012.12.15 05:44
최근연재일 :
2014.05.02 02:28
연재수 :
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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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36
추천수 :
522
글자수 :
570,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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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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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3)

DUMMY

신도문은 임초서 등을 발견하고 백 보 앞에서 더 다가오지 않았다. 마충천은 상담이 이미 해영과 만난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라고 여겼다.. 상담과 해영이 비록 무예가 출중하다고 하나 검술이 출중한 제자 아홉을 대동한 자신이 밀릴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범계만 없다면 말이다.

마충천은 상담을 먼발치에서 한 번 본적이 있었기 때문에 해영과 키가 비슷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보기에도 나머지 한 명은 그 둘보다 작았다.


"범계라는 놈이 덩치가 저렇게 작더냐?"


제자들은 마충천의 물음에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도 범계를 직접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옥상정과 김태용도 범계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 다만 풍문에 따르면 키가 어지간히 크다는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얼굴이 흑인처럼 검다고 들어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제자들이 마충천에게 각자 알고 있는 바를 고하자 마충천은 나머지 한 명이 상담의 부관쯤 되나 보다 여기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범계와 다른 해적들이 어디 숨어있을지도 모르고, 또 상담의 명성이 워낙 자자하다 보니 섣불리 나서기가 꺼려졌다. 객점에서 본 해영은 입맛 살았지 그리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나, 그 역시 이름이 이름인지라 신경이 쓰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만일 서희가 독한 마음을 먹고 저들에게 가세하기라도 한다면 그땐 정말 큰일이었다.

마충천은 범계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게 바로 조금 전인데, 없다는 걸 알자 또 다른 걱정거리를 찾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 역시 무학에 뜻을 둔 사람으로서 눈앞의 상대가 얼마나 위험한 자들인지 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머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핑계를 찾았다.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는 자는 그것이 핑계라는 사실을 모르는 게 보통이다.


- ‘서희 년은 아마 나서지 않을 것이다. 나선다 해도 살수는 쓰지 않을 테니 제자 한 명으로 막을 수 있다. 저 부장도 그리 대단해 보이진 않으니 제자 하나면 충분하다. 해영에게는 일단 제자 셋을 붙이고, 내가 넷을 이끌고 상담을 친다. 해영과 상담, 둘 중 하나가 예상보다 더 난적이라 해도 먼저 처치한 쪽이 가세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승산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신도문이 먼저 해적을 치는 꼴이 되는 게 문제였다. 자기가 상담을 치고 장석이 해영을 치는 그림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 ‘그 바보가 여기까지 찾아올 리 없지. 그러고 보니 저놈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새 여기까지 도망친 거지?’


마충천이 그런 생각에 빠져 사람을 보내 장석을 불러올까 고민하고 있는 동안, 반대편에서는 다가오지도 물러서지도 않는 신도문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었다.

가란자가 입을 열었다.


"범계라는 자를 두려워하는 눈치군요."


서희의 눈이 동그래졌다.


"귀도 눈만큼이나 밝으신가 봅니다."


세 남자가 큰 소리로 웃었다. 가란자가 미소를 지으며 설명하려는데 이븐이 말을 가로챘다.


"눈과 귀뿐이 아니야. 이 녀석은 냄새도 잘 맡지.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밤새 우리 흔적을 쫓을 수 있었겠어?"


서희가 그 말을 그대로 믿으려 하자 가란자는 무슨 사냥개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영 불쾌했다. 그가 재빨리 입술을 읽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쳇. 재미없는 녀석이군."


이븐이 불만을 터뜨렸지만 서희는 아까보다 더 놀란 표정이었다. 타고난 시력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 입술을 읽고 말을 이해하는 건 훈련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서희는 당면한 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듯 가란자에게 그 기술을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가란자가 그냥 평소에 대화를 할 때 입술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면 어느 순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하자, 서희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이븐이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다가 다시 화제를 돌렸다.


"범계라. 들어 본 이름이다. 해영의 오른팔쯤 되는 것 같던데…… 놈들이 상 영감의 얼굴은 아는 듯하니 네가 범계 행세를 해 볼 테냐?"


가란자가 고개를 저었다.


"범계라는 자는 지하드 님 못지않은 거한인 듯한데요. 얼굴도 흑인처럼 검다고 합니다."


임초서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네놈이라도 말은 부풀릴지언정 이 아이 몸은 부풀릴 수 없겠지?"

"그러게요. 그런데 놈들이 범계를 두려워하고 있다면 해적을 적으로 돌릴 각오를 했다는 뜻이겠군요."


임초서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신도문은 관의 위임을 받아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세(勢)가 부족하여 손을 쓰지 못했을 뿐, 기회가 된다면 해적을 치는 게 당연하지."


이븐이 딱하다는 듯 물었다.


"저들이 폭열단과 손을 잡은 건 알고 계십니까?"

"그럴 리가. 네가 잘못 안 게지."


임초서는 그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이븐이 한쪽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세가 약한 신도문이 해적을 친다면, 제가 두 눈으로 신도문과 폭열단이 손을 잡는 현장을 보지 않았더라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뭐, 어쨌건 그건 곧 밝혀지겠지요. 더 이상한 건 저놈들이 영감님이 저와 함께 있는 걸 보고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는 거죠."


그 점은 임초서도 마음에 걸렸다.


- ‘만에 하나라도 신도문이 나를 적으로 여기고 있다면, 그건 송연국의 사신이 벌써 오한에 와서 나의 소환을 요청했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관군까지 움직이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마마와 함께 있다면 이대로 내빼면 그만이겠지만 그럴 수도 없으니 정말 낭패로구나.’


임초서는 최악의 상황만 아니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그때 이븐이 최선의 행동을 제안했다.


"저쪽에도 가란자가 있다면 눈싸움이라도 하겠지만, 이 거리에서 멍하니 서 있어봤자 좋을 게 없겠습니다. 시간을 주면 적의 수만 늘겠지요. 공주님을 찾으러 가려면 어차피 뚫어야 할 길이니, 저쪽에서 오지 않겠다면 우리가 가도록 하지요."


누가 듣기에도 최선의 수였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짐을 챙겨 말에 올랐다. 영리한 흑마는 부르기도 전에 먼저 주인을 태우러 터벅터벅 걸어왔다. 이븐이 입을 쩍 벌렸다.


"어이, 인마. 왜 걔한테 가냐? 주인한테 와야지! 정신차려 인마!"


서희는 흑마가 자기를 먼저 태우러 오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훌쩍 말 위로 뛰어오르며 말했다.


"이 아이는 둘을 태우고도 하늘을 날듯이 달릴 수 있지. 못 믿겠으면 나와 함께 백 보만 가보자."


이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서희 등 뒤로 몸을 날렸다.


"내 참. 수놈이면 그래도 이해하겠다만 이건 암놈이거든? 간밤에 별이 하나 지더니 그게 내 별이었나 보다. 이젠 말까지 날 무시하네."


임초서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아마 천벌일 게다. 자, 더 지체하지 말고 어서 가자."


임초서와 가란자가 말을 달리자 그 뒤를 흑마가 산보하듯 유유히 따랐다. 서희는 몸을 숙여 흑마의 목을 끌어안고 갈기에 뺨을 묻었다. 이븐은 피식 웃으며 벌써부터 신도문의 말 중 어느 놈을 빼앗아 탈까 고르기 시작했다.

서희가 살짝 고래를 돌리며 말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네가 마 장로를 속여 피를 흘리지 않으려 한다면 막진 않겠다. 그러나 그 앞이라고 해서 내가 거짓으로 네게 예를 갖추기를 기대하진 말아라."


이븐이 길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알았다. 거짓말은 한마디도 안 할 테니 보고만 있어라."


서희는 만족한 듯 다시 얼굴을 갈기 속에 파묻었다.

한편 수적으로 열세인 상대가 갑자기 거침없이 다가오자 마충천은 깜짝 놀라 사방을 살폈다. 적의 증원군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게 오히려 더 당황스러웠다. 적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임초서와 가란자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마충천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가, 임초서가 말에서 내려 예를 취하자 자기도 얼떨결에 말에서 내려 답례했다.


"오한의 객장 상담이 신도문을 뵙습니다."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신도문의 마충천이라고 합니다."

"마 대인이셨군요. 헌데 무슨 연유로 저를 찾으신 겁니까?"


마충천의 첫 번째 목적은 해영과 서희가 아니라 상담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와 예를 갖추며 문답을 나누자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장군을 따른 게 아니라 신도문의 명예를 더럽힌 계집 하나를 찾으러 왔습니다. 사문의 일이오니 장군께서는 잠시 한눈을 감고 못 본 체 해주시지요."


마침 뒤따라온 이븐이 말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아이를 말씀하시나 본데, 아까 제가 장석에게 이 아이를 사는 걸 보시지 않았습니까? 굳이 버릇을 가르쳐 주실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자, 보시지요. 이렇게 고분고분하지 않습니까? 서희야, 장석이 네 주인이냐?"


서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 주인은 나다. 그렇지?"


서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븐이 흡족한 표정으로 마충천을 향했다.


"자, 보십시오. 제가 이 아이를 불쌍히 여겨 노예 문서를 돌려주며 놓아 주려 했는데도 받지 않고 저를 주인이라 부르더군요."


이븐이 문서를 돌려주려 할 때 한 번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자기 전에 “주인놈아”라고 불렀으니 그 또한 거짓은 아니었다.

이븐이 서희의 정수리를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밤이 되니 이 아이가 훨씬 더 예뻐지더군요. 간밤에 아주 한숨도 못 잤답니다. 해가 중천에 뜨고야 눈을 떴는데, 글쎄 이 아이가 제 잠자리를 살피고 어디서 먹을 것까지 구해다 바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는 말하는 것 하나하나가 어찌나 영특한지, 평생 이 아이를 떠나지도 떠나 보내지도 않으리라 마음속으로 굳게 맹세했답니다."


서희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이븐이 따뜻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되니 더 예뻐졌다는 말은 서희가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예뻐 보이는 아이인데다가, 객점에서는 서희에게 집중할 수 없었고, 말을 타고 달리는 동안에는 정수리밖에 볼 수 없었으니 이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말이지만 이븐이 간밤에 한숨도 못 잔 것도 사실이었다. 바위에 기대 잠든 이븐의 등에 서희가 털방석을 받쳐주고 겉옷을 덮어준 것도, 먹을 것을 구해온 것도 모두 사실이다. 그리고 이븐의 눈은 마지막 한 마디도 결코 거짓이 아님을 웅변하고 있었다. 자기가 그렇게 맹세했다는 데야 서희가 간섭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서희가 눈을 감고 쓴웃음을 지으며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저었다. 공언한 대로, 거짓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마충천의 명분을 없애 버린 언변에 감탄하는 동작이었지만, 그 쓴웃음마저 아름다웠기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낯 간지러운 고백을 듣고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은 여인이 민망해하며 짓는 미소처럼 보였다. 계산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마충천을 한층 더 궁지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한동안 사랑스런 눈으로 서희의 뒷모습을 내려다보던 이븐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자, 이제 제 노예에게 손을 대려 하시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셨습니까?"


해적을 적으로 돌리겠냐는 의미로 들렸다. 마충천이 대답하지 못하자 이븐이 쐐기를 박았다.


"여기 계신 상담 장군은 저와 인연이 깊습니다. 지금 막 저와 함께 홍강항으로 가 큰일을 도모하려는 참이지요. 하실 말씀이 없으면 이만 길을 비켜주십시오."


임초서는 마충천이 오해할까 봐 한 마디 보태려 했으나, 딱히 할 말도 없었고 해영의 본거지에서 찾아가 화란을 찾을 생각이었으니 거짓말도 아니었다. 임초서는 이게 다 이븐이 하는 일이니만큼 뭔가 이유가 있으려니 생각하고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으로 마충천은 자기 생각이 옳았다고 확신했다. 관이 해적과 손을 잡고 신도문과 폭열단을 견제, 혹은 소탕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감히 관군에 대적할 수는 없으나 지금이라면 아직 기회가 있었다. 보는 눈이 하나도 없을 때, 중책을 맡은 상담과 해적의 수괴를 없애버린다면 상황을 크게 반전시킬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마충천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상 장군께 개인적인 원한은 없으나, 뜻하는 바가 다르니 너무 원망하지 마십시오."


임초서는 마충천이 입을 열기 전부터 그의 살기를 느꼈지만 아직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치안을 책임져야 할 신도문이었기에 해적과 연이 있는 객장을 치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븐이 임초서의 생각을 모를 리 없었다. 그가 짐짓 노기를 띠며 말했다.


"끝내 이 아이를 빼앗아 폭열단 놈들에게 진상하겠다는 것이냐?"


마충천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라. 그 머저리가 알면 나도 피곤해지니까 저년은 네 곁에 묻어주마. 나란히 땅속에 누워 영원히 떠나지도 떠나 보내지도 말아라."

"신도문이 산적 놈들의 밑이나 핥으며 나라를 팔려 하는구나! 윤진인이 아시면 땅을 칠 일이다!"


그 말에는 마충천도 화가 치밀었다.


"뭐라? 해적 나부랭이가 어디서 감히 사조님을 함부로 입에 담느냐? 신도문이 비록 화적과 화의를 맺긴 했으나 그게 다 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지하에서 지켜보거라!"


마충천이 도발에 걸려들자 이븐이 임초서에게 냉소를 보냈다.


"보셨습니까? 신도문이 이런 놈들입니다. 이 아이만 아니면 폭열단보다 먼저 쓸어버리고 싶을 정도니까요."


임초서가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며 길게 탄식했다. 마충천은 방금 임초서를 치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 했다. 오한이 여목희의 칙서에 굴복한 것이 틀림없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게다가 관군과 신도문 만으로도 모자라 화적까지 동원했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사실 이븐은 아직 거기까지는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임초서로 하여금 신도문이 관군의 대리인이 아니라 화적 떼와 다름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지 않으면 임초서 성격에 자기가 은혜를 입은 나라의 치안을 담당하는 자들을 칠 리가 없었다.

세 사람이 품은 생각은 각기 달랐지만, 이제 일전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만은 일치했다. 그리고 이 10 대 4의 싸움은 셋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만 시작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븐이 말에서 훌쩍 뛰어내리며 말했다.


"너는 쉬고 있어라. 험한 일은 원래 주인이 하는 거니까."

"그래야 착한 주인이지."


서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이븐이 소리 내어 웃었다.

이븐은 서희에게 사질과 그 제자들을 베게하기 싫었을 뿐이지만, 서희는 이미 그런 데 얽매이지 않았다. 그저 검도 갖고 있지 않거니와, 임초서와 이븐을 보니 굳이 자기가 나설 필요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서희가 나서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마충천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눈짓으로 가란자에게 제자 둘을 붙였다. 그리고 해영에게 셋, 상담에게 자신을 포함해 다섯이 달려들도록 편제를 나눴다.

이븐이 그의 눈짓과 제자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왜 나한테 셋이고 이 녀석한테 둘이냐? 다시 잘 생각해 봐라. 우리에게 날쌘 놈으로 하나씩 붙여 시간을 벌게 하고 이 영감님한테 여덟 명이 달려들어 단번에 끝내야 한다. 그게 너희가 노릴 수 있는 유일한 승기다."


마충천이 냉소를 지으며 뭐라 말을 하려는 데 누군가 끼어들어 입을 막았다.


"어르신께 짐을 다 떠넘기려 하다니, 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겠다."


스물여덟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이븐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얼굴빛이 검은 남자가 소리도 없이 신도문의 등 뒤에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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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4) <3권 끝> +2 14.05.02 508 5 33쪽
74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3) 14.05.02 433 5 16쪽
73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2) +2 14.05.02 448 4 25쪽
72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1) 14.05.02 434 4 20쪽
71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0) 14.05.02 336 5 27쪽
70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9) 14.05.01 453 4 26쪽
69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8) 14.05.01 421 5 35쪽
68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7) 14.05.01 428 4 13쪽
67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6) 14.05.01 405 6 25쪽
66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5) 14.05.01 417 4 13쪽
65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4) 14.05.01 484 8 14쪽
64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3) 14.05.01 464 6 24쪽
63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2) 14.05.01 447 5 13쪽
62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 14.05.01 610 7 20쪽
61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6) +2 14.05.01 506 4 20쪽
60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5) 14.05.01 463 8 24쪽
59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4) 14.05.01 503 5 14쪽
58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3) 14.05.01 373 5 17쪽
57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2) 14.05.01 434 4 15쪽
56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1) 14.05.01 434 7 11쪽
55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7) 14.05.01 343 6 25쪽
54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6) 14.05.01 264 6 19쪽
53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5) 14.05.01 450 7 18쪽
52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4) 14.04.30 364 6 17쪽
51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3) 14.04.30 461 4 18쪽
50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2) 14.04.30 307 6 18쪽
49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1) 14.04.30 665 3 17쪽
48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6) 14.04.30 332 5 19쪽
47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5) 14.04.30 504 5 20쪽
46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4) 14.04.30 437 4 19쪽
45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3) 14.04.30 424 5 15쪽
44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2) 14.04.30 263 7 12쪽
43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1) 14.04.30 472 7 24쪽
42 [2권-희대의 사기극] 3. 신의 검 (2) 14.04.30 394 8 14쪽
41 [2권-희대의 사기극] 3. 신의 검 (1) 14.04.30 246 6 11쪽
40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5) 14.04.30 422 5 24쪽
39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4) 14.04.30 366 6 14쪽
»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3) 14.04.30 308 6 16쪽
37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2) 14.04.30 320 6 23쪽
36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1) 14.04.30 305 4 21쪽
35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4) 14.04.30 356 6 7쪽
34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3) 14.04.30 341 4 14쪽
33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2) 14.04.30 455 5 21쪽
32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1) 14.04.30 469 7 13쪽
31 [1권-안강의 난] 5. 산 물고기 (2) 14.04.30 433 5 15쪽
30 [1권-안강의 난] 5. 산 물고기 (1) 14.04.30 307 9 21쪽
29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9) 14.04.30 468 7 14쪽
28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8) 14.04.30 341 7 24쪽
27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7) 14.04.30 419 7 12쪽
26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6) 14.04.30 309 6 11쪽
25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5) 14.04.30 407 6 15쪽
24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4) 14.04.30 448 6 11쪽
23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3) 14.04.30 374 5 16쪽
22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2) 14.04.29 402 7 15쪽
21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1) +1 14.04.29 538 7 20쪽
20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4) 14.04.29 570 4 18쪽
19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3) 14.04.29 550 6 22쪽
18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2) 14.04.29 406 9 15쪽
17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1) 14.04.29 535 8 13쪽
16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7) 14.04.29 370 9 16쪽
15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6) 14.04.29 513 7 14쪽
14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5) 14.04.29 346 6 25쪽
13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4) 14.04.29 516 8 18쪽
12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3) 14.04.29 559 9 17쪽
11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2) 14.04.29 570 12 10쪽
10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1) +2 14.04.29 691 12 10쪽
9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9) 14.04.29 495 11 8쪽
8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8) 14.04.29 607 13 9쪽
7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7) 14.04.29 653 13 9쪽
6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6) +2 14.04.29 547 13 8쪽
5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5) 14.04.29 682 11 8쪽
4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4) 14.04.29 598 11 8쪽
3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3) 14.04.29 849 14 10쪽
2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2) 14.04.29 1,246 14 8쪽
1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1) 14.04.29 2,224 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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