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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時雨)
작품등록일 :
2012.12.15 05:44
최근연재일 :
2014.05.0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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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0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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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6)

DUMMY

* * *


카잔은 평범한 대장장이의 아들이었다.

마그니토는 전통적으로 대륙에서 유일하게 일자로 뻗은 양날검을 고집했다. 다른 곳에서는 만들지를 않으니 수입해 올 수도 없어서 자연히 대장장이의 수요가 많았다. 곡률이 없고 무거운 양날검은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많이 필요했다.

양날검은 또한 크고 무거워서 다루기도 어려웠다. 마그니토가 그 검을 고집한 이유는 그것이 전쟁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고수를 키워내기는 어렵다. 평범한 사람은 한 사람만 베도 검 날이 상하고 이빨이 빠져버린다. 갑옷을 입은 상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양날검의 모양과 무게는 그런 약점을 보완한다. 한쪽 날이 상해도 반대편 날이 남아있으니까. 또 모든 병사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검술을 익히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근력을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것이 휘 제국 유일의 전장 마그니토만의 대안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그니토는 철을 제련하고 무기를 만드는 데는 대륙에서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공업 도시가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2천여 년 전 신대륙에서 거대 화산이 폭발한 이후로 대기의 성분이 바뀌어서 급격한 연소, 즉 폭발이라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화석 연료도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쇠를 녹일 정도로 온도를 높이는 것도 지상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우랄산맥 곳곳에 남아있는 고대의 폐 탄광은 철을 제련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지하 깊숙한 곳에서는 그래도 온도가 더 쉽게 올라가고, 때로는 인화성 물질이 폭발을 일으키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화약과 화석연료가 무용지물인 이 세상에서 마그니토는 세계 최강, 최대의 군수물자 생산지였다.

카잔의 아버지는 뛰어난 대장장이는 아니었다. 일자리를 찾아 흘러들어와 유명한 대장장이의 견습생으로 들어가 정착한 사람이었다. 그곳에서 카잔의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고 독립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카잔의 어머니는 외아들이 열세 살이 되던 해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그니토 회합이 있었던 해였다.

그 이듬해, 아버지 또한 작업장으로 할당받은 탄광 깊숙한 곳에서 사고를 당했다. 고생만 하다 세상을 등진 아내에게 바칠 필생의 역작을 만들다가 인화성 기체가 발화하여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의 작업장에서 발견된 작품 중에서는 쓸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카잔은 그나마 어디 가서 검이라고 내놓을만한 유일한 작품을 아버지의 유품으로 받아 들었다. 아버지가 목숨과 함께 어머니께 바친 그 검은 결코 명검이라 할 수 없었다. 검을 명검으로 만드는 것은 아들의 몫이었다. 카잔은 세상 어떤 보검을 든 상대를 만나도 그 검을 들고 꺾을 수 있도록 무예를 갈고 닦았다. 불과 스물다섯의 나이에 이븐이 한 수 접을 정도로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러한 애절하고도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부부가 생과 사를 바쳐 연마한 것은 투박한 양날검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하나뿐인 아들, 한 사람의 왕이었던 셈이다.

카잔은 여전히 아버지의 유품을 지니고 다녔으나 아버지의 유산이 더욱 화려하게 빛나기를 원했다. 마그니토에서 생산되는 모든 철기에 새겨지는 ‘세프첸코’라는 각인은 대장장이였던 그의 아버지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은 곧 왕의 이름이기도 했다. 마그니토는 요새도시에서 공업도시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었다.


“창 날에 왕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빼앗은 창으로 모닥불을 뒤집던 가란자가 입을 열었다. 깍지를 낀 손을 베개 삼아 한쪽에 누워있던 지하드가 냉소를 지었다.


“벌써 왕을 신성화(神聖化)하는가? 황제라도 된 것 같구나. 과연 관리가 썩을만한 물이다.”


가란자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2년 전 일에 원한을 품었다 해도 이상할 게 없겠습니다. 선왕 폐하의 반만 되는 그릇이었어도 이렇진 않았을 텐데요.”

“그분은 진정 괴물이었지……”


지하드는 눈을 감고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운이 조심스레 물었다.


“2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가란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지하드 님께서 청성왕을 거의 죽일뻔 하셨지요.”


지운은 깜짝 놀라며 지하드를 쳐다보았다. 지하드가 눈을 감은 채로 혀를 차며 가란자의 말을 정정했다.


“나는 이븐을 죽이려 했을 뿐이다. 다친 청성왕에게 치명상을 입힌 건 이븐이었어.”


지하드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마치 이제 생각이 났다는 듯 지운을 보며 덧붙였다.


“이븐이라는 자가 지금은 해영이라네. 그날 이후로 이름을 고쳤지.”


지운이 이제 알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란자는 둘 사이의 오해가 이미 풀렸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지하드가 제 입으로 꺼내기는 했지만 그 앞에서 이븐이라는 이름을 여러 번 입에 담아서 좋을 게 없었다.

지하드는 가란자가 입을 열지 않자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


“청성왕의 사람됨을 신뢰할 수 없으니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겠다.”


가란자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계책을 생각할 때의 지하드는 천상 이븐의 제자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말투와 사고방식이 모두 그랬다.

처음에는 아무리 봐도 지하드가 이븐보다 대여섯 살은 위인 것 같아 둘이 사제간이라는 이야기를 믿지 않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다. 이제는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사부를 모신 지하드의 그릇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가란자는 상대가 누구든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우는 그 자세야말로 지하드에게 배워야 할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실없는 웃음도 가셨다.

가란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청성왕을 해치러 온 자객이라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최악의 경우겠죠?”


지운이 대답했다.


“오해는 풀면 그만입니다. 허나 상대가 진실에 귀를 열 용의가 없다면 그게 최악의 경우겠지요.”


가란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하나 더 있군요. 안전한 감옥에 갇혀 있다 보니 그 괴상한 자객을 잊고 있었습니다.”


지하드가 대답했다.


“자객 자체는 위협적이지 않다. 움직임을 이미 파악했으니까. 문제는 그들이 누구며, 왜 우리를 치려 하는가 하는 것이지. 그걸 모르면 대처 방법을 찾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가란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저는 자객 자체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칼이 몸에 박히기 전에 그 존재를 알아차리려면 눈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어찌나 신경이 곤두서는지 자객을 만나기도 전에 지쳐 쓰려질 지경입니다.”


지하드와 지운은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 그들도 어느새 길에서 누군가를 마주칠 때마다 눈에 초점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피는 버릇이 들어 있었다.

세 사람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사실 답은 이미 나와있었으나 그 답을 자기 입으로 꺼내기가 서로 껄끄러웠던 것이다.

엉뚱한 혐의까지 뒤집어쓴 데다가 청성왕을 신뢰할 수도 없는 지금 굳이 그를 만날 이유가 없었다. 지운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하드로서도 서희도를 위해 목숨까지 걸 의리는 없었다. 다만 자기 입으로 뱉은 말, 가란자가 청성왕을 만날 때까지 그의 검이 되어 주겠다던 장담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게다가 가란자에게는 청성왕을 만나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결단은 가란자가 내려야 했다. 영민한 가란자는 지하드가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까 두려워 조마조마했으나, 지하드가 입을 다물고 말을 않자 곧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억지로 정인에게서 멀어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 그게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상황에서 무리하게 청성왕을 만나려 한다는 것은 정인을 만나기 위해 떼를 쓰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혼자라면 모를까 괜히 지하드와 지운까지 물고 늘어질 수는 없었다.

가란자가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신음했다.

지하드는 애써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가란자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지운은 그들에게 뭔가 다른 사연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굳이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

다시 한참이 지나자 가란자의 호흡이 점차 안정되어 갔다.


- ‘군을 이끌 때도 다소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내 일은 내 일일 뿐만 아니라 스승님의 명을 받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군을 함정일지도 모르는 곳에 발을 들이게 할 수는 없지. 우리 셋을 하나의 군이라 한다면 갈 곳이 사지(死地)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할 척후로는 내가 가장 적당하다. 큰 전력도 아니고, 또한 목숨을 걸 이유가 있는 것 또한 나뿐이니까.’


문제는 두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느냐였다. 이들의 성격상 가란자 혼자 적진으로 들어가게 내버려 둘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가란자가 이븐이 아닌 이상 화려한 언변으로 이치를 따져 그들을 설득할 생각은 품을 수도 없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게 최선이었다.

마침내 가란자가 입을 열었다.


“제가 혼자 가서 투항하겠습니다.”


지운이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번갈아 살폈다.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지하드는 곧바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지운은 의형이 아끼는 제자를 사지로 보내려 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가란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투항하면 추격도 느슨해질 것입니다. 두 분의 신병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저를 해치지도 않을 것이고요. 오해를 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개죽음당할 수도 있다.”


지하드가 누운 채로 내뱉었다. 눈을 감은 지하드에게 보일 리도 없는데 가란자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의지를 다졌다.


“스승님의 당부는 제게 군령이기도 합니다. 장수가 명을 받아 목숨을 바치는 일에 어찌 거리낌이 있겠습니까?”

“네 스승님께서는 네게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이르셨다.”


가란자는 말문이 막혔다. 지하드는 가란자에게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것인지 확인하는 중이었지만 가란자는 설득에 실패했다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지하드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가란자가 확신도 없이 정인을 보고 싶은 욕심에 한 번 고집을 피워봤을 뿐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가 기각되었다.


“청성왕을 만날 때까지 내가 네 검이 되어 주겠다 약속했다. 네가 감히 내가 뱉은 말을 스스로 저버리게 만들 셈이냐?”


가란자는 뜻밖의 말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으나 곧 연기가 들어간 것처럼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지운은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하며 미소를 지었다. 의형이 제자를 혼자 사지로 보낼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하드는 자신이 뱉은 말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가란자의 마음이야 모르는 바 아니나 지금은 청성왕을 만나려 들지 않는 게 정답이었다. 가란자를 위해서도 그랬다. 사실 그는 묘향이 이미 카잔의 여자가 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왕이, 그것도 성군의 색깔을 잃어버린 왕이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도 생각지도 않았던 말을 내뱉어버린 지하드는 그 이유를 깨닫고 갑자기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 ‘내가 헤아린 것이 저 꼬마의 마음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아우의 마음이었구나!’


그의 생각은 옳았다.

지운이 결코 작은 의(義)를 위해 큰 의를 저버리는 자는 아니다. 그러나 지운은 의의 크고 작음을 가늠하는 기준이 달랐다. 복수를 하고, 나라를 세우고, 야망을 펼치는 것은 그에게 오히려 작은 의였다. 의리와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순수한 소년에게 한목숨 보태주는 것이야말로 진정 세상을 바꾸는 작은 한 걸음, 바로 지운이 대의(大義)를 추구하는 길이다.

지하드의 무의식은 지운의 형을 자처하는 자신이 동생의 덕에 미치지 못해서야 얼굴이 서지 않는다 여기고 있었다. 지운이 지하드에게 조금 실망한다 해서 태도가 변하지야 않겠지만, 지하드는 자신이 지운을 존경하는 만큼 그 또한 지운의 존경을 받을 만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었다.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친구를 가진 자는 이미 다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떠난 후에야 사랑을 깨닫듯, 인간은 자기가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에 모든 사고를 빼앗기는 욕망의 동물이다.

지하드의 웃음소리에는 씁쓸함이 아니라 호탕함만이 가득했다. 모든 걸 가진 자의 행복한 웃음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하루에도 일곱 번씩 마음이 변하는 존재다. 그 마음이 끝까지 유지되었다면 역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그가 아예 그런 마음을 먹지 않아 그날 카자흐 연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대군(大軍)이 격돌하는 전장에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경험하는 이러한 사고(思考)의 모험이 역사를 써내려 가는 진정한 사관(史官)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모험의 당사자들은 각자 그 웃음에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며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행복을 온기(溫氣)에 비유하는 것은 내버려 두면 곧 식어버리기 때문이다.


“발소리죠?”

“발소리지.”

“크게 웃으신다 했습니다.”


가란자가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지운이 고개를 저었다.


“물러서십시오. 숲 속에서 저렇게 거침없이 나아가는 군대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산적들도 표적에 닿기 전까지는 소리를 죽이는 법이지요.”


가란자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자객이군요.”


지하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러서지 마라. 달이 없으나 모닥불이 있으니 움직임을 볼 수 있을 게다. 오직 눈으로만 상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별것 아닌 놈들이다.”


가란자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지운은 지하드가 가란자에게 또 한 번 성장할 기회를 주려는 걸 알았다. 그리고는 가란자를 너무 무시했다는 생각에 얼굴을 붉혔다.


“소협께 실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지운은 그렇게 말하며 좌정하고 삿갓을 깊이 눌러썼다. 뒤늦게나마 그의 실력을 믿고 목숨을 맡겨 진심을 전하겠다는 의미였다.

지하드와 가란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마주 보고 눈만 껌뻑이다가 이내 그 뜻을 깨닫고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우님은 그렇게 요령이 없어서 어떻게 여태까지 목숨을 부지했는가?”

“이러지 마십시오, 숙부님. 제 목숨 하나 바치는 일이야 뭐 어렵겠습니까만 제가 부족하여 숙부님께 해가 될까 두렵습니다.”

“그래. 어서 일어나게. 괜히 이 아이 손발만 어지러워지겠네.”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 지운도 마지못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수풀을 헤치고 발소리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보아 객점에서 만났던 자객들과 같은 종류가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때와는 이야기가 전혀 달랐다. 일곱 명이 군대에서 쓰는 커다란 가마솥을 메고 나타난 것이다. 일행은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객들은 일행이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솥을 모닥불 위로 걸고 그 안에 물을 부었다.

참다못한 가란자가 입을 열었다.


“뭐 하는 짓이냐? 그때 일을 사과하는 뜻으로 음식이나 대접하겠다는 거냐?”


지하드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얼굴을 봐라. 대답이 돌아오겠느냐?”


일곱 자객은 벙어리이기 이전에 귀머거리인 듯 가란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하던 일을 끝낸 다음 한쪽으로 물러섰다. 일행은 어찌할 바를 몰라 그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어디 보자. 네가 가란자구나? 너에겐 볼 일이 없으니 저쪽으로 물러서 있거라.”


일행의 시선이 목소리를 쫓았다. 수풀을 헤치고 백발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객점에서 지운의 검술을 보고 박수를 치며 감탄하던 그 노인이었다. 가란자만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때는 정신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노인장이 나를 아시오?”

“내가 너를 어찌 알겠느냐? 그리 짐작할 뿐이지. 세상에 그런 눈깔이 그리 흔한 게 아니다.”


노인은 껄껄 웃더니 이번에는 지하드를 향했다.


“무슨 요구가 그리 복잡한지 말이야. 저 눈깔 벌건 녀석을 놔두고 너만 죽이라니 노부(老夫)가 노구(老軀)를 이끌고 직접 나설 수밖에 도리가 없더구나. 처음엔 성질이 나서 의뢰한 놈부터 잡아 죽일까도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너를 없애야 하지만 내가 기분이 좋으니 오늘은 너도 그냥 보내주겠다. 어서 저 꼬마를 데리고 가 봐라. 이 험한 세상에 보호자 없이 꼬마만 혼자 놔두면 들개가 물어갈지 승냥이가 물어갈지 모르니 그 또한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겠지.”


일행은 화가 나는 것 이상으로 그 저의가 궁금했다. 지하드가 나섰다.


“곱게 늙는 길이 있는데 굳이 노망이 들었구나. 말인즉슨 내 아우를 치겠다는 건데, 그 이유가 무엇이며 저 솥은 또 무엇이냐?”


노인이 가볍게 인상을 찌푸리며 웃었다.


“고놈 말버릇 봐라. 내 보니 너도 곱게 늙기는 틀려먹었다. 하기사, 곱게 죽기 틀린 놈에게 하나마나 한 이야기였구나. 그래, 말해주면 순순히 물러날 테냐?”

“물러나겠느냐?”

“그럼 나도 말 안 해준다.”


가란자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 ‘이븐 선생이라면 저 늙은이를 어떻게 놀려주었을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 이븐을 한 번 흉내내 보기로 했다.


“노인장, 물이 끓으면 목욕물이 너무 뜨거우니 적당할 때 어서 몸을 담그시지요.”


노인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래! 네 놈이 제법 똘똘하구나. 목욕물이지, 목욕물이고 말고. 그런데 저 물에 몸을 담글 사람은 내가 아니고 저 녀석이다.”


노인의 손가락이 지운을 가리켰다. 가란자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


“사람을 삶아 죽이겠다는 거요?”

“그러면 더 좋지만 저놈이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니다. 죽여서 삶아야지.”


지하드도 어이가 없었다.


“내 아우를 삶아서, 그래, 뭐, 먹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노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고기를 삶아서 몸에 바르리?”


지하드와 가란자는 분노를 가누지 못하며 검을 뽑았다.


“네놈을 삶아서 들짐승에게 몸 보시나 하게 해주마!”


노인도 양손에 하나씩 장검을 뽑아들며 큰 소리로 웃었다.


“굳이 험한 꼴을 보려 하는구나. 내 이제껏 의뢰를 받아 실패한 적이 없으나 군자가 작은 일에 얽매여 큰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 좋게 말할 때 오늘은 그만 물러 가거라.”


가란자는 여러모로 어이가 없었다.


“자객이라는 자가 의뢰는 작은 일이고 죄 없는 사람을…… 그리 하는 게 큰 일이란 말이냐?”


그는 차마 지운이 듣는 데서 사람을 삶아서 먹으려 하느냐는 말을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곁눈질로 지운의 표정을 살폈으나 삿갓을 눌러쓰고 있어 알아볼 수가 없었다.

가란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수를 믿고 그리 당당한가 본데, 저 일곱은 내가 혼자 상대해도 충분하니 없는 셈 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네가 감히 이 두 분을 한꺼번에 감당할 수 있을 성싶으냐?”


그 말을 들은 노인이 배를 잡고 웃었다. 가란자는 지하드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데 뜻밖으로 지하드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노인은 지운의 검술을 똑똑히 보았다. 자신을 죽이라는 의뢰를 받았다면 표적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을 터다. 행동거지가 괴팍하다 하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 할 정도는 아니다. 저 괴상한 자객들을 마음대로 부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저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다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지하드도 알 수 있었다.


- ‘저 비릿하면서도 달콤한 냄새는 분명 인도네시아 살모사의 독이다. 몇 마리나 잡아 짜냈는지 검 두 자루가 모두 번들번들하구나.’


근육과 신경에 동시에 작용하는 인도네시아 살모사의 독은 해독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몸에 한 방울만 들어가도 즉사하는 맹독도 제법 있지만 이 독은 차원이 달랐다. 인도네시아 살모사에게 물린 사람은 엄청난 고통과 함께 온몸의 근육이 뒤틀려 척추가 부러진다. 죽은 다음에도 수축은 계속되어 시체는 한참동안이나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끔찍한 소리를 낸다.

그런 사실을 알면 지운은 몰라도 가란자는 크게 위축될 터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알리지 않을 수도 없었다.


“칼에 독이 있다. 스치기만 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가란자는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으나, 지하드가 전갈의 독에 당하다가 멀쩡하게 회복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저 조심하라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노인이 그 생각을 뒤집어 버렸다.


“제법이구나! 전갈 독에 한 번 당했으니 독을 눈치채도 방심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이 독이 귀한 걸 감사하게 여겨라. 남아도는 것이었으면 너는 이미 산 목숨이 아니었을 것이다. 해독제는 나한테도 없으니 살려주고 싶어도 살려줄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물러서지 않으련?”


지하드의 표정을 본 지운과 가란자는 해독제가 없다는 말이 사실임을 알았다.

지운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노인이 빙긋이 웃었다.


“그래. 너는 예의가 바른 놈이지. 그게 좀 마음에 걸린다만, 한 번 말해 보아라.”

“저에게 어떤 원한이 있으신지요?”

“원한? 그런 게 어디 있겠느냐? 너를 언제 봤다고. 나는 네 고기를 취해 그 뛰어난 검술을 취하려 할 뿐이다. 빠르기만 놓고 보면 나보다도 낫거든.”


어이없는 일의 연속이었지만 이번에는 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지하드가 나섰다.


“늙으면 차라리 노망이 드는 게 낫겠다. 이 미친 늙은이야! 새를 구워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느냐?”

“사람과 새가 다른데 고기를 취한다고 하늘을 날 수 있겠느냐? 멍청한 녀석.”


지하드는 말문이 막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가란자가 나섰다.


“숙부께서 예와 의를 아시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했는데, 그건 그 품성을 네가 이어받을까 두려워한 것이냐?”

“저놈이 갑자기 말버릇이 고약해졌구나! 내 너를 살려 보낸다 하더라도 똥구멍에 쇠꼬챙이 하나는 꽂아 주고 말겠다. 그래 이놈아. 저 답답한 성격에 물들까 걱정스럽긴 하다. 그래도 이 노부가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수양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게야.”


수양을 통해 의와 예를 덜어낸다니, 노인은 자기가 말해놓고도 우스운지 한참을 낄낄대며 웃었다.

지운이 한숨을 쉬며 나섰다.


“두 분은 저 일곱을 상대하십시오. 이 자는 제가 맡겠습니다.”


지하드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가 보기에 노인의 이도류(二刀流)는 단칼에 승부를 내는 지운의 무이류에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방어를 버리고 상대보다 먼저 급소를 치는 지운은 자연히 고수를 만나면 자잘한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지하드와 싸울 때도 뺨에 상처를 입었었다. 언뜻 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노인의 검 두 개가 모두 완전히 빗겨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검에는 스치기만 해도 그걸로 끝장인 독이 묻어 있었다.

지운이 웃으며 지하드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설사 오늘 죽는다 하더라도 저자의 뱃속에 들어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해독제가 없다 하니 제가 저 독에 목숨을 잃으면 저를 먹지도 못하겠지요.”


지하드와 가란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자를 상대하다 보니 그런 간단한 이치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그렇게 어리석은 자일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 대책도 없이 나타나 사실을 곧이곧대로 이야기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노인의 표정을 본 지하드와 가란자는 또 한 번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노인은 완전히 허를 찔렸다는 듯 사색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노인은 눈과 입을 굳게 닫고 조용히 심호흡을 했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이 녀석들 데리고 다니느라 연기를 너무 맡았나 보다.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다니……”


그 말을 입밖에 냈다는 것 자체가 아직 정신이 완전히 맑아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지만 아무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노인이 돌아서 한 손으로 지운을 가리키며 부하들에게 말했다.


“저놈이다. 저놈 때문에 너희들이 낙원에서 쫓겨난 거다. 저놈만 죽이면 다시 낙원으로 돌려보내 주마.”


순간 일곱 자객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객점에서 보았던 자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해시시에 길들여진 자들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검객들을 사로잡아 중독시킨, 산노인의 정예라 할 수 있었다.

목표가 정해지자 그들은 순식간에 중독되기 전의 검객으로 돌아갔다. 아니, 전보다 더 무서운 검객들이었다. 약물의 힘으로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근력에다가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검을 휘두르니 한 명 한 명이 지하드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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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4) <3권 끝> +2 14.05.02 507 5 33쪽
74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3) 14.05.02 433 5 16쪽
73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2) +2 14.05.02 447 4 25쪽
72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1) 14.05.02 434 4 20쪽
71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0) 14.05.02 336 5 27쪽
70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9) 14.05.01 453 4 26쪽
69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8) 14.05.01 420 5 35쪽
68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7) 14.05.01 428 4 13쪽
»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6) 14.05.01 405 6 25쪽
66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5) 14.05.01 416 4 13쪽
65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4) 14.05.01 483 8 14쪽
64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3) 14.05.01 464 6 24쪽
63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2) 14.05.01 447 5 13쪽
62 [3권-괴물의 심연] 2. 괴물의 심연 (1) 14.05.01 610 7 20쪽
61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6) +2 14.05.01 506 4 20쪽
60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5) 14.05.01 462 8 24쪽
59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4) 14.05.01 503 5 14쪽
58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3) 14.05.01 372 5 17쪽
57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2) 14.05.01 434 4 15쪽
56 [3권-괴물의 심연] 1. 심연의 괴물 (1) 14.05.01 433 7 11쪽
55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7) 14.05.01 343 6 25쪽
54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6) 14.05.01 263 6 19쪽
53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5) 14.05.01 450 7 18쪽
52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4) 14.04.30 363 6 17쪽
51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3) 14.04.30 461 4 18쪽
50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2) 14.04.30 307 6 18쪽
49 [2권-희대의 사기극] 5. 희대의 사기극 (1) 14.04.30 665 3 17쪽
48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6) 14.04.30 332 5 19쪽
47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5) 14.04.30 503 5 20쪽
46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4) 14.04.30 436 4 19쪽
45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3) 14.04.30 423 5 15쪽
44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2) 14.04.30 263 7 12쪽
43 [2권-희대의 사기극] 4. 환상의 조합 (1) 14.04.30 471 7 24쪽
42 [2권-희대의 사기극] 3. 신의 검 (2) 14.04.30 394 8 14쪽
41 [2권-희대의 사기극] 3. 신의 검 (1) 14.04.30 246 6 11쪽
40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5) 14.04.30 421 5 24쪽
39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4) 14.04.30 366 6 14쪽
38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3) 14.04.30 307 6 16쪽
37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2) 14.04.30 320 6 23쪽
36 [2권-희대의 사기극] 2. 노예들 (1) 14.04.30 304 4 21쪽
35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4) 14.04.30 356 6 7쪽
34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3) 14.04.30 341 4 14쪽
33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2) 14.04.30 455 5 21쪽
32 [2권-희대의 사기극] 1. 노예문서 (1) 14.04.30 468 7 13쪽
31 [1권-안강의 난] 5. 산 물고기 (2) 14.04.30 432 5 15쪽
30 [1권-안강의 난] 5. 산 물고기 (1) 14.04.30 307 9 21쪽
29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9) 14.04.30 467 7 14쪽
28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8) 14.04.30 341 7 24쪽
27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7) 14.04.30 418 7 12쪽
26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6) 14.04.30 308 6 11쪽
25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5) 14.04.30 407 6 15쪽
24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4) 14.04.30 448 6 11쪽
23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3) 14.04.30 374 5 16쪽
22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2) 14.04.29 402 7 15쪽
21 [1권-안강의 난] 4. 사신과 귀신 (1) +1 14.04.29 538 7 20쪽
20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4) 14.04.29 570 4 18쪽
19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3) 14.04.29 550 6 22쪽
18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2) 14.04.29 406 9 15쪽
17 [1권-안강의 난] 3. 죽은 물고기 (1) 14.04.29 535 8 13쪽
16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7) 14.04.29 370 9 16쪽
15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6) 14.04.29 513 7 14쪽
14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5) 14.04.29 345 6 25쪽
13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4) 14.04.29 515 8 18쪽
12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3) 14.04.29 559 9 17쪽
11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2) 14.04.29 569 12 10쪽
10 [1권-안강의 난] 2. 대륙의 흉성(凶星) (1) +2 14.04.29 690 12 10쪽
9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9) 14.04.29 495 11 8쪽
8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8) 14.04.29 606 13 9쪽
7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7) 14.04.29 653 13 9쪽
6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6) +2 14.04.29 547 13 8쪽
5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5) 14.04.29 682 11 8쪽
4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4) 14.04.29 598 11 8쪽
3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3) 14.04.29 848 14 10쪽
2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2) 14.04.29 1,246 14 8쪽
1 [1권-안강의 난] 1. 요수 사냥꾼 (1) 14.04.29 2,223 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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