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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25 00:49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0,985
추천수 :
682
글자수 :
1,298,011

작성
22.12.05 12:00
조회
51
추천
2
글자
11쪽

125. 닭튀김은 어른도 춤추게 만든다

DUMMY

치안군 본대.

원래도 인력난이 심했던 곳이 대원 대부분을 잃으면서 치안군의 기존 업무 대부분은 멈추고 최소한만 유지하고 있었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전 독사들을 데리고 별개의 조를 만든 떼르 유드바 전 이번대 대장처럼 사람을 끌어모을 방법이야 찾으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속죄일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며 덩달아 치안군이 속죄제를 드릴 필요가 없어졌다.

사람들이 치안군을 기피할 이유가 사라졌으니 일 할 사람을 모은다면 이전보다는 더 수월하게 모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물론 치안군 당사자들까지 치안군을 더 뽑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독사들?

굳이 그들을 치안군에 편입시킨 것은 그들의 갱생을 위함이었지 치안군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본래 치안군이 설립된 이유는 속죄일에 속죄제를 드릴 사람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그 외에 경계를 서는 등의 일은 어디까지나 곁가지일 뿐이었다.


속죄제가 멈추며 사람들이 치안군을 기피할 이유가 사라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을 뽑을 필요가 사라진 셈이다.

원래 하던 업무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놀고 먹는 수준이라 대원 중에는 이 생활이 쭉 갔으면 싶어하는 대원들이 대부분일 정도.


그렇다고 그들이 아주 먹고 노는 것은 아니었다.

미카의 경계는 여전히 서고 있었으며 떼르 유드바 부대장은 독사 출신 부하들이 좀 풀어진다 싶으면 그들을 데리고 마을 경계를 한 바퀴 휙 돌고 오곤 했다.

그것 말고도 그들이 빼먹지 않고 하는 일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그건 바로 본대의 감옥을 지키는 일이었다.


"아... 가기 싫다."


교대 시간이니 식사를 들고 감옥으로 향했어야 할 두 사람은 정작 식당에서 늦장을 부리고 있었다.


"그냥 빼먹을까요?"

"..."


후임의 달콤한 제안이 꽤나 솔깃했지만 그는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쳤냐?"

"그쵸? 미친 짓이죠?"


후임 역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없이 던져본 말이었다.


그래.

다른 일들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좀 농땡이를 피울 수도 있지만 감옥을 지키는 일만큼은 그래선 안 되었다.

새로 들어온 부대장님께서 얼마나 강조를 했던가?


- 내가 뭐 원래 여기 소속도 아니고 이래라 저래라 할 생각은 없어. 그런데 딱 하나. 감옥에 있는 두 사람... 그 사람들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너희 다 죽는다?


정규군에서 좌천당한 죄인이라고 그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그가 무슨 짓을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인지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사.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을 쓱싹하는 전문 암살자들이란다.

그런 자가 치안군 부대장으로 온 것도 모자라 그 밑에 있던 다른 독사들이 단체로 대원으로 들어온 상태.


- 잘 해봅시다? 우리... 치안군들.


우리라는 말이 이렇게 소름 돋을 수 있을까?

사근사근한 말로 협박을 해오는 유드바가 떠오른 두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자."

"네. 가죠."


그들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감옥으로 향했다.


끼이이익


쇠 긁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철문이 열렸다.


"야이씨.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밥 좀 빨리 빨리 먹으라고 안 했냐. 용같은 새끼들."


교대 시간 늦었다고 한바탕 지랄을 하려는지 동료놈들 인사에 짜증이 가득했다.

얌전히 듣고 있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선임은 얼른 저녁으로 뭐가 나오는지 전했다.


"시끄럽고 밥이나 먹으러 가. 오늘 닭튀김이다?"


튀김.

음식계의 마법과 같은 요리.

무슨 재료든 일단 튀기면 맛있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입이 댓 발 튀어나왔던 동료놈들은 닭튀김이라는 말에 허겁지겁 감옥을 나섰다.

그렇게 별다른 보고도 없이 교대는 어영부영 이뤄졌다.

선임은 철문을 지나오자 마자 의자 위에 눕다시피 앉았고 후임은 다 식은 음식을 가지고 더 안으로 들어갔다.


가운데 복도를 두고 양 옆으로 자리한 감옥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 합쳐 겨우 여덟 칸.

후임은 그 중 가장 안쪽으로 향했다.


한쪽에는 대현자였던 뵈나 이트나가 얌전히 앉아 있었고.

맞은편으로 떼르 가주였던 떼르 듀시아가 얌전히 앉아 있는 뵈나 이트나를 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


밥을 가지고 왔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대현자와 가주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작은 용 사건 직후에는 대원들 모두 두 사람이 허튼짓 하지 못하게 철저히 감시를 했지만 처음 며칠 자결을 시도하려던 대현자가 잠잠해진 이후로는 줄곧 저 모양이다.


긴장은 차츰 풀렸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누구도 저들을 지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일은 해야했기에 그는 두 사람에게 밥과 함께 챙겨온 작은 병을 건넸다.

소포르가 든 병이었다.

마법으로는 정점에 가까운 자들을 감시하는 일이니 만약을 위해서라도 마법을 막아야 했다.


군말 없이 얌전히 소포르를 비우는 두 사람을 본 그는 흡족한 눈으로 밥을 밀어넣고는 선임이 있는 곳으로 돌아나왔다.


"어떠냐?"

"똑같습니다."

"시부럴. 이제는 그냥 한 놈만 세워도 될 거 같고만."


후임이 멋쩍게 웃었다.


'나도 네 놈 그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을 바에는 혼자가 낫다.'


마음의 소리를 속으로 삼킨 후임은 빈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하아암."


하품을 늘어지게 한 선임은 교대 시간 오면 깨우라는 소리와 함께 잠에 들었다.

눈을 감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코를 고는 선임의 모습이 퍽 신기했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걷잡을 수 없는 수마가 그를 덮쳐왔다.


경계를 서야 할 대원들이 잠들자 지금껏 가만히 있던 가주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이봐. 언제까지 여기서 머저리 연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 거지?"

"지금 말하면 이백마흔다섯 번째다. 옛말의 아이를 차지하면 그때가서 이 년도 돌려준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 빌어먹을 꼬맹이는 언제 차지하냐는 말이다."


격해진 감정에 떼르 가주 주변의 검은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네 몸 속에 심어놓은 파편처럼 어줍잖게 차지해봤자 지금 너처럼 주도권을 뺏길 텐데 어쩌라는 거야?"


그녀의 말에 가주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도 납득은 했는지 일렁이던 검은 힘이 잠잠해졌다.


"하여튼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러니 그때까지 얌전히 있어."

"... 그러게 왜 그런 되도 않는 연기는 하고 그런 게야?"


작은 용의 모습을 보여 파편의 존재를 카밀로테인들에게 밝히고 넷에 의해 퇴치되는 것.

이 모습은 어디까지나 기만의 계획이었다.


"조금 더 참아라. 안그래도 이제 슬슬 움직일 생각이었으니 말이야."

"흥."

"그때까지 넌 여기서 얌전히 실의에 빠진 네 여인의 마음이나 달래고 있어."


그 말과 함께 대현자의 몸이 발작하듯 움찔거렸다.

불안한 눈으로 제 몸을 둘러보던 그녀는 곧 맞은편에 앉아있는 떼르 가주를 찾았다.


"듀시아. 나 자는 동안... 별일 없었어?"


항상 이런 식이다.

파편에게 몸을 내어주는 동안에는 의식이 잠에 들어있는지 다시 원래 몸으로 돌아오면 마치 잠에서 깬 것처럼 행동한다.

떼르 가주는 그런 그녀를 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아주 코를 골더군. 심심하니 말벗이나 해주지. 뭔 잠이 그렇게 많은지."

"거짓말 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 줘야 해.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파편은 죽었다고.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응. 미안."


도대체 파편에게서 무슨 심한 꼴을 당했기에 잠에서 깰 때마다 저리 불안해하는지.

가주는 당장이라도 파편을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파편이 얌전히 그녀의 몸에서 물러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무력한 제 모습에 화가 난 그는 혀를 차며 화제를 돌렸다.


"신경쓰지 말고 밥이나 먹어라. 너무 야위었다."

"..."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씩 식은 밥을 입으로 옮겼다.

가주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놓치기 싫어 두 눈에 소중히 담았다.


***


조별 경연 마지막 날.

최후의 4인을 가려내는 자리인만큼 기존 관객보다 두 배는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몰렸다.

이 날만큼은 넷도 훈련을 쉬고 친구들을 응원하러 나와 있었다.

그녀는 주위로 호위군 대장과 대원 한 명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조의 우승자가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승자는 경연에 참가한 부대장 중 사번대 소속 부대장이었다.

그녀는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짓눌러버렸다.


'내가 곧 상대할 사람이 저 괴물같은 사번대 부대장님보다 더 강하다는 거잖아?'


1조의 우승자가 가려지고 다음 순서는 2조.

대련을 기다리던 세슈람은 이전에 있었던 경기를 떠올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조장도 겨우겨우 이겼는데... 부대장을 이길 수 있을까?'


그의 상대는 육번대 부대장이었다.

베네빅 율.


육번대 대장인 펠페림 유날이 엄청난 재능으로 부대장을 건너뛰고 대장에 오른 것처럼 육번대는 다른 부대보다 실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한 부대다.

부대장도 같은 가문 소속이 아니라 베네빅 출신 마법사인 이유였다.


수많은 대련을 통해 부대장 자리에 오른 베네빅 율은 오르디나 이센, 일번대 부대장과 더불어 가장 강한 부대장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자였다.

다만 이센이 육번대 대장과 버금갈 정도로 뛰어난 재능으로 올라온 자라면 베네빅 율은 재능을 뛰어넘는 노력으로 이 자리에 오른 자였다.


세슈람과 다르게 기본이 탄탄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기본이 탄탄한 만큼 특화 마법과 그 외의 마법과의 위력 차이가 가장 적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요컨대 세슈람에게 있어서는 가장 어려운 부류라는 것이었다.


- 세슈람 잘 들어. 장기전으로 가면 어차피 승산은 없어. 네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처음 한 방이야.


가벼운 마법 탈진에 골골대고 있으니 딜람이 찾아와서 한 말이었다.


- 처음 한 방에 모든 걸 건다면 혹시 몰라.

- 어... 만약 피하면?

-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맞춰야지.

- 아니 상대가 인형도 아니고...


이런 걸 계획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이보다 더 나은 계획도 없었다.


"처음 한 방. 처음 한 방."


세슈람은 주문처럼 중얼거리며 무대에 올랐다.

육번대 부대장과 마주 서자 사방에서 환호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의 귀는 수많은 소리 가운데 애써 딜람을 찾았다.


"세슈람 꼭 이겨!"


멀찍이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세슈람이 슬쩍 웃었다.

듣고 있으면 언제부터인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다.


"후..."


세슈람이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




경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려퍼졌다.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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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7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8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6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9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7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7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8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7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6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7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7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7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10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1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6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8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1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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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8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7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9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8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7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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