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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25 00:49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1,006
추천수 :
682
글자수 :
1,298,011

작성
24.02.01 23:59
조회
8
추천
1
글자
10쪽

218. 양치기 노인

DUMMY

별동대원들이 한창 완전체가 된 레플루앙시를 상대할 무렵.

오르디나 이레 역시 그녀와 페트라를 노리고 습격해 온 에텔크리시와 싸우는 중이었다.


에텔크리시는 그가 죽인 골락의 초월자에게서 빼앗은 황금빛의 히펠로 근처 일대를 찍어누르고 있었다.


탐욕에 비례하여 양이 늘어난다는 특성은 탐욕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에텔크리시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더 좋은 특성이 없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 덕에 지금껏 다른 이들에게서 갈취해 쌓은 기운을 가지고 싸워왔던 그는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기운의 고갈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힘을 쏟아내고 있었다.


처음 아우레우스가 가진 히펠의 특성을 알았을 때부터 쭉 빼앗을 기회를 노리고 있던 그였다.

본래는 연합전이 벌어지고 난 후에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빨리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사용해 본 결과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강탈은 없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쥐새끼처럼 도망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네."


우우우우웅


다시금 그의 주변으로 황금색 히펠이 우수수 흐르며 세를 불렸다.

이내 숲, 아니 숲이었던 이 주변 일대를 뒤덮을 정도로 팽창한 히펠은 그대로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숲을 이루던 나무는 그의 황금빛 히펠에 짓눌려 부러지는 것을 넘어 넝마가 된지 오래였다.


넓은 면적을 단번에 초토화 시키는 그의 공격에 먼지 구름이 일자 에텔은 손을 휘저어 먼지를 날려버렸다.

조금 전의 공격의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흐음."


이번에는 죽였나 싶었는데 노인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다 죽어가는 모양새였지만 살아있었다.


"분명 힘이 빠진 상태라고 했던 것 같은데..."


레플루앙시가 심어 놓은 귀로 파악한 결과 평소 상태가 좋지 않던 노인은 물론 노인이 만든 물감 웅덩이 속의 페트라 역시 죽기 직전까지 탈진한 상태였다.

페트라의 힘을 빼낸다고 노인이 좋지 않은 상태임에도 힘을 썼다는 것까지 분명히 확인했었다.


때마침 힘이 빠진 두 사람을 제외한 별동대원들이 텔제민 본대로 향했으니 제사장 측에서 판단하기에 두 사람을 죽이기 위한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그렇기에 제사장이 움직인 것이다.


텔제민 부대에서 두 제사장이 시간을 버는 사이에 에텔크리시가 힘이 빠진 이레와 페트라를 빠르게 죽인다는 게 계획의 핵심이었다.


- 오르디나 이레. 물감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특히 물감과 물감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으니까 물감을 주의해. 만약 아저씨가 두 명을 놓치면 엄청 엄청 미워할 거야.

- 알겠네. 아가씨는 여전히 내가 못 미더운가 보구만.

- 장난 아니야. 지금이 절호의 기회니까 절대 절대로 놓치면 안돼. 알겠지?

- 그래 그래. 알겠네.


레플루앙시가 강조하고 또 강조한만큼 에텔은 노인이 도망치지 못하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계획대로 텔제민 부대에서 별동대원들이 탈출할 때 쓸 노란 물감을 없앴으며 혹시 그녀가 물감을 조금 모으기라도 한다 싶으면 곧바로 접근해 그녀를 날려버렸다.


문제가 있다면.


'요즘 영 상태가 좋지 않다더니 왜 이리 잘 움직이는 거지?'


그가 아무리 달려들어 공격을 가해도 노인은 나이를 생각하면 절대로 선보일 수 없는 움직임으로 그의 공격을 모두 흘리고 있었다.

심지어 그냥 움직임이 잽싼 정도가 아니었다.


'분명 아가씨의 말대로라면 물감이 있는 곳으로만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노인은 물감과 상관 없이 여기저기 사라졌다가 나타나길 반복하고 있었다.

레플루앙시가 전해주는 정보가 틀리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어쨌든 당장 눈앞에 상대가 기존의 정보와는 다르게 움직이니 어쩔 수 있나.

에텔은 그에 맞춰 전략을 바꿔야 했다.


'다행히도 물감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야.'


지금까지 그의 공격을 잘 흘리고 있다고는 해도 노인이 명백히 불리한 입장이었다.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이 그의 공격을 흘릴 때마다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본인 상태도 안좋은데 거기에 더해 페트라가 들어가 있는 웅덩이는 웅덩이대로 움직이며 그녀가 보호해야 했다.


누가봐도 불리한 상황에서 눈 깜짝할 새에 몸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으로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한계로 도망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상대는 물감이 아니라면 도망칠 수단이 없다. 하지만 내 공격은 곧잘 흘려내니...'


그렇기에 나온 전략이 지금 에텔이 보인 공격이었다.

아예 피하지 못하도록 대규모의 히펠로 공격을 하는 것.

마침 그에게는 무한에 가깝게 불어나는 옛 동료였던 자의 히펠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전략 역시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대규모의 히펠을 쓴 것이 이번이 벌써 일곱번 째였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을 일곱 번이나 날렸는데 이레는 일곱 번 모두 죽지 않고 버텨냈다.

비록 공격을 하면 할 수록 여기저기 상처가 늘고 뼈도 여기저기 부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버텨냈다.


"... 대단해. 적이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야."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버틴 방법?

그건 에텔도 이미 알고 있었다.

탐욕에 따라 증식하는 특성은 분명히 그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특성이었지만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양을 늘리는 것은 굉장히 쉽지만 대신 세세한 제어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태산을 움직이는 데에 세세한 제어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깔리기만 하면 죽는데.

에텔 역시 제사장인만큼 황금빛 히펠이 가진 약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다지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노인은 저 위로 떨어져 내리는 태산 중에서 가장 약한 지점을 찾아내 태산을 뚫어내고 있었다.

그것도 일곱 번 연속으로.


"혁명단의 수장을 괜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야."

"... 말... 좀 그만 걸거라. 힘들어. 죽겠으니."

"그래. 본의 아니게 시간을 너무 끌기도 했어. 얼른 저쪽을 도와주러 가야해서 말이야."

"허.. 참. 나를 두고. 도와주러...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야?"


어깨를 으쓱인 에텔이 이번에는 조금 더 높이 하늘로 올라갔다.

그러면서도 그의 주변에는 황금색 히펠이 우르르 쏟아지고 있었다.

쏟아져내리는 히펠은 이내 이전처럼 주변 일대를 덮을 정도로 커다란 판이 되었다.


"또. 또. 그거인 게야? 슬슬 지겹구나."

"크큭. 다 죽어가면서 허세는."

"..."

"그리고 이건 아까와 다른 거다."


에텔의 말대로였다.


쿠웅


이전까지는 그가 만든 커다란 판이 떨어져 내렸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미 만들어진 판 위로 또 다른 판이 쌓였다.




그 위로 다시 한 겹.




다시 한 겹.


쿠웅


마지막 한 겹까지.

겹이라고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두꺼운 황금색 판 다섯 장이 겹쳤다.


그 모습은 마치 예쁘게 쌓인 퇴적층을 보는 것 같았다.

이윽고 황금색 퇴적층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 확실히. 다르긴 하구나."


저를 향해 떨어지는 막대한 양의 히펠을 본 이레는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그대로 페트라가 있는 물감 웅덩이를 막아섰다.


"뭐야. 지금 마지막 순간에 그 녀석을 살리겠다는 건가?"


도대체 그 괴물 같은 녀석에게 뭘 기대하길래 저렇게까지 하는 건지 에텔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처음 목표는 이룬 셈이었다.

황금색 히펠이 노인을 덮치기 전, 노인의 몸 주변으로 집광체 특유의 환한 빛이 일었고.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먼지 구름이 일었다.


"..."


자신의 공격이 만들어낸 먼지를 걷어낸 에텔크리시는 노인이 있던 곳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몸이 엉망으로 짓눌린 노인의 시체와 노인이 마지막까지 지킨 물감 웅덩이가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난지 오래되지 않았다던데 제 목숨까지 내던지며 지킨다는 말이지."


에텔은 잠시 이레라는 자를 이해해보려 했지만 결국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는 이레의 숨이 완전히 멎었는지 확인한 후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자 그럼 그 괴물 녀석 차례군. 마르... 마르체호라의 원수."


동료의 원수가 물감 웅덩이 안에서 쓰러져 있다.


"안에서 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작은 돌맹이 정도의 크기라고 해도 어떤 공간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곳에 들어간다면 발각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레플루앙시도 이 물감 웅덩이에는 들어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혁명단의 수장이라는 자가 살리려고 제 목숨까지 내던질 정도라면 웅덩이에서 깨어난 괴물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었다.

괴물이 깨어나기 전에 죽이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에텔은 페트라를 꺼내기 위해 물감으로 된 웅덩이에 손을 뻗었다.

웅덩이에 손이 닿자 에텔의 몸이 웅덩이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


에텔이 들어선 곳은 꽤나 큰 방 안이었다.

그의 눈 앞에는 과연 이미 들었던 대로 페트라, 그 괴물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는 손에 어둠을 두르며 페트라에게 다가갔다.


"괜히 일어나서 각성이라도 하기 전에..."


쓰걱


페트라에게 가던 그의 목 아래로 깔끔하게 절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거꾸러지는 그의 시야로 페트라가 아닌 누군가가 들어왔다.


"... 너. 네가 어떻게..."


그곳에는 지금까지 그와 전투를 벌였던 노인.

오르디나 이레가 서있었다.


"후후. 왔느냐?"


그것도 멀쩡한 모습으로 말이다.

생글거리며 웃는 그녀의 얼굴은 장난꾸러기의 그것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는 것은 나중 일이었다.

에텔은 끊어진 몸을 되찾기 위해 까만 실을 뿜는 동시에 머리 주변으로 어둠의 힘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안그래도 온몸이 쑤시는데 힘들게 하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좀."


그녀의 말과 동시에 공간을 이루던 물감이 날아들어 에텔크리시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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