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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25 00:49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0,996
추천수 :
682
글자수 :
1,298,011

작성
24.03.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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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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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DUMMY

젤로트와 베루.

그 맞은편으로 이트나가 내려왔다.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을 숨길 생각도 없는지 그는 바람을 타고 날아온 참이었다.

베루가 말했다.


"지금 보니 기사를 사칭하고 있는 마법사였군. 아니. 이단이라 해야 맞나?"

"모르는 척 하기는. 처음부터 제가 마법사라는 건 알았잖아요? 그것도 혁명단 소속이라는 것까지 해서 전부 다."


누가 봐도 짜증이 날 정도로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이트나가 말을 이었다.


"안 그래요? 유스티티엔씨?"


갑작스레 난입한 이트나에게 줄곧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던 젤로트의 시선이 처음으로 여자에게 돌아갔다.

제사장 유스티티엔이라는 이름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했지만 특히나 기사들 사이에서 더 유명한 이름이었다.


혼자서 히펠렌스 여럿을 상대할 정도로 강한 제사장인 동시에 강한 기사가 바로 그였으니 말이다.

기사 중 일부는 유스티티엔을 목표로하는 자가 있을 정도였다.

젤로트 역시 기사로 오래 살았으니 그 이름을 들어본 모양이었다.


"어? 하지만 그 사람은 남자라고..."


젤로트의 반응에 이트나가 속으로 혀를 찼다.


'보통 제사장이라고 하면 괴물이라고 표현하는데 자연스레 사람이라 부르는 군.'


엄밀히 따지면 제사장이란 존재 역시 사람에서 비롯한 것이니 사람이라고 부르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능력으로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학살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그들을 괴물이라 부르지 인간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제사장 중 유독 평가가 좋은 자가 두 명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유스티티엔이다.


'싸우는 방식이 다른 제사장들과 다르게 기괴하지도 않고 잔인하지도 않다는 점 때문에 그럴 테지.'


자신을 기사라 자처하며 오로지 검으로 승부를 보는 자.

기습을 하기는 커녕 그의 상대가 외부의 개입으로 상처라도 입으면 기다려주기까지 하는 자가 바로 그다.

요컨대 인간들의 적이되 존중할 만한 적이라는 평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평소라면 평판이 뭐가 중요하겠냐마는 제사장에게서 젤로트를 빼내야 하는 이트나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시작이었다.


"... 맞다. 내 이름은 유스티티엔. 제사장이다."


여인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더니 남성의 목소리로 바뀌었으며 길었던 금발은 짧아지고 키와 덩치가 커졌다.

어느새 여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젤로트 너에게는 사과하지. 아무래도 이 대륙에는 숨어든 입장이라 모습을 바꿔야 했다."


다른 제사장들과 다르게 그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터라 심심치 않게 사람들이 알아봤다고 했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나의 외적인 모습을 꽤나 매력적으로 여기는 모양인지 너무 많은 관심을 받는 것도 문제였다."


자기 입으로 자신이 잘생겼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둘째 치고 눈에 띄는 게 문제였다면 얼굴을 평범하게 바꿔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이트나도 젤로트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굳이 이를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단. 너는 내 정체를 밝히기 위해 온 것이었나?"

"... 네?"


정체가 밝혀진 마당에 너무나 평온히 되묻기에 순간 이트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렇다면 되었군. 볼 일을 다 마쳤다면 이만 돌아가주겠나? 여기 젤로트에게는 가르쳐 줄 것들이 많아서 말이야."

"젤로트씨를 가르치겠다고요? 이 상황에?"

"안 될 것이 있나? 이 자는 강해지고 싶어하고 난 이 자가 강해질 수 있는 법을 알고 있다. 뭐가 더 필요하지?"


연합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내야 할 자가 미리 숨어 들어온 것도, 그래서 굳이 젤로트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드러난 의도 외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 설마 검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젤로트씨에게 접근했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그렇다. 뭐가 문제라도..."

"제사장씩이나 되는 당신이 한참을 이른 시기에 이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던 이유가 제자나 들이기 위함이라고요?"


제사장의 의도야 이트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의도는 자신이 아닌 제사장이 직접 말하는 것이 좋았다.

현재 최우선 목표는 젤로트의 구출.

그런데 젤로트는 현재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납치된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따라온 상태다.

그것도 이트나가 꼴보기 싫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젤로트가 속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는 이트나가 말하는 것보다 제사장의 입으로 직접 듣는 것이 좋았다.


"그랬다면 적당히 재능있는 아무 기사나 고르면 되었겠죠. 굳이 저희 젤로트씨에게 접근한 이유가 뭡니까?"

"아. 그 말이었나?"


유스는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젤로트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곳에 있었던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본래 목적을 위해 젤로트에게 접근한 것이라고 솔직히 말 할 것인가?

아니면 젤로트와의 관계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을 말 할 것인가?


이트나는 이야기의 흐름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난 죽음의 숲을 없애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무리더군. 대가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검을 다 가르친 후에 너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다. 죽음의 숲을 없애는 것을 도와달라고."

""...!""


유스의 의도를 몰랐던 젤로트도, 의도를 알고 있던 이트나도, 두 사람 모두에게 유스가 한 말은 의외였다.

젤로트가 유스와의 거리를 조심스레 벌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나에게 접근한 이유가 있었군."


배신감에 물든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왜 나였지? 다른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설마... 내가 가장 만만했기 때문인가? 내가 가장 약했기 때문인가?"


겨우 잠깐 따랐을 뿐인데도 젤로트는 우수수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검이라도 가르쳐주면 내가 좋다고 저 안에 있는 자들을 배신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내 히펠이 가볍다고 해서 내 마음까지 가볍다고 생각한 것이냔 말이다!"


이제 젤로트는 이트나에게도 유스에게도 붙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됐다.'


이트나가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유스에 대한 불신을 품게 만든 것으로 이 작전의 반은 성공한 것이었다.


'이제 슬슬...'


작전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때였다.

잠자코 젤로트의 말을 듣던 유스가 입을 열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나보군. 내가 부탁한 건 죽음의 숲에 깔린 저 마법을 없애는 것을 도와달란 말이었다."

"닥쳐라! 너희 제사장들의 수법에 나는 넘어...!"

"내가 못 미덥다면 기사의 맹세를 하지."


기사의 맹세.

주로 기사들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하는 맹세다.

기사란 자들의 명예라는 게 자기들 마음대로라 기사의 맹세가 유명무실해진 지는 오래지만 유스티티엔이 하는 맹세는 달랐다.


적어도 두 번에 걸친 연합전에서 그는 자신이 한 맹세는 꼭 지켰다.


"내가 먼저 나서서 죽음의 숲 속에 사는 자들을 죽이는 일은 없을 거다."


속셈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대로 제사장이 말하게 두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이트나가 둘 사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쉐에엑

콰직


눈 깜빡할 새에 유스가 날린 히펠에 이트나는 그대로 날아가고 말았다.


멀리 날아간 이트나를 일별하며 젤로트가 물었다.


"엑살라니스의 주민들을 살려주겠다는 말인가?"

"숲 속에서 사는 자들을 그렇게 부르나? 그래. 그들이 나를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나 역시 그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적은 죽음의 숲에 깔린 마법을 없애기 위함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한풀 꺾인 젤로트가 물었다.


"하지만... 그 마법이 없으면 주민들은."

"위험해지겠지. 하지만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

"누구는 밖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데 누구는 안에서 아무런 위협 없이 지낸다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나?"


공정하냐는 말에 젤로트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유스는 그의 생각을 다 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래. 나 역시 그렇다.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고 그저 얻기만 원하는 그런 자들을 나는 혐오한다."

"...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겠지. 설마 모두가 다 버러지 같을까. 아닌 것을 아니까 이런 제안도 하는 것이다."


다시 검을 치켜든 유스는 이트나가 날아갔던 방향을 향해 검을 겨눴다.


"죽음의 숲을 둘러싼 마법이 지워진다면 노력 없이 밥만 축내는 버러지와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 자들이 자연스레 구별될 거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물줄기들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이트나의 공격은 그의 유려한 검에 모조리 막히고 말았다.


"흡!"


짤막한 기합과 함께 다시금 유스의 검이 하늘과 땅을 이었다.


카가각

콰직



검 끝에서 뻗어나간 흔적이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오래지 않아 저를 막던 방해물을 떨쳐냈다.

방금 공격에 나가떨어진 자가 이트나란 것을 알고있음에도 젤로트는 그리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죽음의 숲에 깔린 마법을 없앤다면 그 검을 배울 수 있는 건가?"

"아니. 아까 말했듯이 내가 너에게 검을 가르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만약 죽음의 숲을 없애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좋다."


검을 휘두를 때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은 어디갔는지 유스는 티없이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검의 교류를 하는 데에 그런 조건들로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야."


좋아도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

유스가 보이는 표정이나 호흡을 봐도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젤로트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도 검을 가르쳐 준다니... 무슨 속셈이지?"

"내가 지금 숨기고 있는 게 있는 것으로 보이나?"


당당한 말투에 젤로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부탁을 들어줄지 말지 고민이 된다면 그건 나중에 결정해라. 검은 배우고 싶은 것 아닌가?"


고개만 끄덕이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기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자에게서 검을 배울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로 인해 나중에 곤란해질 만한 일도 없었다.

부탁이라는 것이 애초에 들어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을 뿐더러 설령 들어준다고 해도 그 내용이 젤로트가 십분 동의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고민은 짧았으며 결심은 빨랐다.


"배우겠다. 아니. 배우고 싶습니다. 제게 검을 가르..."

"안 된다니까요."


콰아앙


젤로트의 대답이 끝나기 전에 이트나가 다시 난입했다.

뭘 이렇게 죽지도 않고 끈질기냐며 유스가 곧바로 대응했지만.


카각


"...!"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나가떨어지지 않았다.


유스의 검을 막아선 이트나의 손에는 반짝거리는 검이 들려있었다.

칼날부터 손잡이까지 투명하니 반짝거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얼음이었다.


피부가 아릴 정도로 서늘한 한기는 검뿐만이 아니라 이트나의 온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실력만 없는 게 아니라 눈치도 없는 겁니까? 여기 제사장이랑 엮이면 안 된다고요."


이트나의 고갯짓에 맞춰 젤로트 앞으로 공기가 터졌다.

급작스럽게 이는 돌풍에 휩쓸린 젤로트가 멀리멀리 날아갔다.


"자 방해꾼도 없어졌겠다. 나랑 다시 한 번 싸워볼까요?"


얼음으로 된 검은 우윳빛 히펠에 금이 가지도 그렇다고 깎이지도 않았다.

단단하게 히펠을 받아내고 있었다.


유스는 그 사실이 놀라웠다.


"... 그 사이에 강해진 건가?"


허점 투성이던 전의 공격들과 다르게 얼음으로 된 검에는 약점이랄 것이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몸에 자리잡고 있는 기운도 이전보다 한 층 더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강해진 게 아니다.'


얼음으로 된 검도 그렇고 몸에 자리잡고 있는 기운도 그렇고.


'내가 쌓아올린 방식과 똑같군.'


정교하고 촘촘하게.

그래서 어떤 힘에도 부러지지 않게.

한 겹 한 겹 최선을 다해 쌓아올린 히펠을 지금 눈앞의 남자가 똑같이 흉내내고 있었다.


"너를 제자로 둔 기억은 없는데."

"이런 잡기술 가르치는데 뭘 거창하게 제자씩이나 둡니까?"

"혹시 너도 나처럼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는 건가?"

"그쪽이랑 나 사이에 공통점 발견하지 마시죠. 기분 나쁘니까."


두 사람의 검이 다시금 어지러이 얽히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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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244. 이랬다가 저랬다가 24.04.25 4 1 10쪽
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6 1 13쪽
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7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8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6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9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8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8 1 12쪽
»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9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7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6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7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7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7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10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1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6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9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10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9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8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8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10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8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7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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