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15 23:58
연재수 :
242 회
조회수 :
10,929
추천수 :
680
글자수 :
1,287,640

작성
22.12.06 12:00
조회
49
추천
2
글자
12쪽

126. 이변

DUMMY

작은 용이 날뛰던 날.

그날의 장면은 여전히 생생하다.

작은 용이 부른 검은 비에 사람들은 미쳐서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고 동경하던 강한 마법사들은 그의 이빨과 발톱에 쓰러져 나갔다.


자신은 죽기 어렵다고 호언장담하던 아버지는 물론

전설이라 불리던 오르디나 이레 대장님까지.

그 외에도 이센 부대장님, 넷의 부모님, 듀시아.


넷은 말할 것도 없다.

넷은 그날 거기에 있는 마법사 중 가장 많이 쓰러졌으며 가장 많이 일어선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들을 지켜본 것 뿐이었다.

나는 내가 그들처럼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넷에게 열매를 통해 내 힘을 넘겼던 것은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죽는 것이 두려워서.


말로는 내가 마법을 재현하기 보다는 넷의 마법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작은 용을 물리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변명을 대고 있었지만 실상은 두려웠을 뿐이다.

공포스러운 존재 앞을 막아 서는 것이 두려웠을 뿐이다.


뒤늦게나마 작은 용 앞에 섰던 것은...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였던 것인지.


머릿속은 두려움으로 하얬으며 팔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용에게 마법을 날린 후였다.

작은 용의 비늘에 금이 가는 것을 확인하며 정신을 잃었고 내 기억은 거기서 끝이 난다.


***


"처음 한 방에 모든 것을 건다."


세슈람은 작은 용에게 썼던 마법을 다시 재현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아무리 그때 당시 상황을 떠올려 저도 모르게 쓴 마법을 쓰려고 해도 기억이 영 나지 않는 것이다.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불꽃이 공중에서 터졌다.


'이런...'


시작 전까지 자신이 낼 수 있는 힘의 최대치를 쏟아부었을 때의 감각을 찾지 못한 세슈람은 급하게나마 나름 최선을 다해 마법을 재현하려고 했다.


'글러 먹었네.'


왜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시작을 한 순간 틀렸다는 것을 알았지만 멈출 수 없던 경험.

그 끝이 좋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그대로 밀어 붙여야 했던 경험 말이다.


지금의 세슈람이 딱 그랬다.

그는 마법을 재현한 순간 패배를 직감하고 있었다.

지금 그가 쏟아붓는 힘의 양이 많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가 평소 쓰던 힘 정도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부대장 정도 되는 사람에게 이 정도 위력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했다.


해봤자 질 것이 뻔했지만 그렇다고 시도도 안 하고 패배를 시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는 마저 집광을 이어갔다.

베네빅 율, 육번대 부대장이 말을 걸어온 것은 그때였다.


"이봐."

"?"


마법 재현도 하지 않고 말을 걸어오는 상대방의 태도가 예상 밖이라 세슈람은 빈틈 투성이인 그에게 준비한 공격을 날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를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다.


"너에 대해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알고 있지?"

"네... 뭐. 그렇죠."


치안군 소속의 반편이 마법사가 능력을 각성해 수습 대원은 물론 조장을 상대로도 승리하다.

밑바닥 인생의 인생 역전 이야기.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소재다.


그런 경우와 정확히 일치하는 펠페림 세슈람의 서사는 사람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실제로 그의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역시 작은 용 앞에서 보여줬던 순간이다.


"그때 용의 비늘을 부순 마법. 그걸 나에게 써 봐라."

"아..."


이 사람 지금 뭐라는 거야?

왜?

굳이?

지금 이 상태라면 상대는 쉽사리 자신을 꺾을 수 있을 텐데 굳이 공격할 기회를 준다는 것일까?


세슈람의 의문을 얼굴에서 읽었는지 육번대 부대장은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 이 경연은 대장을 뽑는 자리다."


모두에게 인정을 받아 그 위에 서야 하는 자리인만큼 상대방의 최선에 맞부딪혀 승리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거기에 육번대 사람들의 호전적인 성향도 한몫 했을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그렇게 되었으니 너의 최선을 보여주길 바란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처음의 세웠던 계획을 실행할 기회를 얻어버렸다.

설마 상대측에서 먼저 요청할 줄이야.

세슈람이야 쌍수들고 환영할 제안이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음... 그게 제가 그때 사실 제정신으로 마법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서요."


작은 용을 공격할 때 썼던 마법을 다시 쓰는 것이 잘 안된다 설명하자 육번대 부대장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괜찮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준비해라. 다 하면 나에게도 알려 주고."


끙.


세슈람은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그때의 마법을 어떻게 썼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런데 상대는 그 마법을 써보란다.

쓰지 못하는 거 같다 싶으면 그냥 이기면 될 것을 뭘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주고 있냐는 말이다.


부대장은 세슈람을 기다리고 세슈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대련과 어울리지 않는 적막함이 무대를 뒤덮었다.

무대 위의 적막함이 길어지자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 사이에서는 슬그머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까득


초조함 가운데에 어찌할 줄 모르고 있던 세슈람은 '할 수 있다.'를 되뇌이며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기억을 끄집어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조장과의 결투.

그 전에 있었던 고참 대원과의 결투.

경연 처음으로 맞붙었던 펠페림 디트나와의 결투.


"!"


그는 디트나와의 경기를 떠올리며 문득 자신이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전혀 강하지 않다는 것은 자신이 항상 인정하고 넘어가던 일이었다.

그가 강한 이유는 트리아트 셋의 마법 때문이었다.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를 통해 자신이 트리아트 셋의 마법에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이어진 트리아트 셋의 마법이 현실에 재현되도록 잇는 것이었다.

일종의 통로인 셈이다.

마치 열매가 나무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가지라는 통로가 필요한 것처럼.


처음부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얼만큼의 힘을 낼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가지."


'정답이야!'


아이처럼 해맑은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린 것 같았다.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의 목소리 말이다.

환청처럼 사라져버린 목소리였지만 그는 곧 자신이 내딛은 걸음이 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세슈람이 자세를 다잡았다.


베네빅 율 부대장은 드디어 그가 무엇인가를 하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아니.

단순히 무엇인가를 하려는 것을 넘어 자신이 기다렸던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순간이 될 것이다.


땡그랑


맑고 청명한 종소리와 함께 세슈람의 몸 속의 흐르는 모든 기운이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다만 이전에는 모이는 기운이 이전에는 그대로 전달이 되었다면 지금은 좀 달랐다.

마치 눈덩이를 굴리듯 모이는 기운들은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그 크기를 불리고 있었다.


덩달아 커지는 종소리.

마치 노래하듯 화음을 이뤄 울리는 종소리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자신이 낼 수 있는 힘보다 훨씬 더 거대한 힘이 모여들었다는 것을 세슈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우우웅


그의 제다카 끝으로 엄청난 크기의 초록색 빛무리가 맺혔다.


그의 마법을 보며 율 부대장 역시 마법을 준비했다.

앞으로 구르면서 보나 뒤로 구르면서 보나 강할 것이 분명한 세슈람의 마법을 보고 있자니 절로 흥이 났다.


"크하하하! 기다린 보람이 있네!"


그 역시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마법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어린 친구의 특화 마법이 식물 마법이랬던가.'


그의 앞으로 붉은색 집광체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두 사람의 집광이 끝이났다.

서로가 준비를 끝냈다는 눈빛을 주고받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준비한 마법이 상대방을 향해 쏘아졌다.


화아아악


세슈람 앞으로 터질듯이 부푼 집광체가 초록색 광선이 되어 뻗어나갔다.


화륵


그에 맞춰 육번대 부대장 앞으로 거대한 불기둥이 뻗어나갔다.


"하하! 어린 친구가 대단하고만!"


굳이 지켜보지 않아도 결과를 알 수 있을 정도의 차이였다.

어린 친구가 내뿜은 초록색 빛의 기둥과 두께는 비슷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힘의 차이가 명확했다.


'이 정도는 해야 그 용의 비늘에 흠집이라도 낼 수 있는 것이군.'


역시나 경험해보길 잘했다.

그보다는 저 어린 친구가 대장이 되는 것이 더 나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카밀로테에게나 그에게나 말이다.


초록색의 광선과 불기둥이 서로 충돌했다.


우우우우웅


처음에는 불기둥이 초록색의 빛을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불기둥은 광선에 찢겨 사라지고 말았다.


화악


불기둥을 찢은 광선은 그대로 육번대 부대장을 덮쳤다.


"크윽."


육번대 부대장은 강한 충격을 대비해 두 팔로 머리쪽을 보호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화아아악


"으윽... 음?"


그의 귀가 전달하는 정보에 의하면 광선은 이미 그의 몸을 뒤덮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어째선지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힘이 넘쳐...?'


슬쩍 눈을 떠보니 자신의 불기둥을 흔적도 없이 지운 광선은 진작 자신을 덮쳤으며 그러고도 계속 뻗어나가고 있었다.

심지어 관중들의 안전을 위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펼쳐 놓은 경계막마저 뚫고는 관중들까지 덮친 후였다.

물론 관중들 역시 초록색 광선을 맞고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화아아아...


기세 좋게 뻗어나가던 광선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털썩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

관중들에게서 시선을 돌리니 세슈람이 쓰러져 있었다.


"어... 음..."


육번대 부대장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해 멍청한 소리만 내고 있었다.


분명 그가 최선을 다해 재현한 마법을 찢은 것은 세슈람이다.

찢은 것도 모자라 그를 덮쳤고 경계막까지 뚫어버린 마법이었다.

상식적으로 쓰러져야 할 사람은 그 자신이었다.

하지만 마법에 직격한 그는 멀쩡하다 못해 힘이 솟는 느낌이었으며 반대로 세슈람은 쓰러진 것이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육번대 부대장은 대련의 심판을 맡은 대장들을 바라보았다.

설명을 요하는 눈이었다.


"음..."


대장들 역시 이번 대련의 승리를 누구라고 해야하는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명 마법으로 이긴 사람은 세슈람이 맞다.

하지만 모든 힘을 쏟아낸 세슈람은 탈진해 쓰러졌고 반대로 육번대 부대장은 서있었다.


육번대 대장인 펠페림 유날이 물었다.


"혹시 저 광선도 넷... 대현자님의 빛의 검과 비슷한 마법입니까?"


마법도 지우고 파편도 공격하지만 사람에게는 무해한 마법인지 묻는 것이었다.


"글쎄... 아무래도 그런가보군."


오르디나 이레도 저 마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황을 따져보면 유날 대장의 말대로일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긴 거죠?"

"엄밀히 따지면 마지막까지 서있는 사람이 승자이긴 하죠."


대련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규칙.

쓰러진 사람이 패자.


이를 생각하면 승자는 육번대 부대장이 맞았지만 그대로 발표하기에는 또 그림이 웃겼다.

대장들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니 무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졌습니다."


베네빅 율 부대장이 입을 열었다.


"마법으로 형편없이 깨져놓고 승리를 주장할 만큼 제가 낯짝이 두껍지가 않아서."


그는 깨끗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는 쓰러진 세슈람을 들쳐업고는 무대에서 내려갔다.


"승자... 펠페림 세슈람?"


반편이 마법사가 최후의 4인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카밀로테 작명표.pn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공지 24.01.09 32 0 -
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3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6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5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8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6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6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7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6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5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6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6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6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9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0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6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7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9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7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7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6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9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6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6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215 215. 꺼져가는 등불 끄지 않는 24.01.29 6 1 11쪽
214 214. 눈을 떠라 눈을 떠라 24.01.25 9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