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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15 23:58
연재수 :
242 회
조회수 :
10,928
추천수 :
680
글자수 :
1,287,640

작성
22.12.0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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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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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24. 그가 이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DUMMY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딜람은 숨도 안 쉬고 답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위력.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특화 마법은 방어.

거기에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에게 배운 마법 역시 성벽 마법이라는 공격 보다는 방어에 유리해 보이는 마법이었다.


정규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명문 떼르 가문 출신으로 지내온 삶이 있기에 평범한 마법사에 비하면야 공격 마법도 굉장히 잘 재현하는 편에 속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치에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듀시아나, 세슈람, 그리고 아마 넷까지.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들은 단일 마법으로도 소위 10단계라고 말하는 위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정규군 입대 시험 내용이었던 아룡 죽이기에서 넷이 폭발과 얼음 창을 결합해 억지로 이뤘던 위력 말이다.

세슈람이라면 측정되는 수준이 10단계가 최고라 그렇지 아마도 그 이상의 위력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그게 안되었다.

과거의 넷처럼 여러 마법을 조합하거나 아니면 이전 경연에서 세슈람과 싸웠던 디트나처럼 마법의 구조 자체를 위력을 집중시키기 좋게 변형한다면 충분히 낼 수 있는 위력이지만 아무런 기교 없이 순수하게 힘만을 쏟아부어 재현하는 마법으로 그 정도의 위력은 불가능했다.


몸 속의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집광할 수 있는 한계치의 차이였다.

하나의 마법에 얼마나 많은 힘을 녹여낼 수 있는가?

듀시아나 세슈람은 남들보다 그 한계치가 높다는 의미고 자신은 그들보다는 좀 달린다는 뜻이다.


그걸 진작부터 깨달았던 딜람이었기에 이중 재현 같은 다른 식의 전투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공격력이 좀 부족하다는 것은 평소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전투는 보통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녀가 맡은 역할에 한해서 그녀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게 해낼 자신이 있었으며 실제로도 제 몫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경연에 참가하니 개인의 공격력이 문제였다.


그녀의 전투 방식은 큰 마법 한 번으로 적을 쓰러트리는 것이 아니라 자잘한 공격을 여러 번 맞춰 피해를 누적시키는 식이었다.

앞서 말했듯 그녀의 공격력은 평균치에 비교하면야 뛰어난 편에 속하기에 어지간하면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그녀가 참가한 경연은 대장 자리를 놓고 싸우는 자리였다.

달리는 자신의 공격력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면 그녀가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경연에 참가를 결정한 이후로 공격력을 높일 방법을 고민했다.


적의 방해 없이 가만히 호흡만 예닐곱 번을 해야 이룰 수 있는 10단계 위력같은 공격이 아니라 실제 전투에서 써먹을 만한 방법으로 말이다.


처음 생각했던 방식은 역시나 과거 넷이나 최근 디트나가 썼던 방식이다.

여러 마법을 조합하거나 혹은 마법 자체의 구조를 변형하여 힘을 집중하기 좋은 구조로 재현하는 것.

하지만 이건 이미 딜람이 쓰고 있던 방식이었으며 좀 머리가 있는 마법사라면 모두 쓰고 있는 방식이었다.

덧붙여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만들어낸 구조는 그만큼 노리는 곳이 한정되어 적이 피하기 더 쉽다는 단점도 있었다.


남들이 다 알고있는 방식으로는 이미 앞서가고 있는 적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딜람은 알고 있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방법...'


그러면서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 전투 중에 쓰기에 무리가 없는 방법.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딜람의 머릿속에 번뜩인 생각.


'성벽 마법 안에 있으면 마법사의 전반적인 능력이 강화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방어용이라 생각했던 성벽 마법은 단순히 방어 마법이 아니었다.

성벽 마법이 성을 이뤄 경계를 명확히 나누는 순간부터 그녀가 성벽 마법으로 낼 수 있는 효과가 한 가지 더 늘어났다.

적의 약화와 아군의 강화.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그녀는 이 능력을 경연에서 어떻게 쓸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거듭된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 바로 성벽의 크기를 줄여 제 몸에 두르는 형태였다.


원래 크기대로 성벽을 만든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며 성을 만드는 것을 적이 방해하기에도 용이하다.

하지만 크기를 줄여 자신 몸에 붙인다면 두 문제점 모두 개선시킬 수 있었다.


몸 주위를 덮는 수십 장의 벽돌 덩어리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둔해지기는 했지만 방어력이 뛰어나니 이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유일한 문제라고 한다면.


'이건 뭐. 성탄목도 아니고...'


애써 우스꽝스럽지 않다고 하기에도 어려운 모습이었다.


상인들의 나라 골락에는 성탄절이라는 날이 있다.

가난한 자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털어 음식을 나눠주던 성인을 기리는 날이라고 하는데 이 날에 사람들은 큰 나무에 번쩍번쩍 빛이 나는 장신구들을 칭칭 두른다고 한다.

이름하여 성탄목.


성벽을 두르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는 자신의 모습은 책에서 봤던 골락의 성탄목과 꼭 같은 모습이었다.


'음... 이거 성벽 색깔을 통일하는 방법 없나?'


눈에 띄는 화려한 본인의 모습에 고민을 하던 그녀였지만 의외로 이런 그녀의 고민은 단숨에 해결되었다.


- 헐! 대박! 멋있어!


세슈람과 훈련하던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비장의 수를 선보였고 이에 세슈람이 한 말이었다.


'... 멋있으면 된 거지!'


***


콰르르릉


무지개 빛으로 물든 딜람이 쏘아낸 벼락 줄기에 휩쓸린 상대 조장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오번대에 속한 조장답게 방어막을 펼친듯 했지만 성벽 안에서 강화된 딜람의 공격은 상대의 방어막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렸다.


딜람의 승리였다.


"후우..."


상대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딜람이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허벅지의 상처가 쓰라렸지만 승리했다는 기쁨때문인지 버틸만 했다.


'이걸로 앞으로 1승.'


1승만 한다면 그녀는 3조의 우승자가 되어 최후의 4인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그녀의 상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마 높은 확률로 칠번대 부대장이 될 것이었다.

그녀 역시 부대장을 꺾어야 최후의 4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독사인 것이 밝혀져 처형된 이번대의 부대장으로 인해 다섯 명으로 줄은 부대장 중 이번 경연에 참여한 부대장은 총 세 명이었다.

사번대, 육번대, 칠번대.


칠번대의 부대장은 공석이 된 칠번대의 대장 자리를 생각하면 참가가 당연한 것이었으며 아마 그 누구보다 대장이 되고 싶은 열망이 클 것이었다.


세유 율름.

작은 용과의 혈전에서 전사한 세유 세슐 칠번대 대장과 같이 세유 가문이었다.

사실 이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부대원을 들이는 데에 가장 큰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이 대장이다.

수습을 거쳐 정식 대원이 된 정규군을 부대에 편성할 때, 이왕이면 같은 가문의 대장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 대장에게도 정식 대원에게도 좋은 일이라 이런 식의 부대 편성은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었다.


부대 특성상 뵈나 가문이 많을 수밖에 없는 오번대를 제외하더라도 각 부대 대장이 속한 가문 출신의 대원들이 그 부대에 많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실력도 없는데 같은 가문이라는 이유로 부대장에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세유 율름 부대장은 분명히 실력자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힘들... 겠지?'


딜람은 오늘 있었던 전투를 복기하며 부대장과의 대련을 예상해봤지만 자신이 승리하는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무대에서 내려와 치료를 받던 딜람은 율름 부대장이 대련을 하고 있는 무대를 바라보았다.


쿠르릉


때마침 커다란 바위 거인이 몸을 일으켰다.


'세슐 대장님의 특기였지?'


바위로 된 거인.

땅 관련 마법의 숙련도는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느냐 그리고 얼마나 자유자재로 모양을 변형시키느냐에서 판가름 난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오늘 싸웠던 조장이 쓰던 강철 마법도 땅 마법의 일종이었다.

그녀의 마법이 성가셨던 이유는 파훼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했고 막기 어려울 정도로 자유자재로 강철을 다뤘기 때문이다.


땅 마법의 정점에 서있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세유 세슐 칠번대 대장이었다.

그리고 그를 상징하는 마법이었던 것이 바로 저 바위 거인이었다.

고인이 된 칠번대 대장을 상징하는 마법이 지금 무대 위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었다.


비록 여러모로 원조 바위 거인보다는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봐 줄만 한 수준이었다.


'흠...'


대련을 지켜보던 딜람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닌 게 아니라 좀 이상했다.


바위로 거인을 만들어 계속해서 거인을 움직이는 마법은 사실 칠번대 대장 고유의 마법은 아니었다.

그가 가장 잘 했기에 그의 상징이 된 것이지 누가 바위 거인 마법을 재현한다고 이상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마법을 재현한 사람이 땅 특화 마법사가 아니라면 그건 좀 이상해진다.

딜람이 알기로 칠번대 부대장의 특화 마법은 바람이었다.

물론 부대장씩이나 되면 못 다루는 마법이 없고 상황에 따라 특화 마법이 아닌 다른 마법을 쓴다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저건 좀 아니지 않나.'


지금 대련을 벌이고 있는 칠번대 부대장은 다른 마법은 일체 쓰지도 않고 오직 바위 거인만을 쓰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전 대련도 그렇고 그 전 대련에서도 그랬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전 두 번의 대련에서 부대장은 압도적으로 승리했지만 지금 대련에서는 지지부진하게 대련이 길어진다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실력이 부대장만큼 뛰어나냐고 한다면 결코 그것은 아니었다.

상대는 보아하니 얼음 마법 특화 마법사였다.

그는 바위 거인 안에 물을 집어 넣고는 그 물을 얼려 거인의 팔다리를 조각내고 있었다.


이쯤되면 다른 마법을 쓰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는 어째선지 계속 바위 거인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서?'


굳이?

그런 것은 훈련할 때 할 일이지 경연 중에 할 일은 아니다.

누구보다 칠번대 대장 자리에 오르고 싶어할 인간이 할 일은 더욱 아니다.


'자존심?'


익숙하지 않은 마법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부대장으로서의 자존심인가도 싶었다.

하지만 곧 이를 악물고 바위 거인을 다시 일으키는 그의 표정을 본 딜람은 저것이 단순한 자존심에서 비롯한 고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화를 내고 있었다.

분한 마음을 가누지 못해 제 입술을 씹어 찢고 있었다.


봐 줄만한 바위 거인.

무려 부대장씩이나 되는 사람의 마법이 겨우 봐 줄만한 수준인 것이다.

그런 사람의 마법이 겨우 봐 줄만하다고 한 시점에서 이 마법은 부대장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 마법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바위 거인이 무너질 때마다 그는 표정을 와락 구기고 있었다.


딜람은 그의 고집이 어떤 마음에서 피어났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죽은 칠번대 대장에 대한 추모?

아니 그보다 더 격렬한 감정이었다.


아마도 지금 그는 증명하고 싶은 것 같았다.

칠번대 대장이 어떤 마법사였는지.

얼마나 강한 자였는지.


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바위 거인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마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죽은 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의 업적을 기리고 알리는 일 역시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어딘가 엇나가 있었다.




숱한 시도 끝에 상대방의 힘이 먼저 다 했고 칠번대 부대장의 바위 거인은 기어코 상대방을 깔아 뭉갰다.

그의 승리였다.

익숙하지도 않은 마법으로 승리한 대가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있었음에도 칠번대 부대장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독기가 조금도 빠지지 않은 눈으로 그는 치료를 받고 있는 딜람을 찾았다.


'이거... 좀 싸한데?'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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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1. 으악 24.04.13 6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5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8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6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6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7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6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5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6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6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6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9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0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6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7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9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7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7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6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9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6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6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215 215. 꺼져가는 등불 끄지 않는 24.01.29 6 1 11쪽
214 214. 눈을 떠라 눈을 떠라 24.01.25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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