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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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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30 22:53
연재수 :
2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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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
글자수 :
1,304,125

작성
24.04.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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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42. 달갑지 않은 재회

DUMMY

갑작스런 만남에 육번대 대장과 까만 노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움직인 것은 투실라고였다.


타앗


나무 그늘이 만들어 낸 그림자로 뛰어들어 눈앞의 마법사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어딜!"

"먀아아옹!"


나이 든 고양이보다 유날이 더 빨랐다.

다행이라고 할지 유날에게 잡히는 와중에도 투실라고는 인간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실수는 처음 한 번으로 족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으니.

실수라는 것이 때로는 한 번만으로도 치명적이라는 것이었다.


"현 대현자님께서 과거 미카에 숨어 들었다가 징역형을 사셨다. 그때 같이 있던 것이 고양이 한 마리였다지. 그런데... 죽음의 숲에 마법이 사라지자마자 처음 등장한 생명체가 고양이라."


그녀는 이미 투실라고가 죽음의 숲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는 눈치였다.


"너. 이곳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건가?"

"... 미야아아옹?"

"모르는 척을 하겠다? 뭘 모르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만 여기서 네가 아무런 정보도 토해내지 않는다면 넌 죽는다."


파직

파지직


손가락 끝으로 전기가 튀고 있었다.


"또한 평범한 고양이여도 넌 죽는다."


살기가 등등한 것을 보니 농담이 아니었다.


"열을 세겠다. 하나, 둘..."

"..."


하나씩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들으며 투실라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시끄럽게 울리는 뇌명을 들은 노묘는 무리를 해가며 이곳에 도착했다.

장로 일행과 정규군과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리라는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막상 그가 도착한 곳에는 유날 혼자뿐이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어떤 방법인지는 몰라도 장로 일행이 유날을 무사히 따돌렸다는 뜻일테니 말이다.

한 가지 미련이 있다면.


'루스트로님을 뵙고 가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구나.'


루스트로.

붉은 장발을 질끈 묶고 깜깜한 삶을 꾸역꾸역 살아갔던 사람.

자신의 주인이었으며 동시에 친우였던 자.


'부디 마지막까지 용기를 잃지 마시길. 까마득하게 먼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어둠 가운데 한 줄기 소망의 빛이 되시길. 이 미천한 자가 기도하겠습니다.'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얼굴에 유날이 말했다.


"말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그래. 존중하지."


겨우 고양이 주제에 신의를 지킬 줄 안다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지만 그뿐.

그녀에게 미물의 사정같은 것을 봐줄 정도의 여력은 없었다.


파직


전기가 방전되며 옅은 불꽃이 튀겼다.

삐쭉거리는 빛이 노묘의 몸을 관통하였다.

옴짝이던 까만 다리가 축 하고 떨어져 내렸다.


정체 모를 고양이를 내려다 본 유날은 이내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얌전히 한 곳에 내려놓았다.


"... 쯧."


겨우 고양이 한 마리 죽인 것이다.

이런 사소한 생명에 연연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까만 몸체가 눈에 밟히는 것이 영 거슬렸다.


다시 한 번 머릿속에 낯선 장면이 스쳤다.

새까만 파편의 힘을 두른 넷이 혁명단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울렁거리던 속이 아주 역류하였다.


"우욱."


투명한 위액을 뱉어냈다.

메스꺼운 속을 억지로 달래며 그녀는 아까 혁명단 일행이 쏘아낸 보랏빛 광선이 제 머리에 스쳤던 것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정신 마법을 쓴 마법사가 꽤나 수준이 높은 자였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겨우 스친 것만으로도 상관 없는 장면을 심어놓기는 힘들었을테니 말이다.


정신을 보호하는 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던 유날은 문득 멀리서부터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드득

후드득


무언가 날갯짓하는 소리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 본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숲 가까이에서 날고 있는 새였다.


평범한 새는 아니었다.

동물들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그녀였음에도 그 종류를 알아 볼 수 있는 것은 워낙 유명한 새였기 때문이다.

온갖 동물들이 모여있는 8월 마을에서도 기록만 남아있는 새였는데 그 희귀함에 더해 멋들어진 모양을 하고 있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 새란 다름 아닌 학.

특히나 동물에 관심이 많은 나센드들 사이에서는 종이로 학 천 마리를 접어서 선물하는 게 낭만 가득한 선물일 정도로 인기가 많은 새였다.


동물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보존하는 업무를 제일 잘하는 것이 나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나셴드도 갖고 있지 않다면 실상은 멸종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멸종한 학 두 마리가 마침 그녀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성인 한둘은 너끈히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큰 몸 위에는 사람 한 명씩 태우고서는 말이다.


"저 사람은..."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그녀가 아는 얼굴이었다.

오르디나 이레와 함께 혁명단에 속한 떼르 이트나 학교장이었다.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금방 공격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맹렬한 기세도 잠시.


"저... 저게 무슨."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집광체였다.

감히 피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크디큰 보랏빛의 집광체였다.

그 커다란 보라색 빛 덩어리가 그녀 위로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이트나 이 빌어먹...!"


욕할 시간에 저 기분 나쁜 광선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서둘러 제 위로 방어막을 만들었다.

이 판단은 정확했고 실제로 다른 방해가 없었다면 충분히 막아냈을 것이었다.




"?"


그녀의 땅 밑에 고개를 내미는 생명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꺄룩


마치 비웃는 것같은 기분 나쁜 울음소리와 함께 그녀가 딛고 있던 땅이 액체로 바뀌었다.


풍덩


디딜 곳을 잃고 정체모를 갈색 액체에 빠지며 집중력이 흐트러진 그녀는 제대로 된 방어막을 완성하지 못했고 그 위로 보라색 광선이 떨어져내렸다.


쏟아지는 광선을 정통으로 맞은 유날의 기억에 균열이 일었다.

쩍쩍 갈라지는 금은 거침없이 뻗어나가 그녀가 기억하고 있던 장면을 부쉈다.

기존의 기억이 부서진 자리에 새로운 장면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과부하가 오며 멀어지는 의식 너머로 예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꺄루루룩


***


"투실라고씨는요?"


학에서 내린 이트나와 카논이 제일 먼저 살핀 것은 쓰러진 투실라고였다.

쓰러진 투실라고의 가슴팍에 귀를 가져다 대고 있던 얼마 안 있어 카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에요. 단순히 기절한 거예요."


무사하다는 말에 이트나도 그제서야 굳었던 얼굴을 풀었다.

솔직히 의외였다.

누구보다 군인다운 사람이 바로 펠페림 유날이다.

그런 그녀가 카밀로테의 적이라 알려진 혁명단의 처벌을 대충할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바닥에 쓰러진 투실라고를 봤을 때에는 영락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기적인지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유날씨는."


투실라고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카논은 다음으로 보랏빛 광선을 맞고 기절한 유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분... 기절한 거 맞아요?"

"예. 살아있습니다."


학에서 내리기 전부터 이트나는 유날이 괜찮다고 말했었다.

카논보다 좋은 눈을 가지고 있으니 그가 살아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게 한 번에 빗장을 열어버리다니 너무 위험했어요."


몸을 고치는 치료 마법이나 정신에 간섭하는 정신 계열 마법이나 두 가지 마법 모두 다룰 때에 중요한 것이 있다면 마법의 대상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정신쪽은 망가뜨릴 생각이 아니라면 더더욱 주의가 요했다.


그런데 방금 이트나는 섬세함은 용이나 줘버린 막대한 양의 기운을 쏟아 넣어 조작된 기억을 부쉈다.

다른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정신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 정신에 가해지는 충격으로 인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다.


이런 카논의 염려에 이트나가 덤덤히 답했다.


"정신력이 강한 사람입니다. 버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펠페림 유날을 동료로 끌어들일 생각을 한 것은 그녀가 비교적 혁명단의 일에 깊이 관여한 사람이기에 조작된 기억을 부수기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을 높게 평가해서이기도 했다.

이트나 역시 유날의 이런 정신력을 알고 있었기에 비교적 손을 과하게 썼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 안에는 투실라고에 대한 감정도 섞여 있었을 것이고.


틀린 말은 아니었으며 심지어 결과도 괜찮았기에 카논은 이에 대해서 더 이상 가타부타 말을 얹지 않았다.

대신 다른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유날씨도 유날씨지만 저는 지금 유고님이 더 걱정이에요."

"..."

"지금 명백히 무리하고 계세요."


방금 전도 그렇다.

다수도 아니고 고작 한 명의 기억을 되돌리는 데에 썼다고 하기에는 과한 양이었다.


"유날씨는 뛰어난 마법사입니다. 처음의 노림수가 틀어지는 순간 죽이지 않고 제압하기는 더 힘들었을 겁니다."


이트나의 말은 일견 일리가 있었다.

이렇게 보면 지극히 이성적으로 구는 것 같았지만 카논은 그의 행동에서 초조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초조함은 깨어난 이후로 주욱 이어지고 있었다.


-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께서 젤로트를 불렀다고요.

- 네. 젤로트씨가 원하는 것이 죽음의 숲을 없앴다는 것을 알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 그렇다면 마법이 곧 사라지겠군요.

- 아마도요.

- ... 죽음의 숲이 열리면 위험합니다. 숲이 열리는 즉시 이동해야 해요.

- 젤로트씨도 같은 말을 하던데. 누구를 말하는 건데요?

- ... 유스티티엔, 제사장입니다.

- 설마 유고님께서도 그 자에게 당하신 건가요?

- 네. 만약 그 자가 여기 있는 주민들을 노리기라도 한다면 모두 지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어서.

- 사람들을 제가 모을테니 유고님은 조금이라도 몸을 더 추스리세요. 말씀하신대로 숲이 열리는 즉시 이곳에서 나가죠.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의 예상대로 숲에 깔린 마법이 사라졌다.

다만 예상한 것만큼 최악은 아니었던 것은 숲 전체에 깔린 마법이 단번에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엑살라니스에 가장 가까운 곳부터 차례대로 마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의 안배임을 깨달은 둘은 사람들을 모아 서둘러 길을 나섰다.

이대로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제일 좋았지만 지금껏 막혀있던 숲의 지형에 대해서 카논도 이트나도 아는 바가 없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안전한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에 이들의 결정은 우선 카밀로테로 떠났던 장로 일행과 합류하자는 것이었다.


여전히 길은 몰랐지만 하늘 높이 솟은 데클락은 보였다.

데클락을 향해 가다보면 필히 카밀로테에 닿을 것이고 가다보면 장로 일행과도 만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마법이 깔렸을 때에는 공중에서 지형을 파악한다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마법이 사라진 후에는 숲의 지형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카논이 부리는 학을 타고 주변 지형을 살피던 이트나는 멀리서 다가오는 무리가 보였다.

카밀로테에서 먼저 엑살라니스로 향한 선두조였다.


그들에게 간략한 설명을 들은 카논과 이트나는 서둘러 투실라고를 쫓았다.

다행히도 투실라고가 이동할 때마다 마법을 썼기에 잘 보는 자인 이트나가 흔적을 쫓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지금.

방금 정신 마법을 쓸 때에도 이트나는 자신의 기운을 자연스레 쓴 것이 아니라 억지로 끄집어 내서 한계치보다 더 썼다는 것을 카논을 알고 있었다.

몸에 꽤나 무리가 갔을텐데 그는 벌써 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장로님께서는 이곳에 계시지 않으니 서둘러 움직이죠. 한시라도 빨리 장로님네와 합류해서 전력을 보충해야 합니다."


현재 적이 혁명단을 비롯한 사람들을 노리고 있으니 서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전에는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해서 계획을 세워 일을 처리했다면 지금의 그는 계획이고 뭐고 제 몸을 혹사하며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마치 죽으려고 작정한 인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이트나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카논은 눈앞의 남자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를 조금이라도 붙들어 두겠다는 생각에 카논이 그를 붙잡을 때였다.


"여기에서 또 보는군."


그들 앞으로 순백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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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245. 신념 NEW 17분 전 1 0 13쪽
244 244. 이랬다가 저랬다가 24.04.25 6 1 10쪽
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6 1 13쪽
»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8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8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7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9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8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8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9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9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8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1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7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8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8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8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2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11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2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7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9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12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11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9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10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10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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