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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7.15 18:00
연재수 :
2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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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66
추천수 :
697
글자수 :
1,391,524

작성
24.04.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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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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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243. 대위 카밀로테

DUMMY

제사장 유스티티엔.

현재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면상 1위께서 등장하셨다.


'전력이 다 갖춰지지 않은 시점에서 저 괴물을 상대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제사장과 두 번이나 싸워봤던 이트나는 그가 지독하리만큼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전의 전투만 봐도 그렇다.

이전 전투에서 이트나는 사실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파편이 몸을 쥐어짜내며 내던 경험을 응용해서 인간이라면 쉽게 따라할 수 없을 힘을 억지로 끌어냈음에도.


- 미안하지만 내가 베고자 하는 것 중에는 파편 역시 포함된다.


이러면서 너무나 손쉽게 베이고 말았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수상쩍은 빛이 반짝이길래 와봤더니... 살아있었군. 내심 그대로 죽기를 바랐는데 말이야."


유스의 말에 이트나가 얼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자신을 왜 살려뒀는지가 의문이었다.


"왜 살려뒀는지가 궁금한 모양인데 난 사실 그쪽을 죽이고 싶었다."

"그런데요?"

"그런데 제자가 살려주라고 하더군."

"하...?"


이것도 의외라면 의외였다.


"그러면서 한 말이 무엇인지 아나? 그쪽은 자신이 꺾을 것이라고 하더군. 그러니 살려두라고."


이트나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짐작컨데 젤로트가 자기에게 보이는 투쟁심의 동기는 카논일 것이었다.

그가 검을 배우기 위해 제사장 아래에 들어간 것도, 또 죽음의 숲을 없앤 것도 같은 이유이리라.

정말이지 치기 어린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젤로트를 마냥 비웃지 못하는 것은 그 마음을 이트나는 십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가 있고, 또 그 안에 많은 사람이 있으며 그에 따라 수많은 규칙이 있지만 모든 곳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 있으니.


'힘 있는 자가 원하는 것을 가진다.'


감히 장담컨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 법칙에 얽매여있었다.

과거의 이트나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해 힘을 갈망했고, 힘을 추구하다가 파편에게까지 손을 뻗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절대불변처럼 보이는 이 법칙에도 대안이 있음을 이트나는 알고 있었다.


'대안이라기 보다는 법칙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


그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야 파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고 말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황을 이 지경까지 몰고 간 젤로트에게 화가 났었던 이트나는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굳었던 입가가 느슨하게 풀어지는 것을 느낀 이트나는 깨어난 이후로 자신의 얼굴이 줄곧 굳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불안.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현실이 되며 따라오는 압박감.

이런 상황 속에서 그는 어느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으며, 답이 보이지 않자 초조해 하고 있었다.

그 결과물이 과거 파편이 그랬던 것처럼 제 몸에 부하를 줘가면서까지 기운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작은지 그렇게 혹독하게 배웠으면서 또 내가 해결하려고 하고 있었네.'


이트나는 힘이 바짝 들어간 몸을 부드럽게 풀기 시작했다.

그의 기행에 옆에 있던 카논이 물었다.


"유고님? 갑자기 뭐하시는..."

"저 제사장과 싸우기에는 지금 제 몸에는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 있어서요."

"... 다시 생각하는 게 어때요? 젤로트씨가 말하기를 먼저 덤비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유스티티엔을 만난 것은 처음임에도 카논은 곧바로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젤로트가 절대 적대하지 말라던 자가 그를 두고 하는 말이었음을.

이트나가 줄곧 초조함을 보인 이유가 바로 눈앞의 제사장 때문임을.


모를 수가 없었다.

몸을 푼답시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이트나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의 몸을 제어하는 데에 능숙한 이트나가 이리도 선명히 공포를 내비친다는 것은 그만큼 적이 강하다는 뜻.


눈앞의 적과 언젠가 싸워야 한다고 해도 그게 지금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젤로트가 말한 것처럼 괜히 적대하지 말고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후 제사장이 하는 말은 일이 그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알고 있었나보군. 내가 그쪽을 죽이겠다고 결심한 것을 말이야."

"모를 수가 있나요. 그렇게 대놓고 티를 내고 있는데. 그나저나 그 맹세라는 거 이렇게 쉽게 깨도 되는 건가요?"


본래 유스는 젤로트에게 맹세를 했었다.

죽음의 숲 속 주민들은 그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자신 역시 공격하지 않겠다고.


"맹세는 여전하다. 그쪽 여자는 내게 덤비지만 않으면 나 역시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쪽이 죽음의 숲 속에 사는 주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 뭐 그건 그렇죠."

"꼭 맹세가 아니더라도 어지간하면 그쪽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그쪽을 남겨달라는 제자의 부탁이 있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쪽을 지금 죽여 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스릉


유스티티엔의 상징과도 같은 순백의 검이 빛을 내며 뽑혔다.


급격하게 팽팽해지는 긴장감.

그 속에서 나름대로 전투를 준비하는 카논에게 이트나가 말했다.


"카논님. 저희 둘로는 못 이깁니다."


원래대로면 그의 말의 속뜻은 '이기지 못할 테니 틈을 만들어 도망치자.'는 뜻이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여기서 그가 카논과 함께 제사장을 상대해서 도망치는 데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챙겨야 할 엑살라니스의 주민들이 있었다.

전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을 데리고 제사장에게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할테니 결국 다시 한 번 싸워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나마 최선의 경우라고 한다면 뒤늦게라도 장로 일행과 합류해 제사장을 상대하는 것이겠지만 현재 그들의 행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장로님께서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굳이 화려하게 마법을 쓴 것이기도 하지만.'


유날의 조작된 기억을 부수기 위해 재현한 정신 마법은 유날에게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 무리하게 힘을 끌어다 쓴 것도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숲 어딘가에 있을 장로 일행에게 이쪽의 위치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제사장을 부르는 악수로 작용하긴 했지만 투실라고를 쫓은 곳에서 장로 일행을 찾지 못한 시점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쪽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다른 수가 없었다.


그러니 현재 이트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이것이었다.


"미안합니다."

"잠깐...!"




뒷목을 가격 당한 카논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현명하군. 그대로 싸웠으면 난 저 여자도 죽여야 했을 거야. 아무리 조건부 맹세라고 해도 죽이지 않겠다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영 찝찝해서 말이야."

"그거 참 대쪽같은 신념이시네요."


지원군이 올 지는 불확실.

가슴 쪽의 상처는 무리해서 움직였다고 진작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만전을 기한 상황에서도 졌는데 이런 상처까지 달고 싸운다면 승산을 점치는 것도 사치였다.


"승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등을 보이지 않는 그 기개만큼은 인정하지. 그쪽을. 당신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나 역시 최선을 다하겠다."


우우웅


짧게 진동한 하얀색 히펠이 검에 스며들듯 사라졌다.

일명 꺾이지 않는 신념.


'사람 한 명 상대하는 데에 이것을 두 번이나 꺼내들다니. 내쪽이 손해지만.'


유스가 첫 발을 내딛는 것을 인지한 순간 이트나는 서둘러 몸을 뒤로 뺐다.


스걱


피했다고 생각했음에도 그의 가슴에 엷은 상처가 남았다.

이미 상처가 누적되어 자신이 느려진 것인지, 아니면 상대가 더 빨라진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번 일 검으로 상대와 자신의 기량 차이를 헤아리려던 이트나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비웠다.


- 몸에 힘을 빼거라.


내리 그었던 검이 그대로 다시 위로 솟구쳤다.

상체를 뒤로 꺾어 간신히 검을 피했으나 턱에 스치고 말았다.

핏방울이 튀었다.


- 그딴 잡기를 익힌다고 몸에 힘을 주니까 안되는 게야. 몸에 힘을 빼라고.


잠깐 시야에서 멀어진 순백의 검이 이번에는 빠른 속도로 찔러들어왔다.

옆으로 피하면 그대로 검로를 튼 검에 베이리라는 것을 직감한 이트나는 위로 날아올랐다.

그의 발치로 곧바로 검이 따라붙었다.


- 본인 스스로 재능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게야? 마법사 중 최고도 아니고 겨우 떼르 중 뛰어난 것에 불과하지 않더냐. 그까짓 재능 우습게 깔아 뭉갤 힘이 바깥에는 넘쳐난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네 녀석의 그 코딱지만 한 힘을 빼거라.


투웅


발치에 바람을 일으켜 날아오는 검의 궤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스걱


빛의 결정이 마법으로 화하기도 전에 유스가 휘두른 검에 베여 사라지고 말았다.

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마법으로 바뀔 빛의 결정을 벤다는 것은 찰나의 찰나를 맞춰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걸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유스가 대단한 것이었다.


허공에서 기동력을 잃고 추락하는 이트나의 앞으로 유스가, 그가 휘두르는 검이 날아들었다.


- 내 몸에 힘을 빼면 도대체 어떻게 싸우라는 겁니까?

- 네가 싸우는 게 아니다 이것아. 트리아트 셋. 그분이 싸우는 거지.

-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요!


현재 본인의 마법으로는 날아오는 검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트나는 방어막을 펼쳤다.

마법을 재현하자마자 알았다.

지금껏 그가 재현하던 것과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


이트나의 눈에 비친 것은 차곡차곡 쌓이는 빛의 결정들이었다.

검이 느려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쌓이는 결정은 이윽고 하나의 집광체가 되었고.


우우웅


이내 마법이 되어 그의 앞에 펼쳐졌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

막이라고 하기에는 두꺼웠고 또 막는 곳 역시 한정되어 있는 형태.

그건 흔히 말하는 방패였다.


상반신이나 겨우 막을 정도 크기.

가오리연 모양을 한 삼각 방패가 이트나의 앞에 나타났다.


쩌엉


방패는 유스의 검에 부딪히고도 베이지 않았다.

대신 튕겨나가 그대로 뒤에 있던 이트나를 휩쓸었다.

그 덕에 이트나는 방패와 함께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지만 어쨌든 베이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어떻게 한 거지?"


유스로서는 꽤나 충격적인 결과였다.

꺾이지 않는 신념이 베지 못하는 것은 이 세상에 없었다.

아니.

딱 하나 베지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용에게서 비롯한 두 개의 거대한 파편이었다.

기만과 절망.


둘 다 용에게서 비롯한 존재니 실상은 하나라고 봐도 무관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갈고 닦은 검이 그 견고한 파편을 벨 수 있기를 바랐다.


다만 아직은 이루기 요원한 경지.


그러던 와중에 그가 베지 못한 것이 또 하나 나타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이트나는 지금보다 더 위협적인 적이 될 것이다.

이 예상은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지금은 고작 방패 한 장이지만 이후에도 방패 한 장만 들고 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방패와 부딪히고 난 여파로 아직까지도 떨리고 있는 검을 유스는 고쳐쥐었다.


'... 역시 저 자는 이 자리에서 죽여야겠어.'


유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트나는 자신이 만들어낸 방패를 살피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역시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머리로야 이해하고 있던 개념이었다.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가 부어주는 힘은 더 강하고 무한하며 그 완성도도 사람이 재현하는 마법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러니 그에게 의지하여 마법을 재현할 수만 있다면 강력한 마법을 재현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


그는 파편에게서 벗어나는 데에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의 도움을 받았다.

이후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에게서 특별한 마법을 배워 물의 기둥을 세우는 자까지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에게 의지하여 마법을 재현한 경험이 없었다.

그의 특별한 눈은 마법의 원리를, 방대한 양의 기운은 재현할 수 있는 마법의 범위를, 마지막으로 뛰어난 머리는 이 모든 것을 합쳐 어떤 마법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재현해냈다.


모순적이게도 그의 뛰어난 재능이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에게 의지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랬던 그가 제 힘으로 도무지 헤쳐나갈 수 없는 일을 맞닥뜨리고서야 처음으로 경험한 것이다.


"일단 이걸로 시간 정도는 벌 수 있겠네요."


기분 좋은 묵직함을 느끼며 이트나가 방패를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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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258. 사랑꾼 24.07.11 8 1 15쪽
257 257. 무지개 24.07.03 10 1 14쪽
256 256.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24.07.01 11 1 13쪽
255 255. 이게 왜 돼 24.06.26 11 1 13쪽
254 254. 가망 24.06.21 9 1 15쪽
253 253. 산 넘어 산 일 넘어 일 24.06.18 10 1 14쪽
252 252.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24.06.14 10 1 14쪽
251 251. 으누어 24.06.05 13 1 16쪽
250 250. 격 24.05.30 16 1 14쪽
249 249. 짜릿해 늘 새로워 24.05.21 10 1 13쪽
248 248. 꺾이지 않는 신념 24.05.18 11 1 14쪽
247 247. 하나를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24.05.16 13 1 13쪽
246 246. 포기를 모르는 남자 24.05.04 17 1 12쪽
245 245. 신념 24.04.30 16 1 13쪽
244 244. 이랬다가 저랬다가 24.04.25 14 1 10쪽
»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13 1 13쪽
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15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14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15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14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16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14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18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14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15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4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1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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