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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7.15 18:00
연재수 :
2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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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70
추천수 :
697
글자수 :
1,391,524

작성
24.04.0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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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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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DUMMY

재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

그 찬란한 재능으로 어린 나이에 정규군 대장의 위치에 오른 자.

정규군 육번대의 대장 펠페림 유날.


그녀는 책상 위 높게 쌓인 서류 더미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윤기가 흐르지는 않아도 평소 잘 정돈하고 다니던 진갈색의 단발이 부스스하게 흐트러져 있는 것이 그녀의 상태를 짐작하게 해주고 있었다.

최근 들어 유독 넓게 느껴지는 집무실.

그녀는 방이 꽉 들어차도록 깊은 숨을 내쉬었다.


똑똑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

숨 소리를 원래대로 돌리고 얼굴을 한 번 쓸어 내려 표정을 정돈했다.


"들어와."

"저기 대장님..."

"뭐. 왜. 말해."


집무실에 들어온 대원은 말을 꺼내기가 퍽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눈앞의 대장께서 심기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 사건'과 함께 정규군의 여섯 부대를 이끌어야 할 대장들은 물론이고 그 밖에 치안군이며 집행처며 학교며, 주요 기관들의 수장격의 인물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유날, 그녀만 빼고 말이다.


자연스레 그 공백을 그녀 혼자 감당해야 했다.

급한대로 치안군 쪽에는 조장 한 명을 대장으로 올려놨지만 그 자는 이전 대장들과 다르게 집단을 통솔하는 데에는 영 재능이 없는 자였다.

아무리 허울 뿐인 이름이라고 해도 나라의 치안을 감당해야 할 치안군은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고 있었다.


치안군의 빈자리를 메꿔야 할 집행처는 수장과 그 보좌인이 각자 파편의 수하, 다른 한 명은 혁명단에 속해 있던 것으로 밝혀지며 신뢰를 잃고 잠정적으로 기능을 멈춘 상태였고 그 덕분에 유날은 정규군 일부를 따로 떼어 치안을 어지럽히는 치안군을 감시해야 했다.

거기에 더해 오르디나 이레를 비롯한 정규군 대장들이 '그 짓거리'를 하고 도망치며 남긴 정규군의 모든 업무도 그녀가 도맡아 해야 했으니 업무가 과중한 것을 넘어 혼자서 처리하기에는 불가능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루 빨리 부대장이나 쓸만한 자들을 뽑아 비어있는 대장의 자리를 채워달라고 요청도 했다는데 아직 이렇다 할 말이 없는 것 보니 우리 새파랗게 어린 대현자님께서 답을 안 해주는 것 같았다.


'그나마 도움이 될 가주들은 얌체같이 손 놓고 보고만 있으니... 불쌍한 우리 대장님.'


농담이 아니라 말 그대로 유날의 눈 밑으로 짙게 깔린 그늘은 매일 그 기록을 경신하며 그 크기를 키우고 있었다.


"얼른 말해. 나 바빠."


피곤에 절은 그녀의 메마른 목소리에 대원은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씩씩하게 보고를 마쳤다.


"4월 마을에서 사건이 있었습니다. 치안군 그 새끼, 아니 그 친구들이 또 행패를 부렸답니다."


대원은 사건 경위서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서류에는 누가 무슨 짓을 했고 그래서 금전적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빼곡히 적혀있었다.


"많이도 해 먹었네. 그나마 다행인건 인명 피해가 없다는 건가..."


그녀가 경위서를 다시 한 번 정독하고 있으려니 때마침 방문이 열렸다.

흑발이 조금씩 하얗게 세기 시작한 여인이었다.

여인의 정체는 이전 가주가 죽고 그 빈 자리에 오른 떼르의 새 가주였다.


잔뜩 화가 나 있는 것이 보나마나 4월 마을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온 것이리라.


"지금 당장 내 앞에 그 놈들 데리고 와."


유날은 떼르의 새 가주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


"저희 소관입니다."

"똑바로 일을 처리하고나 그런 말을 지껄이렴."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만."


떼르의 새 가주는 기가 차는지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잘 하고 있는데 가게를 덮쳐?"


마법 가게는 떼르 가문의 주요 수입처였다.

그런 곳을 치안군 대원 몇 명이 제다카를 들고 쳐들어 간 것이다.

최근 자신들이 받는 위협이 커졌으니 보호 마법석을 제공하라는 것이 그들이 행패를 부린 이유였단다.


"내가 처음부터 말했지? 너 혼자서 정규군과 치안군 모두 통솔한다는 것부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그렇다고 해도 당신들 지원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것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현 떼르 가주는 과거 만년 이인자라고 불렸던 자였다.

물론 전 가주와의 차이가 너무도 압도적인 이인자라 전 가주가 살아있을 때까지만 해도 날개를 펴지 못했지만 명문가의 이인자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떼르는 떼르였고 그 가문의 가주에 오른 자인만큼 야심도, 심계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새로이 가주 자리에 오르자마자 한 것이 바로 군에 대한 개입이었다.

카밀로테 유일의 무력 부대인 정규군을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다면 가문에게 있어서는 큰 힘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카밀로테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오르디나 이레가 있을 때만 해도 이런 식의 타 세력의 노골적인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과거 떼르의 전 가주 조차 뒤로 남몰래 세력을 심어놓았지 이렇게 대놓고 나선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르디나 이레가 쫓겨나고부터는 비단 떼르 뿐 아니라 다른 가문에서도 틈만 나면 정규군을 집어 삼키려 수작질을 뻗쳐오고 있었다.

전 가주의 실격 이후 위세가 줄어든 떼르가 가장 열심이었고 말이다.


"고집 부리지 말고 얼른 빈 자리를 채워야 너도 편할 거 아니야. 어? 너도 지금 사람이 필요하니까 계속 대현자 그 꼬마한테 연락하는 거잖아. 눈 밑에 그늘 좀 봐. 그게 어디 사람 몰골이니?"

"저 하나 편하자고 자격도 검증 안 된 사람들을 대장직에 올릴 수 없습니다."

"검증이야 앞으로 하면 될 거 아니야."

"무엇보다 대현자'님'께서 아직 재가하지 않으신 일을 저희끼리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는 없죠."


대현자를 제대로 대우하란 의미에서 굳이 '님'이란 말에 힘주어 말해보았지만 눈앞의 여자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흥. 그 어리디 어린 아이가 지금 여기 살필 정신이 있겠어? 연합전에서 용을 죽이려면 지 실력 끌어 올리기에도 바쁠 텐데."

"... 그 사람을 쫓아 낼 정도로 강한 분이십니다. 대현자님께서는."

"그 사람이라니... 혹시 이레 그 할망구를 말하는 거야? 너 아직도 그 년 이름을 직접 못 불러?"


어머 어쩜.

그토록 존경하던 사람이 권력에 눈이 먼 날강도라는 것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한 거니.

가엽기도 하여라.


여자는 숨길 생각도 없는지 노골적으로 조소를 보내왔다.

이에 유날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화가 나는만큼 또 동시에 눈물이 났다.


유날은 울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배신감에 분노하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눈물이라니.

여전히 이유 모를 감정이었다.


유날이 감정을 억누른다고 말을 못하고 있으니 떼르 가주가 피식 웃었다.

말로 눈앞의 건방진 계집을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다니 여간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다.

이 기세 그대로 밀어 붙이면 어쩌면 오늘은 원하던 것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가주는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쯧쯧. 아직 어리다고 해도 그래도 군에 유일한 대장인데."


우웅


"이렇게 공사 구분이 안 되어서야. 차라리."


우우웅

우우우웅


"씁. 그것 좀 조용히 시키지 못해?"


유날의 책상 위에 놓여진 여러 마법석 중 하나가 미친듯이 떨고 있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유날이 한 박자 늦게 떨리는 호박을 발견했다.


"이건..."


대원이 그녀에게 소식을 전하러 오지 못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

진동하는 호박이 의미하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심지어 호박에 신호를 보내고 있는 곳이 평소 일이 터지던 치안군이나 정규군의 다른 부대 쪽이 아니었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유날이 가주에게 말했다.


"여기서 나가십쇼."

"하!"


떼르 가주는 자신에게 건방지게 명령을 내리는 유날에게 한 마디 하려고 했지만.


"네가 뭔데 나에게..."


파직

파지직


"당장 나가라고."


유날의 서슬퍼런 기세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꾸물거리는 가주를 쫓아내다시피 해서 내보낸 후 유날은 구석에 세워둔 전투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갑옷이며 투구며 무장을 해야겠지만 그녀의 날선 감각이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창문을 연 유날은 그대로 몸을 던져 날았다.


신호를 보내온 곳은 집행처.

그 빌어먹을 자들이 속해있던 혁명단의 마지막 단원, 펠페림의 가주가 갇혀있는 곳이었다.


***


높게 선 10월 마을의 목책.

목책이 늘어뜨린 기다란 그림자 구석에는 찐득거리는 검은 액체를 두른 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수는 총 다섯.


그들은 그림자에 숨어 꼼짝도 않고 있었다.

차음막도 펼쳤고 모습도 숨겼으니 어지간하면 발각되지 않을 것이지만 그들이 자리 잡은 곳인 10월 마을이 바로 정규군 부대에 붙어있는 9월 마을 옆이라는 것이 걸렸다.

운 없이 감각이 예민한 자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정규군과 맞닥뜨리는 것은 금방이기에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는 것이었다.


숨도 조심히 쉬면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오래지 않아 멀리서 그들과 똑같이 검은 액체를 뒤집어 쓴 자가 다가왔다.

무리 중 가장 덩치가 작은 자였는데 그는 주위를 살피고 돌아온 참이었다.

차음막 안으로 들어온 그를 무리가 반겼다.


"고생하셨어요. 장로님."

"그래. 군은 아직 조용하더구나.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모양이야."

"다행이네요. 미카를 지키는 자는요?"

"세 명.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수야."


장로는 다른 이들을 모아 조심스레 말했다.


"제압은 나와 여기 하람, 그리고..."

"저요. 제가 할래요."


앳된 목소리가 한껏 들떠 방방 뛰고 있었다.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아이는 현재 이 상황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장로가 한숨을 쉬고 있으니 아이 곁에 있던 이가 나서서 아이를 말렸다.


"에우랄. 안 돼. 위험해."

"그치만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안 돼. 싸우다가 다치면 어떻게 해."

"치. 나도 이제 마법 잘 써!"


또 투닥거리는 모녀를 보며 장로는 한숨을 재차 쉬었다.


모녀가 이번 카밀로테 잠입에 꼭 필요한 자들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지 그것만 아니었으면 장로는 두 사람을 두고 왔을 것이다.

기만에게 기억이 조작된 자의 기억을 다시 되돌리려면 정신 마법에 일가견이 있는 다날의 도움이 필요했다.

정신에 간섭해 기억을 되돌리는 마법은 혼자로는 힘들다는 이유로 에우랄이 보조로 따라붙은 것이고 말이다.


모녀를 조용히 시킨 것은 노쇠한 목소리였다.


"남은 한 명은 내가 맡지."


목소리의 주인은 장로 일행에게 구출된 펠페림의 가주였다.


"괜찮겠나."

"예. 움직이는 건 힘들어도 저런 애송이 한 명 정도라면 가능할 거 같군요."


기만에 의해 기억이 조작된 펠페림 가주는 자진해서 감옥에 들어갔다.

그렇기에 건강이 상할 정도의 대우를 받지는 않았고 실제로 지금 그녀의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움직이기 힘들어하는 것은 조작된 기억을 깨고 난 후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그 덕에 지금까지도 율트나의 등에 업혀 이동했고 말이다.


장로는 에우랄에게 맡기느니 펠페림 가주가 하는 것이 더 확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고."


그는 몸을 일으켜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였다.

그를 따라 다른 일행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카를 지키는 자들을 제압한 이후부터는 죽음의 숲까지 멈추지 말고 달릴 게야."


미카 내 가장 깊은 숲, 세 번째 숲까지만 가면 그때는 설령 들킨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혹시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엑살라니스에서 전투가 가능한 사람들을 모조리 모아서 숲 경계에 대기시켰기 때문이다.

길잡이와 함께 숲을 통과할 때에는 소수의 사람들만 가능하기에 마흔 명에 이르는 자들을 옮긴다고 길잡이에서 은퇴한 노묘까지 동원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힘들게 끌고 왔다고 해도 그 친구들이 나서지 않는 것이 제일 좋지.'


장로 일행은 10월 마을의 목책에서 벗어나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미카를 지키는 치안군 대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한 그들은 그대로 세 번째 숲으로 이어지는 중앙대로를 달렸다.


첫 번째 숲을 지나고.

두 번째 숲을 지나고.


마침내 천년목이 위치한 세 번째 숲에 발을 들여 놓으려는 순간이었다.


번쩍


콰아앙


눈에 들어차는 빛.

뇌명이 울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쿠르르릉


두꺼운 벼락 줄기가 장로 일행을 막아 섰다.


"모두 꼼작 마."


그들 뒤에는 어느새 펠페림 유날이 서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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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258. 사랑꾼 24.07.11 8 1 15쪽
257 257. 무지개 24.07.03 10 1 14쪽
256 256.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24.07.01 11 1 13쪽
255 255. 이게 왜 돼 24.06.26 11 1 13쪽
254 254. 가망 24.06.21 9 1 15쪽
253 253. 산 넘어 산 일 넘어 일 24.06.18 10 1 14쪽
252 252.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24.06.14 10 1 14쪽
251 251. 으누어 24.06.05 13 1 16쪽
250 250. 격 24.05.30 16 1 14쪽
249 249. 짜릿해 늘 새로워 24.05.21 10 1 13쪽
248 248. 꺾이지 않는 신념 24.05.18 11 1 14쪽
247 247. 하나를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24.05.16 13 1 13쪽
246 246. 포기를 모르는 남자 24.05.04 17 1 12쪽
245 245. 신념 24.04.30 16 1 13쪽
244 244. 이랬다가 저랬다가 24.04.25 14 1 10쪽
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14 1 13쪽
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15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14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15 1 12쪽
»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15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16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14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18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14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15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5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1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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