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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25 00:49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0,995
추천수 :
682
글자수 :
1,298,011

작성
24.03.21 17:24
조회
7
추천
1
글자
12쪽

237. 자연도태

DUMMY

따악


-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 아 또 뭐가요!


뒷통수를 맞은 이트나가 짜증어린 말투와 함께 눈을 부라렸다.


- 이게... 꼬마 주제에 버르장머리 없이. 매를 버는구나. 매를 벌어.


따악


한 번 더 맞고 나서야 이트나는 반항적인 눈빛을 지워낼 수 있었다.


- 그래서 왜 때리신 겁니까?


대답 대신 이레는 우악스러운 손길로 그의 얼굴을 닦아냈다.


- 우브븝! 아 좀... 그만!

- 가만히 좀 있거라. 이센 녀석이 철이 없기로는 최고라 생각했는데 어찌 된 것이 넌 그보다 더 해.


이트나의 얼굴에 덕지덕지 남은 피딱지들을 다 지우고 난 후에야 이레가 물었다.


- 간신히 파편에게서 벗어났으면서 왜 굳이 그 힘에 집착하는 게야.

- 그냥요. 언제든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 이런 제 몸 깎아 먹는 무식한 힘이 언제 필요하다는 게야?

- ...


한참이나 말이 없던 이트나가 웅얼거렸다.


- 이제부터 저희는 파편들의 어미란 것과 싸울 거라면서요.


자신의 몸에 기생하던 파편만 해도 강력했다.

그런데 파편의 어미라고 하면 더 강한 것은 당연했다.


- 모르면 몰라도 힘을 더 끌어낼 방법을 아는데도 쓰지 않으면 바보죠.


이트나와 그의 몸 속의 파편과의 관계는 좀 특별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파편의 성향 자체가 워낙 학구적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파편과 이트나는 서로 협력이 잘 되는 편이었다.

제 몸을 대상으로 연구도 할 정도였다.


이트나가 파편에 대한 이해가 높았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파편과 함께 독사에서 일하던 어둠의 시절이 끝이나고 마침내 그가 파편에게서도, 독사에게서도 벗어난 이후.

그는 파편 없이 사람이 낼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만약 연구 결과가 좋으면 혁명단의 힘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 하지만 그 방법은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 아. 그러니까 계속 찾는 거죠.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 그걸 뭐라고 하는 거다! 욘석아.


이런 흐름이라면 꼭 뒤통수로 손바닥이 날아왔기에 이트나는 반사적으로 제 뒤통수를 감쌌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이트나의 머리를 때리는 대신 가만가만 머리를 쓸기만 했다.


- 너 혼자서 상대하기에 힘이 부친다면 다른 이들과 힘을 합치면 되는 일이다. 여기 너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잖느냐.


이레가 가리킨 곳에는 빨간 머리의 율레가 앉아 있었다.

둔재 중에서도 둔재인 그는 차단막 마법을 연습하고 있었다.

차단막 마법을 배운지 벌써 육 년이 다 되었다는데 아직도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저 조악한 실력으로 아기를 구한다고 하는 통에 화상을 입은 아기들이 종종 있었다.


때마침 차단막이 픽 하고 사라져버렸다.


- ...

- ...


만약 오늘이 속죄일인 3일이라 저 안에 아기라도 있었다면 그 아이는 꼼짝없이 불에 타 죽는 것이었다.

아기를 산 채로 태워 죽이는 패륜아의 이름이 허명이 아니게 될 뻔 했다.


- 저런 놈이랑 힘을 합한다고 뭐가 나아질 거 같지는 않은데요.


이레도 이번에는 딱히 반박을 하지 못했다.


- 크흠. 하여튼. 뭐든 혼자서 하려고 좀 하지 말거라. 꼭 저게 아니어도 나고 있고 또 다른 사람들도 있지 않더냐.

- ... 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끝내 이트나는 혼잣말로 뒷말을 붙였다.


- 옆에 당신이 없으면 어떻게 해요. 나 혼자 남게 된다면... 그때에도 당신에게 기댈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


"커헉!"


이트나는 격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 여기는 어디지?"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장면이라고는 자신의 가슴팍을 베고 지나가는 유스티티엔의 히펠이었다.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반사적으로 가슴에 가져간 손에 느껴지는 것은 사선으로 덕지덕지 붙은 약초들이었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이는 통증을 개의치 않고 주변을 살폈다.

다행이라고 할지 아니면 불행이라고 할지 지금 그는 죽음의 숲 안으로 들어와있었다.

죽음의 숲에 깔린 마법으로 보호 받고 있는 마을, 엑살라니스.


때마침 문을 열고 엷은 푸른빛의 머리를 한 여인이 들어왔다.

카논이었다.


"깨셨네요. 처음에는 유고님이 죽은 줄 알았어요."


그녀는 천천히 들어와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인 이트나의 몸을 살폈다.


"천만 다행이었어요. 조금이라도 상처가 더 깊었으면 위험했어요."


아무래도 그가 뿜어낸 힘이 아주 쓸모는 없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결 중 검을 한 번 막아낸 것이지 그가 유스티티엔을 무찌른 것은 아니었다.

유스가 정신을 잃은 그를 죽이는 일에 실패했을 리는 없으니 뭔가 다른 일이 있다고 봐야했다.


"제가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

"... 그건."


어쩐지 화가 난 것 같은 그녀는 입술을 몇 번 옴짝거릴 뿐 그가 살아올 수 있던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밖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이게 무슨... 제가 얼마나 기절해 있던 겁니까? 아니.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밖에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집은 무너져 있었고 주민들이 애써 가꿔 놓은 밭은 다 뒤엎어져 있었다.


"유고님께서 기절해 있던 것은 하루정도 되었어요."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던 그는 중심을 잃고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상처가 벌어져 피가 흘러나왔지만 이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비틀거리면서도 기어코 밖으로 나간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의 상황은 안에서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엉망이지 않은 곳이 드물었다.


다행이라고 할지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멀쩡했다.


마을도 마을이었지만 이곳을 지켜주는 죽음의 숲의 상황이 제일 중요했다.

지하에 만들어진 마을이다보니 죽음의 숲 쪽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마을 밖으로 향하는 곳으로 향했지만 몇 발 걷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그의 옆으로 카논이 다가왔다.


"죽음의 숲은요?"

"아직...은 괜찮아요."

"아직이라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잠시 침묵한 카논은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유고님을 데리고 온 사람은 젤로트님... 이었어요."

"... 젤로트님 뿐이었습니까? 데셀비아님은요?"

"어디 계신지 몰라요."


이야기는 시작부터 불길하기 그지없었다.


***


마을에 들어선 젤로트가 가슴이 피로 물든 이트나를 내려놓았다.

젤로트의 품에 안겨 '유고 죽지마.' 라며 서럽게 울고 있는 하얀 고양이를 옆에 둔 카논이 물었다.


- 어떻게 된 거예요?

- 싸움이 있었습니다.

- 싸움이라고요? 혹시 이단심문관과 싸운 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파편?


하지만 젤로트는 답하지 않았고 마을 내 가장 큰 집으로 향했다.

장로가 거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집 안에 있어야 할 장로는 없고 커다란 곰 한 마리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다시 집에서 나와 유고를 치료하고 있는 카논에게 다가갔다.


- 장로님께서는 어디계십니까?

- 잠시 자리를 비우셨어요. 무슨 일로 그러시는 건데요?

- 여쭤볼 게 있습니다. 언제 돌아오십니까?

- 몰라요. 지금 유고님이 다친 것과 관련이 있는 거예요?


이번에도 그는 침묵했다.

카논은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트나를 치료하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는 질문을 이었다.


- 싸움이 벌어졌다는데 데셀비아님은요?


다시 침묵.


- 혹시 지금 제가 젤로트님과 싸워야 하는 건가요?

- ... 경우에 따라서 다르겠죠.

- 어떤 경우를 말씀하시는 거죠?

-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지금껏 단 한 번도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를 만난 적도 그렇다고 찾은 적도 없었던 그가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를 찾는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느껴지는 분위기상 그 의도가 좋은 쪽이 아니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 제가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를 찾는 이유말입니까?

- 네.

- 저는 지금부터 죽음의 숲에 깔린 마법을 없애려고 합니다.


의도가 단순히 좋지 않은 것을 넘어 생각보다 더 나쁜 쪽이었다.


- 이곳에 들어오신 것을 보면 파편에게 몸을 빼앗긴 것은 아닌 거 같은데 왜 그런 일을 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 필요성을 못 느끼겠어서 입니다.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절대적인 보호 안에서 이곳 주민들이 하는 것이 뭐가 있습니까? 다른 이들이 목숨 걸고 적과 맞서 싸울 때에 이들은 그저 놀고 먹을 뿐이라는 말입니다.

- 숲에는 보호 받아야 할 아이들이 많아요.

- 그럼 아이들은 안전한 곳에 숨기면 될 일이죠. 이곳에 있는 어른들까지 놀고 먹을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트나의 가슴에 난 검상을 마침내 다 봉합한 카논은 눈을 돌려 젤로트를 바라보았다.


- 이곳에서 제가 놀고 먹는 것으로 보였나요?

-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이 안에서도 노력을 하는 분들도 계실테죠. 카논님처럼요. 저는 단지 분별하고자 할 뿐입니다.

- 분별이요?

- 네. 어떤 사람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이 필요 없는지 말이에요.


그의 말에서는 굳건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카논은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민들 중에서 싸울만한 사람들은 모두 장로님을 따라 간 상태야. 그렇다면 결국 싸울 사람은 나밖에 없네.'


그녀는 우선 이트나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께서 어디 계신지 말해 줄 생각은 없으니 우리 아무래도 싸워야겠죠?

- ... 카논님께 칼을 겨누고 싶지 않지만 싸워야 한다면 어쩔 수 없죠.

- 주민들이 다치지 않게 옮길 시간을 줄 수 있죠?

- 네.


카논은 다른 주민들에게 알려 이트나가 누워있는 집 근처로 대피시켰다.


- 제가 지금 젤로트님께 존대하고 있는 이유는 최소한의 선을 지켜주셨기 때문이에요.


그는 싸우지 않고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에게 갈 수도 있었다.

가령 길잡이인 고양이를 협박한다거나 혹은 큰 상처를 입은 이트나를 가지고 그녀를 협박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굳이 이곳에 와서 카논에게 상황을 알렸다.


아마도 그는 배신을 하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죽음의 숲에 깔린 마법을 없애는 것이 진정으로 유익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 압니다.

- 그럼 시작할까요?

- 한 가지 약속해 주시겠습니까?

- ... 그게 뭐죠?

- 만약 제가 카논님을 이긴다면 이후 이곳에 오는 자를 적대하지 말아주십쇼.


그게 무슨 뜻이냐며 카논이 의아해하자 젤로트가 덧붙였다.


- 죽음의 숲에 깔린 마법이 없어지면 그걸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 이곳에 들어올 겁니다. 절대로 그 자를 적대하지 마십쇼. 그래야 이곳의 주민들이 살 수 있습니다.

- ...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요.

- 적어도 카논님만은 공격하지 않겠다 약속해 주십쇼.


적대하지 말라는 것을 보면 젤로트가 말하는 누군가는 이쪽의 적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강한 적.'


그리고 젤로트는 적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애초에 젤로트에게 질 생각도 없었지만 더더욱 젤로트를 이겨야 할 이유가 생겼다.


- 그럼 가죠.


***


이야기를 들은 이트나가 말했다.


"카논님께서 젤로트님에게 지셨을 것 같지 않은데요."


카논은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과 별개로 뛰어난 마법사였다.

이트나가 아는 젤로트라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카논에게는 별다른 상처가 남아있지 않았다.


"네. 이겼어요."


과연 그의 예상대로였다.


"카콜이 도와주기도 했고 젤로트씨의 히펠도 날카롭지 않은 것이 영 집중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분을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에게 보내줬냐고요?"


그가 고개를 주억거리니 카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께서 젤로트님을 불렀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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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와4사이월의 마법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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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244. 이랬다가 저랬다가 24.04.25 4 1 10쪽
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6 1 13쪽
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7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8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6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9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7 1 13쪽
» 237. 자연도태 24.03.21 8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8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8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7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0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6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7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7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7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1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10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1 1 12쪽
225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6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9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10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9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8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8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10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8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7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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