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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9.06 23:24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12,734
추천수 :
708
글자수 :
1,460,551

작성
24.04.25 00:49
조회
16
추천
1
글자
10쪽

244. 이랬다가 저랬다가

DUMMY

거침없이 나아가던 검이 방패에 가로막혔다.

그 무엇에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성질에 걸맞게 유스의 히펠이 깨지거나 금이 가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그의 히펠이 방패를 베어 가른 것도 아니었다.

튕겨나온 검을 회수한 유스는 곧바로 다음 공격을 위한 준비 자세에 들어갔다.


"흡."


숨을 짧게 들이 마시며 바짝 조인 근육이.


"하압!"


기합과 함께 단번에 풀리며 검끝이 가공할 속도로 뻗어나갔다.

육체를 다루는 데에 극에 달했다고 여겨지는 히펠렌스도 쉽사리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의 검이었지만 적의 방패는 어김없이 그의 검끝이 향하고 있는 곳을 막아섰다.


보통 같으면 상대적으로 허술한 곳을 노려 방패를 뚫어내고 그대로 적까지 꿰뚫으려 했겠지만 지금 적이 든 방패에는 약점이 없었으며 그의 검에도 뚫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검이 방패에 가로막히기 바로 직전, 유스가 일부러 검로를 흔들었다.

신기루처럼 일렁인 검끝은 곧 방패의 면을 타고 흘러 자연스레 방패가 덮지 못하고 있는 적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이대로 적의 심장을 뚫을 수 있게 되었나 싶었지만.


후웅

찰팍


돌연 검면에는 바람이, 검 끝으로는 물방울이 생겼다.

방패의 면을 따라 이동한다고 자연스레 손목에 힘을 풀었던 찰나의 순간을 절묘하게 노린 마법이었다.

그 덕에 평소라면 흔들리지 않았을 검끝의 궤도가 틀어졌다.

더군다나 검끝을 가로막은 물방울은 끈적하게 검끝에 달라붙어 검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줄였다.




그 결과 심장을 노렸던 검이 겨우 어깨에 작은 상처를 내는 것으로 끝났다.

적의 헛점을 노린다고 행동이 컸던 데에 반해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말.

그에 대한 대가는 작지 않았다.

적의 주변으로 물방울들이 떠올랐다.


"!"


물이 살상력을 갖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 점에 집중되어 엄청난 속도로 쏘아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범한 인간의 몸은 쉽게 관통할 물줄기 수십 줄기가 동시에 그에게 쏟아졌다.


유스티티엔의 히펠 '꺾이지 않는 신념'은 강력했지만 그로 인한 단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꺾이지 않는 신념'은 육체에 두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몸에 두르고 육체를 강화시키는 일반 히펠 자체도 단단했지만 그의 검에 둘러진 것처럼 그 무엇에도 부러지지 않을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었고 이미 경험해 본 바 지금 적이 쏘아낸 물줄기는 그의 몸을 두르고 있는 히펠을 뚫을 정도의 위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지근거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쏘아진 물줄기였음에도 유스는 몸을 틀어 대부분의 공격을 흘려냈다.

그에게 닿은 공격 역시 치명적인 부분은 피해간 상태였다.

물줄기에 뚫린 유스의 몸에서 피가 튀었다.


적은 기세를 잡은 김에 끝을 보겠다는 생각인지 계속해서 마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유스는 검을 휘둘러 적이 마법을 만드는 족족 베어내며 몸을 뒤로 빼내었다.

하지만 적 역시 움직임이 보통이 아닌지라 그의 검을 방패로 막아내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한동안 피해를 입지도 입히지도 못하는 답보 상태가 이어졌다.


한참 공방을 나누다 먼저 물러난 것은 유스티티엔이었다.


"지쳤군."


계속 따라 붙던 자는 이트나쪽이었는데 유스가 얌전히 물러날 수 있었다는 것부터 이미 이트나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헉. 헉. 허억."


과연 그의 말대로 이트나는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왜... 나를 죽이지 않는 겁니까?"

"음?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며 유스는 검을 위로 높이 들어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 그었다.

그의 검이 지나간 길이 벌어지며 균열이 생겼다.

마치 세상을 찢어버리는 듯한 모습.


쩌저적


거침없이 찢겨나가는 방향에 서있던 이트나가 방패를 들어 그의 검격을 막았다.

이번에도 방패는 여전히 건재했지만.


쩌어어엉


굉음과 함께 이트나가 튕겨져 날아갔다.

저렇게 거침없이 튕겨져 나갔으면 필시 무방비 상태일 터인데도 유스에게는 이트나를 따라가 공격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다시 이트나가 돌아오길 기다릴 뿐이었다.


"허억... 헉."


다시 돌아온 이트나는 이제 서있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유스와 첫 합을 나눈 시점부터 이미 그에게 베였던 상처가 다시 벌어져 있었다.

그 상태로 벌써 수십 합을 싸웠으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허억... 방금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텐데요."


이트나의 질문에 유스가 빙긋 웃었다.


"마음을 바꾼 건 아니야. 너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전하다. 다만... 그 시기를 좀 늦춰도 되겠다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위협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 자리에 죽이겠다 결심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마음을 바꾼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가 베지 못하는 유일한 것.

용에게서 비롯한 두 조각의 거대한 파편.

이트나가 들고 있는 방패를 상대하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적어도 앞으로 수백 년은 지나야 닿을 것이라 생각했던 경지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기만도 그렇고 절망도 그렇고 두 존재 다 부하들의 하극상을 용납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들을 뛰어 넘자니 훈련이 필요했지만 두 파편을 제외한 존재 중에서 자신보다 강한 자가 없다보니 마땅한 훈련 상대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니 무작정 힘을 모으고 또 모으는 것이 그가 지금껏 했던 일이었는데 때마침 마땅한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유스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컸기에 죽일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전까지라면 이보다 더 좋은 훈련 상대가 어디 있겠는가.

써먹을 수 있을 때까지는 써먹겠다고 마음이 기운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일단 그 상처부터 좀 고치지."


이트나는 그의 제안이 싫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걸 신경 쓸 자가 아니었다.

이미 한계인 이트나는 훌쩍 제 앞으로 다가오는 유스를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유스가 이트나의 가슴 위로 번진 핏자국에 손을 가져다 대자 뵈나 가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빛이 흘러나왔다.


곧바로 상처가 아무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라면 어지간한 치료사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치료 마법이었다.

단순히 상처가 아무는 것을 넘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


"어떤가? 이제 다시 싸울 수 있겠지?"

"이러다 내가 도망치면 어떻게 하려고요?"

"도망쳐도 잡을 수 있으니 고쳐준 거지."


이런 와중에도 재수없을 정도로 잘생긴 미소를 짓는 유스를 보며 이트나는 입 속에 뭉친 핏덩이를 옆으로 퉤하고 뱉었다.


"그래요. 그럼 그 소원대로..."


멀쩡해진 몸으로 다시금 전투를 준비하는 이트나와 그런 그를 보며 흡족한 표정으로 검을 드는 유스.


이 와중에 이트나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우선 살았다는 안도감.

이후에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쐐애액


"?"


복잡한 머릿속을 뚫고 들리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

소리의 근원지를 본 이트나는 지체 없이 유스에게 마법을 날렸다.


콰가가강


유스 위로 거의 동시에 쏟아지는 수많은 공격.


"유고여. 괜찮은가!"


유스에게 공격을 한 자들은 장로 일행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쓰러진 데셀비아와 젤로트 두 사람이 들려있었다.

데셀비아는 방향을 잘못 잡은 장로 일행이 요엠가움 근처까지 갔다가 혼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들고 온 것이고, 젤로트는 이트나와 유스가 만들어낸 요란스런 소리에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가다가 마주쳤다고 했다.


그는 유날 대장이 수색을 하라고 보낸 정규군 대원들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이미 대부분의 대원들이 젤로트에게 당해서 쓰러진 후였다고 한다.

젤로트는 장로 일행을 본 직후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그들은 그걸 그대로 챙겨 온 것이고 말이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카논과 투실라고, 그리고 펠페림 유날을 본 장로는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해 줄 이트나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된 게야?"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장로님. 우선 적에게 집중해주세요. 제사장. 그 중에도 정의의 기사입니다."

"그 자라면...!"


제사장, 정의의 기사.

그 짧은 수식으로도 장로를 포함한 일행이 바짝 긴장하였다.

이트나 역시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이전에 혼자 싸우던 것에 비하면 훨씬 상황이 나았다.


한 명에서 서른 한 명으로 불어난 전력.

물론 이 중에서 유스티티엔을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실력자는 손에 꼽았다.

가령 다날은 정신이 온전치 않으니 전투는 무리, 그녀의 딸인 에우랄은 너무 어리니 제외.

그런 식으로 빼다보면 남는 사람이라고는 고작해야 장로, 하람과 율트나, 여기에 원거리에서 이뤄지는 펠페림 가주의 지원 정도가 다였다.


그럼에도 혼자 상대하는 것과 다섯 명, 때마침 방금 깨어난 카논까지 총 여섯 명이 함께 싸우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이전에는 승산이 아예 없었다면 지금은 꽤나 많이 생긴 것.


이트나는 서둘러 전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멀찍이 뒤로 물렸다.


"유고님. 마음대로 저를 기절 시킨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해요."

"... 미안합니다."

"나중에 하거라. 지금은 적에게 집중하고."


수많은 공격으로 피어난 먼지 구름 안에서 유스가 아무런 피해 없이 유유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며 하람과 율트나가 물었다.


"적에 대해서 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말이에요."

"저 자는 약점을 파고듭니다."


어떤 약점을 말하냐는 질문에 이트나는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을 하였다.


"마법을 최대한 촘촘하게 재현하세요. 적의 검이 파고들 여지가 없게 말이에요."


그 말에 다른 이들은 유스가 노린다는 약점이 무엇인지 눈치를 챘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야 이건 그들이 당장 의식한다고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옵니다."


이트나의 경고와 함께 유스가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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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245. 신념 24.04.30 21 1 13쪽
» 244. 이랬다가 저랬다가 24.04.25 17 1 10쪽
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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