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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25 00:49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1,004
추천수 :
682
글자수 :
1,298,011

작성
24.02.0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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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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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21. 바보 멍청이 똥꼬

DUMMY

아돌 앙귀스를 비롯한 텔제민의 생존자들이 떠난 이후.

테노부스 일행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문제가 되었던 건 제사장을 달고 있는 텔제민군이 요엠가움 본대와 마주하는 상황이었다.

제사장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요엠가움 본대에 없는 이상 행여나 두 세력이 맞붙기라도 하면 볼 것도 없이 요엠가움 측의 필패였다.

그렇기에 별동대를 꾸려 텔제민의 발을 붙들고 있던 것이고 말이다.


계획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별동대만으로 세 명의 제사장을 처리한 이상 테노부스 일행도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이레가 테노부스를 불렀다.


"애야."


별동대를 꾸리기 전까지는 종종 존대를 해주더니 이제는 편하게 그를 대하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한대륙으로 넘어온 제사장 말이다. 네 명이랬지?"

"네. 거기에 처음부터 골락에서 시장을 하고 있던 제사장까지 하면 다섯 명입니다."

"그래. 에텔크리시. 그 자는 내가 처리했고..."


별동대는 칼리다비스를 죽이고 레플루앙시를 생포한 상태.


"파편에게 몸을 뺏긴 페트라에게도 한 명 죽지 않았던가?"

"마르체호라 입니다. 디르앤을 죽였던 자요."

"그래. 그럼 다섯 명 중 네 명을 처리한 셈이구나."

"예. 이제 남은건."


남은 한 명의 제사장은 테노부스도 이레도 알고 있는 자였다.


"유스티티엔. 그만 남았다는 말이군."

"... 예."


백색 갑옷에 하얀 피부의 미남.

하얀 검을 휘두르는 것은 물론 제사장답지 않게 하얀 히펠을 사용하는 기사.


유스티티엔은 역대 연합전에 대해 기록해놓은 문서에서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제사장이었다.


그 치열한 연합전을 벌써 몇 번 참전했다는 것부터 그가 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었으며 테노부스는 실제로도 그의 강함을 경험했었다.

테노부스는 제사장들이 승리의 벽으로 다가오던 날, 짧게나마 유스티티엔과 맞붙었던 전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 전투에서 그는 가슴팍과 어깨쪽에 상처를 입고 유스티티엔은 물론 다른 제사장까지 놓치고 말았다.


수만 명의 사람을 먹고 강해진 꼬마에게 테노부스가 밀린 것이 힘의 총량의 차이로 인함이었다면 유스티티엔에게 밀린 것은 순수한 기술에서 그가 뒤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검을 다루는 기술, 히펠을 다루는 기술.


꼬마 제사장처럼 압도적인 기운을 쏟아부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힘만 끌어다 싸우는 유스티티엔의 판단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했으며 그가 휘두르는 검의 검로는 테노부스가 보기에도 감탄이 나오는 것이었다.


"어쩌시게요? 그자를 쫓으시려는 겁니까?"

"흠..."


원래 그녀는 제사장들을 쫓을 생각이 없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제사장들을 일일이 쫓는 것은 여러모로 비효율적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하는 짓이란 결국 이레를 비롯한 혁명단의 일을 막으려는 것.

그녀가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제사장들을 만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한대륙으로 넘어온 제사장 중 다른 이들은 모두 처리하고 단 한 명만 남은 상태.

만약 본격적으로 용의 군세와 전투를 치르기 전에 남은 제사장까지 찾아내 죽일 수만 있다면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제사장이 한 명 더 있고 한 명 덜 있고가 전쟁의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용의 시체를 뒤집어 쓴 절망과 대현자 행세를 하는 기만을 죽여야 승리하는 전쟁이고, 이 두 거대한 파편에 비하면야 제사장들의 힘은 별볼일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종 목표를 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고 그 과정 중에 싸워야 할 강자가 한 명이 적어진다는 건 연합군 측에는 큰 이득이었다.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 남은 제사장 한 명을 죽이면 확실히 이득이긴 이득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 유명한 유스티티엔이라..."


그 한 명을 죽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레가 그를 만난 건 백 년 전이었으며 그나마도 당시의 이레는 여러모로 부족한 아직 스무살도 안된 마법사였다.

그런 그녀가 유스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리 만무했으며 백 년 사이에 또 얼마나 강해졌을 지도 미지수였다.


테노부스에게는 겨우 유스티티엔에게 당했냐며 놀리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백 년 전의 유스, 그것도 실력을 숨긴 유스일 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러나 저러나 유스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없으니 판단을 내리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레는 그래도 유스와 만난 적이 있는 테노부스에게 물었다.


"넌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 처음 붙었을 때보다 여러 제사장을 경험해 본 지금의 너라면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


테노부스는 용해 상공에서 있었던 전투를 회상하느라 한참이나 답이 없었다.


"모르겠습니다."


꽤 오래 고민한 것 치고는 실망스러운 답변이었다.


"그러느냐. 알겠다."


하지만 이레는 그를 탓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머릿속에서 그녀가 만든 가상의 유스와 수없이 싸워봤지만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다.

테노부스도 그녀도 답을 낼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백 년 사이의 정보가 전무하다는 점도 있지만 유스티티엔의 전투 방식이 기본적으로 극한에 이른 기술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공격한다는 행위는 다양한 요소가 결합하여 이뤄지는 복합적인 행위다.

힘을 얼마나 줄지, 힘을 어떻게 가할지, 힘을 어디에 가할지 등등.

이런 요소들을 종합한 명령을 전달받은 온 몸의 각 근육들은 각자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이 움직임들이 모여서 공격한다는 하나의 행위를 완성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몸을 완벽히 제어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고.

공격하는 대상이 움직이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그때부터는 완벽하게 공격을 성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변수가 많아진다.


검을 다루는 것도.

히펠을 다루는 것도.

크게는 위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완벽하게 제어하고 완벽하게 읽어낼수록 힘의 낭비가 없어지고 효율적인 공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으며 유스티티엔은 이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해내는 자였다.

필요 이상으로 힘을 드러내지 않으니 밑천을 숨기기에 용이하고.

이레도 테노부스도 그가 숨겨둔 패가 얼마나 많을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는 것이다.


특별한 수가 없어서 수월하게 이레쪽이 이긴다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유스티티엔이 상상 이상으로 강해 이레쪽이 전멸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언젠가 싸워야 할 상대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우리쪽 상태가 썩 좋지 않구나."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별동대로 있으면서 많이 지쳐 있었다.

특히나 마지막에는 완전체가 된 레플루앙시를 상대한다고 망신창이가 되었으니 제대로 싸우려면 며칠은 쉬는 게 맞았다.


"어차피 그 자를 찾기 위해서는 숨 그 노인네의 힘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숨 가드나.

이레를 누님이라 부를 정도로 나이를 먹은 프로토케의 왕.

그는 기사로서도 강한 자였지만 그 외에도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인간의 시야에 닿지 않는 곳까지 내다볼 수 있는 능력.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오감이 예민하게 발달한 것을 넘어 아예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자였다.

어찌보면 마법의 영역에 닿아있었지만 그렇다고 마법사가 재현할 수 있도록 마법으로 정립된 것도 아니었다.

굳이 따지면 실전된 고대 마법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여튼 이 능력으로 그는 종종 용이 다스리는 나라 비르무트를 살피기도 했고 그에게 날아오는 테노부스를 미리 보기도 했었다.


"유스티티엔을 찾는 김에 증원도 하면 어떻겠습니까?"

"증원을 한다라...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하다만. 사람을 더 모으는 게 별로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것도 유스티티엔을 찾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니 우선 숨쪽으로 합류하시죠."

"그래. 그러자꾸나. 그나저나 내가 그 애보고 눈을 너무 혹사시킨다고 뭐라고 했었는데. 이젠 그 눈의 능력을 빌어야겠구나."


고민이 이어지는 중.


"저...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두 사람에게 다가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 물어온 것은 딜람이었다.

원래 그녀는 카밀로테로 돌아가 기만에게 몸을 빼앗긴 넷을 구하고자 했었다.

텔제민인들을 구하겠다는 테노부스의 의지를 모른척할 수 없어 조금 밀리긴 했지만 그녀의 의지는 여전했다.


"우선 죽음의 숲쪽으로 가기로 했다. 네가 넷을 구하러 가는 것도 우선은 그곳에 도착한 이후에 논의하자꾸나."

"... 네."


딜람이 돌아가니 이번에는 디르앤이 쪼르르 이레에게 달려왔다

뭘 묻고 싶은지 뻔했기에 이레는 그녀 옆에 띄워놓은 물감 웅덩이를 그녀에게로 보냈다.


"그렇게 걱정되면 보고 오거라."

"헤헤... 감사합니다. 이레님."


디르앤은 멋쩍게 웃으며 물감에 손을 댔다.


"시간 없으니 빨리 나오거라."


멀어지는 이레의 목소리와 함께 디르앤의 몸이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


"... 페트라."


물감으로 된 방 안에는 페트라가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무리한 싸움으로 지쳐 쓰러진 그는 아직 현실로 돌아올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그의 두툼한 볼을 쿡쿡 찔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바보."


히펠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독하게 파괴적인 힘.

페트라는 그 힘과 끊임 없이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가 혼자 힘들어하는 것도 모르고 자신은 그를 이용해 영지를 부흥시킬 꿈이나 꾸고 있었다.

그 사실이 계속 후회가 되는 것이었다.


"빨리 돌아와. 멍청이."


돌아와서 파편 일도 잘 해결되고.

연합전도 잘 넘기면.

그래서 좀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혼자 삭이지 말고 얘기해줘. 같이 고민해줄게.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줄게. 똥꼬 자식."


그러니 제발 파편에게 지지 마.


그녀는 큰 덩치의 페트라를 꼭 끌어 안았다.


***




떠날 채비를 하다말고 갑자기 혀를 찬 이레는 기가 차다는 듯 혼자 웅얼거렸다.


"허 참. 요즘 것들은 말이야. 애정표현이 확실하구먼."

"뭐라고 하셨습니까?"


옆에 있던 디율 사번대 대장이 그녀에게 물었다.

이레는 사번대를 보니 절로 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맹렬히 혀를 찼다.


에잉

쯧쯧쯧


물감 속에 디르앤이 표현이 과하다 싶었는데 눈앞의 답답한 사내를 보니 차라리 표현이 과한 게 낫다 싶었다.

아무렴.

본인 마음도 모르고 멀쩡한 여자를 밀어내기만 하는 사번대보다야 표현이 확실한 디르앤이 백 배, 천 배 낫지 않겠는가.


"넌 좀 배우거라."

"... 예?"

"시끄럽고 얼른 가서 디넷이나 좀 도와주거라. 떼잉."


가만히 있다 괜히 날벼락만 맞은 디율은 이레의 말대로 짐을 정리하고 있는 디넷에게 쭈뼛거리며 다가갔다.

디율과 디넷.

이리저리 삐걱거리며 서로 어색하게 구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이레가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부러우십니까? 어떻게 제가 괜찮은 노인 한 명 소개 시켜드릴까요?"


테노부스가 슬그머니 그녀에게 붙으며 말을 걸어왔다.


따악


"악!"


이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한 나라의 왕씩이나 되는 자의 뒷통수를 후려 갈겼다.

어째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자! 그럼 출발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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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6 1 13쪽
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7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8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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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8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8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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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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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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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9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10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9 1 12쪽
»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9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8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10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8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7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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