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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4.25 00:49
연재수 :
2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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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6
추천수 :
682
글자수 :
1,298,011

작성
24.02.2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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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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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25. 더 뜯으면 안 돼

DUMMY

정말 오래간만에 모인 4인방 주위로 반가운 얼굴들이 모였다.


오르디나 이레를 중심으로 한 혁명단원들.

죽음의 숲 속 마을, 엑살라니스의 주민들.


또 그 어느 쪽에도 속해 있지 않다가 뒤늦게 이쪽에 합류한 사람도 있었다.

정규군 육번대의 젊은 대장이었던 펠페림 유날이 바로 그랬다.


그녀를 본 듀시아에게 있어 의문이었던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육번대 대장도 그렇고 펠페림의 가주도 그렇고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는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날 카밀로테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기억이 왜곡되었을텐데.'


혁명단을 기만에게서 무사히 탈출시킨 날.

당시 남아있던 자들은 모두 기만이 흩뿌리는 까만 비를 맞아 기억이 왜곡되어 있었다.

'혁명단은 천재적인 재능의 넷을 이용해 뒤에서 권력을 휘두르려던 자들이었다는 것'이 왜곡된 기억의 골자였고 말이다.


그날 기만이 흩뿌렸던 까만 비는 카밀로테 안에 있던 자들이라면 누구 하나 빠짐없이 골고루 쏟아졌다.


혁명단에 속해 있지 않던 육번대 대장은 물론, 심지어 혁명단이었던 펠페림의 가주 조차도 본인이 속해있던 단체가 그렇게 추악한 곳일 줄은 몰랐다며 죗값을 달게 받겠다 하였다고 했으니 그 효과가 얼마나 확실한 지는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랬는데.'


그랬던 자들이 어떻게 넷과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모인 무리 중에 섞여 있다는 말인가?

예상이 아주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듀시아는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듣고 싶은 마음이었다.


"...으. 아..."


다만 여전히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묻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그가 입을 뻐끔거리고 있으니 딜람과 세슈람이 저들끼리 막 뭐라고 떠들기 시작했다.


"뭐야. 듀시아 왜? 뭐가 필요해?"

"여기요! 듀시아가 좀 이상한데 괜찮은 거예요?"

"거봐. 그러니까 머리는 뽑지 말랬잖아 내가."

"내가 뽑으면 몇 가닥이나 뽑았다고... 그나저나 너 왜 나한테 뭐라고 하냐?"


듀시아는 듣기만 해도 힘이 빠지는 두 사람에게서 당장이라도 떨어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어디 가고 싶다고 갈 수도 없는 몸이었다.

그는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지키고 있는 카논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뜻이 전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카논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소포르에 장기간 노출되어서 그래요. 어쩔 수 없으니까 좀 더 이러고 있어야 해요."


몸의 기운을 고정시켜 마법은 물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어렵게 하는 독이 소포르다.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몸 속의 기운이 소모되지 않고 쌓이기만 하다보니 되려 몸 속에 쌓인 기운을 해로운 것으로 인지했고 그의 몸은 기운이 조금 쌓이기라도 하면 지체없이 밖으로 배출시키고 있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상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제외하면 한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란다.

이 때문에 아까 딜람이 달려들어 머리를 쥐어 뜯을 때에도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 마요. 조금만 연습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건 금방일테니까."


언뜻 이전보다 휑해진 듯한 정수리의 감각에 슬퍼진 듀시아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넷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녀는 그보다 사정이 괜찮은지 한두마디 씩 입을 열고 있었다.


딜람과 세슈람이 저들이 겪은 일을 풀어놓으면 넷은 간간히 놀라는 시늉을 하는.

이 평화로운 장면에 듀시아는 눈물이 났다.

그래봤자 메마른 눈이라 흐르기는 커녕 간신히 안구를 적시는 수준이었지만.


중요한 건 감동을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니까.


"딜람. 혹시 이 친구가 네가 말한?"

"언니!"


반가운 재회의 순간에 낯선 이가 다가왔다.

듀시아는 다가온 자들이 기사란 것을 금방 알았다.

책에서 배웠던 그대로의 모습이라 모를 수 없었다.

갑옷과 검.


다만 어느쪽 기사인지는 확실하지가 않았다.

요엠가움 출신이라기에는 좀 밝고 그렇다고 프로토케나 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두운 피부색.

갈빛의 피부라면 텔제민에 가까웠지만 또 갈빛 피부에 금빛 머리칼 역시 전형적인 조합은 아니었다.


"여기는 디르앤 언니. 언니. 여기가 넷이에요. 그리고 그 옆에 곧 대머리가 될 아이는 듀시아."


... 더 뽑을 생각이었어?


"반가워. 너희가 딜람과 세슈람이 말한 바로 그 친구들이구나. 그나저나 파편에게서 잘 벗어났다니 다행이야."

"감. 사합니...다."


디르앤이라는 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으니 다른 기사들이 차례차례 그들에게 다가왔다.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마나 하나같이 거물들이었다.

디르앤이 나무뿔사슴 기사단의 세 번째 실력자라던데 그게 가장 낮은 직위였다.

디르앤의 아빠라는 자는 기사단장이자 요엠가움에서 가장 강한 일곱 기사를 칭하는 수호수였으며 프로토케와 요엠가움의 왕까지 있었다.


중직에 앉은 자들의 소개가 끝난 것 같으니 다른 기사들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좀 더 놔두면 일개 단원들까지 다 소개하고 나설 판이었다.


"이제 그만. 거기까지 하거라."


이를 본 오르디나 이레가 상황을 정리하였다.


"고된 여정에 피곤한 사람들이 많을텐데 서로 알아가는 것은 차차 하기로 하고."


그녀는 중요 인물만을 불러내 따로 모았다.

이레가 당연하다는 듯이 무리의 지도자를 자처하고 있었지만 이에 불만을 표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흠... 겨우 이 정도 뿐인 게야?"


막사 안에 모인 사람들의 수를 헤아린 이레는 도통 성에 차지 않는지 표정에 불만이 어려있었다.


기만을 상대로 마법을 재현할 수 있는, 혹은 재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카밀로테 출신의 마법사가 15명.

여기에 그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엑살라니스 주민이 3명, 기사들이 4명이다.

면면이 따져보면 대단하지 않은 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이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전력이었지만 이레가 보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뭐 아직 다 모인 것은 아니니..."


그녀의 말대로 아직 오지 못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레는 바로 옆에 끼고 있는 물감 구덩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선 여기에서 자고 있는 곰같은 아이 한 명."

"페트라요."

"그래 페트라. 그리고 전날에 기별이 왔었지?"


바로 어제 요엠가움 본대에서 보낸 전령이 도착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요엠가움군과 프로토케군이 합류하여 함께 오는 중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 중에는 두 율레가 있었고 사막 왕국 무로브도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이시아가 라페에 이야기는 잘 전했다고 했고."

"네. 가장 뜨거운 불께서 다시 돌아가 라페인들 모두를 이끌고 돌아오겠다고 하셨습니다."


별동대에 끼지 않고 숨 가드나와 함께 죽음의 숲으로 먼저 떠났던 이시아에게는 이레가 내린 임무가 하나 있었다.


- 디르앤. 가장 뜨거운 불에게 약조를 받았다 했지?

- 네.

- 지금 부르도록 해라.


아직 별동대를 만들어 떠나기 전.

이레는 디르앤에게 손등에 그려진 문장을 사용하라고 했다.


- 이 문장을 썼다는 말은 위기상황이라는 말이니 그는 가장 최단거리로 올 것이다. 이시아야.

- 네.

- 디르앤은 별동대에서 뺄 수 없는 아이다. 그러니 대신 네가 가장 뜨거운 불에게 가거라. 가서 앞으로 있을 전쟁에 대해서 설명하고 모든 라페인들을 이끌고 죽음의 숲으로 오라고 전해라.


문장을 쓰지 말고 그냥 이시아를 라페로 보내도 되겠지만 이레는 이에 대해서.


- 한시가 급하니 양쪽에서 움직이는 것이 낫지.


라고 했다.

다행히 이시아는 맹렬히 달려오는 가장 뜨거운 불의 군과 엇갈리지 않고 마주했고 이야기를 전했다.

가장 뜨거운 불은 헛걸음을 했음에도 이레의 의도가 전해졌는지 화를 내기는 커녕 서둘러 돌아갔다고 했다.


"여기에 운이 좋다면 텔제민까지."


모을 수 있는 전력은 모두 모은 셈이었다.

지금까지 모은 전력을 가늠해 본 이레는 용의 군세를 상대로 곰곰이 승산을 따져보았다.

여전히 실낱같이 작은 가능성이었지만 그럼에도 가능성이 '존재'하는 수준으로는 끌어올렸다.

남은 것은 끌어 모은 패들이 얼마나 잘 싸우느냐의 문제뿐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이레는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로 했다.

다음 주제는 현재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한 죽음의 숲 소멸 사건에 대해서였다.


이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며 그녀 역시 별동대와 함께 이곳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였다.


텔제민의 발을 묶던 별동대가 죽음의 숲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숲의 마법이 사라진 상태였다.

별동대는 숲 근처에서 어떻게 할 지 몰라 진을 치고 자리 잡은 나무뿔 사슴단을 만났다.

합류한 이후에는 조심스레 죽음의 숲을 탐사하다 엑살라니스의 주민들을 만나 것이고 말이다.

주민들을 만났을 때에는 이미 넷과 듀시아를 구출하기 위한 구출대가 출발한지 오래였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정을 듣기 위해 이레는 이번 사건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을 불렀다.


"그럼 이제..."


하지만 그녀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넷이 끼어들었다.


"잠시만요."


넷은 잘 돌아가지도 않을 고개를 열심히 돌려가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한 명이..."


혁명단 중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 없는 두 율레도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되었는데 딱 한 명만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언급이 되지 않았다.


"이트나. 학교장님... 은요?"


그녀의 질문에 온기로 가득한 곳에 찬 공기가 흘러들어왔다.

서늘한 바람이 불길하게 뒷덜미를 훑었다.


이트나의 생사 여부를 모르기는 다른 3인방도 마찬가지였는지 얼굴에 동요가 일었다.


"... 왜 분위기가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가장 눈치가 없는 세슈람도 느낄 정도였다.

이레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여기서 이야기를 꺼내면 분위기가 쳐질 것이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숨길 수도 없는, 숨겨서도 안될 일이었다.


"... 이트나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에 의하면 꼬마는... 그는 유스티티엔의 칼에 심장이 꿰뚫렸다고 하더구나."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이미 이 일에 대해 들었던 사람들 역시 충격은 여전한 모양이었다.

세슈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러면 이트나 학교장님께서는 죽..."

"유고님은... 이트나님은 살아있어요."


그의 말을 끊은 것은 카논이었다.

날이 선 목소리였지만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카논은 이트나가 살아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칼에 찔린 직후 밝은 집광체가 터졌고 직후 이트나님을 찾을 수 없었어요."


다른 사람이 재현하지 않았으니 공간 이동을 재현한 사람은 이트나다.

죽은 사람은 공간 이동 마법을 재현할 수 없으니 마법을 재현할 때까지 그는 살아있었다.


"그분께 위급할 때 쓸만한 치료 마법을 알려드렸어요. 피신한 곳에서 최소한의 처치를 하고는 힘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마지막에 한 말은 바람에 더 가까워 보였지만 세슈람도 다른 그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그래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아이는 쉽게 죽을 녀석은 아니다. 그래서 말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듣기는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세히 듣고 싶구나."


그녀는 아까 부르다 만 사람을 마저 불렀다.

막사 안으로 이트나 학교장 나이 정도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걸어 들어왔다.

이레는 그를 끌고 와 옆에 세웠다.


"골락의 상인이라고 했던가? 이름이?"

"... 데셀비아. 데셀비아 메레오라고 합니다."

"데셀이라 부르면 되겠느냐?"

"예..."

"그래 데셀."


이레는 그에게 죽음의 숲 소멸 사건에 대한 전말을 물었다.


"모든 게! 제 불찰입니다!"


데셀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더니 대뜸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제가 아니었다면 그분께서는... 유고님께서는 죽지 않으셨을 겁니다."

"하아... 책임을 물으려는 게 아니니. 그쯤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설명을 하거라."


이레가 다그치자 상인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저는. 그러니까 엑살라니스에 보급품을 전달하던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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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244. 이랬다가 저랬다가 24.04.25 4 1 10쪽
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6 1 13쪽
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7 1 12쪽
241 241. 으악 24.04.13 8 1 11쪽
240 240. 도망쳐 24.04.08 6 1 12쪽
239 239. 그녀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24.04.03 9 1 13쪽
238 238.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24.03.24 8 1 13쪽
237 237. 자연도태 24.03.21 8 1 12쪽
236 236. 나 때는 말이야 24.03.19 9 1 12쪽
235 235. 가면을 벗고 정체를 24.03.18 9 1 12쪽
234 234. 눈치라고는 없는 사람 24.03.14 7 1 13쪽
233 233. 선택 24.03.11 11 1 13쪽
232 232.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어 24.03.10 7 1 12쪽
231 231. 강해지고 싶다고 말해 24.03.07 8 1 13쪽
230 230. 듣고 씹기 안 듣고 씹기 24.03.06 8 1 12쪽
229 229. 재능 24.03.04 8 1 12쪽
228 228. 너 엄청 못하잖아 24.03.01 12 1 12쪽
227 227. 펜던트 속 그림 속의 그 24.02.29 11 1 12쪽
226 226. 자기애가 과한 사람 24.02.28 12 1 12쪽
» 225. 더 뜯으면 안 돼 24.02.27 7 1 12쪽
224 224.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 24.02.22 9 1 12쪽
223 223. 칠인의 위기 탈출 24.02.20 11 1 14쪽
222 222. 기억 넷 24.02.19 10 1 12쪽
221 221. 바보 멍청이 똥꼬 24.02.08 9 1 12쪽
220 220. 손을 뻗는 이유 24.02.06 8 1 11쪽
219 219.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24.02.05 10 1 13쪽
218 218. 양치기 노인 24.02.01 9 1 10쪽
217 217.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 야옹 24.01.31 8 1 11쪽
216 216. 예기치 못한 상실 24.01.30 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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