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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조회수 :
448,140
추천수 :
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14.09.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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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3
추천
69
글자
16쪽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3)

DUMMY

“루디 드렌턴.”


드렌턴의 몽롱한 정신 위로 간수의 낮고 짧은 목소리와 함께 굵은 쇠창살의 비명이 스며온다. 곤히 잠들어있지는 않았지만, 꿈과 현실의 가느다란 경계선상에서 명확하게 발을 디딜 곳은 느낄 수 있었다.

그 무게감마저 희미해져 가던 족쇄가 벗겨지고, 그보다 더 희미해진 발의 감각을 대신하여 간수가 드렌턴을 부축한다.


“······사형인가?”

마른 입술로 물어보지만, 그의 팔을 붙잡은 간수의 손에서 강제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면입니다.”


드렌턴은 후우-하고, 속과 겉으로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발끝의 감각을 느끼고, 그는 정중히 짧은 감사의 인사와 함께 간수에게서 굵은 팔을 빼내었다. 축축하고 어두운 복도의 끝에서 쏟아져 내리는 불빛. 그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오른다.


“읏.”


간만의 태양빛이 그의 각막을 찔러왔고, 그것을 버틸 수 없었던 드렌턴은 짧은 해방의 탄식과 함께 눈을 가려야 했다. 그리고 마치 그의 눈이 빛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때를 맞추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수염 좀 깎아야겠어, 아저씨.”


그 말에 드렌턴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부슬부슬하게 올라온 수염,

그 위로 새어 나오는 굵직한 미소.


“······폐하.”


깊은 고민 없이 이렇게 부를 수 있었던 것은, 그것만이 자신이 이렇게 다시 햇빛을 볼 수 있게 되는 유일한 시나리오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폐하는 무슨, 둘만 있을 때는 예전처럼 편하게 불러줘.”


“그럴 수는-”


그는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어느샌가 굳세고 두터워진 손으로 자신을 감싸는 로빈. 자신이 모든 것을 바친 그 청년의 등을, 드렌턴은 부드럽게 두드려주었다.


“아저씨······, 나 다 들었어. 왜 그렇게까지 나를-”


“약속했으니까.”

드렌턴은 주저 없이, 확고한 목소리로 답한다.

“그것이 나의 맹세였으니까. 그것이 기사라는 것이다, 로빈. 내 교관으로서 마지막 가르침이 되겠구나. 그리고-,”

두터운 손으로 살며시 로빈의 어깨를 잡고서, 그의 아버지의 것과 쏙 닮은 검붉은 눈동자를 바라본다.

“이런 기사들이 주저하지 않고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왕이 되어라. 그것이 네 아버지와, 네 형제들, 그리고 내 아들을 위한 애도가 될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럴 필요 없어. 그저, 행동으로 세상에 보여줘.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러면 된다. 그걸로 나는······,”


굵고 따듯한 눈물이 흘러내린다. 평생 눈물이라곤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강직한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었기에 그 눈물은 더욱 뜨거웠다.

로빈은 그의 지난 시간을 상상할 수 없다. 상상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가 로빈을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지.

꿈마다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와 그 마지막 얼굴의 표정을.

손에 묻은 그 아이의 피를.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 광경을.

로빈은 감히 가늠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 드렌턴이 흘리는 눈물만큼은 가슴 깊숙이 이해할 수 있었다. 로빈은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숨을 삼키는 그의 양어깨를 붙잡고,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켜봐 줘. 반드시 훌륭한 왕이 되겠어.”




***




“야당에서 총리라니,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폐하께선 무슨 생각이신지······.”


섭정의 집무실에서 이제는 총리의 집무실이 될지도 모르는 그곳. 마누앙은 좀처럼 자신의 책상에 앉아있지 못하고 커다란 창문 앞을 서성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 답한 자는, 책상 맞은편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와인을 음미하던 왕당파 대표 오로메.


“폐하 나름대로 균형을 추구하시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재 내부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일단은 경험도 있고 정세에 밝으신 분이 총리직을 맡으셔서 폐하를 보좌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마누앙과 마찬가지로 로빈이 회의실을 나간 직후 혼란에 빠진 왕당파 귀족들을 진정시키느라 맥이 빠진 채였다. 하지만 정작 마누앙 본인의 반응은 냉정했다.


“지나치게 느긋한 말씀입니다, 오로메. 저를 비롯한 귀족파에 대한 사면에, 귀족파 대표인 저를 총리에 임명한다니요. 내일 신문에서 왕과 귀족파의 결탁이라고 신나게 떠들어댈 겁니다. 애초에 오로메 당신은 여기서 화를 내야 할 입장 아닙니까?”


“글쎄요? 제 역할은 폐하를 지지하는 것이니까요, 호호호.”


권력을 쥐게 된 자는 그 권력을 못마땅해하고, 권력을 쥐었어야 할 자는 그 결정을 지지하고 있는 묘한 풍경. 그늘이 없는 오로메의 미소를 보며 이마를 감싼 채 한숨을 뱉는 마누앙에게, 익숙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개인적으로는, 제 가문의 실세들이 실각한 덕분에 기울어진 귀족파와 왕당파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해주시려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젊지만 왜소한 몸집에, 찬란한 금발, 그리고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

가슈펠라르 가문의 여덟 번째 서열이었지만, 숙부 윌리안을 비롯한 모든 가문의 중심인물이 18년 전 학살과 이번 반란에 가담한 죄로 실각한 덕분에 곧바로 가주가 된 인물, 란다 가슈펠라르.

카나반 4대 귀족가문의 가주로서 모두 집합하라는 호출을 받고 마누앙의 집무실을 찾아온 그였지만, 여전히 그 무게감이 다른 가주들에 비해 떨어져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건 단편적인 생각이네, 란다. 주요 인물들이 모두 실각했다고는 해도, 지방에서 가슈펠라르라는 이름이 가진 영향력은 그대로일세. 애초에 수도에서의 귀족대표라는 것은 어차피 얼굴마담의 역할. 큰 의미는 없네.”

마누앙의 먹색 시선이 대답을 마치자마자 다시 다른 중년의 남성을 향한다.

“야노르님, 시즈키치 가문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아~ 뭐어. 저도 오로메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희야 폐하의 뜻을 따를 뿐이지요.”


또 다른 왕당파 귀족의 대표, 야노르 시즈키치는 늘어진 턱살만큼이나 지루한 목소리로 답한다. 이번 일에 대한 의견은 이곳에 오기 전에 이미 오로메와 이야기가 끝난 모양이라고, 마누앙은 그의 태도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의견은 3대 1이니, 폐하의 임명은 따르는 것으로 결정이군. 근데 이 자리에 나 같은 군바리는 왜 부르셨는지 모르겠어.”


집무실에 있던 마지막 그림자의 주인공, ‘검성’ 아뮤르 한센의 푸념이었다. 노인은 소파에 와서 앉으라는 오로메의 권유를 정중하게 사양하고는, 그 특유의 소매가 큰 예복과 함께 하얗게 샌 꽁지머리를 달랑거리며 이리저리 집무실을 배회 중이었다.


“검성께는 여쭙고자 하는 일이 있어 감히 방문을 요청하였습니다. 부디 용서하시길. 그리고 사실 가주분들을 모신 것도, 지금부터 제가 검성께 여쭈려는 것을 같이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마누앙의 저자세에 한센은 끌끌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아니, 뭐 나야 바람도 쐬고 좋으니 그런 말은 하지 마시게나. 그래, 이 늙은이에게 묻고 싶다는 게 뭔가?”


그에 마누앙은 짧은 기침과 함께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한 종이를 들어 올렸다.


“어제 제 조카이자 베르달의 정찰대장인 올리 경에게서, 아실레마제국으로부터 전문을 하나 받았다고 보고를 해왔습니다. 그 내용은,”

마치 그 내용은 이미 외웠다는 듯이, 마누앙의 먹색 눈은 청중을 향한다.

“본국, 아실레마의 2군단장 엘라론 드리브달이 전선에서 이탈하여 독단적으로 브린타이나와 결탁, 귀국을 침공할 작전계획을 보고해왔음. 이것은 본국 황제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 것임을 미리 통보한다.”


짧은 침묵이 집무실을 휘감았다. 오로메와 야노르의 표정은 굳어버렸고, 란다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싱글벙글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오직 검성인 한센뿐.


“이런-, ‘붉은 장미’의 딸내미가 오는가. 하는 짓을 보니 ‘광기의 꽃잎’이라는 별명에 정말 잘 어울리는구만.”


“ ‘붉은 장미의 검성’과 직접 검을 맞대보셨으니, 그 딸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실 것 같아 그 의견을 듣고자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새로운 형태의 선전포고라고 생각도 됩니다만.”


“아니, 아니야.”

한센은 마누앙을 향해 단호한 고갯짓으로 대답을 시작했다.

“그녀의 딸이다. 게다가 황제의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부정하는 것을 보면 아실레마 본국과는 정말로 관련이 없는 거겠지. 아마 저들도 군단 규모의 군세가 멋대로 움직인 것이 골치 아플 게야. 오히려 딸년이 딴맘 품기 전에 이쪽에서 처리해주었으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근데 내가 신경 쓰이는 건 ‘브린타이나와 결탁했다-’는 부분인데, 최근에 파이튼 쪽으로 군사도발을 했던 적이 있었지, 맞나?”


“네, 맞습니다. 최근에도 잦은 도발이 행해지고 있습니다만, 예상외로 아직까진 대대적인 침공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일종의 연막이었을 가능성이 크네. 북부 전선의 도발이 연막이었고, 그 실체가 아실레마와의 결탁이었다면, ‘주공’이 노리는 곳은 뻔하지.”


“······베르달이군요.”

마누앙이 입술을 깨물었다.

카나반에서 유일하게 두 국가와의 국경이 맞닿아있는 곳. 부가 설명이 필요 없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그만큼 최전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 하지만 이런 형태로 유례없는 협공이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늑대’가 이끄는 베르달이라 해도 그 미래는 위태롭다. 그리고 베르달이 위태롭다면, 공화국의 깃발도 위태로워진다.

“북쪽 브린타이나와의 지구전 때문에 기사의 보충도 늦고, 예비대의 충원도 늦습니다. 베르달을 노리는 것이 명백하다고는 해도, 파이튼을 포함한 북서쪽 전선의 예비대를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선이 얇고, 버티기도 힘든 상태이니······.”

병력을 충원할 곳이 없다.

라고 마누앙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의 예비대를 맡고 있던 가슈펠라르 가문의 병력이 내전으로 인해 와해된 지금, 이들을 재편하기 전 당장 베르달로 파견할 수 있는 예비 병력은 말라버린 상태. 그렇다고 이제 즉위한 지 3일 된 왕의 이름으로 지방귀족들의 병력을 차출하려 했다간 무슨 딴소리가 나올지 모른다.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음, 그건 폐하 덕분에 어쩌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겠어요.”


마누앙의 먹색 눈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를 따라 오로메의 얼굴을 향한다.


“폐하의······? 어떻게 말입니까?”


마누앙의 질문에, 오로메는 다시금 와인을 홀짝 적시며 입을 연다.


“단순해요. 폐하의 대리이자 총리, 그리고 귀족파 대표의 이름으로 귀족들의 사병을 차출하세요. 그리고 저는 폐하의 이름이자 왕당파 대표의 이름으로 귀족들의 사병을 요청하면 됩니다.”


“무슨 가벼운 말씀입니까, 폐하는 아직-, 아······!”


마누앙은 그제야 납득이 간다. 오로메의 말대로, 실로 간단해진 문제였던 것이다.

귀족파와 왕당파는 서로 끝없이 경쟁하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오로메가 총리의 자리에 올라 총리의 이름으로, 동시에 풋내기 왕의 이름을 빌려 귀족들의 사병을 차출하려 했다면 귀족파에서 그 요청을 들어줄 귀족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귀족파의 대표인 마누앙 자신이, 그것도 왕의 대리이자 총리라는 직책으로 모집을 요청한다면 귀족파에서도 들어줄 귀가 늘어난다. 거기다 오로메는 오로메대로 왕의 이름으로 왕당파 귀족들을 결집한다면?

아직 왕의 이름이 굳건하지 않은 상태에서, 귀족들의 대의를 모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인 셈이다.

젊은 왕은 이런 걸 노렸던 것인가?

그 진의에 대한 의구심은 잠시 접어두고서, 마누앙은 검성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베르달에서 아실레마가 보낸 전문의 진위를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흠, 올리는 아직 미숙하네. 일단 ‘늑대’를 다시 베르달로 보내야겠지.”


짧은 고민 뒤에, 마누앙은 고개를 들어 청중을 둘러보았다.


“······그렇다면 저는 일단 오늘 당장 총리직을 수락하고 내각을 재편성하겠습니다. 오로메님은 의회에 추천하고 싶은 인물명단을 직책별로 제출해 주십시오. 귀족파만으로 내각을 구성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란다, 자네 가문의 패잔병들을 되도록 빨리 수습해주게. 내 이름으로 요청해도 자네 가문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려고 할 거야. 그 부분은 알아서 처리해주길 바라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누앙은 허리를 굽혀 그들에게 예를 표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면서, 마지막으로 황금색 문을 빠져나가려는 인물을 붙잡는다.


“아, 검성님, 잠시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응? 아, 알았네.”


그의 부름에, 한센은 다시금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소파로 다가와 노구의 균형을 맡긴다. 자신을 바라보는 마누앙의 먹색 눈에서, 방금 전까진 없었던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음을 느끼면서.


“사실 이 말씀은 폐하가 재신임을 받기 전까진 꺼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으응, 뭔가?”


“폐하의 결혼 상대 말입니다.”


“······.”


가벼운 표정은 지우지 않고 있었지만, 검성의 눈은 마누앙의 먹색 눈빛을 정면으로 받아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반응이 가진 뜻을 알고 있는 마누앙은 천천히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희끗한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제 막 즉위하시기는 하셨지만, 빠르게 결혼 상대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먼저 후손을 두셔야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흐음, 뭐 그렇지······.”


한센도 자신의 허연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시선을 거두지 않는, 그의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과 그 파인 눈 속의 빛을 놓치지 않고서, 마누앙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폐하와 손녀분의 관계, 알고 계시지요?”


“······.”


대답은 없지만,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 먹색 눈앞에선 그것으로 충분히 대답이 됐을 것이다.


“폐하의 아버지와, 손녀분의 어머니의 일도 물론 기억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어찌 잊을 수 있겠나.”


흘리듯 새어나오는 한센의 목소리를 낚아채며 마누앙은 언성을 높인다.


“그렇다면, 같은 운명을 가고 있는 둘의 마지막도 예상하고 계시겠지요? 그리고 절대 그렇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그것을 막을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시겠지요?”


“내 손녀도 알고 있네. 그 아이는 자기 나름대로 정리를-”


“제 동생 크라트에게 선왕도 그리 말했습니다! 정리했다고, 다시는 없을 거라고! 하지만 어떻게 되었습니까?! 제 동생이 그의 목을 베게 되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본인들의 의지는 상관이 없습니다!”


“······.”


총리의 역정에 검성은 침묵한다. 그런 그의 침묵을 한동안 바라보던 마누앙은, 달아오른 숨을 삼키며 호흡을 되찾는다.


“······전례가 있는 사건은 반드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신조입니다. 그렇기에 공식적으로 검성님께 협력을 구하는 겁니다. 언성을 높인 무례를 부디 용서하시길.”


“아니, 아닐세. 나도 두 번이나 손녀를 그런 식으로 가슴에 묻는 것은 사양이니까.”


“뜻을 헤아려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마땅한 혼인상대를 찾아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주게나. 그럼-”

고개를 숙이는 마누앙의 인사를 손을 들어 받으며, 한센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황금문을 나선다.

“······후우······.”

노인의 한숨은 무겁고 짙었다.

가슴에 묻은 손녀딸의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았기에.

그날 밤, 그녀의 가슴을 찢는 울음이 아직도 귓가에서 울리고 있었기에.

모든 것이 자신의 이름으로 시작된 비극인 것을 알았기에, 노인의 한숨은 털어낼 수 없는 상처였다.




“······내 이름으로 시작되었으니, 내 이름으로 끝내야 할 것이다.”



라고, 노인은 중얼거렸다.







“너만은 반드시 행복하게 해주마.”


작가의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부탁드려요!


(막간) 붉은 장미   와 연계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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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2) +18 14.09.25 3,032 73 14쪽
41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1) +20 14.09.24 2,442 63 21쪽
40 (막간) 구원 +18 14.09.23 2,469 59 10쪽
39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7) +10 14.09.23 2,258 63 21쪽
38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6) +11 14.09.22 2,655 93 20쪽
37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5) +17 14.09.21 2,540 81 19쪽
36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4) +14 14.09.20 2,618 73 21쪽
35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3) +11 14.09.19 2,643 84 25쪽
34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2) +23 14.09.18 2,692 96 19쪽
33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1) +20 14.09.17 2,784 84 19쪽
32 (막간) 붉은 장미 +7 14.09.16 3,094 93 11쪽
31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7) +15 14.09.16 2,898 94 19쪽
30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6) +9 14.09.15 3,030 81 22쪽
29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5) +10 14.09.13 2,837 86 17쪽
28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4) +11 14.09.12 2,942 86 29쪽
27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3) +13 14.09.11 2,868 81 21쪽
26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2) +12 14.09.10 3,051 87 22쪽
25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1) +9 14.09.09 2,774 86 25쪽
24 (막간) 소녀는 올려다보고, 그는 내려다본다 +4 14.09.08 2,804 93 14쪽
23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7) +5 14.09.07 2,975 83 18쪽
22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6) +5 14.09.06 2,896 83 21쪽
21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5) +7 14.09.05 2,700 87 18쪽
20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4) +11 14.09.04 2,742 85 20쪽
19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3) +16 14.09.03 2,915 95 18쪽
18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2) +8 14.09.02 2,608 85 27쪽
17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1) +18 14.09.01 3,313 94 21쪽
16 (막간) 일상생활 속 일상성연구회 +16 14.08.31 2,763 86 12쪽
15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7) +11 14.08.30 2,936 88 20쪽
14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6) +2 14.08.28 3,123 84 16쪽
13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5) +11 14.08.27 2,798 90 25쪽
12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4) +15 14.08.26 3,234 97 18쪽
11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3) +3 14.08.25 2,968 101 15쪽
10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2) +6 14.08.24 3,599 102 21쪽
9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1) +14 14.08.23 3,529 102 18쪽
8 (막간) 캉페온 광장의 노을 +4 14.08.22 3,943 102 13쪽
7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6) +9 14.08.22 5,427 158 18쪽
6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5) +6 14.08.21 3,986 128 22쪽
5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4) +11 14.08.21 4,753 123 24쪽
4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3) +6 14.08.21 5,193 141 14쪽
3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2) +26 14.08.21 6,177 164 28쪽
2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1) +32 14.08.20 8,722 152 26쪽
1 (여는막) 그와 그녀의 한방울 +17 14.08.20 15,697 2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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