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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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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319

작성
14.09.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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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
29쪽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4)

DUMMY

당당히 본궁에 입궐하긴 했지만, 밀라가 그딴 몰골로 궁내를 활보하게 둘 수는 없다는 이유로 그들을 끌고 가는 바람에 왕실근위대 신입 세 명은 본궁의 전경을 감상조차 못하고 그대로 근위대 숙소에 직행해야 했다.

같은 궁벽의 테두리 안이라고는 해도 근위대 숙소는 본궁과는 다소 멀리 떨어진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덕분에 밀라는 거지꼴의 세 명을 숙소까지 안내하면서 다른 근위기사들과 왕실각료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근위대 숙소는 궁내의 다른 건물들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었는데, 건물을 둘러싼 낮은 담벼락은 이미 넝쿨과 이끼에 점령당하여 그 본래의 모습조차 알아보기 힘들었으며,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명의 근위대만이 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숙소의 외관은 외벽과 다를 것 없이 은색에 가까운 회색빛이었지만, 마치 구멍이 뚫린 상자를 엎어놓은 듯한 외견에 곱상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로빈슨, 622호. 아뮤르, 623호, 스파인 624호. 씻고 근위대정복으로 갈아입는데 정확히 5분 주겠다. 실시.”


밀라의 무미건조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명은 숙소의 입구로 뛰어 들어가 계단을 찾아 오른다.


“와- 1인 1실인가 봐?”


이 와중에도 로빈의 관심은 그쪽인 모양.


“것보다, 아무리 신입이라지만 맨 위층이라니 짜증나네.”


이 와중에도 지나의 불평은 이어진다.

불행 중 다행인지, 근무시간인 숙소 내엔 셋을 제외하곤 어떤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그들은 ‘선배’들을 마주치지 않고 자신의 숙소로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622라는 팻말이 걸린 방문을 열고, 로빈은 그 모든 것을 감상할 틈도 없이 곧바로 화장실로 향한다. 순식간에 옷을 벗어던지고 씻은 다음, 옷장 속에 배치된 근위대의 정복으로 갈아입는 모든 과정은 자신도 놀랄 만큼 신속했다. 다시 방문을 열고 나오니, 우습게도 셋이 동시에 복도로 나선 참이었다.


“······오늘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모습이군.”

입으로는 칭찬에 가까운 평가였지만,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세 명의 후배를 바라보는 밀라의 얼굴은 만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바로 본궁으로 간다. 호흡을 정리하고 자랑스러운 근위대답게 몸가짐을 바로 할 수 있도록.”


“옛.”


절도 있는 몸짓으로 걸어 나가는 그녀의 뒤로, 로빈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속삭인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곳에 있는 것보다 파견 나가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해.”


“동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지나. 그녀는 급하게 정리한 머리가 계속 신경 쓰이는지 연신 손으로 만지작댄다. 너저분했던 샛노란 머리를 다시 말끔하게 묶어 올리긴 했지만, 제대로 말리진 못한 탓에 물기를 머금고 있는 표면이 그대로 반짝이며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물기 탓에 굉장한 뻗침을 자랑하던 그녀의 잔머리들이 정돈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잡담은 그만한다. 이미 늦었으니 빨리 따라와!”


참으로 귀신같은 귀다. 로빈과 지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제식에 맞춰 밀라의 그림자를 쫓는다.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마에 땀이 슬금슬금 솟을 때쯤에야 그들은 본궁에 다다를 수 있었다.

거대한 은빛 첨탑으로 둘러싸인 본궁은, 섭정에게 불려갔던 로빈에겐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여전히 놀라움을 주는 절경이었다.

높이가 제각각인 첨탑들은 본궁을 중심으로 구름다리를 통해 서로 이어져 있었으며, 그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성벽은 성벽이라기보다는 거대한 화폭에 가까웠다. 압도적인 크기와 숫자로 펄럭이는 붉은 탕나무 군기들 덕분이었다.

높게 솟은 탑이 인상적인 교회를 지나 본궁으로 다가가자, 마치 광장과도 같은 넓이를 자랑하는 입구와, 그 사이를 빼곡히 오가는 귀족들 덕분에 로빈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머금어야 했다.

나무를 연상케 하는 분수대 뒤로 붉은 융단이 끝없이 이어진 넓은 계단이 보인다. 그 끝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는 건 본궁으로 들어서는 수십 개의 회전문. 처음에 왔을 때완 달리, 능숙하게 회전문을 밀고 들어갈 수 있는 로빈이었다.

대합실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기에, 밀라를 놓치지 않기 위해 셋은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밀라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대합실 구석에 위치한 흡연실.

뜻밖의 목적지에 로빈이 의문을 품었지만, 그 이유는 밀라의 우렁찬 경례와 함께 풀리게 된다.


“중위 밀라 시즈키치. 명대로 왕실근위대 신병들을 ‘모셔’왔습니다.”


‘모셔’라는 말에 특별히 억양을 준 것은 역시 셋을 곤란케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다리를 꼰 채로 앉아, 신문과 함께 담배를 즐기고 있는 남자는 밀라의 경례에 먹색 눈빛을 한번 흘겨주었을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곧바로 이어진 밀라의 헛기침에, 셋은 동시에 빠릿한 경례를 올린다.


“소위 로빈슨 듀켓입니다.” “소위 아뮤르 지나입니다.” “소위 오즈카 스파인입니다.”


남자는 역시 경례를 받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대신 재떨이에 꽁초를 꽂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앉아있을 때도 얼핏 느낄 수 있었지만 상당한 장신이었다. 면도가 덜된, 짙은 먹색 수염만 아니었더라면 30대 초반으로도 볼 수 있을 나이. 그는 신문을 접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셋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신고는 본래 단장님과 함께 집무실에서 진행해야 하지만, 출근 첫날부터 술 처먹고 퍼질러진 누구들 덕분에 이런 곳에서 내가 대신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얼굴에 비해서는 얇은 목소리였으나, 그 날카로움만은 어디서 많이 느껴본 것이라고 로빈의 감각이 경고한다. 저 깊은 먹색의 눈동자, 당당한 표정, 보랏빛에 가까운 입술. 확실히 낯설지 않은 인상. 분명히-

“왕실근위대장, 대령 쥬넨 니바르토. 근위대에 배속된 것을 환영한다.”


“감사합니다!”


셋이 동시에 손을 내리며 외친다.

니바르토라면, 분명 섭정의 가문.

비로소 로빈은 자신이 느꼈던 익숙한 감각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왕의 대리를, 아들은 근위대장을 맡고 있는 것인가. 정말 대단한 집안이라고, 로빈은 생각했다.


“너희들의 오늘 행동에 대해서는 본래 군법으로 다스리는 게 도리지만, 중위에게서 들었듯이 검성님을 통해 들어온 요청이 있기에 보류하도록 하겠다. 파견지에서는 부디 근위대에 걸맞은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옛!”

‘거참 쌀쌀맞네.’

로빈의 불만도가 서서히 쌓이기 시작한다. 슬쩍 훔쳐보니 지나의 표정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파견지로 향하는 도중의 얘깃거리가 하나 더 쌓였구나- 라고 로빈이 생각하는 순간, 쥬넨이 새롭게 꺼낸 담배에 불을 붙이며 낮게 웃기 시작한다.


“그건 그렇고, 참으로 특이한 조합이로군. 혈통빨로 검성님의 후광을 등에 업은 행운아와, 배신자의 아들, 그리고 근본도 없는 시골뜨기인가.”

그의 웃음은, 분명히 적의를 품은 비웃음이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인 무례함.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지나는 물론 오즈카도 이 비웃음에는 반발심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뮤르, 내가 개인적으로 검성님께 은혜를 입긴 했지만, 그렇다고 널 특별 취급해줄 생각은 없으니 괜한 기대는 접어라. 그리고 스파인, 넌 내가 특별히 지켜볼 것이다. 조금이라도 네 아비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다면, 내가 직접 베어주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로빈이 입을 열려는 순간-,


“근위대장님의 훌륭한 지휘 아래에선 절대 그럴 일 없을 것입니다.”


미소를 잔뜩 바른 지나의 목소리였다. 덩달아 오즈카마저 보기 드물게 힘이 들어간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훌륭한 대처였다. 자신들의 부덕은 곧 지휘관의 책임- 이라는 식으로 떠밀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 의중을 모를 리 없는 쥬넨은 살벌한 미소와 함께 담배 한 모금을 주욱 빨아들인다.


“그건 두고 보도록 하지. 이미 잘 마시고 놀았으니 별도의 휴식은 필요 없겠지? 그럼 시간 끌 필요 없이 오늘 바로 출발해라.”


치졸한 인간이다. 로빈은 짜증이 솟구쳤다. 덕분에 하루의 휴식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지나의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다. 만약 방금 지나가 아닌 자신이 나섰다면, 하루 휴식이 날아가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중위. 파견요청이 들어온 곳이 어디지?”


“아, 그것이-”






“베르달?!”


마누앙이 소리쳤다.

동시에 서류 위를 춤추던 펜촉이 꺾였고, 집무실을 채우는 그의 분노처럼 잉크가 주변의 종이를 적셔간다.


“무슨, 문제라도······?”

쥬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이렇게 반응하리라곤 예상치 못한 것도 있었지만, 이 정도로 당황하고 화를 내는 아버지의 모습 자체가 그의 기억 속에선 이미 흐려진 과거였기 때문이었다.

“베르달은 중요한 거점입니다. 근위대의 파견을 요청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그의 말대로, 베르달은 공화국 최동북단에 위치한 군사거점이다.

북쪽으로는 브린타이나 왕국, 동쪽으로는 아실레마 제국과의 이중전선을 이루고 있는 최대의 접전지역으로, 본래 폐쇄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이 강한 영지였으나 전황이 급박해진 근래에는 기사단뿐만 아니라 근위대의 파견도 자주 이루어지고 있었다. 때문에 ‘근위대장’인 쥬넨은 아버지가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베르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파견요청이 검성을 통해 들어왔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다······! 베르달의 영주가 누구인지 잊었느냐? 하필 ‘그놈’과 검성이 연루되어있다는 뜻인데······.”

마누앙이 주름이 깊게 파인 손으로 구겨진 이마를 쓸어 넘긴다.

“······그랬나. 나를 자극한 건 이것 때문이었나······. 그것도 모르고 덥석 왕실근위대로 집어넣었다니, 내가 어리석었군.”


“······죄송합니다. 명령하신다면 다시 복귀시키겠습니다만, 엊저녁에 출발한지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별다른 대답 없이, 그저 탁자를 손으로 두드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마누앙을 내려다보며 쥬넨은 숨을 삼킨다.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아버지가 무엇이 어리석었다는 것인지 깨닫지 못한 까닭이었다. 이어지는 불편한 침묵을 견디지 못해 그가 담배를 꺼내려는 순간, 마누앙의 깊은 눈이 다시금 빛을 발한다.


“아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왜 그렇게까지 그 아이를······.”


섭정이란 자리는, 단편적인 사고의 흐름에 안주하거나 하나의 흐름만을 고집하고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편협성을 가지고는 버틸 수 없는 직책이다.

시야를 넓게 잡을 줄 아는 그 능력이야말로 왕의 대리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얹고서도 마누앙을 18년간이나 버틸 수 있게 해준 그만의 원동력이었다.

한 가지라도 이해할 수 없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놓이면, 그는 상상력을 동원하기 시작한다.

무언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면, 자신의 사고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야 한다.

주어진 상황과 정보를 바탕으로, 마누앙이 끌어온 상상과 사고의 흐름이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고.


“!”


이윽고 무서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좀처럼 결론에 도달하면 그것에 의심 품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는 마누앙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이성과 상식을 무참히 박살 내는 일이었기에, 그는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버님······?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마누앙을 쥬넨이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아버지의 얼굴엔, 그로서도 처음 접하는 ‘경악’이 떠올라있었기에, 쥬넨은 목 언저리가 오싹해짐을 느껴야 했다.


“······기사훈련단장 루디 드렌턴과 마법대학 3학년 벤이라는 놈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해라. 확보하지 못하면 곧바로 수배를 내려. 베르달에도 통신을 보내. 사정이 생겼으니 파견된 근위대를 곧바로 복귀시키라고.”


“알겠습니다.”


쥬넨은 마누앙의 갑작스러운 명령에 대한 의문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는 감히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그는 곧바로 집무실을 빠져나갔고, 홀로 남겨진 마누앙은 쓰러지듯 의자에 앉으며 다시 한번 얼굴을 쓸었다.

이제 섭정의 얼굴에 떠올라있는 것은 분노도, 의문도, 경악도 아니었다. 자신이 아주 오래전에 버릴 거라 다짐했던, 연민이었다.


“루디······, 어째서 그렇게까지······.”




***




“총장님!”


비서가 문을 박차고 들어선다. 그렇지 않아도 너덜거리던 문고리가 결국 그 생명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마법대학총장 디쿠젠은 자신의 삼류연애소설 감상기도 그 끝을 고했음에 비통해하며 살며시 책을 덮었다.


“뭔가?”


대답 대신, 비서의 안절부절못하는 얼굴 뒤로 익숙한 분위기의 표정이 나타난다.


“오랜만입니다. 숙부님.”


칼같이 각이 잡힌 남색 기사복 위의 붉은 재킷. 빛나는 휘장과 가죽벨트. 그리고 익숙한 무표정. 디쿠젠의 얼굴이 밝아진다.


“쥬넨! 네가 웬일이냐? 이상한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그가 지칭한 ‘이상한 것들’은 쥬넨을 뒤따라온 세 명의 근위대를 칭하는 것이었다. 위압감을 풍기는 기사가 넷이나 갑자기 들이닥치니, 여유롭기만 하던 총장의 서재는 어느새 무거운 공기로 짓눌리고 있었다.

“내가 초대한 건 네가 아니라 네 아버지였는데 말이지.”

그에 굴하지 않고, 디쿠젠은 여유로운 웃음을 흘린다. 하지만 그것에 반응해줄 생각이 없는 듯, 쥬넨은 굳은 얼굴로 그의 책상 앞에 다가섰다.


“이론마법학과 3학년 벤이란 학생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신변을 양도해 주시지요.”


“죄목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한, 웃음을 잃지 않은 빠른 대답.


“소환불응 및 국가반역죄입니다.”


단호한 쥬넨의 태도에 디쿠젠은 크게 웃는다.


“이제 도시로 상경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시골뜨기 대학생이 국가반역죄라? 앞뒤 안 가리는 네 아비 성격은 여전하구나. 게다가 언제부터 왕실근위대가 경찰 일까지 떠맡게 되었지?”


“어디 있습니까?”


존중은 짧았다. 이번에는 분명한 위협이 담겨있는 목소리였다.

여전히 미소는 잃지 않고 그를 올려다보던 디쿠젠은, 결국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따라오게나. 이미 강의 시간은 한참 지났으니. 기숙사에 있겠지.”

서재를 나서는 그를 위해 근위병들이 길을 터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존경의 의미보다는 경계의 태도를 더 많이 담고 있었음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마치 그를 연행해가듯이, 네 명의 기사가 바싹 붙어 학회장의 뒤를 따른다.

“아 그래, 분위기도 이러니, 학생들한테 아무래도 오늘 동아리 활동은 일찍 끝내라고 하는 편이 낫겠네. 자네가 확인 좀 해주겠나?”

문을 나서던 디쿠젠이 문득 비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예······? 아, 예.”


“그래, 고맙네.”


그는 미소 뒤로 네 명의 기사를 끌고 서재 밖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부탁을 받은 비서는 잠시 고민한다.

지금 시각은 오후 여덟 시. 동아리 활동은 본래 일곱 시 이후론 금지되어있다.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동아리 활동을 일찍 끝내라고 공지하라는 디쿠젠의 말에 담긴 저의는 분명했다.

그걸 깨달은 비서는 곧바로 서재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야, 벤, 봐봐. 봐봐.”


“응?”


‘일상생활 속 일상성연구회’ 동아리 방은 오늘도 과외방을 대신하여 불을 밝히고 있었다. 고도의 공책을 베끼던 벤은 속삭이듯 재촉하는 고도의 손가락을 따라 소파로 시선을 향한다. 그곳엔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이리스가 꾸벅꾸벅 현실과 몽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너무 귀엽지 않냐 진짜? 아오, 내가 이상한 마을에 들리지 말고 이리스만 주워서 왔어야 했는데.”


“누가 들으면 상처받는 말을 너무 가볍게 하지는 말아줘.”


벤의 푸념은 흘려들으며, 고도가 슬금슬금 소파로 다가간다. 그녀의 목적은 뻔했다. 조심스럽게 이리스의 옆에 앉았고, 이리스는 자연스럽게 그런 고도의 어깨로 머리를 기대온다. 콧바람까지 뿜어대며 행복을 만끽하는 고도를 바라보며 벤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리스가 붉은색과 푸른색이 소용돌이치는 눈동자를 빛내며 깨어난 것은 그 직후였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반응에 놀란 벤과 고도는 얼떨결에 그녀의 시선을 따라 동아리 방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평화로운 적막뿐,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는다.


“이리스, 왜 그-”

고도가 이리스의 머리를 마저 쓰다듬기 직전, 거칠게 방문이 열리며 숨이 넘어갈 듯한 몰골의 여인이 나타난다.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헝클어진 모습을 하고 있긴 했지만, 고도는 그녀의 정체를 쉽게 알아보고는 그대로 벤을 노려보았다.

“야, 너 또 무슨 짓 했어?”


“아니, 그러니까 상처받는 말 좀 너무 쉽게 하지 말라고.”


비서는 곧바로 거칠게 문을 닫고,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먼저 느낀 것은 고도였다.


“무슨 일이에요? 학회장님이 우릴 찾기라도 하세요?”


하지만 비서는 그 어떠한 대답도 없이 고도에게 잠깐의 눈길만 주었을 뿐, 성큼성큼 벤을 향해 다가선다. 영문을 모르고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을 향해, 비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망치세요!”


“······네?”

당황한 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고도를 향했지만. 고도는 이리스를 끌어안은 채 ‘너 역시-?’라는 표정.

“아니, 잠시만요, 무슨 일이죠? 도망치라니?”


“지금 근위대가 당신을 체포하러 왔어요. 저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총장님께서 시간을 벌어주시는 걸 보니 당신이 잡혀서는 안 되는 일이에요, 그러니 어서 도망치세요!”


벤과 고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체포요? 저번에 오라는 거 안 가서 그래요? 그거 학회장님이 갈 필요 없다고 하셔서 안 간 건데?!”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지금 국가반역죄로 영장이 나와 있다구요!”


“국가반여억?”


지금 자신을 놀리는 것인가 싶어 살펴보지만, 비서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다. 아니, 다급하기까지 하다. 고도를 바라보니 이번엔 ‘너 설마-?’라는 표정이 되어있었다. 그녀에겐 단호하게 아니라고 윽박지르며, 벤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도망치라니, 어디로 가란 말씀이죠?”


“그, 그건 저도 잘······.”


오히려 침착한 쪽은 벤이었다.

그는 잠시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더니,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듯 고도와 이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럼 쟤들은요? 쟤들은 괜찮은 건가요?”


“그, 글쎄요. 지금 제르나비 양이 데려온 루디 드렌턴과 당신에게 체포영장이 내려왔으니,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있는 제르나비도-”


“아아아앙~?! 내가 왜?!”


고도가 벌떡 일어선다. 그녀에게 있어 이것은 말 그대로 날벼락이었다.

드렌턴이 어디서 뭘 하는지, 뭘 했는지는 몰라도, 벤은 자신이 대학에 온 순간부터 계속 붙어있었다. 그가 국가반역 따위를 공모할, 아니, 공모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나가자.”


벤은 침착하게 성큼성큼 다가와 고도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가 곧바로 그 손길을 거칠게 뿌리치는 바람에, 벤은 특유의 무표정한, 짙은 시선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고도의 얼굴엔 짜증과 경멸의 혼합체가 떠올라있었다.


“내가 왜? 물론 네가 잘못이 없다는 사실은 내가 잘 알아. 뭐 또 이상한 거에 휘말렸겠지. 근데 왜 나까지 도망쳐야 하는데? 난 아무런 상관없잖아? 널 그냥 못 봤다고 하면 되잖아? 잘못해서 퇴학이라도 당하면 난······-.”


그런 그녀의 얇은 손목을 다시 거칠게 잡으며, 벤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연다.


“멍청아. 그 퇴학을 결정하는 총장이 너에게 날 맡겼다고. 그리고 그 인간 스스로가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단 말이다. 국가반역죄인이 사라지고 나면, 이제 유일한 접점이 너뿐인데, 그들이 널 어떻게 다루리라 생각하는 거야?”


고도는 입을 다문다. 그녀는 벤에게 잡히지 않은 손으로 눈만 끔뻑이고 있는 이리스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런 고도의 얼굴에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억울함이나 당혹감이 아닌 순수한 짜증이었다.


“아, 진짜.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이러지?”


대답 대신, 벤은 반쯤 포기한 고도의 손목을 낚아채 함께 동아리방을 나선다.

비서는 그들의 그림자가 계단 아래로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도, 그리고 디쿠젠도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쥬넨과 근위대가 단순히 경찰을 대신하여 디쿠젠을 찾아온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직접 경찰병력을 지휘하고 있었다.

때문에 벤과 고도, 그리고 이리스가 급하게 캉페온 광장으로 내려서는 순간, 어느 순찰대원들과 마주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그들의 등장에 고도가 헉 소리를 내며 움찔하지만 않았어도, 곧바로 순찰대원들의 시선을 끌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미 깊어져 가는 저녁. 아무도 없는 광장에 숨을 헐떡이며 나타난 수상한 삼인조를 그냥 보내줄 경찰이 있을 리 없다.


“이봐, 너희들! 오늘은 통행금지다! 여기서 뭐하는 거냐?”

고함을 지르며 세 명의 순찰대원이 그들에게 다가온다. 국가반역죄인의 체포를 위함이라고는 했지만, 워낙 다급히 출동한 탓에 단순한 순찰대원인 그들에게까진 정확한 벤의 인상착의가 전달되지는 않은 모양.

경찰들은 자신들이 누구를 붙잡은 것인지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뭐하는 거냐니까? 학생증은 있나?”


“아, 예. 잠시만요.”

태연한 표정으로 품속을 뒤지는 척을 하며, 벤이 고도에게 속삭인다.

“고도, 저 인간들 기사야?”


“어? 아, 아니야.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래.”


벤은 곧 경찰들에게 둘러싸이게 되었고, 드디어 학생증을 찾았다는 듯이 로브 안으로 손을 넣었다. 하지만 다시 나타난 그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그에 벤의 정면에 있던 경찰이 입을 열려는데,


“읏-?!”


전기가 튀는 듯한, 기분 나쁜 파열음과 함께 세 명의 경찰이 동시에 코를 부여잡고 쓰러진다.

고도는 방금 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초급전투마법에서 배웠던, 자연계열의 마비마법이었다.


“제대로 된 건가? 기사였다면 꿈쩍도 안 했을 테지만.”

거품을 물며 쓰러져있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벤이 마력의 잔향이 묻어있는 손을 탈탈 털어냈다.

“가자.”


그들은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의 어둠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미 교내 곳곳에 경찰들이 즐비해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고도의 짜증이 듬뿍 담긴 푸념을 계속 들어야 했지만, 일단 정문까지 다다르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문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굳게 닫힌 정문과 두 대의 순찰차, 그리고 수많은 경찰들. 이미 돌아가기엔 늦은 터라, 벤은 낮은 신음을 흘린다.


“역시 정문은 힘들었나.”


“학교 안은 이미 난리가 났을걸. 후문 쪽은 이제 엄두도 못 내.”


고도 또한 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느긋하게 하품을 내지르는 이리스가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벤이 전투마법사가 되기로 결정한 후에 익힌 기초적인 전투마법이 몇 개 있기는 했지만, 저곳을 강행돌파하기엔 무리가 있음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높은 벽 위로 날아오를 수도 없다. 상황타파를 위해 고도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나올 리가 없었다.


“당신이 벤입니까?”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여자의 낮은 목소리.

고도는 비명을 지를 뻔했으나 다행히 이리스가 그녀의 입을 대신 틀어막아 주었다. 벤 또한 놀라서 뒤돌아보니, 그곳엔 자신들과 비슷한 로브를 입은, 어딘가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그들의 그림자를 밟고 있었다.

“루디님이 보내셨습니다. 아센 하파라고 합니다.”


“아저씨가?”


이름을 듣고 나서야 벤은 기억 속에서 그녀의 얼굴을 찾아낼 수 있었다. 분명 파이튼 성으로 파견을 나갔을 때 자신들을 인솔했던, 바로 그 전투마법사의 얼굴이었다.


“루디 경이 시간을 끄는 사이에 빠져나가야 합니다. 저를 똑바로 따라오세요.”


“시간을 끈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고도와 벤이 하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곧 정문 쪽에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고, 벤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붉은 조끼를 입은 네 명의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무엇이라고 크게 고함을 지르며 저마다 검을 뽑아 들었는데, 벤은 곧바로 그 소란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말에 올라탄 거구의 남자가 경찰들의 저지선을 돌파하며 정문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그가 거대한 검을 도로 한복판에 있던 마차를 향해 휘두르자, 마차는 굉음을 내며 하늘에 떴다가 그대로 도로가를 향해 곤두박질친다.


“지금입니다!”

그와 동시에 하파가 그들이 붙어있던 벽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러자 굳건했던 벽이 갑작스런 마력의 침범에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사람이 통과할만한 구멍을 남기며 무너져 내렸다. 침묵 속에 이루어졌다면 충분히 시선을 끌 만한 행위였겠지만, 모든 경찰과 근위대의 관심은 정문에 나타난 사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자, 이리로.”

하파의 뒤를 따라 고도와 이리스가 벽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도, 벤은 정문에 나타난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멀리 있던 터라 정확히 얼굴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저 거구의 사내가 누구인지, 가슴으로 확연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이군요. 루디 아저씨.”


검에서 살기를 놓지 않은 채로, 말 위의 남자를 노려보는 쥬넨. 그를 알아본 드렌턴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정문을 넘어 교내 전체를 울린다.


“이야! 이게 누구야? 쥬넨이냐? 꼬꼬마던 녀석이 근위대장을 하고 있다니, 세월 참 빨리도 가는군!”


“안 그래도 곧 뵈러 갈 예정이었는데, 스스로 이렇게 와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허나 방금 날리신 저 마차가 국가의 자산인지라, 같이 가셔서 말씀을 좀 나누셔야겠습니다.”


쥬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 명의 근위대가 드렌턴을 포위하듯이 둘러싼다. 하지만 가시수염이 비죽 올라온 그의 얼굴에서 여유를 빼앗기엔 부족한 모양이었다.


“그럼 어디, 오랜만에 한 수 가르쳐볼까?”


자신의 육중한 몸에 고통받던 말에게 자유를 주면서 드렌턴이 지상으로 뛰어내린다. 그가 내뿜고 있는 위압감이 허세가 아님을, 드렌턴의 대검을 보면서 자라왔던 쥬넨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피를 흘리지 않고 그를 제압할 자신이 없을 뿐이었다.


“그만해라, 루디.”


날 선 긴장을 뚫고 들려온, 무심한 목소리.

드렌턴은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그 주인공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바쁘신 몸께서 여까진 어쩐 행차시냐, 마낭?”

히죽 웃는 드렌턴의 뒤로, 한 무리의 근위대와 함께 섭정, 마누앙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걸음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드렌턴에게 접근해온다. 만류하려는 근위대와 아들을 손짓으로 물러서게 한 뒤, 마누앙은 결국 드렌턴의 눈앞으로 다가선다.

“뭘 비밀스럽게 할 이야기가 있으셔서?”

빈정거리는 드렌턴을, 마누앙은 잠시 말없이 올려다본다. 깊은 먹색 눈에 담겨있는 것은, 드렌턴도 일찍이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미묘한 감정.

“하, 이런, 벌써 알았나?”

드렌턴이 짧게 웃는다. 하지만 그가 웃을수록, 마누앙의 입가는 굳어져만 갔다. 마침내 섭정의 무거운 입이 열린 것은, 드렌턴이 묵직한 대검을 옆으로 던져버린 것과 거의 동시였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 18년 만에 갑자기 나타나선 붉은 나무의 씨앗이라니. 애초에 ‘그놈’에게 보내려는 목적이었겠지?”

드렌턴은 반응 없이, 미소만 흘렸고, 섭정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내가 의심하느라 이를 막지 못했던 건 어디까지나 그 씨앗이 절대로 존재할 수가 없었기에 그랬던 것이었지. 하지만 넌, 애초에 실종된 둘째 왕자의 소재는 알지도 못했군?”

여전히, 반응 대신 얇은 미소뿐.

“그러니 네가 보낸 스무 살 남짓의 그 아이가 씨앗이라는 뜻이 되는데.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거든. ‘그 아이’는 18년 전에 죽었으니까. 요람에 방치되어있던 갓난아기의 시체는, 내가 직접 확인했으니까.”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듯, 마누앙의 시선이 잠시 갈 곳을 잃고 방황한다. 하지만 그 끝에 떠오른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웠다.

“근데 말이지, 한 가지 생각하기도 싫은, 생각하기 무서운 가능성이 있다는 걸 나는 깨달았다.”

드렌턴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그것은 마누앙에게 끔찍한 확신을 주는 것이었기에, 그는 드렌턴의 멱살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너, 설마······, 네 아이를 대신 죽이고 왕자를 빼돌렸던 거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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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3) +16 14.09.26 2,864 69 16쪽
42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2) +18 14.09.25 3,033 73 14쪽
41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1) +20 14.09.24 2,442 63 21쪽
40 (막간) 구원 +18 14.09.23 2,469 59 10쪽
39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7) +10 14.09.23 2,258 63 21쪽
38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6) +11 14.09.22 2,655 93 20쪽
37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5) +17 14.09.21 2,540 81 19쪽
36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4) +14 14.09.20 2,619 73 21쪽
35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3) +11 14.09.19 2,643 84 25쪽
34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2) +23 14.09.18 2,693 96 19쪽
33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1) +20 14.09.17 2,784 84 19쪽
32 (막간) 붉은 장미 +7 14.09.16 3,094 93 11쪽
31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7) +15 14.09.16 2,899 94 19쪽
30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6) +9 14.09.15 3,030 81 22쪽
29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5) +10 14.09.13 2,838 86 17쪽
»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4) +11 14.09.12 2,943 86 29쪽
27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3) +13 14.09.11 2,869 81 21쪽
26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2) +12 14.09.10 3,052 87 22쪽
25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1) +9 14.09.09 2,775 86 25쪽
24 (막간) 소녀는 올려다보고, 그는 내려다본다 +4 14.09.08 2,804 93 14쪽
23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7) +5 14.09.07 2,975 83 18쪽
22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6) +5 14.09.06 2,896 83 21쪽
21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5) +7 14.09.05 2,701 87 18쪽
20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4) +11 14.09.04 2,743 85 20쪽
19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3) +16 14.09.03 2,916 95 18쪽
18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2) +8 14.09.02 2,608 85 27쪽
17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1) +18 14.09.01 3,313 94 21쪽
16 (막간) 일상생활 속 일상성연구회 +16 14.08.31 2,764 86 12쪽
15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7) +11 14.08.30 2,936 88 20쪽
14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6) +2 14.08.28 3,124 84 16쪽
13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5) +11 14.08.27 2,798 90 25쪽
12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4) +15 14.08.26 3,234 97 18쪽
11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3) +3 14.08.25 2,968 101 15쪽
10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2) +6 14.08.24 3,599 102 21쪽
9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1) +14 14.08.23 3,530 102 18쪽
8 (막간) 캉페온 광장의 노을 +4 14.08.22 3,943 102 13쪽
7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6) +9 14.08.22 5,428 158 18쪽
6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5) +6 14.08.21 3,987 128 22쪽
5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4) +11 14.08.21 4,753 123 24쪽
4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3) +6 14.08.21 5,193 141 14쪽
3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2) +26 14.08.21 6,177 164 28쪽
2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1) +32 14.08.20 8,722 152 26쪽
1 (여는막) 그와 그녀의 한방울 +17 14.08.20 15,698 2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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