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화. 석화단 해부하기
“휴~ 생각보다 협상이 수월하게 끝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정말 그렇다. 기웅의 자격지심을 적당히 건드렸던 것이 유효하여, 우리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전되어, 꽤 유리한 조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던 것이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로써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군요.”
“네, 맞습니다. 그러니 교육을 하기 전까지, 개성을 한바퀴 둘러보고 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길례태씨,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석화단에 대해 분석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준비를 해놔야죠.”
“하하하, 벌써 다음 시합을 준비하신다니, 제가 영준씨를 과소평가했군요. 그럼 저도 정보원들에게 최대한 석화단의 정보를 알아내게 하겠습니다.”
어차피 오늘은 놀기 좋아하는 김산도 없었고, 김훈 역시 석화단을 만나더니, 묘한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를 표출하며, 그답지 않게 불타오르는 것이 느껴졌으며, 놀 생각이 아예 없어 보였다.
이런 진지한 분위기가 야구단 전체에 퍼진 듯해서, 나는 맘 편히 석화단 분석에 신경 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한진이와 붙어 있으면, 또 무슨 훈련을 한다고 할지 몰라서 제일 좋은 핑계이자 실제로 내가 해야 할 일인 전력 분석을 한다고 빠져나왔다.
아까 협상을 하면서 틈틈이 석화단 선수들을 스캔했었는데, 크게 위협이 될만한 선수는 기웅을 비롯해 양옆에 있던 두 선수였다.
<이름: 장성훈>
소속: 석화단, 나이: 24세
키 : 181cm, 몸무게: 88kg 우투우타
[타자]
정확도: 56 (71), 힘: 83 (87), 선구안: 61 (66), 주루: 54 (58)
수비: 53 (61), 번트: 31 (43), 정신력: 65 (69)
외야적성: 49 (61)
포구: 51 (61), 송구: 68 (77), 어깨: 77 (83), 반응속도: 52 (69)
[투수]
체력: 78 (81), 구속: 78 (83), 구위: 74 (81), 제구: 65 (74), 변화: 41 (71), 수비: 53 (63), 정신력: 67 (71)
장성훈이라는 자는 정훈과 맞먹을 정도의 덩치로,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덩치의 소유자였다. 한진이 있어서 다행이지, 없었더라면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때문에 정신줄 잡기가 힘들 것 같았다.
왠지 든든한 4번 타자 역할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체형이었으나, 투수에 상당한 재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 투수야말로 체격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 이 자는 김훈처럼 투석꾼 역할을 했던 자겠지.
김훈보다 제구는 뒤처지지만, 구속과 구위는 그에 못지않고, 타격은 김훈보다 한 수 위였다. 아마 이 자가 에이스 투수 겸 중심 타선에 포함될 것으로 보였다.
타자로서 능력은 여러모로 딱 현정훈 정도였다. 하지만 장성훈을 제외한다면 그보다 나은 타자가 없는 석화단이었기에 장성훈이 중심타선에 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알아봤자 얼마나 알겠는가. 그런 그들에게는 힘 좋은 것만큼 중심타선에 넣기 좋은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름: 신사혁>
소속: 석화단, 나이: 21세
키 : 178cm, 몸무게: 71kg 우투우타
[타자]
정확도: 67 (79), 힘: 62 (69), 선구안: 65 (76), 주루: 69 (75)
수비: 61 (67), 번트: 55 (71), 정신력: 77 (77)
외야적성: 64 (67)
포구: 61 (68), 송구: 63 (66), 어깨: 62 (66), 반응속도: 61 (69)
장성훈이라는 자와 반대편에 앉아있던, 쭉 찢어진 눈매를 한 호리호리한 체형의 남자이다. 근데 호리호리함은 단순히 얼굴 살이 없어서 그렇게 느껴진 듯하다.
아마 옷을 들춰보면, 제대로 압축된 탄탄한 몸매일 확률이 높을 거라고 생각된다.
힘도 생각보다 약하지 않아서, 의외로 중장거리 타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산과 비슷한 다재다능함의 소유자라고 할까? 마침 포지션도 중견수라, 김산이 있었다면 비교가 될만한 상대였다.
<이름: 이기웅>
소속: 석화단, 나이: 21세
키 : 176cm, 몸무게 : 75kg 우투우타
[타자]
정확도: 69 (79), 힘: 74 (78), 선구안: 68 (73), 주루: 55 (61)
수비: 67 (74), 번트: 31 (35), 정신력: 69 (75)
1루적성: 67 (74)
포구: 61 (69), 송구: 68 (71), 어깨: 67 (72), 반응속도: 68 (74)
우리 팀 선수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 이름, 바로 이기웅이었다. 업그레이드된 스카우터로 보니, 확실히 그의 능력 하나만큼은 그를 잡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느껴졌다. 게다가 원래보다 능력치가 많이 올랐다.
우리 팀에 있을 때, 경기 내적으로 그의 가장 문제시되었던 점이 수비였는데, 그의 잠재력을 살펴보니, 역시나 의욕의 문제가 컸던 것 같다.
기웅이 우리 야구단에서 자신을 좀 내려놓고 포지션 변경을 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게 만드는 스탯이었다.
뭐, 이미 지나간 일인데 어쩌겠는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상, 그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웅 역시 주루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다재다능하다. 이런 그에게 성장할 시간을 준다면 곤란한 상대가 될 것이다.
<이름: 정상현>
소속: 석화단, 나이: 22세
키 : 171cm, 몸무게: 75kg 우투우타
[타자]
정확도: 56 (66), 힘: 74 (78), 선구안: 61 (69), 주루: 56 (61)
수비: 61 (67), 번트: 48 (56), 정신력: 55 (65)
외야적성: 64 (67)
포구: 61 (68), 송구: 63 (66), 어깨: 62 (66), 반응속도: 61 (69)
그 외의 선수들은 정상현이라는 선수와 같이, 주로 정확도와 수비 같은 야구 기본기가 좋지 않은 대신, 신체 능력에서 나오는 힘, 주루, 어깨 같은 능력치가 좋은 편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저번에 상대했던 성남 구락부보다 성가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저 신체 능력으로 거친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하면 좀 무서워진다.
사실 석화단의 전력 파악도 전력 파악이지만, 다음 시합은 우리 주전들이 많이 빠지는 것이 문제다. 특히 외야 수비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던 김산이 빠진 것이 매우 큰 문제였다.
조금 미숙하지만, 핫코너인 3루를 지켜주면서 단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뒤에서 해주던 정훈이 빠진 것도 은근히 큰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일단 내 계획은 좌익수였던 상혁을 중견수 자리로 옮기고, 배재학당에서 김현장을 데려와서 긴급하게 외야 한자리를 때우려고 한다.
정훈의 자리는 지금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었다. 누구 하나를 임시로 포지션 변경이라도 시켜야 하나? 아니면 곧 만나게 될 개성 학생 중에 인재가 있을까나?
···
···
···
[1906년 5월 16일 개성 임시 훈련장]
“다들 모이셨습니까!”
-네!
“그럼 금일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와!!
석화단과의 협상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한 우리는 좋은 컨디션으로 개성에 있는 야구를 배우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러 나왔다.
우리 단원들 거의 전원이 모이기도 했고, 한 팀 만을 가르친다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이전에 교육했던 1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통 크게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늘의 목적은 교육도 교육이지만, 나 같은 경우 특별한 목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우리의 전력이 될만한 선수를 탐색하는 것이다. 그래도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는데, 땜방 멤버 하나 쯤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길례태까지 모두 8명이 코치 역할을 맡아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리고 타격, 내야 수비, 외야 수비, 포수 수비, 투수 훈련, 이론 수업 등등으로 나누고, 돌아가면서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 앞서, 나는 선수들을 스캔하여 수비 적성 만을 빠르게 확인하여, 선수들을 각자의 적성에 맞는 포지션으로 자리하게 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적성 스탯만을 보고 선수들을 분류하였으므로, 아직은 어떤 선수가 숨겨진 원석인지 파악하지는 못하였다.
나는 그나마 어느 정도 자신 있는 이론 수업을 길례태와 둘이서 진행했다. 대략적인 야구 포지션의 역할과 규칙 등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퀴즈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다행이도 학생들이 의욕을 가지고 모인 자리라 그런지, 우리 말을 잘 따라주어서 큰 무리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그에 반해, 나의 또 다른 목표인 인재 탐색은 시원치 않았다. 수업을 하면서 틈틈이 살펴본 선수들의 능력치가 그리 좋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는 게, 이 교육이 이틀 간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워낙 많은 인원이 모였고, 학생들의 식사 지원 등도 할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오후에만 진행되는 일정이라 그랬다.
그렇게 첫째 날은 날아가고 둘째 날이 되었고, 다행이도 나는 원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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