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화. YMCA의 문제점, 뎁스.
지금 당장이라도 거절을 한 기생들에게 달려가 우리 그런 사람들 아닙니다라고 해명을 하고 싶었지만, 슬슬 취기가 올라오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 말 해봤자, 술주정뱅이의 헛소리라고 생각할 것 같다.
게다가 취기가 올라오면서 피곤에 절어있던 몸이 슬슬 무너져가려는 느낌이 들었다.
“혜월 소저, 그 문제는 제가 잘 고민해서 다음에 설득하러 오겠습니다. 오늘은 슬슬 밤이 늦어져 가고 있고, 취기도 올라오기 시작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민수야 뭐하냐! 너도 가자.”
“네? 애도 아니고 혼자 좀 가시면 안 됩니까? 저는 더 있다가 가겠습니다~.”
“이 자식이··· 좋은 말로 할 때 나와라.”
“에잉··· 홍란아, 내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올 터이니,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자. 저 형님은 어쩔 수가 없는 사연이 있단다.”
눈꼴시리던 민수 녀석의 애정행각을 간신히 떼어내고는 우리는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오자, 오늘도 사월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빨리 가시네요? 혜월이가 재미없으셨나요?”
“전혀 아닙니다. 오늘 안주도 좋은 것으로 대접받고, 오랜만에 혜월 소저를 만나니, 할 얘기도 많아서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날도 저물었고, 슬슬 취기도 올라서 이만 가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에휴, 이러고 또 한참 있다가 오시려는 거 아니에요? 이제 우리 한배를 탄 사이인데 자주 오셔야죠~.”
사월은 웃으면서도, 나를 은근히 압박하면서 얘기했다.
“하하, 안 그래도 몇몇 분이 응원단 계획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거절 의사를 내비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다시 올 계획입니다.”
“얘기 먼저 꺼내주셔서 고마워요, 내가 그렇게 좋은 기회라고 얘기를 해줘도 못 알아듣는 아이들이 있는데, 다음에 오실 때, 애들 정신 바짝 차릴 수 있도록 확실하게 얘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유, 응원단이 저희 야구장 사업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데요! 꼭 잘 설득해내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가보겠습니다.”
“잠시만요!”
사월은 갑자기 떠나려는 나를 붙잡았다.
“행수 어르신, 뭐 더 할 말이 있으십니까?”
“있고 말고요, 얘들아~ 영준 나리 모셔다드려라~.”
사월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 옆으로 이 시대 기준으로는 꽤 건장한 체격의 남성 둘이 붙었다.
“해···행수님? 이분들은 누구십니까?”
“누구긴요, 영준 나리를 모셔다드릴 인원들이죠. 저번에 저희 가게에 들리셨다가 가시는 길에 습격을 당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엄청 놀랐습니다.
최근에 가게에 오지 않으셨던 것도 그때의 기억 때문이신 것은 아닌가 생각도 했었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영준 나리가 들렀다 가실 때는, 일행분이 안 계신다면 이렇게 모셔다드릴 장사들을 붙이려고요.”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카와이 료스케에게 습격을 받았던 때가, 이곳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하고는 집에 돌아갈 때 벌어진 일이었지?
근데 사실 나는 그때의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트라우마가 되고도 남았을 법도 했겠지만, 이미 그때의 범인이 누구였는지 알고 있는 데다가, 그 원인이 어느 정도 제거된 상황이라고 봐도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딱히 별생각 없이 가게를 나서서 집으로 향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음··· 그래. 생각해 보니, 경호원이 있어서 딱히 나쁠 것은 없는 것 같다.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혹시라도 저 때문에 인력이 낭비되는 것은 아닌지 조금 죄송스럽군요.”
사월은 손을 가로저으며 부정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번 일 때문에 얼마나 죄송했는데요. 그리고 저희 가게에는 이런 장정이 한두 명 있는 게 아니랍니다. 이 직업이 얼마나 진상이 꼬이는 일인데요. 당연히 여러 명이 대기를 하고 있죠.
부담 갖지 마시고, 꼭 이 사람들과 집까지 붙어서 가세요.”
“행수께서 그렇게까지 말을 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그럼 덕분에 오늘은 마음 편히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꼭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나는 사월과 인사를 마치고는 두 장정과 민수를 끼고는 집으로 향했다.
“쳇, 이럴 줄 알았으면 저는 홍란이랑 더 있다가 들어갔죠, 형님.”
민수는 나에게 살짝 퉁명스러움이 느껴지는 말투로 얘기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제 들어갈 시간이니 들어가자고 한 것인데, 나 때문이라니?”
“아까 홍란이와 헤어질 때도 얘기했는데, 형님이 걱정되니 그렇죠. 형님이 습격을 당하기 전에 저도 함께 있었잖아요. 형님이 다치셨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심장이 뛰었는지 아십니까?
그래서 오늘은 더 놀고 싶었는데도, 일부러 형님을 바래다 드리려고 일찍 나왔던 겁니다.”
오호라···? 나 조금 감동했을지도? 나는 조금 뒤, 남대문 시장이 보이자 민수를 집으로 먼저 보냈다. 민수는 끝까지 나를 걱정했지만, 나는 민수를 물리고는 장정들과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끝까지 별일 없이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럼 잘 들어가 보시오. 아, 이것은 데려다주느라 고생하셨다는 내 작은 성의요.”
나는 여기까지 경호를 해준 둘에게 1원을 건넸다. 그들은 처음에는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으나, 내가 받으라고 우기니 마지못해 돈을 받고 물러났다.
아무리 혜월이네 가게라고 하더라도, 오늘 처음 본 장정들까지 무작정 신뢰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그들과 유대를 쌓을 수 있는 사이도 아니니, 나는 작은 성외로 그들의 신뢰를 조금 얻었다.
아마 다른 누군가에게 나를 처리하라는 사주를 받더라도, 막상 나를 처리하려 들기 전에 잠깐이라도 망설여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해가 이미 한참 전에 졌기 때문에, 한진 역시 집에 도착해있었다.
“잘 다녀왔냐 영준아? 이 냄새는··· 또 술을 마셨나 보네. 어째 술 마시는 날이 잦아진 것 같다? 슬슬 배도 다시 나오는 것도 같고 말이야.”
뜨끔. 술을 많이 마셔서라기보다는, 한동안 나는 운동이 좀 부족했다. YMCA 훈련에 꾸준히 참가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아무래도 여러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걸 대비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 그 정도인가? 근데 내가 워낙 바쁘기도 했으니,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하하···.”
“근데 이제는 그 바빴던 일들이 거의 다 해결된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면 다시 훈련을 제대로 시작해봐야지. 그럼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다?”
“뭐···뭐? 아, 근데 그건 그렇고 너는 오늘 좀 어땠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말이야.”
나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재빠르게 주제를 돌렸다.
“가르치는 일? 조금 어렵기는 하더라. 우리가 하는 훈련의 절반 정도 강도였는데, 다들 힘들어 죽으려고 하더라. 영복이는 훈련을 돕지는 못할망정, 학생들을 두둔하면서 더 약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그러고 말이야.
생각을 해봐. 우리가 가르칠 수 있는 날은 오늘뿐인데, 그럼 더 확실하게 하는 것이 맞지 않겠어? 그래도 워낙 우겨대서 포기하고 대충 가르치기는 했는데, 영 찝찝하더라.”
아이고 우한진 이 양반아···.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우리식대로 하면 당연히 다 나가떨어지지. 그래도 결국 뜻을 꺾기는 했구나.
“그···그랬었구나. 근데 가르친 학생 중에 잠재력이 보이던 학생들은 있어?”
“음, 아쉽게도 그렇게 눈에 띄는 학생은 없었던 것 같네. 물론 그게 내 눈에 안 차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확실한 건, 우리 팀의 어떤 선수도 그 학생들에 비하면 잠재력이 있어 보인다는 것 정도?”
한진이 저 정도로 말하면 대체로 맞는 말이다. 스카우터 능력을 사용하면서도 좀 놀랐던 건데, 전문가들은 확실히 전문가라는 점이다.
한번은 한진의 보는 눈이 궁금해서 가만히 지켜본 적이 있는데, 한진은 구체적인 수치를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스카우터의 평가와 상당히 유사한 평가를 내리고는 했다.
어쨌든 역시 인재가 부족하다 이거지? 조금 아쉽긴 하네. 우리 팀이 꽤 괜찮게 굴러가고 있고, 선수들의 잠재력과 성장 속도도 괜찮은 편이라 앞날이 창창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팀에는 큰 불안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뎁스가 너무나도 부실하다는 점. 우리 팀에서 쓸만한 선수는 주전으로 나오고 있는 10인이 전부다. 그마저도 저번에 상대했던 성남 구락부를 기준으로, 주전은 당연하고 벤치 선수 중에도 우리 팀에 온다면 주전 자리를 다툴만한 선수들이 넘쳐났다.
우리가 미래에 상대해야 할 팀들은 최소 성남 구락부 이상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 팀들을 지금의 전력으로 연달아 상대한다면, 매 시합이 전력투구일 것이고, 그렇다면 어찌저찌 이긴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꼭 탈이 날 것이다.
선수는 쓰면 쓸수록 단련이 된다는 유명한 말, 나는 이것이 무조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선수들의 컨디셔닝 관리는 전력을 유지하는 것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리를 해주려면 선수단의 뎁스가 채워져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선수를 수급해야 할 텐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모르니, 문제이다.
다행히도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은 그 잠재력을 빠르게 터트려서 경이로운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는 우리 팀 선수들이 이 시대 기준에서는 그럴만한 선수들이라 그런 것이다.
이는 평소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보는 사람들과 이번에 교육을 하러 파견 나가서 더욱 잘 느낀 점인데, 일단 우리 팀 선수들의 체격부터가 건장한 편이다.
이 시대 성인 남성 평균 키가 160 정도로 추정되는데, 우리 팀은 아직 어린 선수들도 거의 그 정도 키는 되고, 170이 훌쩍 넘는 선수들도 많이 있다.
이는 단원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집안이라는 점이 큰 것 같다. 잘 먹으니, 잘 크는 것이지.
그에 반해 배재학당 같은 경우는, 이곳 학생들도 평균 정도는 되는 집안의 자식임에도 성인 나이의 선수들도 160이 갓 넘는 정도가 많았고, 그만큼 잠재력이 낮은 선수들이 많았다.
잠재력이 높더라도 현재 능력치와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그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말이다.
어쨌든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보면, 즉시 전력감인 선수는 없다고 봐야 하고, 성장 잠재력이 있는 선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이들의 성장을 기다려줄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아, 어디 하늘에서 선수 하나 뚝 떨어지지 않으려나?
결국 이것도 지금 당장은 고민해봤자,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나는 한진과 오늘 있었던 학생들을 가르친 일에 대해 서로 썰을 풀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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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웅
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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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진의 스윙 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났다. 근데 에고··· 오늘은 숙취는 덜했는데, 어제 교육을 하면서 시달려서 그런지, 그냥 피곤이 가시질 않은 것 같았다.
씁··· 오늘은 어째 꿀물도 안 오네? 매번 술 마시고 온 다음 날에는 꿀물을 마시는 것이 루틴처럼 되어서 그런지, 간사하게도 당연한 듯이 꿀물을 찾고 있는 나였다.
그래, 아직 젊은 몸인데 뭐 맨날 비싼 대접을 받으려고 하냐. 나는 벌떡 일어나서 한진을 따라서 몸을 좀 풀고는 아침 식사를 했다.
오늘은 개성에 파견 갔던 단원들이 먼저 복귀하는 날이었다. 복귀하는 시간 자체는 오후는 되어야겠지만,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으니, 우리는 훈련도 할 겸 먼저 출발했다.
YMCA 건물에 도착하고 몸을 풀고 있었는데, 길례태가 우리를 보더니 달려와서 말을 걸었다.
“여러분 아직 소식 못 들으셨죠? 개성에 간 일행들에게 닥친 일 말입니다.”
네, 저희야 당연히 모르죠.
“개성에 간 일행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그게 말이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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