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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 님의 서재입니다.

천람무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원하
작품등록일 :
2024.01.23 05:01
최근연재일 :
2024.03.07 23:49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74,279
추천수 :
1,374
글자수 :
294,661

작성
24.02.07 12:02
조회
1,115
추천
23
글자
11쪽

너에게는 여동생이 있다

DUMMY

며칠이 지나 강소와 안휘의 경계인 오하에 들어선 천람은 어느 객점에 들다가 벽보를 보고는 움찔했다.


“음...”


벽보에는 자신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황보세가가 붙인 것으로 이 자가 어디에 있는지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내린다고 하면서 숨기거나 도울 경우에는 참살한다고 쓰여져 있었다.


벌써 이렇게 움직이다니 결코 은원을 잊지 않는 세가다웠다.


‘제길...’


천람은 피곤한 일이 생겼다는 것에 한숨을 쉬고는 주위의 시선을 피해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방이 붙지 않은 허름한 객점을 찾아 들어간 천람은 탁자에 앉아 만두 몇 개와 소면을 먹고 있었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객점안으로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들이닥쳤다.


“여기에 있는 것이 틀림없나?”


“그렇습니다. 저기, 저쪽에 앉아 있습니다.”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천람이 있는 탁자로 다가왔다.


“네놈! 얼굴을 들어봐라!”


“예? 무슨 일이신지...”


천람은 만두를 입에 가득 문 채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이거? 그림과 다르잖아?”


대장인 듯한 자가 벽보를 들고 보며 천람의 얼굴과 비교했다.


하지만 천람의 얼굴은 그림과는 달리 헬쓱했고 입가에는 커다란 점이 하나 붙어 있었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객점으로 들어올 때 이미 얼굴을 부분 변형시켜놓은 것이다.


신고한 자가 놀라 다가왔다.


“아니, 아깐 분명히 그 그림과 비슷했는데...”


그 말에 남궁세가의 무인 중 하나가 말했다.


“혹시 위장을 한 것이 아닐까요?”


“그래?”


대장인 듯한 자가 손을 들더니 천람의 입가에 붙은 커다란 점을 잡아당겼다.


“아야! 아! 점 떨어집니다요! 나으리!“


천람이 아프다는 듯이 바둥대자 그 자가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으음, 아니잖아.”


그가 점에서 손을 떼더니 신고한 자를 무섭게 쳐다보았다.


“이놈! 앞으로 또 허위 신고하면 경을 칠줄 알아라!”


“으으...”


신고한 자가 울상을 짓고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이내 객점을 나갔다.


천람은 만두를 우물우물 씹으며 생각했다.


‘과연 황보세가의 위세란 대단하군. 여기까지 방을 붙이다니.’


아예 사방에다 다 뿌린 모양이었다. 남궁세가의 무인들까지 돌아다니며 찾는 걸 보니.

어떻게든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자칫하면 연하가 있는 신향이나 천람성이 있는 정주에도 방이 뿌려질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끝을 봐야겠군.“


계속 이 상태로 도망다니거나 피할 수는 없었다. 더 일이 커지기 전에 확실하게 끝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천람은 남은 만두를 마저 다 먹고는 황보세가가 있는 제남으로 길을 떠났다.






*






“뭐라구!”


넓은 집무실 안에서 허연 수염이 가슴까지 늘어진 건장한 노인이 인상을 사납게 구기고 있었다. 그 앞에는 아둔해보이는 귀공자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전전긍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감히 거절을 해?”


노인이 다시금 분노 어린 기색을 보이자 귀공자가 얼른 나섰다.


“네, 할아버지. 혼인을 시킬 수 없다고 했어요.”


“그것들이 간이 배밖으로 나왔나. 감히 우리 황보세가의 혼담을 거절하다니!”


황보세가의 가주인 벽력도 황보운천이 더 없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산동의 제남에서는 황제나 다름없는 것이 바로 황보세가였다.


그런 황보세가에서 혼담을 넣으면 열에 열은 다 대문 앞까지 버선발로 뛰어나와 두팔 벌려 혼담을 환영했다.


그런데 감히 무가도 아닌 자그마한 유림 가문 주제에 황보세가에서 직접 넣은 혼담을 거절했다고 하니 황보운천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한번 더 사람을 보내보고 또 거부할 경우 강제적인 수단을 쓰겠다!”


황보운천이 그리 말하자 앞에 서 있던 중년인이 난색을 했다.


“하지만 아버님. 유가장의 유충정 어른은 많은 학사들의 존경을 받는 분이십니다. 그런 분을 핍박하면 자칫 우리 황보세가에 누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 중년인은 바로 황보운천의 둘째 아들이자 귀공자의 아버지인 황보경천이었다.


황보운천이 그 말에 눈가를 더욱 사납게 떴다.


“그래서 이런 꼴을 당하고도 참으란 말이냐!”


“좀 더 대화를 해서 혼담을 이루기로 하심이...”


“거절했다고 하지 않느냐! 이 상황에서 무슨 대화를 하느냐! 다 필요없고 당장 유가장을 압박해라! 필요하다면 위협을 해도 좋다!”


“으음...”


황보경천은 황보운천의 벼락같은 말에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귀공자가 좋아하며 나섰다.


“나 꼭 유소저와 혼인하게 해주세요! 할아버지!”


“그래. 반드시 하게 해주마.”


“우와! 할아버지 최고에요!”


삼공자인 황보춘이 더 없이 기뻐하며 좋아했다.


그들이 모두 나가자 황보운천은 뒤돌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쯧쯧, 다들 하나같이 멍청해서...”


황보운천은 거대한 황보세가의 정경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구중천이 무너지고 있는 이때 세력을 더욱 확장해야 한다. 양민들에게서 세금만 받지 않으면 천신룡이란 자도 우리를 건드리진 않겠지. 상권만 확대해도 지금보다 몇배나 더 큰 세력 확장과 재물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흐흐흐...”


“꿈이 크군.”


“ ! ”


황보운천은 갑자기 뒤에서 들린 말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급히 뒤돌며 출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황보운천의 뒷목이 손에 잡히는 것이 더 빨랐다.


콰득!


“으윽!”


뒷목이 잡히자 한순간 힘이 쭉 빠지며 내공이 풀어졌다. 황보운천은 목덜미가 잡힌 수치심과 내공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에 경악하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누, 누구냐?”


“지나가던 과객이다.”


“크음...”


자신을 넘어서는 듯한 무위에 황보운천은 침음성을 삼켰다.


황보운천의 뒷목을 잡은 자는 바로 천람이었다.


천람은 제남으로 와서 황보세가에 몰래 잠입해 그들이 하는 말을 모두 엿듣고는 가주인 황보운천 혼자만 남게 되자 바로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나를 찾는걸 취소하고 혼담도 물리도록 해라.”


천람이 나직히 한 말에 황보운천의 미간이 꿈틀했다.


“뭣? 네가 누군데?”


“네놈들이 그림을 그려 사방에 방을 뿌리지 않았느냐.”


“그, 그럼 네놈이...”


황보운천은 경악하여 자기도 모르게 턱을 덜덜 떨었다.


‘그 어린 나이에...’


그림의 사내는 기껏해야 약관을 갓 넘어선 정도였다.


그런데 일대고수라 할 수 있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잡고 출수를 저지하고 뒷목을 틀어잡고는 내공조차 사용할 수 없도록 완전히 제압하고 있으니 믿어지지도 않을뿐더러 경악스럽기만 했다.


천람은 황보운천의 그런 반응을 눈치채곤 약간 이야기를 틀었다.


“사실 노부는 반노환동한 고인이다. 네놈보다 백살은 더 많을 것이다.”


“그, 그러십니까?”


황보운천은 그제야 이해가 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노환동한 전대의 고인이라면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황보세가를 잘 아는 편이다. 근데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탐욕적으로 변했더구나.”


“아, 그럼...”


“난 네놈의 아비는 물론이고 할애비인 황보성도 알고 있다. 녀석은 내게 어르신이라 부르며 곧잘 어리광을 부렸지.”


“윽...”


황보운천은 과객에게서 조부인 황보성의 이름이 나오자 대경했다.


“노, 노선배님...”


황보운천의 음성이 더 없이 공손해졌다. 조부가 어리광을 부릴 정도였다면 까마득한 배분이었기 때문이다.


“황보성은 과거 협을 알고 의를 알았는데 그 손주라는 놈이 황보세가를 망치고 있구나.”


“그, 그것이...”


“만약 천신룡이었다면 너희 가문은 끝장이 났을 것이다.”


“ ! ”


황보운천은 천신룡이라는 말에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혹시 천신룡과 아는 사이십니까?”


“오다가다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타인을 핍박하는 자를 극히 싫어해 세금을 걷지 않아도 황보세가의 이런 꼴을 보면 가문을 폐하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계속 하겠느냐?”


“아...”


황보운천은 당황하여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아무래도 후배가 실수한 듯합니다.”


“그럼 모든 것을 되돌리거라.”


“어르신을 찾는 방을 모두 떼겠습니다.”


“혼담은?”


“그것이 사실 손주놈이 그 여아를 워낙 좋아해서...”


“그래서 강제로라도 혼인을 시키겠다는 것이냐?”


“대화로 풀어나가겠습니다.”


“네놈의 손주놈은 틀렸다.”


“옛?”


황보운천이 의아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놈이 나를 만난 일을 네게 뭐라 하더냐?”


“그게, 주루에서 시비가 붙어 싸움이 있었다고...”


“그저 한마디 한걸 갖고 내 두 다리를 자르려고 했다. 난 그냥 한번 밀쳐지는 것으로 봐주었는데 말이지.”


“아, 그런 일이...”


“그래도 어린애라 죽이지 않고 살려주었더니 이런 짓을 꾸미는구나.”


“죄, 죄송합니다. 제가 따끔히 혼내겠습니다.”


“혼담은 없던 것으로 해라. 손주부터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먼저다.”


“알겠습니다...”


황보운천이 대답을 하는 사이 천람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다. 빨리 방을 다 떼어내라.”


“어르신!”


황보운천이 급히 돌아섰지만 천람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황보운천은 다급한 마음에 얼른 창밖에 대고 외쳤다.


“어르신! 나중에 한번 더 황보세가를 찾아주십시오!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그 천신룡이란 분도 데려오시면...”


천람은 그때 이미 황보세가 밖으로 나가 높은 나무에 선 채로 한숨을 쉬는 중이었다.


“너무 약해. 이러니 전 무림이 덤벼도 마교를 못이기는거야.”


언젠가 대마종과 구마종이 부활하게 되면 무림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것이다.


천람은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멀리 길가에서 황보세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는 한 인영이 보였다.


“음?”


그 인영은 검은 무복을 입었는데 나이는 23,4세 정도였고 여자였다. 검은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선머슴같은 차림이었으나 몸매와 미색은 대단했다.


황보세가의 여식인가 하는 생각에 천람이 그냥 가려고 하는데 여자가 갑자기 황보세가의 대문 앞에 우뚝 서더니 주먹을 들어 문을 부숴버렸다.


콰앙!


“엇?”


파괴력이 굉장히 강한 주먹에 천람은 조금 놀랐다.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견고한 대문이 여인의 주먹 한방으로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며 날아갔던 것이다.


“황보춘은 나와라!”


여인이 대문 앞에서 양손으로 허리를 짚고는 당당히 소리쳤다.


“뭐냐? 적이냐?”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그 소란에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나 여자는 겁먹지도 않고 오히려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유가장, 유은의 고모인 무혜라 한다!”


“ ! ”


천람은 그 말에 흠칫 놀랐다.


“당장 황보춘을 나오라고 해라!”


여자가 당당히 소리치자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황당해하며 그녀를 둘러쌌다.


여자를 보는 천람의 눈동자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서, 설마... 저 애가...’




[너에게는 여동생이 있다.]




아버지가 말한 그...


거기다...


십전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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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는 여동생이 있다 +2 24.02.07 1,116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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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산동 유가장 +2 24.02.06 1,176 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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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천람성(2) +2 24.01.24 2,758 29 11쪽
2 대천람성(1) +3 24.01.24 4,841 41 7쪽
1 서장. 너는 모든 것을 잃었다 +3 24.01.24 5,413 5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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