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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 님의 서재입니다.

천람무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원하
작품등록일 :
2024.01.23 05:01
최근연재일 :
2024.03.07 23:49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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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13
추천수 :
1,374
글자수 :
294,661

작성
24.02.0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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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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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7쪽

세상속으로(2)

DUMMY

천람은 어느 다리 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다시금 시내로 나왔다. 수중에 돈이 없어 어디서 일을 해서 좀 벌어야겠단 생각에 천람은 한동안 거리를 돌아다니다 어느 커다란 전각을 짓고 있는 곳을 발견해 그리로 다가갔다.


“여기서 일을 좀 할 수 있을까요?”


건장한 체구의 장년인에게 가서 천람이 말했다. 장년인은 천람을 잠시 살피더니 미덥지 않은 눈을 했다.


“이런 일은 좀 힘든데.”


“할 수 있습니다. 시켜만 주십시오.”


“그럼 저 목재들을 한번 옮겨보게.”


“넷!”


천람은 한켠에 쌓아져 있는 커다란 목재 하나를 어깨에 짊어지며 가뿐하게 들었다.


“허, 생긴 것보다는 강골이군.”


장년인이 다소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람은 목재를 어깨에 진 채 물었다.


“이거 어디다 놓을까요?”


“안에다 들이게. 그리고 남은 것들도 다 옮기게.”


“알겠습니다.”


천람은 목재를 하나하나 옮기기 시작했다. 내공은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몸으로만 일을 했다. 목재를 계속 옮길수록 몸에 서서히 땀이 나며 알 수 없는 쾌감이 느껴졌다.


‘이런게 일이라는 것인가.’


천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목재를 안으로 날랐다.









“이보게. 여기 와서 점심 먹게.”


해가 중천에 뜬 즈음 장년인이 목재를 나르고 있는 천람을 불렀다.


“예, 알겠습니다.”


천람은 어깨에 진 목재를 마저 나르고는 몇 사람이 모여 식사를 하는 그늘로 갔다.


“어이구, 맛나 보이는군요.”


커다란 바구니에는 밥과 산채들이 담겨져 있었다. 장년인이 밥공기 하나를 들어 천람에게 건네주었다.


“어서 먹게. 힘들었을테니.”


“예. 그럼 잘 먹겠습니다.”


천람은 밥공기를 들고는 천천히 식사를 했다. 장년인이 탁주 한잔을 마시며 말했다.


“그런데 자네, 대단하군. 금방 지칠줄 알았는데 목재를 오십개도 더 옮겼어.”


“하하, 생긴건 이래도 제가 힘은 좀 있는 편입니다.”


천람이 웃으며 말하자 장년인이 코웃음을 쳤다.


“오늘 자고 일어나면 며칠은 끙끙 앓아 누울걸?”


장년인이 탁주 한잔을 다시 비우고는 잔을 천람에게 주었다.


“한잔 들게.”


“네, 감사합니다.”


천람은 장년인이 따라준 탁주를 단숨에 꿀꺽꿀꺽 마셨다.


“아, 좋군요!”


천람은 탁주를 마시고는 탄성을 질렀다. 일하고 땀을 흘린 뒤 마셔서인지 이렇게 맛좋은 술은 처음이었다.


장년인이 웃었다.


“술도 잘하는군. 자, 한잔 더 마시게.”


“예.”


천람은 탁주를 마셔가며 아주 맛좋게 밥을 먹었다.










“그런데 자넨 어디에서 왔는가?”


점심을 먹고 잠시 쉬던 중에 장년인이 물었다. 그는 정충이라는 사람으로 목수라고 했다.


천람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저는 그저 세상을 좀 떠돌았습니다.”


“그래, 볼만하던가?”


“예?”


“휴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우스워서 말이야.”


정충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천람은 나직히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흠, 세상을 돌았다면서 모르고 있나?”


“아니, 그게 전 산속으로만 돌아서요.”


“그런가. 그럼 모를 수도 있겠군.”


정충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심란한 기색으로 말을 하였다.


“요즘 구중천이란 것들 때문에 사는게 힘들어지지 않았나. 나라에서 세금을 떼어가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무림 놈들까지도 세금을 떼어가니 살기가 너무 힘들어졌어.”


“무림인들이 양민들의 세금을 떼어간단 말입니까?”


“벌써 6년도 넘었네. 처음 눈치만 보던 그들이 천람성에서 대놓고 세금을 걷자 그때부터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세금을 거두기 시작했다네. 참으로 빌어먹을 세상이지.”


정충의 입에서 천람성이란 말이 나오자 천람은 미간을 좁혔다.


“천람성에서 세금을 떼간단 말입니까?”


“그렇다네. 기한을 못지키면 때리기까지 하네. 힘없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당할 수 밖에 없지.”


정충이 한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살레살레 저었다.


“음...”


천람은 잠시 침음을 삼키다 다른 것을 물었다.


“구중천이란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무림의 패도를 이루려는 자들의 집단이 아닌가. 정파도 사파도 모두 다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라네.”


“으음...”


“여기는 그래도 좀 평화롭네만 다른 곳은 날마다 사람이 죽어간다고 했네. 그들이 서로 맨날 싸우는 통에 말이야. 양민들도 그 싸움에 휘말려 많이 죽는다고 하더군.”


“그렇군요.”


천람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있었다.


정충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과거 천람성주가 죽고 나서 이꼴이 난거지. 무림의 기둥이던 천람성이 무너지면서 무림 자체가 무너진거야. 천람성을 이끄는 사전주란 인간들은 한결같이 탐욕적이라 재물을 끌어모으기에 여념이 없고 그걸 말려야 할 정파에서도 무슨 정천맹이니 뭐니 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니 죽어나가는 것은 그저 우리들같은 힘없는 민초들 뿐이지.”


“......”


천람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숨을 쉬던 정충의 말이 다시금 이어졌다.


“이런 때에 그 사람이 한번 나와주면 좋을텐데 말이야.”


“누구 말인가요?”


“거 왜 사대 무신검이란 사람이 있지 않나? 마교와의 싸움도 승리로 이끌었다는 그 사람 말이네.”


“아...”


“그 사람이 한번 나와 정리를 해주면 될일인데... 계집들에게 파묻혀서 그럴 생각도 없나보이. 거 왜 아주 예쁜 처자 네 명을 데리고 은거했다지 않나.”


“그렇죠.”


천람은 그저 웃었다. 한순간 머릿속에 그녀들이 떠올랐지만 이내 사라졌다.


“어서 빨리 좋은 세상이 와야 할텐데 말이야. 이번 달도 여러군데 세금을 바치면 집에 있는 애들 먹을 것도 없어서... 쯧쯧.”


정충이 수건을 털며 일어나더니 고개를 흔들고 가버렸다.


천람도 일어나 목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구중천부터 정리해야겠구나.’


천람성이 무너진 후로 그랬다면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 할 수 있었다.


천람은 목재를 어깨에 걸치고 걸어가며 조용히 눈가를 빛냈다.







“음, 뭐를 먹을까.”


밤이 되어 천람은 등이 곳곳에 켜진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일을 한 하루 품삯으로 동전 닷냥을 받아 주머니가 든든했다.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생애 처음으로 순수하게 땀을 흘려 돈을 벌었다는 것에 천람은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저기 가게를 기웃거리며 돈에 맞는 뭔가를 먹으려고 찾아보는데 갑자기 한무리의 애들이 뛰어가며 천람과 부딪혔다.


“어이쿠...”


천람은 자신에게 부딪혀 넘어지려는 애들을 잡아 일으켰다. 그런데 그때 작은 손이 품으로 들어오더니 주머니에 든 동전을 꺼내갔다. 애들은 다시금 와 하는 소리를 내며 달려나갔다.


“후...”


천람은 잠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달려가는 애들을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애들은 걸음아 나살려라 하는 식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모퉁이를 돌았다.


“한냥이라도 좀 남겨두지.”


매정하게도 주머니에 든 닷냥을 다 털어갔다.


천람은 입맛을 다시며 뒷짐을 진 채 애들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누나! 여기 국수 아홉 그릇이요!”


애들 무리는 어느 작은 국수집에 들어가 탁자에 앉아 국수를 시키고 있었다.


천람은 가게 맞은 편의 모퉁이에 숨어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애들이 맛나게 국수를 먹는 것을 보니 기분이 괜찮았다.


천람은 한참동안 모퉁이에 서 있었다.


애들이 국수를 다 먹고 나가자 천람이 국수가게로 천천히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국수집 주인인 듯 25,6세의 여인이 나왔다. 여인은 전혀 꾸미지 않은 용모에 뗏국물이 가득한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다.


천람은 그녀를 보며 당당히 말했다.


“난 돈이 없소.”


“엥?”


여인이 무슨 수작이냐는 듯 천람을 보며 눈을 꼬았다. 천람은 다시금 말했다.


“난 돈이 없단 말요.”


“무슨 소리야?”


여자가 대뜸 반말을 하며 인상을 썼다. 천람은 못들은척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팠다.


“돈이 없지만 국수를 먹고 싶소.”


“하...”


여인이 어이없는 표정을 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장사 방해하지 말고 가세요.”


“정말로 돈이 없소. 아까 애들에게 다 뺏겼소.”


천람이 그렇게 말하자 여인이 인상을 구겼다.


“어쩐지, 갑자기 돈을 가져왔다 했다.”


그녀가 품에서 동전 닷냥을 꺼냈다.


“이거 맞죠? 가져가세요.”


여인이 돈을 내밀었지만 천람은 받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싫소.”


“왜요?”


“난 이미 돈을 잃었소. 그 돈은 애들이 먹은 국수값이 아니오?”


“그래서요?”


그녀가 눈을 치떴다. 허튼 수작을 부리면 날려버리겠다는 의지가 두 눈에 담겨 있었다. 그 모습에 천람은 조금 웃으며 말했다.


“난 국수를 먹고 싶소.”


“뭐라구요?”


여인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물었다.


“국수면 되요?”


“그렇소.”


“그럼 장사 다 끝나면 오세요.”


“그러리다.”


천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를 나가 맞은 편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렇게 한시진이 흐르고 두시진이 흘러 손님들이 없는 자정에 가까워지자 여자가 가게에서 손짓을 했다.


“이제 와서 먹어요.”


“아, 알겠소.”


천람은 반색하며 얼른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커다란 양푼 가득 국수를 말아 가져왔다.


“남은거니까 다 드세요.”


“고맙소.”


천람은 젓가락을 들고 양푼 가득 든 국수를 후룩후룩 먹었다.


천람이 국수를 먹는 동안 그녀는 부엌으로 들어가 설거지를 했다.


그렇게 한동안 천람이 국수를 먹고 있는 사이 가게 뒤편에서 갑자기 콜록거리는 소리가 나며 한 중년 여인이 들어왔다.


“연하야... 아직 안끝났니?”


“다 끝났으니까 들어가 계세요.”


여자가 대답을 하는 사이 천람은 양푼을 든 채 국물을 마셨다.


‘역시...’


천람이 국수가게로 들어온 것은 순전히 애들이 한 말 때문이었다.




[연하 누나! 다음에도 또 돈 가져올게!]




국수 가게 여인의 이름은 비단주와 같은 이름인 연하였다. 그 이름 때문에 순전히 천람은 가게에 들어왔던 것이다.


“내가 청소 좀 하랴?”


“아니에요. 엄마는 어서 들어가세요.”


그녀가 중년 여인의 등을 떠밀어 가게 뒤편으로 보냈다. 천람은 혈색이 좋지 않은 중년 여인을 보고는 여자에게 넌지시 말을 했다.


“어머님께서 많이 아프신 것 같은데...”


“당신 의원이에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아는체 하지 마세요.”


그녀가 다시금 부엌으로 들어가 설거지를 했다.


천람은 그저 멋쩍어 입맛을 다시고는 양푼에 든 국물을 다 마셨다. 그리고 탁자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빈 양푼을 내밀었다.


“이거...”


“주세요.”


그녀가 양푼을 받아 들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걸 다 먹었어요?”


“기별도 안가던데 뭐.”


천람은 쯥쯥 입맛을 다셨다.


“하... 족히 다섯 사람은 먹을 양이었는데.”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양푼을 씻었다. 천람은 잠시 가게를 둘러보다가 말을 했다.


“혹시 여기에 일자리는 필요없소?”


“왜요? 일 좀 하시게요?”


그녀가 설거지를 하는 채로 물었다.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어서 말이오.”


“아쉽지만 일삯 줄 여유가 안 돼요.”


“그럼 돈은 안받고 국수만 먹는걸로 하면 어떻겠소?”


천람의 제안에 그녀가 양푼을 씻던 손을 놓고는 시선을 돌렸다.


“국수만요?”


“그렇소. 대신, 한끼당 십인분 이상은 먹지 않겠소.”


“아니, 뱃속에 거지가 들었나. 십인분 이상이라니.”


그녀가 어이없어 하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셈을 하였다.


“하루 세끼 삼십인분이면...”


잠시 곰곰 생각하던 그녀가 셈이 들어맞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얼추 맞겠네요. 근데 정말 돈은 필요없는거죠?”


“그렇소. 그저 배불리 먹여주기만 하면 되오.”


“그럼 배달 하실래요?”


“배달?”


“네. 얼마전에 배달하던 아이가 그만둬서요. 일삯을 많이 쳐줄수가 없으니 다들 안한다네요.”


“하겠소.”


“정말인가요? 하지만 정말 돈은 못줘요. 나중에 딴소리하면...”


“달라고 안할테니 걱정마시오.”


“좋아요, 그럼.”


그녀가 설거지를 끝내고는 일어나 천람에게 다가왔다.


“일은 아침부터 밤까지 해야 되요. 물론 쉬는 날은 없어요.”


“알겠소.”


“그럼 내일 아침부터 나오세요.”


“그전에...”


“네?”


그녀가 탁자에 놓여진 행주를 짚다가 고개를 돌렸다.


“왜요?”


“당신의 이름을 알아야하지 않겠소?”


“아, 그렇군요. 전 이연하에요.”


“......”


천람은 말없이 잠시 그녀를 보았다.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연하인 것이 마치 비단주를 다시 보는 것만 같았다.


“왜요?”


그녀가 의아한 듯 물었다. 천람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오.”


“댁의 이름은 뭐죠?”


“난... 천람이오.”


천람은 비단주와 이름이 같은 여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은연중 본명을 얘기했다.


“그렇군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람은 미소를 지었다.


“만나서 반갑소.”


“그래요.”


그녀가 다시금 행주를 집어들고 탁자를 닦았다. 천람은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비단주...’


용모도 분위기도 달랐지만 이름이 같다는 것에 천람은 비단주가 환생하여 새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비단주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 속에 샘솟는다.


그때 탁자를 행주로 닦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근데 당신 이름이 천람이라구요? 그 재수없는 천람성의 소성주와 같은 이름이네요.”


천람은 조금 의아해 물었다.


“그가 재수가 없었소?”


“그럼요. 지금은 죽었지만 옛날에 저기 주루에서 하룻밤에 금 백냥을 썼다고 한 인간이에요. 정말 재수없는 인간이었죠.”


“그건 그가 돈이 많아서 그랬던 것인데... 그렇게까지 말할거는...”


“당시 기근이 들어 사람들이 하루 한끼도 잘 못먹던 시절이었어요. 근데 그 인간은 황룡무시기라는 무인들을 떼거지로 데려와 하룻밤에 금 백냥을 쓰며 기녀들을 끼고 밤새 술을 쳐먹었으니 그게 돈지랄이 아니고 뭐예요.”


그녀의 적나라한 말에 천람은 코를 조금 훌쩍였다.


떠올려 보니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었다. 황룡무적대가 훗날 자신의 직속 부대가 될 거라서 챙겨주기 위해 전부 데려와 주루에서 거하게 술판을 벌였던 것이다.


황룡무적대원들이 천람을 싫어하지 않았던 이유가 그것에 있었다. 천람이 자주 여기저기 데려가서 술 사주고 밥 사줬으니까.


그렇게 항상 챙겨줬기에 천람이 마교와 싸운다고 하며 소집하자 오히려 공을 세우고 상을 받겠다며 좋다고 따라갔던 것이다.


천람은 이제는 죽고 없는 예전 황룡대원들의 면면이 떠올라 조금 우울해졌다.


“흠, 그럼 그놈은 아주 잘 죽었구려.”


“아니, 뭐. 그건 좀 불쌍하지만.”


그녀는 계속 행주로 탁자를 닦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살아있었더라도 계속 그렇게 살았을 인간이에요. 천람성이 병신들 집단으로 변한건 좀 아쉽지만...”


“뭔가 원한이 있는 것 같소?”


천람이 넌지시 물어보자 그녀가 갑자기 사납게 눈을 치떴다.


“세금을 걷어가니까 그렇죠! 나라에 세금내고 천람성에 세금내고 묵성에도 세금을 내니 어떻게 살겠어요!”


그녀가 화를 내며 신경질적으로 탁자를 북북 닦았다.


“매달 세군데에 세금을 내니 정말 국수 뽑을 돈도 없다구요. 엄마 약값도 없는데 씨...”


“음...”


천람은 작게 침음성을 삼켰다. 여기저기 세금 뜯기는 민초의 분노가 느껴진다. 자신이라도 억울하고 화날 것 같다.


그녀가 눈물을 훔치며 쳐다보았다.


“당신 혹시 무림인이거나 하는건 아니죠?”


“아, 아니오.”


“그럼 어디 가서 내가 한 말 하지 말아요. 큰일나니까.”


그녀가 한숨을 쉬고는 다시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았다. 천람은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물었다.


“혹시 방 하나 남는거 있소?”


“당신 집도 없어요?”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난 떠돌이요. 그래서 딱히 집이 없소.”


“거지나 다름없군요.”


그녀가 고개를 살레살레 젓더니 가게 뒤편에 있는 헛간을 가리켰다.


“저기라도 좋다면 쓰세요.”


“알겠소.”


천람은 두말않고 뒤편으로 나가 곧장 헛간으로 향했다. 이연하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거 일손이 아니라 식객들인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녀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는 다시금 북북 걸레질을 하였다.






천람은 헛간에 들어와 대충 정리를 했다. 비를 피하고 바람 막는데는 딱 좋은 잠자리였다. 짚도 가득 쌓아서 그 위에 누우니 푹씬하여 침상 저리가라였다.


“그건 그렇고, 그렇게까지 세금을 걷나. 그것도 묵성까지.”


천람은 누운 채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묵성이란 것은 하남에 있는 것 같았다. 천람성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하남에 묵성이란 패도 세력이 생기다니 천람성도 아주 끝장이 난 모양이었다.


“사전주들을 한번 확 휘어잡아야겠군.”


천람은 짚에 누운 채 눈가를 빛내고는 곧 입을 크게 벌리며 길게 하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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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폐인 +2 24.01.27 1,391 24 13쪽
10 팔마신(2) +2 24.01.27 1,289 25 7쪽
9 팔마신(1) +2 24.01.26 1,309 24 10쪽
8 지옥속으로 +2 24.01.25 1,394 24 16쪽
7 출정 +2 24.01.25 1,406 26 8쪽
6 마교대전 +2 24.01.25 1,624 28 11쪽
5 사대 무신검(2) +4 24.01.25 1,718 30 8쪽
4 사대 무신검(1) +2 24.01.25 2,017 28 8쪽
3 대천람성(2) +2 24.01.24 2,758 29 11쪽
2 대천람성(1) +3 24.01.24 4,843 41 7쪽
1 서장. 너는 모든 것을 잃었다 +3 24.01.24 5,414 5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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