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마신(1)
일조장은 악마상 위에 서 있는 늙은 마인의 정체가 팔마신이라는 것에 극도의 혼란 상태가 되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팔마신은 살아있는 인육을 즐기는 인육귀라 했다. 그렇다면 정말 저자가...’
마교의 우두머리들인 구마신은 구대문파의 장문인들도 어려워할만큼 무위가 가공했다. 거기다 저기 있는 팔마신은 이십년전 마교대전에서 죽어 새로이 나타난 팔마신이 아니라 전대 팔마신이었다.
그러한 전대 구마신들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과거 삼대 무신검을 비롯한 검성 등 겨우 몇 사람에 불과했다.
팔마신을 보고 있는 일조장의 관자놀이로 한줄기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일조장은 고개를 급히 저어 정신을 차리며 조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황룡대진을 펼쳐라!”
“옛!”
살아남은 수십의 일조원들이 검을 들고 일조장을 중심으로 하여 원형으로 섰다.
이것은 과거 황룡대제가 창안한 황룡대진으로 대적하기 어려운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한 연수합격진이었다.
팔마신이 검진을 보고는 킥킥 웃으며 길게 찢어진 입가를 혀로 축였다.
“싱싱한 것들이군. 카학!”
팔마신이 돌연 괴소를 짓더니 석상에서 사납게 뛰어내리며 검게 물든 손으로 일조원들을 공격했다.
“으아! 막아라!”
일조장과 일조원들이 일제히 검을 들어 날아드는 팔마신을 한꺼번에 찔렀다.
까가강!
“뭣?”
하지만 팔마신을 찌른 검들이 모조리 부러져나갔다. 일조장과 일조원들은 놀라 사색이 되었다.
“이, 이럴 수가!”
그들은 부러진 검을 보며 크게 당황했다.
“카카카칵!”
팔마신이 괴스럽게 웃더니 맨 앞에 서 있는 두명의 조원에게 양손을 찔러넣었다.
촤악!
“으아아악!”
두명의 조원이 순식간에 가슴이 뚫리며 심장을 뺏기고 단숨에 죽어나갔다.
“흐흐흐흐!”
팔마신이 흉소를 지으며 양손에 펄떡 펄떡 뛰는 심장을 들고는 한웅큼 베어물었다.
와직!
팔마신의 뾰족한 이빨이 심장을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으으, 인간이 아니다!”
일조장과 조원들은 눈 앞에서 심장을 씹어먹는 팔마신에 경악하여 다리를 덜덜 떨었다.
천람은 삼호와 사호에게 기대 누운 채로 입에서 피를 흘리며 그 광경을 보고는 절망스럽게 말했다.
“모... 모두... 도망... 가라...”
아무리 황룡무적대라 한들 마교 최강이라 하는 전대의 팔마신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켁켁켁! 한놈도 도망 못간다!”
팔마신이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양손에 든 심장 부스러기를 내던지고는 공포에 질려 있는 일조원들에게 난폭하게 달려들었다.
촥촥!
“으아악!”
팔마신의 검은 손톱에 일조원들의 몸이 갈가리 갈라지며 사방으로 피와 살점이 튀었다.
“으아아!”
일조장이 참지 못하고 부러진 검으로 팔마신의 등을 세차게 찔렀다.
까앙!
“아!”
하지만 검은 다시금 튕기며 부러져나갔다.
팔마신이 고개를 돌려 아연실색한 일조장을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아쉽지만 노부는 도검불침이라네.”
“으으...”
일조장이 이를 악물며 부러진 검을 내던지고 그대로 두 장심을 들어 장풍을 날렸다.
퍼억!
“으아악!”
하지만 오히려 장풍을 날린 일조장의 두손이 팔마신의 반탄강기로 인해 처참하게 부러져나갔다.
“끄으으윽...”
일조장의 두 손은 완전히 부서져 사방으로 허연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일조장이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비틀거릴 때 팔마신이 광소했다.
“켁켁켁켁! 과거 삼대 무신검과 검성이 아닌 한 노부의 몸에 상처를 낼 수는 없다!”
퍼억!
팔마신의 오른손이 사납게 날아들며 그대로 일조장의 가슴을 꿰뚫었다.
“끄르르륵...”
일조장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가슴에 박혀 있는 팔마신의 손을 보고는 입에서 피거품을 물며 힘겹게 천람을 쳐다보았다.
“빨...리... 피하...”
촤악!
팔마신이 일조장의 가슴에 박힌 오른손을 그대로 들어올리자 일조장의 상체가 북 찢겨져 나갔다.
“으아아!”
그걸 보는 모두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천람은 상체가 뜯겨져 죽은 일조장의 시신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일조장...”
삼호가 당황한 기색으로 급히 사호의 등에 천람을 업혔다.
“빨리 가라.”
“형!”
“어서!”
사호는 머뭇거리다 이내 이를 악물고는 천람을 업고 입구쪽으로 달려갔다.
천람은 어렴풋이 귓가에 들린 형이란 소리에 그들이 형제라는 것을 알았다.
“안 돼...”
가슴이 부서진 아픔을 참으며 힘겹게 고개를 돌리니 남은 십수명의 일조원들이 팔마신에게 완전히 몰살당하고 있었다.
“크아악!”
“아악!”
팔마신은 두손으로 잔혹하게 그들을 수없이 난도질하며 모조리 참혹하게 죽였다.
“어딜 가느냐!”
팔마신이 천람을 업고 도망가는 사호를 발견하고는 검은 눈을 빛내며 달려왔다.
천람은 뒤에서 팔마신을 막아세우는 삼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삼호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팔마신의 손이 그런 삼호의 목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아아...”
천람은 사호의 등에 업힌 채로 허공으로 날아가는 삼호의 머리를 보며 눈물을 뿌렸다.
“헉헉!”
사호는 천람을 업고 필사적으로 귀상 밖으로 달려나와 협곡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협곡을 벗어나니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이게 뭐야?”
눈 앞에 펼쳐진 지옥같은 참상에 사호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협곡 밖은 온통 황룡무적대의 시신으로 가득했다. 살아있는 십수명만이 얼이 빠진 모습으로 흑색 장포를 입은 세 노인 앞에 꿇어앉아 있었다.
“으으...”
천람은 앞에 보이는 세명의 흑포 노인들을 보고는 이를 딱딱 떨었다. 본능적으로 저들이 그 팔마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희들도 끝냈구나.”
“허억!”
사호는 갑자기 등뒤에서 들린 팔마신의 괴음에 놀라 헛바람을 삼켰다.
팔마신이 괴소를 지으며 천람에게 손을 뻗었다.
콰득!
“컥!”
팔마신이 천람의 목을 잡고는 그대로 들어올렸다.
“이놈!”
사호가 검을 빼내 천람의 목을 잡고 있는 팔마신의 오른팔을 내리쳤다.
까앙!
“아!”
하지만 검이 또 튕겨나왔다.
팔마신이 당황한 사호의 검을 쥔 손목을 나꿔채 잡고는 그대로 사호의 목을 향해 쑤셔올렸다.
푸욱!
“크윽...”
사호는 목에서 정수리까지 검에 뚫린 채 절명하고 말았다.
“으... 으아아아...!”
천람은 자신을 보호하던 사호까지 죽어버리자 울음이 터져나왔다.
이것이 꿈인 것만 같았다. 결코 현실이 아닐 것만 같았다.
“네놈은 내가 친히 먹어주겠다.”
팔마신이 길다란 혀를 내밀어 우는 천람의 볼을 길게 핥아올렸다.
천람은 팔마신에게 목이 잡힌 채 극도의 공포심에 사로잡혀 자기도 모르게 주륵주륵 오줌을 싸버렸다.
“엥? 양념을 치는게냐?”
팔마신이 혀를 차며 앞으로 걸어갔다. 천람은 아예 정신이 나가 저항조차 못했다.
“이놈들은 황룡무적대라고 하더군.”
흑색 장포를 입은 호리호리한 체구의 노인이 두 눈에 흉광을 빛냈다. 그러더니 한손을 들어 황룡무적대원 한명의 골통을 부숴 뇌수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사대 무신검이라는 놈이 이끄는 무검단 놈들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황룡무시기라니... 쯧.”
흑포 노인들이 혀를 차며 넋이 나간 채 꿇어앉아 있는 나머지 황룡무적대원들을 한명 한명 쳐죽이기 시작했다.
퍼억! 퍼억!
황룡무적대원들은 하나둘씩 골통이 부서지며 덧없이 죽어나갔다.
그렇게 마지막 한명까지 죽어버리자 협곡 밖은 온통 황룡무적대의 시신으로 가득찼다.
천람성 최강의 무단이라 하는 황룡무적대의 전멸이었다.
팔마신이 천람의 목을 잡고 흔들며 웃기다는 듯이 말을 했다.
“저들은 나와 같은 구마신인 삼마신과 사마신, 그리고 칠마신이다. 켈켈켈!”
황룡무적대를 다 죽인 흑포 노인들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 중 인상이 흉악한 뚱뚱한 삼마신이 천람을 보고는 말을 했다.
“이놈이 천람성주놈의 아들인가?”
“엥? 이놈이?”
팔마신이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찬찬히 천람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보니 옛날 그놈과 닮긴 했는걸. 그 울고 불고 하던 놈하고.”
“천극성의 아들 놈이다.”
두 눈이 유리알처럼 검은 사마신이 말했다.
팔마신이 못 참고는 앙천광소를 했다.
“그래? 하하하하! 그럼 부자가 다 내 앞에서 오줌을 지렸구나! 아해야, 네 아비인 천극성도 이십년전 내 앞에서 오줌을 지렸단다. 켈켈켈!”
천람은 정신이 나가 사리분별이 안되는 와중에도 그 소리가 귓가에 맺혔다.
‘아버지가...’
다시금 귓가로 팔마신의 괴성이 들려왔다.
“그때 삼대 무신검 놈이 아니었다면 네 아비는 내 손에 죽었지.”
그 말에 호리호리한 체구의 칠마신이 두 눈에 흉광을 내며 이를 갈았다.
“으득! 삼대 무신검 그놈에 이어 이번엔 또 사대 무신검이라는 아들놈이 나와 우리 일을 방해하다니! 이번에 그놈들을 유인해 죽이려 했는데 쓸데없는 놈들이 와서는 일을 망치는군.”
“그놈은 빨리 처리하고 가자. 이제 여기는 못써먹는다.”
사마신이 흑포의 소매를 휘두르며 가자 삼마신과 칠마신이 따라갔다.
팔마신이 천람의 목을 잡은 채 괴소를 지으며 말했다.
“켈켈! 난 이놈 맛 좀 보고 갈테니 먼저들 가라구.”
팔마신이 왼손을 들더니 천람의 상의를 풀어헤쳤다.
“허, 그놈 참 살결이 곱구나.”
상의가 벗겨지며 천람의 미끈한 가슴이 드러나자 팔마신이 입맛을 다셨다.
천람은 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몰라 그저 넋이 나간 채로 있었다.
팔마신이 천람의 아랫배를 손으로 슥슥 쓰다듬더니 히죽 웃으며 뾰족한 이빨을 내밀었다.
“내 너의 단전을 맛보마.”
우적!
“커헉...”
천람의 몸이 한순간 꿈틀했다.
팔마신이 천람의 아랫배에 입을 대고는 살을 우적우적 씹어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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