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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 님의 서재입니다.

천람무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원하
작품등록일 :
2024.01.23 05:01
최근연재일 :
2024.03.07 23:49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73,703
추천수 :
1,374
글자수 :
294,661

작성
24.01.3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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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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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9쪽

출도(2)

DUMMY

밤이 깊은 새벽.


멀리서 몇 명의 복면인이 숲으로 조용히 접근해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 십여장 근처로 다가와 나무 위에서 서로 눈짓을 했다.


[국주인 임여군부터 사로잡는다.]


[표사들은 전부 죽인다.]


복면인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때 무언가 긴 형체가 소리없이 그들에게 날아들었다.


퍼퍼퍼퍽!


[끄윽...]


나무 위에 서 있던 복면인들의 상체를 무언가가 연달아 꿰뚫어버렸다.


[꺼억... 이, 이건...]


복면인들은 자신들의 몸을 꿰뚫은 것이 흙더미로 된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 보고는 대경실색을 했다.


[이 무슨...]


복면인들의 입가에서는 작은 비명조차 새나오지 않았다.


스르르륵...


흙으로 된 지룡이 복면인들의 상체를 꿴 채로 그대로 땅속으로 파고들어갔다.


복면인들은 지룡에게 땅속으로 끌려들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후후...’


천람은 숲에 지룡을 풀어놓고는 누워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로서 은혜는 갚은 것인가.’


모닥불이 타는 사이로 국주와 표사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자고 있었다.









*








“아니, 어르신...!”


다음날 아침, 천람은 양노인의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을 했다. 근처에는 국주인 미공자와 표사들이 침통한 기색으로 서 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간밤 그렇게나 잘 주무시던 분이... 어엉...”


천람이 양노인을 끌어안고 계속 울고불고 하자 표사 하나가 나서 말렸다.


“그만하게. 돌아가신 모습을 보니 천수를 다 하신 것 같네.”


양노인은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국주인 미공자가 냉랭하게 말했다.


“양노인을 수레에 실어라. 장례는 표국의 분타로 가서 하겠다.”


“알겠습니다.”


표사들이 양노인의 시신을 수레에 싣고 그 위에 거적을 씌웠다. 전날 부서진 등뼈와 찢어진 심장이 모두 다시 붙어 있었기에 표사들은 양노인을 들어 수레에 실으면서도 이상한 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흐흑, 어르신...”


천람은 뒤에서 훌쩍 훌쩍 하며 수레를 따라갔다.











“저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어딘가의 계곡 근처에 이르러 천람이 말을 하였다.


“갈 곳은 있나?”


건장한 장한으로 표사들의 우두머리인 마표두가 물었다.


“아직은 없지만 언젠가는 생기겠지요. 일단은 저쪽에 있는 계곡에서 목욕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머리도 좀 깎고...”


“그러게. 그럼 잘가게.”


마표두가 그리 말하고 표국 일행은 다시금 말을 몰아갔다.


“안녕히 가십시오!”


천람은 수레를 끌고 가는 그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였다. 그때 말을 타고 맨 앞에서 가던 미공자가 언뜻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쟁자수라도 하겠다면 나중에 산동 표국으로 와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람은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허리를 굽혔다.


“후후.”


산동 표국 일행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천람은 허리를 펴며 웃었다.


“그래도 인정이 있군.”


국주인 미공자는 냉정하게만 보였는데 나중에 쟁자수를 시켜주겠다고 하니 나름 인정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자, 목욕이나 하자.”


천람은 시원한 폭포가 떨어지고 있는 계곡으로 발길을 옮겼다.










“룰루...”


계곡에서 홀랑 벗고 천람은 목욕을 했다. 십년간 씻지 않았지만 때는 없던 천람은 그래도 박박 문질러가며 온몸을 깨끗이 씻었다.


“머리도 잘라야지. 수염도 깎고.”


천람은 물에 비친 얼굴을 보면서 손으로 스윽 수염을 밀었다. 스슥 하는 소리가 나며 가슴까지 덮수룩하게 내려온 수염이 한꺼번에 다 매끈하게 밀려나갔다. 천람은 뒤이어 허리까지 내려온 머리카락도 어깨 부위로 댕강 잘랐다. 그런 뒤 뒤로 넘겨 나무끈으로 묶으니 본연의 얼굴이 환하게 드러났다.


“역시 난 잘생겼단 말야.”


이제 스무살 넘은 듯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천람은 만족스럽게 웃고는 물에서 나왔다.


촤아아악!


그때 물로 만들어진 수룡이 계곡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천람이 손가락을 딱 치자 수룡이 다시금 물로 바뀌어 계곡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랄라...”


천람은 아침 나절 표사 한명에게 얻은 옷을 입었다. 그렇게 의복까지 갖춰입자 남루한 행색은 사라지고 근사한 모습이 되었다.


“흐음...”


이때 문득 천람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다.


“이거 도와주어야 하나.”


계곡에서 수백장 떨어진 곳에서 산동 표국 일행이 습격을 받는 것이 기파로 느껴진 것이다.


천람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행색이 더럽다며 핍박하지도 않고, 일거리를 주려고도 했으니... 마지막으로 도와주지.”


천람은 황룡무상공을 운용하여 황룡무상강기 중 창룡을 불러내었다.


그으으응...


푸른 창룡이 나타나 공중을 은은하게 휘돌았다. 천람은 신형을 날려 곧장 창룡 위에 올라탔다.


스스스슥.


그 순간 창룡과 천람의 신형이 투명하게 변했다.


황룡무상공에 있는 무형신이었다.


무형신은 존재를 투명하게 숨겨 실체를 안보이게 할 수 있는 은신의 일종이었다.


“가자.”


천람이 나직히 말하자 창룡이 솟구치고 비상하며 하늘 위로 날아갔다.











챙챙!


“크윽!”


숲길 한가운데 산동 표국의 표사들이 수십의 적들과 맞서며 고전하고 있었다.


“임여군! 어서 비취관음상을 내놓아라!”


“나에게는 그것이 없다!”


미공자가 검을 휘두르며 적도 세명을 상대했다. 마표두와 표사들도 이곳저곳에서 적들과 뒤엉켜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촤악!


“으악!”


미공자가 달려드는 적도 하나를 검으로 베고는 눈을 부릅떴다.


“대천람성이 대낮에 도적질을 하다니 천하가 비웃겠구나!”


“네년을 갈기갈기 찢어주마!”


동료 하나가 죽어나가자 적들이 더욱 매섭게 공격하며 미공자를 압박했다.


“윽!”


미공자인 임여군은 검을 든 채 필사적으로 적에게 맞서며 저항했지만 힘이 달리는지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


창룡을 타고 높은 하늘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천람은 씁쓸하기만 했다.


‘천람성의 무인들이었는가...’


아무리 천람성이 무뢰배 집단이 되었다고는 하나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환한 대낮에 복면도 하지 않고 대놓고 표국을 습격하다니 천람은 입맛이 썼다.


채챙!


“으윽!”


그때 임여군이 적들의 매서운 기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검을 떨어뜨렸다.


적도들이 흉악한 인상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임여군은 뒤로 주춤했다.


“계집! 어서 비취관음상을 내놓아라!”


“나에겐 그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임여군이 악을 쓰자 적도들이 냉소했다.


“아무래도 죽여놓고 찾아야겠군.”


“흐흐흐, 계집 죽여주마!”


적도 한명이 흉소를 지으며 임여군 앞에서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아...”


미공자는 두려움에 빠져 창백한 안색으로 주춤거렸다.


천람은 무섭게 두 눈을 뜨며 우장에서 묵룡을 날려버렸다.


그르르릉!


검은 묵룡이 사납게 날아가 이제 막 임여군을 베려는 적도의 몸통을 꿰뚫었다.


퍼억!


“끄어어억!”


적도는 묵룡에게 명치가 뚫려 비명을 지르며 입에서 피거품을 물었다.


“헉!”


임여군은 깜짝 놀라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오장 길이의 사납게 생긴 검은 용이 사방을 휘돌며 적도들의 몸을 모조리 꿰뚫고 있었다.


퍼퍼퍼퍽!


“크아아악!”


적도들은 순식간에 묵룡에게 모조리 몸통이 꿰여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 떠올랐다.


“뭐, 뭐야?”


마표두와 표사들이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꺼으으윽...”


묵룡에 몸이 꿰뚫려 공중에 들린 자들이 저마다 피와 신음을 흘리며 부르르 떨다가 생을 마감했다.


스르르르...


묵룡이 천천히 휘돌며 나가자 시신들이 전부 땅에 떨어졌다.


쿵쿵쿵쿵.


숲길에는 순식간에 수십구의 시신들이 나뒹굴었다. 허공에 떠 있는 묵룡은 흐릿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대체 누가...”


마표두와 표사들이 땅에 떨어진 적들의 시신을 보며 어리둥절해 했다.


누군가 도와준 것 같기는 한데 누가 도와줬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국주인 임여군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어느 방면의 고인이신지...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후배는 산동 표국의 국주로 있는 임여군이라 합니다. 미약하나마 은혜를 갚고 싶으니 존안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


천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임여군을 보고는 갈길을 갔다.


한순간 임여군의 눈에 파란 하늘을 출렁이며 날아가는 길고 투명한 형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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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천람성(2) +2 24.01.24 2,737 29 11쪽
2 대천람성(1) +3 24.01.24 4,804 41 7쪽
1 서장. 너는 모든 것을 잃었다 +3 24.01.24 5,372 5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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