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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 님의 서재입니다.

천람무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원하
작품등록일 :
2024.01.23 05:01
최근연재일 :
2024.03.07 23:49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74,278
추천수 :
1,374
글자수 :
294,661

작성
24.02.04 12:22
조회
1,189
추천
26
글자
9쪽

천람성으로(1)

DUMMY

구중천의 인물들이 천신룡에게 죽임을 당한 다음 날, 묵성에서 거둔 세금이 모두 상인들에게 돌아갔다.


“우와! 정말로 주다니!”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이제야 좋은 세상이 됐어!”


상인들은 그동안 거둬갔던 세금을 묵성에서 모두 돌려주자 일제히 기뻐하며 환호했다.


연하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 정말 돈을 받다니.”


연하는 손에 가득 쌓인 은전을 보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천람은 저러다 입 찢어지겠다 생각하며 양푼에 국수를 말았다.


근데 연하가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오빠, 오늘은 국수 먹지 마요.”


“왜?”


“내가 밥해줄게요.”


“......”


어지간히 기분이 좋구나. 생전 안해주던 밥을 해준다니.


천람은 은전을 보며 좋아 죽는 연하의 반응에 웃음이 나오기만 했다.


연하는 자기가 한 말대로 손님들이 없는 한가한 시간이 되자 밥을 차려주었다.


탁자에는 반찬 서너개가 놓여져 있었다.


천람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이 가득 담긴 양푼을 들고 앉아 맛있게 먹었다.


“근데 세금을 그렇게 많이 낸거였어?”


양푼을 안아들고 밥을 미어지게 먹던 천람이 물어보았다. 연하는 은전을 세며 혀를 내밀었다.


“사실은요, 더 많이 왔어요.”


“그럼 돌려줘야지.”


“이자에요.”


연하는 기쁘게 은자를 세며 밥을 떠먹었다.


천람은 역시 대단한 애야, 라고 생각하며 양푼의 밥을 퍽퍽 퍼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쌀밥은 정말 맛있었다. 새벽 이슬을 맞은 보람이 있었다.





*





그 다음날인 정오경이었다.


점심 때가 되어 천람은 광주리를 메고 배달을 다녀오다가 길가에서 연하와 마주쳤다.


“어디 가?”


“집세 내러요.”


“......”


천람은 잠시 말없이 연하를 보기만 했다. 연하가 의아한 눈을 하였다.


“왜요?”


“니가 가도 되겠어? 비호방의 귀공자가 너를 어떻게 할지도 모르는데.”


“망나니긴 하지만 여자한테 어쩔 정도는 아니에요. 그럼 갔다올게요.”


연하는 룰루랄라하며 거리를 걸어갔다. 세금을 돌려받은 이후 연하는 항상 신이 나 있었다.


천람은 그런 연하를 보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이래요!”


연하는 두팔로 몸을 감싼 채 침소 한구석에 몰려 있었다. 비호방에 집세를 주러 왔다가 갑자기 귀공자에게 방으로 끌려들어온 것이다.


연하 앞에는 귀공자가 눈가를 번뜩이며 서 있었다.


“감히 나를 능멸하다니!”


“무슨 능멸이에요? 국수 오십그릇 외상한거 제하고 석달치 집세 냈잖아요!”


“누가 집세 내라고 했냐? 내 첩이 되라고 했잖아!”


“내가 왜 댁의 첩이 되요? 난 싫어요!”


“호강시켜 준다니까!”


“나 혼자서도 충분히 호강할 수 있어요!”


“이 계집이 정말!”


귀공자가 화가 나는지 이를 악물며 다가왔다. 연하가 흠칫 놀라며 두팔로 몸을 더욱 감쌌다.


“이러지 마요!”


“말을 안듣는다면 강제로라도 내 여자로 만들겠다.”


“내 몸에 손만 대봐. 당장 죽일거야.”


“흥, 네가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귀공자가 조소하자 연하도 똑같이 조소했다.


“한 침상에서 자면 언제든 죽일 수 있어!”


“뭐? 그럼 내 첩이 된 뒤에 같은 침상에서 자다가 나를 죽이겠다는거야?”


“못할 것도 없지.”


연하의 퉁명스러운 대꾸에 귀공자가 인상을 사납게 구겼다.


“이 계집이 정말! 계속 그렇게 뻣뻣하게 나오면 범한 뒤 사창가에 팔겠다!”


“사창가에서 무림인에게 부탁해 당신을 죽여달라고 할거야!”


“으...”


연하가 한치도 지지 않자 귀공자는 화가 차올라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곧 꾹 참더니 한켠에 놓여져 있는 옥갑을 가져왔다.


“이걸 다 너에게 주마. 어떠냐?”


옥갑을 열자 그 안에는 금은보화를 비롯한 보석과 장신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연하는 힐끔 그걸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나도 열심히 장사하면 그 정도는 모을 수 있어!”


“으아아아!”


귀공자가 미치겠다는 듯이 머리를 쥐어 뜯더니 이내 사납게 눈알을 부라렸다.


“좋다! 내 언젠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너를 발가벗겨 범하고 말겠다!”


“으...”


연하는 귀공자가 진심인 것 같자 겁먹은 눈을 하며 옆으로 주춤주춤 하였다.


귀공자는 두려움 어린 연하의 표정에 진득한 음소를 흘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흐흐흐흐...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었어야... 억?”


그런데 한순간 연하에게 다가가던 귀공자의 몸이 갑자기 뻣뻣하게 굳었다.


선 채로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는 귀공자를 본 연하가 잽싸게 옆으로 빠져나와 방을 박차고 나갔다.


“내 가게도 오지마!”


연하가 소리를 지르며 방에서 뛰쳐나갔지만 귀공자는 여전히 선 채로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뭐, 뭐야... 이게...’


이상하게도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완전히 굳어버린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귀공자가 답답해하는데 등뒤에서 갑자기 지옥과도 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연하를 건드리면 너는 죽는다.”


“ ! ”


귀공자는 등골이 저미는 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에 그대로 선 채로 오줌을 주륵주륵 싸버렸다. 마치 심혼까지 뭉개지는 것 같은 공포가 내면에서부터 깊숙이 밀려왔다.


“어흑... 억...”


귀공자는 창백한 안색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덜덜덜 온몸을 떨었다. 이러한 공포는 살면서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었다.


그때 다시금 귀공자의 등뒤에서 무거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연하는 고귀한 혈통! 네깟놈이 건들 여자가 아니다. 한번만 더 연하를 건드리면 너는 물론이고 비호방 전체의 인간을 모두 죽이겠다. 알겠느냐!”


“예, 옛... 커헉...”


귀공자는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너무 무서워서 차라리 빨리 죽고 싶을 정도였다. 죽으면 공포에서 벗어날 테니.


“연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부터 죽이겠다. 너는 이제부터 연하를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 명심해라. 연하의 몸에 손톱만큼이라도 상처가 생긴다면 당장 너부터 찾아와 죽인다는 것을!”


“커컥... 아, 알겠습니다... 커커컥... 우웩!”


귀공자는 한순간 몸의 뻣뻣함이 풀려 그대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으으... 무슨... 왕족...이었는가...’


귀공자는 고귀한 혈통이란 말을 머릿속에서 되내이다 이내 정신을 잃었다.


천람은 혼절한 귀공자를 보며 입가를 올렸다.


‘이 정도면 됐겠지.’


이제 곧 가게를 떠나야할 것 같아 안배삼아 한 것이었다. 극심한 공포를 안겨줬으니 이놈은 이제 연하를 건드릴 수 없었다. 오히려 자기 목숨을 걸고 연하가 위험에 처하면 지킬 것이다.


천람은 심지 굳은 연하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누구를 만날지는 모르지만 연하가 좋은 남자와 혼인하여 아이 낳고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었다.


천람은 쓰러져 있는 귀공자를 뒤로 하고 방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느날 밤, 국수를 먹으며 천람이 넌지시 한 말에 연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예요? 가게를 떠난다구요?”


“응. 그렇게 될 것 같아.”


천람이 대답을 하며 국수를 후룩후룩 먹기만 하자 연하가 다시금 인상을 찡그렸다.


“왜요? 돈을 안 줘서요? 지금 일 삯 달라고 하는거에요?”


“아니. 가볼 곳이 있어.”


“어딘데요?”


“그게... 잃어버린 동생이 하나 있어. 그래서 찾아봐야하거든.”


“그래요?”


잃어버린 동생을 찾는다는 말에 연하는 더는 캐묻지 않았다.


천람은 어찌됐든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에 계속 국수를 먹었다. 과거 아버지가 한 얘기들은 언제나 천람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물론, 찾을 생각은 없었다.


늦은 밤이 되어 가게 문을 닫고 천람은 헛간으로 들어갔다.


초옥의 방에서는 연하 엄마의 기침 소리가 나날이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엄마, 약 드세요.”


연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왔다. 천람은 헛간에서 팔을 베고 누운 채 눈가를 굳혔다.


‘너에게 해줄 수 있는게 하나 더 있을 듯하구나.’









새벽에 천람은 헛간을 나와 몰래 초옥의 방으로 들어갔다. 연하는 간병하다 잠이 든 듯 엄마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자고 있었다.


천람은 연하의 수혈을 짚어 왼편에 반듯하게 눕혔다. 연하 엄마는 꽤 오래 앓았던 듯 기혈이 약하고 상당히 수척해 있었다.


천람은 연하 엄마의 옆에 앉아 황룡무상공을 시전했다. 천람의 두손에서 금빛 서기가 나오며 환한 빛이 연하 엄마의 몸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어갔다.


“으음...”


작게 신음을 흘리는 연하 엄마의 몸에서 누런 땀이 흘러내렸다.


천람은 그녀의 몸속을 잠식한 쇠기를 모두 몰아내고 진기를 주입시켰다. 쇠약했던 그녀의 몸에 점차 혈색이 감돌면서 피부가 고와지기 시작했다.


천람은 나날이 좋아지도록 연하 엄마의 몸속에 조금 내기를 심어놓고는 잠든 연하를 한번 보고 그대로 방을 나왔다.









“오늘은 고기 사줄게요.”


연하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은지 웃고 있었다.


“왜?”


“엄마가 아주 많이 좋아졌어요. 어젯밤은 의원에 모셔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밤새 정말 좋아지셨어요.”


“그거 잘됐구나. 근데 고기는 왜?”


“엄마가 입맛이 당기는지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오빠도 사줄게요.”


연하는 더 없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부엌에서 국수를 뽑았다.


천람은 그저 웃으며 바닥에 걸레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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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산동 유가장 +2 24.02.06 1,176 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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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장. 너는 모든 것을 잃었다 +3 24.01.24 5,413 5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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