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람성(1)
하남의 정주에 있는 대천람성.
천년전 황룡대제가 천하를 피로 물들이던 마교의 대마종을 물리치자 그를 추종하는 수많은 무림인들이 세워 바친 성이다.
천년이 흘러 대천람성은 천하의 모든 무림 문파들이 참여한 거대한 무인 연합체가 되었고, 그 누구도 그 위세에 대항하지 않았다.
*
“핫핫! 이것이 황룡무상검이야!”
17,8세로 보이는 청년 공자가 손에 검을 든 채 휘두르고 있었다.
깨끗한 비단옷을 입은 청년 공자는 비상하는 황룡의 문양을 하고 있는 검자루를 손에 쥔 채 날렵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한켠에 있는 커다란 매화 나무 아래 둥근 탁자에는 세 명의 어여쁜 소녀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녀들은 청년 공자가 검무를 추는 모습을 기쁜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너무 멋있어요, 오라버니!”
“정말 멋져!”
“최고예요!”
소녀들의 환호와 칭찬에 청년 공자가 웃으며 더욱 화려하게 검을 시전했다.
“하하, 이 정도야 기본이지.”
이곳은 천람성의 내원이었다.
청년 공자는 검을 몇 번 더 휘두르고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소녀들에게 다가왔다.
“이제 나도 황룡무상검이 육성에 이르렀어. 조만간 내 황룡무적대를 데리고 마교와 싸울 수 있을거야.”
청년 공자가 웃으며 한 말에 백의 궁장을 입은 15,6세의 예쁜 소녀가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마교의 구마신은 너무 무서운 존재들이에요. 오라버니는 안 나가면 안되는거에요?”
백의 궁장 소녀의 울먹이는 말에 붉은 비단옷을 입은 16,7세의 소녀가 핀잔을 줬다.
“연이도 참. 황룡무적대가 나가잖아. 그들은 말 그대로 무적이라구.”
“하지만...”
“천 가가는 무공이 강하니까 괜찮아.”
가슴에 매화 한송이가 수놓인 청의 무복을 입은 미소녀가 위로를 했다.
청년 공자는 천람성의 상징인 황룡검을 높이 들고 흔들며 빙긋이 웃었다.
“연매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까. 난 위험한 짓은 하지 않아. 거기다 황룡무적대가 나를 잘 지켜줄테니 위험할 일도 없고 말야.”
붉은 비단옷의 소녀가 덧붙였다.
“오라버니는 청년 후기지수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신출비룡 중 한 명이라구. 연이는 너무 걱정하지마.”
“으응... 알았어.”
백의 궁장 소녀가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걱정스러운 기색을 풀었다.
이 소녀가 바로 하북 팽가의 금지옥엽인 팽하연으로 이제 곧 16세가 되는 마음 여린 소녀였다.
그 옆에 앉아 있는 붉은 비단옷의 소녀는 17세로 남궁세가의 셋째 딸인 남궁은이었고, 가슴에 매화 한송이가 수놓인 청의 무복의 미소녀는 남궁은과 동갑내기로 현 화산파 장문인의 외동딸인 담수하였다.
세 소녀들은 각자가 지닌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천하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무림 십미 중 삼미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 연매를 위해서라도 내가 더 강해져야겠는걸? 하앗!”
황룡검을 들고 다시금 춤을 추듯 움직이는 청년 공자.
그가 바로 삼십만 무인들을 아우르는 대천람성의 소성주이자 황룡대제의 직계인 비룡출검 천람이었다.
천람은 당년 18세로 무림 최고의 행운아로 꼽히고 있었다.
휙휙!
천람이 황룡검으로 바람을 가를 때마다 매화 나무의 꽃잎들이 허공에 흩날렸다.
“우와...”
“너무 멋져.”
“아름다워요, 천 가가.”
세 소녀는 여전히 기쁜 표정으로 천람의 검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장차 천람과 혼인하기로 얘기가 오간 사이였다.
그렇게 한동안 천람이 검무를 추고 소녀들은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비 한명이 내원으로 들어와 허리를 숙였다.
“소성주님.”
“왜?”
천람이 검을 멈추고는 시비를 돌아보았다.
“천녀신궁의 소궁주께서 오셨습니다.”
“뭐? 정말?”
천람은 크게 반색을 했다. 그와 동시에 탁자에 앉아 있던 세 소녀의 인상이 구겨졌다.
“쳇, 그 계집이 또...”
남궁은이 샐죽한 표정을 짓고 다른 두 소녀의 표정도 안좋았다.
천람은 소녀들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렸다.
“저, 저기...”
“빨리 가봐요.”
남궁은이 팔짱을 끼고는 퉁명스레 말했다. 천람의 웃음이 귀에 걸렸다.
“그, 그럼 금방 갔다 올게.”
황룡검을 허리에 차고 천람은 후다닥 내원을 나갔다.
그 모습에 소녀들의 인상이 더욱 굳어졌다.
팽하연이 궁금하다는 듯이 남궁은에게 물었다.
“천녀신궁의 소궁주가 정말 오라버니에게 시집을 오려고 하는 건가요?”
“그런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천람성에 이렇게 자주 올 리가 없잖아.”
“치이, 우리 셋만도 버거운데.”
팽하연과 남궁은의 말을 듣고만 있던 담수하가 갑자기 진중한 눈빛을 했다.
“우리 셋이 꽁꽁 뭉쳐야 해. 천녀신궁의 소궁주는 너무 예쁘니까.”
“우리도 무림 십미 중 삼미인데 하필이면 천하제일미니...”
“그러게 말이에요.”
소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마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천녀신궁의 소궁주가 너무나 예뻤기 때문이다. 괜히 천하제일미가 아니었다.
강호 십대미녀인 세 소녀들이 인정하고 질투할 정도로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소녀들은 곧 서로 손을 맞잡고는 지지 않겠다는 눈빛을 했다.
남궁은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는 세 명이니까.”
“응, 꼭 이기자.”
“우리 지지 말아요.”
담수하와 팽하연도 힘껏 동조를 했다.
소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지를 불태웠다.
천람은 내원을 나와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이제 막 본관으로 향하고 있는 천녀신궁의 가마를 발견하고는 급히 뛰어갔다.
“신 소저! 나 천람이오!”
네 명의 무녀가 들고 있는 가마 옆으로 천람이 다가가 섰다.
가마 안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이군요. 소성주.”
“거 소성주라고 하지 말라니까...”
천람은 조금 머뭇머뭇 대다가 가마의 주렴을 손으로 살짝 열었다. 안에서 정말로 아름다운 미인이 고개를 들었다.
나이는 스무살 가량으로 깨끗한 화의 궁장을 입은 미인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신비문파인 천녀신궁의 소궁주인 신유하였다.
“무례하군요.”
신유하가 가만히 쳐다보자 천람이 미소를 지었다.
“신 소저는 나날이 더 예뻐지는 것 같소.”
“성주님을 뵈어야 하니 이만 실례하겠어요.”
신유하가 손을 들어 주렴을 닫으려 했다. 하지만 천람이 먼저 그녀의 예쁜 손을 잡았다.
“손도 보드랍고... 히힛!”
“소성주.”
신유하의 눈가에 약간 힘이 들어가자 천람이 놀라 얼른 손을 놓았다.
“미, 미안! 이따가 봅시다!”
천람은 주렴을 채우고는 기분 좋은 듯이 웃으며 달려나갔다.
신유하는 신이 나서 달려가는 천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가자.”
“예. 소궁주님.”
네 명의 무녀가 든 가마가 다시금 본관을 향해 갔다.
가마 안에서 신유하는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너무 어려...’
천람성의 소성주로 부러울 것 없이 자란 천람은 신유하의 눈에 가득 차지 않았다.
‘착하고 순박하나... 그것 뿐이야.’
과연 그가 마교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신유하는 그것이 걱정스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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