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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 님의 서재입니다.

천람무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원하
작품등록일 :
2024.01.23 05:01
최근연재일 :
2024.03.07 23:49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74,273
추천수 :
1,374
글자수 :
294,661

작성
24.01.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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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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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9쪽

비단주(2)

DUMMY

“으음...”


한참이 지나서야 천람은 겨우 의식을 차렸다. 양쪽 귀가 얼얼하고 팔다리가 제멋대로 나간 것 같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진천뢰까지...”


사방 십장을 초토화시키는 폭뢰까지 비단주가 가져왔다는 것에 천람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몸 위로 비단주의 몸이 엎드린 채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 비단주?”


천람은 황급히 그녀의 몸을 살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으아...”


그녀의 몸에 팔다리가 없었다. 비단주는 팔다리가 다 뜯겨져 나간 채 천람의 몸을 덮고 있었다.


천람은 경악하여 얼른 비단주의 몸에 손을 뻗으려 했다. 하지만 팔이 움직이질 않았다.


“비단주! 정신차려! 비단주!”


천람이 다급하게 계속 소리치자 죽은 듯이 엎드려 있던 비단주의 감겨진 눈이 살며시 떠졌다.


“소성...주님... 괘... 괜찮으...신가요...?”


비단주의 힘없는 음성에 천람은 왈칵 눈물이 나왔다.


“왜 이런 짓을 한거야? 왜?”


“그... 글쎄... 왜일...까요....”


비단주가 슬며시 웃고는 그대로 옆으로 넘어갔다. 천람은 이를 악물며 몸을 움직였다.


“크으윽...”


강제로 몸을 움직이자 온몸의 피부가 찢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천람은 기를 쓰며 움직여 겨우 겨우 하얀 눈밭에 누운 비단주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댈 수가 있었다.


“왜... 왜 그런거야? 대체 왜?”


“저도... 몰라요... 허억, 헉...”


비단주는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했다. 천람은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대체 왜... 나를 위해 비단주가 죽어야할 이유가 없잖아...”


비단주는 흐릿하게 웃으며 우는 천람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살며시 대었다.


“전요...”


“응.”


“소성주님이... 좋았어요...”


“ ! ”


천람은 비단주가 하는 뜻밖의 고백에 놀라 할말을 잃었다.


비단주가 수줍은 듯 눈가를 예쁘게 떴다.


“소성주님은... 항상 밝고... 웃음이 많으셔서... 전 그게 참... 좋았어요...”


“바, 바보야... 그게 무슨...”


“게다가 생전 처음으로... 예쁘다는 말을... 소성주님에게... 들었어요...”


“......”


천람은 과거 장난삼아 비단주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진심은 아니었던 것이다. 비단주는 별로 예쁘지 않았으니까.


비단주가 희미하게 웃었다.


“알아...요...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전 정말... 좋았어요...”


“알았어. 그러니까... 빨리 의무대로...”


천람은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그토록이나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지금 비단주가 사경을 헤메고 있는데 정작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너무 괴로워서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비단주가 점차 감기는 눈으로 흐릿하게 천람을 바라보았다.


“소성주님...”


“응?”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래요?”


“응. 뭔데? 말해봐. 다 들어줄게.”


“정말...이시죠?”


“그래. 비단주가 하는 말 다 들어줄게.”


“그럼요...”


비단주의 눈이 자꾸만 감겼다. 천람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눈을 떠! 비단주! 죽으면 안 돼!”


그 외침에 비단주의 눈이 다시금 희미하게 떠졌다.


“저는요... 소성주님이...”


“으응...”


“예전처럼... 밝고... 건강하게... 그렇게... 웃으며...”


“......”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크흐흐흑...”


천람은 한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비단주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태에서도 자신만을 염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사랑...도 하시...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비단주... 크흐흐흑...”


“그것이... 제...제 부...부탁...이에요... 허억...”


“비단주? 비단주!”


천람은 놀라 비단주를 쳐다보았다.


비단주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눈물은 부탁이 담겨 있었다.


천람은 마음이 급해 소리쳤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비단주가 하라는데로 할게! 그러니까 죽지마!”


“고...마...워...요...”


한줄기 미소를 지으며 비단주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비단주? 비단주?!”


천람은 이가 딱딱 떨렸다. 비단주는 더 이상 미동이 없었다.


그때 허공에서 몇몇 인영들이 내려왔다.


“정말 귀찮게 하는군. 병신이 다 된 소성주 하나 못죽이고.”


“빨리 처리하고 가자구.”


그들이 검을 들고 다가오는 사이 천람은 끝모를 상실감에 광분하고 있었다.


“비단주! 비단주!”


천람은 목놓아 절규했다. 비단주 비연하는 이미 죽어 있었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으아아! 비단주!”


세상을 찢어버릴 듯한 천람의 절규 사이로 대지가 요동을 치며 한순간 폭발했다.


콰콰콰쾅!


“으아앗!”


검을 들고 천람에게 다가가던 인영들이 그 광풍에 휩싸여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으아아아! 비단주!”


콰아아앙!


천람의 비수어린 절규가 피의 폭풍이 되어 쌍봉곡을 매섭게 헤집었다.












“으음... 늦었구나...”


팔 하나와 눈 하나를 잃은 의숙이 죽은 비단주와 천람 앞에 섰다.


“비단주...”


천람은 비단주의 주검에 얼굴을 대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희생을 헛되이 해서는 안됩니다. 소성주님.”


의숙이 나직히 말하며 천람을 안아들었다. 천람은 공허한 눈길로 비단주의 주검을 쳐다보았다.


“비단주를...”


“...알겠습니다.”


의숙이 비단주의 시신을 어깨에 둘러맸다. 그리고 곧 빠르게 쌍봉곡안으로 날아들었다.


그렇게 일각 정도 지났을 때 앞에 암석산과 함께 거대한 석벽이 나타났다.


의숙이 천람의 손을 들어 석벽의 가장자리에 대주었다.


“용혈동부는 오직 황룡대제께서 안배하신 후손만이 드실 수 있습니다.”


석벽에 천람의 손이 닿으며 움푹 들어가자 곧 그그그으 하는 소리와 함께 석벽의 중앙이 열렸다.


“그럼...”


의숙이 천람을 안은 채 석벽의 열린 곳으로 향하려 하자 천람이 조용히 말했다.


“비단주를... 함께 넣어줘...”


“하지만 후손이 아닌 사람이 들면...”


“어차피... 죽었잖아...”


“......”


의숙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석벽안으로 천람과 비단주를 함께 넣어주었다.


“그럼 후일을 기약하겠습니다. 소성주님.”


“의숙은?”


천람은 의아함에 의숙을 쳐다보았다. 그그그긍 소리가 나며 석벽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의숙은 석벽 밖에 선 채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는 천년전 황룡대제님을 따르던 십전룡의 후손입니다. 차후 제 아들을 만나시거든 저에 대해 잘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의숙!”


천람은 불안한 예감이 들어 소리쳤다.


“소성주님은 성주님의 자랑스러운 아드님이셨습니다. 그것을 잊지 마십시오.”


“의숙! 의숙!”


팔 하나와 눈 하나를 잃은 채 미소를 짓고 서 있는 의숙의 뒤로 검은 인영 수십 명이 검을 들고 달려드는 것을 끝으로 석벽의 육중한 문이 닫혔다.


“의숙!”


천람은 석벽에 손을 대고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내 석벽을 감싸고 있던 암석산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와르르르! 콰콰콰콰쾅!


한동안 밖에서 온갖 굉음이 울리다가 잠잠해졌다.


이윽고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은 적막감이 가득했다.


“의숙...”


천람은 모든 기운이 다 빠졌다. 대체 자신을 위해 왜 이들이 죽어야 하는지 그것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아...”


천람은 한순간 자신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놀라 쳐다보았다. 뜨거운 기류로 휘도는 석실은 덥고 무게가 없었다.


그렇기에 천람의 몸도 움직일 수 있었다.


“비단주...”


비연하의 몸에서는 서서히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천람은 비단주의 팔다리가 없는 몸통만 남은 몸을 품에 안았다.


“고마워... 비단주...”


천람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비단주의 얼굴로 떨어져 타버렸다.


“비단주의 말대로... 그렇게 살아갈게... 비단주가 좋아했던... 내 모습으로...”


스스스스...


비단주의 옷이 먼지가 되서 떠오르고 그녀의 피부도 타서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천람은 눈을 감고 있는 비단주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나를 사랑한 것이 누구였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


화아아악...


비단주의 몸이 전부 다 타서 한순간 재가 되어 허공에 흩날렸다.


‘잘가... 비단주...’


천람은 허전해진 주먹을 꽉 쥐고 생애 마지막 눈물을 뿌렸다.










웅웅웅웅...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던 천람은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람의 눈은 고요하게 변해 있었고 세상사를 모두 잊은 듯 초탈했다.


‘비단주가 아니었다면 난 평생 그녀들을 원망하며 저주했을거야. 사람들조차 믿지 못하고 나 자신을 죽이며 살아갔겠지...’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이젠 비단주의 사랑이 가슴 깊이 담겨 있었다.


‘고마워... 비단주...’


천람은 미소를 짓고는 동혈로 들어가는 입구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소성주님처럼...]




한순간 비단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좋아! 그럼 가볼까!”


천람은 동혈안으로 힘차게 걸어들어갔다. 그런 천람의 등 뒤로 석실 한가운데 천극성과 의숙, 비단주가 서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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